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9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92화(9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92화
“오늘 시장은 며칠간 모습과 동일하게 몇몇 업종이 시장의 강세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본사에 있는 스튜디오로 나와 있었다.
“매크로적인 변수가 시장의 순환매를 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며 정면에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시청자 수 26,311명]처음 유성투자증권의 장 마감 이후 시황 방송에 나왔을 때만 해도 약 2천 명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단위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미국의 인플레 감축 법안에 영향을 받은 태양광과 2차전지 업종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미래화학과 같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미래화학은 아무래도 법안의 수혜를 못 받는다고 보는 시선이 강한데요.”
아나운서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소극적인 사업 확장 투자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있습니다만, 2년 후 미국 공장이 완공되는 시기를 본다면 저는 이런 하락 때야말로 사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래화학은 좋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과한 기대를 등에 업고 쌓아 올려진 주가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소식이 나오자 믿음이란 애초에 없었다는 듯 모래성처럼 주저앉고 말았다.
“물론 앞으로 어떤 소식이 나올지 모르니 나눠서 담는다는 심정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죠.”
@콩떡: 콜도경 고마워요 ㅠㅠ 듣고 싶은 말이었어요.
@시루: 미래화학에 엄청 물려 있어서 손절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조금 더 공부한다는 심정으로 들고 있어야겠어요.
도경은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채팅들이 올라오자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저 ‘콜도경’이라는 별명은 도경을 대표하는 별명이 되었다.
“마침 채팅창에 콜도경이라는 말을 해주시는데요. 이번에 하이온을 사야 할 타이밍이라고 말씀하자마자 미국에서 희소식이 들려왔어요.”
주식시장에서 Call은 매수를 뜻했다. 다시 말해 어느새 시장에서 도경의 위치는 매수론자의 위치가 되어 있었다.
시장의 대표적인 하락론자였던 조현석과의 싸움에서 얻은 별명이었는데, 도경은 자신이 대표적인 매수론자인가? 하고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화젯거리였던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발전)이라 불리는 섹터들을 보며, 이 기업들은 언젠가는 모두 주가가 오를 기업들이었다고.”
도경은 정면의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평가되었던 가치를 인정받으며 단기간에 올랐던 주가가 절대로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투자자분들 중에 ‘어? 이거 어디까지 오르지?’ 하고 같이 뛰어든 분이 있을 겁니다.”
태조이방원은 그간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테마주와는 다르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모든 분야가 차세대를 이끌어갈 산업이었고, 그간 다른 분야에 비해 올바른 가치 산정을 못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나온 하이온과 태양광 기업들을 덮쳤던 비보에 이번 미래화학을 덮친 미국발 비보는 그런 분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런 비보 속에서 손절매를 한다는 건 가장 악수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잃어도 될 돈이란 건 없고, 우리는 주식시장을 떠날 수도, 떠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자신은 매수론자가 아니라는 답을 내렸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별명이 콜도경이라서 다행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 투자할 때 확신이 없었지만, 주가가 오르는 흐름을 타기 위해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을 공부해 낮았던 확신을 올리는 데에 주력해야 하고, 회사의 펀더멘탈이 변하지 않는 한.”
도경은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주식을 계속 보유해야 합니다.”
적어도 지금 이 시간에 모니터 화면으로 자신을 보고 있을 투자자들이 어떤 사연으로 주식시장에 들어왔든, 주가의 하락으로 인해 손절매할 타이밍을 놓쳤든, 주식에 투자하고 불안감에 떨고 있든.
콜도경으로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냥 들고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출구전략을 짜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들어갔던 평균단가에 빠져나오는 것이든, 일정의 수익을 보고 빠져나오는 것이든, 일부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빠져나오는 것이든 말입니다.”
시장이 자신을 대표적인 상승론자로 본다면, 오히려 여기서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시장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으니까.
적어도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일이 터졌을 때 빠져나올 구멍은 마련해 둬야 했다.
“우리는 좀 더 공부해야 하고, 좀 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아닌…… 그런 것들뿐이니까요.”
도경의 말이 끝나자 잠시간의 정적을 깨듯 아나운서가 말을 받았다.
“네. 매니저님께서는 시장의 대응 방법에 관해서 얘기해 주셨는데요.”
도경은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는 엄지를 척 들고 있는 이성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생방송이 끝나고 도경이 아나운서와 인사를 하고 자료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성현이 손뼉을 치며 다가왔다.
“어우, 사람이 사람한테 반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이성현의 너스레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우리 생방송 처음으로 3만 명 찍었어요.”
“중간에 보다가 안 봤는데 3만 명이나 들어왔어요?”
도경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거 못 봤어요?”
도경의 놀라자 이성현은 휴대전화 화면을 도경에게 보여주었다.
“업계 탑 꺾은 3년 차 PB.”
“이게 어디예요?”
“처음엔 블라인드에 올라왔던 글인데, 다른 커뮤니티로도 퍼졌더라고요.”
이성현이 보여준 화면에는 도경과 이동혁의 경쟁 아닌 경쟁을 각색해 올린 글이 떠 있었다.
[될 놈은 된다고, 한쪽에서는 나라를 등에 업으니까 다른 쪽은 미국을 등에 업어버리네 ㅋㅋㅋㅋ]└반대로 이동혁인가 저 사람은 미국이 나서서 본인 깐 거임ㅋㅋㅋ
[근데 결국 3년 차가 정세 더 잘 읽은 거 아님? 온쇼어링 얘기하자마자 그 법안이 통과됐는데.]└윤도경이라는 3년 차도 저 법안 통과는 예상하지 못했을 듯? 모두가 안 될 거라고 봤는데 하루아침에 얘기가 달라지네 ㅋㅋㅋ
└└어쨌든 운이 좋아야 뭐든 한다고…….
[사라고 했을 때 샀으면 수익 얼마임?]└+31%
└└와, 쩌네……. 며칠 사이에 그렇게 오를 수 있나?
└└└애초에 저평가 기업이었는데 이번에 확 오른 거지 뭐. 저 윤도경이란 사람이 시기를 잘 본 건 맞는 듯.
댓글들의 반응이 상상 초월이었다.
“아마 여기저기서 이 글 보고 오늘 생방송에 유입된 것 같아요.”
“댓글이 어마어마하네요.”
도경은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렸는데 댓글은 끝도 없이 달려 있었다.
“워낙 주식시장이 안 좋을 때 일어난 이벤트라 모두가 재미를 찾는 거죠. 도경 씨한텐 나쁜 게 아니니까요.”
이성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주읽남에서도 나와달라고 했다면서요?”
“어떻게 아셨어요?”
“하민재 센터장에게 들었어요. 주읽남을 나가지 그랬어요?”
이성현은 씁쓸하지만, 도경에게는 이곳보다는 주읽남 같은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의 채널에 나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에이, 이 과장님은 제 은인인데요.”
“제가요?”
“네. 과장님이 내신 기획에 제가 참여했고, 거기서 우승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요.”
“아휴, 무슨……. 도경 씨 실력이면…….”
“아니에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 기회를 제게 주신 분 중 한 분이세요.”
도경의 말에 이성현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말도 참 예쁘게 해서 내가 좋아해. 그럼 주읽남은 거절한 거예요?”
“회사 유튜브 구독자 수 10만 명 찍으면 나가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거절의 뜻이었으니 잘 알아들으…….”
“어, 그럼 이제 여기서 못 보나?”
“네?”
도경은 의문스럽다는 듯 이성현을 바라보았다.
“구독자 수 10만 명 말이에요. 곧 찍을 것 같은데?”
* * *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일주일 후, 도경은 점심시간을 동기인 한다현과 같이하고 있었다. 늘 그녀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고마워 점심을 사고 있었다.
“뱅킹 확인 안 했어요?”
“뱅킹이요?”
“네. 오늘 뭔가 들어왔을 건데?”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켜 뱅킹 앱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다현의 말이 무엇을 뜻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성과급이 들어왔네요. 아까 고객님과 전화할 때 무언가 알림이 오길래 그냥 무시했더니 이거였나 봐요.”
“맞아요. 사장님이 바뀌더니 오전 중에 넣어주네요.”
한다현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재미있는 게 오후에 들어와도 내 돈이고, 오전에 들어와도 내 돈인데. 오전에 월급이랑 성과급을 이렇게 주니까…….”
“일이 잘되죠?”
도경의 물음에 한다현은 빠른 속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좋은 거 있죠? 앞으로도 일찍 줬으면 좋겠어요. 사료를 줘야 우리 같은 말들은 앞으로 달릴 테니까요.”
폭풍과도 같았던 결산 월이 지나간 것을 알리는 성과급은 모두에게 1년을 더 열심히 일할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도경 씨는 더 많은 일을 했잖아요.”
“제가요?”
“네. 지금 있는 고객님들을 상대하고, 또 주식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도경 씨는 회사 유튜브에도 나가야 하고. 이상한 싸움에도 휘말려야 하잖아요.”
도경에겐 참으로 다사다난한 결산 월이었다.
“근데 저는 재밌어요.”
“재밌다고요?”
한다현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반문했다.
“아! 일이 재미있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뭐, 유튜브 채널에 나가는 거 이런 거요.”
“그건 정말 천성인가 봐요. 저는 그 많은 사람한테 욕먹는다고 생각하면 속이 메슥거려요.”
“글쎄요. 다현 씨도 막상 나가면 잘하실걸요? 솔직히 저는 다현 씨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시야를 트이게 해주는 동료. 그게 다현 씨예요. 저는 보통 하나에 집중하면 그거만 보려고 하거든요. 근데 다현 씨와 얘기를 하다 보면 가려져 있던 부분까지 보게 되니까요.”
“에이……. 그건…….”
“진짜예요. 그리고 내가 본 전망이 맞다고 하더라도, 누구와 얘기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할 때 확신을 가질 수 있거든요. 저한테는 그런 사람이 다현 씨예요.”
한다현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연신 손을 휘저었다.
“저는 정말 좋은 동료를 만나서 좋아요. 주변 사람들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에요.”
“근데 그건 도경 씨 본인 덕이에요.”
조금 전만 해도 부끄러움을 주체하지 못하겠는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던 한다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실력이 좋은 사람 곁에는 질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 사람을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게 저예요. 저는 여기 온 첫날에 그 유명한 도경 씨를 봐서 반가웠어요.”
“…….”
“그리고 도경 씨와 한 팀이 되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그 이후는? 말해 뭐 하겠어요. 입만 아프지. 도경 씨 덕분에 지금 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트업 투자에 관련한 일도 할 수 있어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정말 인복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지이잉-
한참 한다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나갈 때, 도경의 손목에 있는 스마트워치에서 진동이 울렸다. 도경은 반사적으로 손목을 확인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좋은 일 있어요?”
도경의 얼굴에 미소가 자리 잡자 한다현은 의문이라는 듯 물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회사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했네요.”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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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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