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9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93화(9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93화
“오늘 어디 가니?”
이틀 후, 주말을 맞은 도경의 집은 평소와 달랐다.
보통 주말 도경의 집 풍경은 오전에는 쥐 죽은 듯 조용한 편이었다. 주중에 일하는 도경이나 공부하는 동생은 주말 오전에 부족했던 휴식을 몰아서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냥 두 아들이 자도록 두었는데…….
오늘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집안이 굉장히 분주했다.
“네, 어디 갈 곳이 좀 있어서요.”
어머니의 물음에 도경은 그리 답하고는 거실 소파에 앉아 양말을 주섬주섬 신기 시작했다.
“어디 가는데? 누구랑 만나니?”
“아, 그런 건 아니구요. 그냥 휴일이니까 평소 못 가 본 곳을 좀 가 보려고요.”
“그래? 안 쉬어도 돼?”
어머니의 걱정 섞인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그래도 엄마는 평일에 너나 도진이나 그렇게 늦게 오는데 주말엔 좀 푹 잤으면 좋겠네.”
“푹 잤어요. 어제는 저녁에 일찍 잤잖아요.”
도경이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저녁 먹고 들어올 것 같아요. 어제 용돈 드린 걸로 도진이랑 맛있는 거 드시고 들어오세요.”
도경은 어제 집에 오자마자 회사에서 받은 성과급 중 일부를 어머니와 동생에게 주었다.
두 사람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도경은 자신이 지금 회사에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가족들의 고생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무슨…….”
“그러지 마시고, 도진이한테 따로 얘기해 뒀으니까 가자고 하면 다녀오세요. 이럴 때 아들 노릇 해보는 거니까요.”
“알았다.”
어머니의 말에 도경은 싱긋 미소를 짓고는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올게요.”
인사를 하고 집을 나온 도경은 지하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보자, 주소가…….”
도경은 <고양이 사진 모음>이라고 적힌 앱을 켜고는 메시지 함으로 들어갔다. 한다현과 식사를 하던 도중 도착했던 메시지의 내용이 화면에 떠 있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윤도경 씨는 투자전문가로서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자신의 사례로 모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는 도경은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사례’라니.
“사례긴 했죠. 며칠간은 지옥을 갔다 왔지만.”
도경은 그렇게 푸념했다. 솔직한 속내를 말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지난 며칠간 자신을 향한 비판과 비난은 참기 힘들었다.
【세계의 정세는 분명 한 기업의 주가를 흔들어놓기는 충분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라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내 위치에 관한 공부일 뿐입니다.】
메시지를 보며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메시지가 왜 자신에게 의무가 있다고 말해왔고, 그것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늘리기와 어떤 연관 있었던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도경의 말로 인해 시장의 양극단에 치우친 의견들을 믿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그것이 이번 임무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윤도경 씨는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활약으로 자신이 우리의 선택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윤도경 씨는 그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보상: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제금융로8길…….】
보상에는 특정한 곳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앱 한 곳에는 새로운 메뉴가 생겼다.
[인증 키 NEW!]인증 키라는 메뉴였는데 눌러봐도 어딘가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라는 안내만 뜰 뿐이었다.
도경은 오늘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메시지가 알려준 주소로 향하려고 했다.
메시지에 적힌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도경은 차를 출발시켰고, 도경이 운전하는 차는 미끄러지듯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 * *
“여긴가?”
도경은 주변 공용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해당 주소로 찾아왔다.
도경이 선 앞에는 아주 커다란 빌딩이 있었는데 도경은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어우, 어지러워.”
순간 어지러워질 만큼 높은 빌딩이었는데 상업 공간과 고층 대에는 오피스텔이 있는 고층 빌딩이었다.
도경은 ‘쓰읍’ 하며 입맛을 다시고는 건물로 들어섰다.
“보자…… 2104호…… 여기네.”
메시지가 가리킨 호수 앞에 선 도경은 미심쩍은 눈으로 문을 바라보다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여러 번 눌렀음에도 안쪽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인증 키를 도어락에 가져다 대세요.】
진동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는데 도경은 메시지가 시키는 대로 인증키 메뉴를 눌러 도어락에 가져다 대었다.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자마자 특유의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은 문을 열었다.
“와…….”
문을 열자마자 좁은 현관 복도 사이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도경은 감탄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갈 때, 도경의 머릿속에서는 어린 시절 TV에서 새로운 집을 소개할 때 나오는 음악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지잉지잉-
도경이 집으로 들어오자 다시 한번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이곳은 윤도경 씨 이외에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주식시장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정보가 떠돌아다니는 곳입니다.】
【과장된 정보에 가려진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사색은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이곳은 오직 윤도경 씨를 위한 공간입니다.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이곳을 이용하세요.】
이게 가능한 일인지 새삼 고민했던 도경은 지난날 메시지를 통해 겪은 일들을 떠올리곤 피식하고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통유리로 된 거실의 한쪽은 한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책장에는 갖가지 책들이 갖춰져 있었다.
“와, 이거 소설 속 엑스트라 소장판이네.”
소설에서부터 인문학, 만화책, 경제 관련 도서까지.
작은 책장이었지만, 도경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은 듯한 책들이 꽂혀 있었다.
“어우, 편해. 잠도 자겠네.”
그리고 도경은 그 앞에 있는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았다.
앉자마자 소파가 마치 자신의 몸을 폭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편했다.
자칫하면 잠이 들 것만 같은 편안함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맛있는 거 많네.”
주방에는 도경이 좋아하는 종류의 간식들이 선반에 가득 채워져 있었고, 냉장고 안에는 도경이 좋아하는 맥주와 음료수, 그리고 간단히 요기를 때울 수 있는 음식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호캉스 안 가도 되겠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한쪽에 따로 있는 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긴 침실인가.”
도경은 의문을 가지며 방문을 열어젖혔는데 그 자리에 입을 쩍 하고 벌리고는 얼어붙었다.
“아이고, 과장님.”
도경은 기쁘게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방은 마치 1인 사무실을 표방하듯 책상과 의자, 컴퓨터.
그리고 도경이 놀란 주인공인 블룸버그 터미널이 방 한편에 있었다.
블룸버그 터미널은 각종 분석 차트와 전 세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의 리포트를 볼 수 있는 일종의 단말기였다.
“이게 왜 여기 있어.”
도경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만난 어린아이처럼 책상에 앉아 블룸버그 터미널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터미널에는 말한 기능들 이외에도 각종 선물의 가격 지표, 채권 가격 변동 지표 등 모든 경제 지표를 볼 수 있었다.
주식과 경제에 관한 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단말기의 1년 사용료 자체가 웬만한 증권사의 과장 연봉과 맞먹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블과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게 제일 좋은데요.”
도경은 메시지가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하며 단말기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뉴스야 <고양이 사진 모음> 앱에서 5분 빠르게 받아볼 수 있었지만, 거시경제 지표들은 이곳이 가장 보기 편했고, 또 기능도 다양했다.
한참 단말기를 만지던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듯 냉장고의 문을 열고 맥주를 한 캔 꺼냈다.
그러고는 거실의 바닥에 주저앉아 양반다리를 하고는 통유리 밖의 한강을 바라보았다.
“이거 받아도 되는 거예요?”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맥주캔을 딴 도경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처음이에요.”
도경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전한 자신만의 공간을 가졌다.
물론 월세방살이도 하긴 했지만…… 그때와는 다른 벅찬 감정이 가슴속에 차올랐다.
“그리고 우리 엄마보다 그쪽이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것 같고요.”
도경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마지막으로 맥주캔을 들어 올렸다.
“우리 엄마는 내 맥주 취향도 모르거든요.”
도경은 실없는 농담을 하며 평온한 주말 낮의 한강을 바라보았다.
잠깐의 사색을 마친 도경은 유리창을 향해 맥주캔을 들어 올렸다.
“고맙습니다.”
도경은 진심을 담아 인사를 하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 * *
“요 며칠 어떻습니까?”
며칠 후, 일상으로 돌아온 도경은 센터장실에서 센터장 하민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몸이 두 개라도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하민재는 도경을 호출해 최근 도경의 일에 관해 묻고 있었는데 도경의 답에 피식하고는 웃었다.
“전화가 많이 오죠?”
“네. 오늘도 미팅이 두 건이 잡혀 있습니다.”
업계 탑 PB인 이동혁과의 사건 이후 도경의 자산관리를 받기 위해 문의해 오는 고액 자산가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도경의 자리에 있는 전화나 휴대전화가 늘 통화 중 상태나 다름없으니 고객들은 본사나 센터에 따로 문의해 오기도 했다.
“몸은 힘들겠지만, 한때라는 거 알고 즐겨야 합니다.”
하민재는 자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를 도경에게 해주었다.
“오래가진 않을 테니 그때 가서 실망하지도 말고요.”
“네.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도경은 지금 몰리는 이 관심들이 한때라는 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성남지점에서도 여러 번 겪었던 일이었다.
어쩌면 스타 PB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좋습니다. 도경 씨는 내가 무언가를 가르쳐 주고 싶어도 가르칠 게 없네요.”
하민재는 안타깝다는 듯 얘기해 왔다.
진심으로 도경이 몇 년 후 업계를 이끌어갈 스타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명작에 점 하나를 남기고 싶어 하는 그런 욕망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닙니다. 센터장님을 보며 충분히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혹시 주말에도 일정이 있습니까?”
“아뇨. 저를 위해서, 또 고객님들을 위해서도 웬만하면 주말에는 일정을 잡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좋네요. 그럼 토요일 저녁에 시간이 됩니까?”
하민재의 물음에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하민재를 바라보았다.
“네. 별다른 약속은 없습니다.”
“그럼 나와 같이 갈 곳이 있는데, 가 볼래요?”
하민재는 그리 말하며 도경을 향해 봉투를 하나 건넸고, 도경은 양손으로 봉투를 넘겨받았다.
봉투에는 커다랗게 초대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혹시 이게 뭔지…….”
“음, 도경 씨 혹시 HMIC라고 들어봤어요?”
“네. 한국대학교 주식 동아리 아닌가요?”
“맞아요. 제가 거기 출신입니다.”
하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곳에서 매년 하는 행사인데 외부인도 참가할 수 있거든요. 나와 같이 가 보죠.”
가만히 하민재의 말을 듣고 있던 도경은 뜻밖의 제의에 놀란 듯한 표정으로 하민재를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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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