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9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94화(9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94화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앞에 있는 5성급 호텔의 정문에는 오늘따라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져 들어오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고급 세단들 사이에 서 있던 도경의 차로 직원이 다가와 묻자 도경은 품속에서 초대장을 꺼냈다.
“오늘 연회에 초대받았습니다.”
“아, 네. 저희가 대신 주차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차에서 내려 직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비용은…….”
“오늘 연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모두 무료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도경은 발렛파킹 카드를 받아 들고는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주말이라 그런지 호텔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도경의 눈에는 오늘 연회에 참석하는 증권인과 증권인이 아닌 일반인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우 씨, 직업병.”
보수적인 증권계 회사들이 많은 테헤란 밸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오가며 마주친 증권인들을 보며 생긴 고정관념이었다.
누가 들으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도경에게 생긴 직업병이었다.
“도경 씨.”
한참 로비에 서 있던 도경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센터장님.”
이제 막 호텔 로비로 들어선 센터장 하민재가 도경을 불러오고 있었다. 도경은 오늘 이곳에서 열리는 연회에 하민재의 지인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여기서 뭐 합니까? 행사장으로 들어가도 되는데.”
하민재는 자신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오는 도경을 향해 얘기했다.
“아, 그냥 좀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하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텔 로비를 둘러보았다.
“증권인들이 많네요.”
“네?”
도경이 묻자 하민재는 웃으며 걷기 시작했고, 도경은 그 옆으로 따라붙었다.
“고리타분한 정장에 차분한 색깔로 고른 타이, 그리고 각자의 회사 배지를 옷 앞섶에 달고 있죠.”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이 호텔의 위치가 테헤란 밸리에 있다는 것, 오늘 이곳에서 증권인들의 모임이 열린다는 것.”
도경이 생각한 것과 똑같은 얘기를 하민재가 해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연회가 열리는 행사장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오늘 연회를 주최한 측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초대장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주최 측 사람의 말에 하민재는 웃으며 초대장을 건넸다.
“아, 20기 하민재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올해 처음 들어온 기수들이죠?”
“네, 그렇습니다.”
하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제 지인 자격으로 참석하는 분입니다. 다들 고생들 해요.”
하민재는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고, 도경 또한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는 그의 뒤를 따라갔다.
“다들 어려 보입니다.”
도경은 조금 전 입구에 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말했고, 하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행사는 HMIC, 한국대학교 가치투자 동아리를 나온 사람들이 여는 행사니까요. 저 친구들은 현재 한국대학교에 다니는 동아리원들입니다.”
HMIC은 대한민국 최고 수재들이 들어간다는 한국대학교 경영대학 내에 있는 주식 학술동아리였다.
1998년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작게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국내 대학 중에서 가장 큰 주식 동아리가 되었다.
그리고 수재의 산실답게 증권사, 자산운용사, 헤지펀드사 등등 주식과 관련된 증권계에 수많은 사람이 진출했고, 지금은 국내 증권계를 이끌어가는 주축들이 되어 있었다.
“아, 그렇군요.”
“네. 착취하는 게 아닐까 하겠지만, 저래 봬도 꽤 많은 일당을 받고 하는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하민재는 도경의 속마음을 읽었다는 듯 말하고는 손에 음료를 들고는 걸어갔고, 도경 또한 준비된 음료를 들고 하민재와 함께 걸었다.
행사에 참석한 모두가 손에 음료를 들고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기하네요.”
“뭐가 말입니까?”
“보통 이런 큰 연회는 연말에 하잖아요. 지금은 4월인데…….”
도경의 물음에 하민재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통적인 증권사들의 결산월을 마친 기간이니까요.”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납득할 수 있었다.
연말인 12월에 수많은 행사가 있긴 하지만, 증권인들에게는 연말이야말로 가장 바쁜 때였다.
한 해간 거래된 펀드나 주식의 수익률을 체크 해야 했고, 새해의 투자계획을 세워야 하는 달이었다.
연말 행사와는 거리가 멀었고, 전통적으로 증권계의 결산월은 3월이었기 때문에, 결산월이 지나고 나서야 이런 행사들이 열린다는 얘기였다.
“어, 하센.”
도경과 하민재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가 하민재를 부르며 다가왔다.
“선배님.”
하민재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도경 또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게 얼마 만이야. 작년이랑 재작년에는 안 왔잖아.”
남자는 다가와 하민재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이쪽은 우리 센터 직원…….”
“윤도경 씨.”
상대는 도경을 알고 있다는 듯 이름을 말해왔고, 도경과 하민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갑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상대가 명함을 건네자 도경은 두 손으로 명함을 받고는 지갑에 비상으로 준비해 둔 명함을 꺼내 들었다.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고는 상대의 명함을 확인했는데 두 눈이 점점 커져갔다.
[태산증권 글로벌 운용자산팀 팀장 서우현]“하하하, 도경 씨가 선배님 명함을 보고 꽤 놀란 것 같습니다.”
“아! 아닙니다.”
도경은 자신이 너무 티를 냈나 싶어 표정을 숨기고는 상대를 바라보았는데 상대는 도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도경 씨가 익숙한데, 도경 씨는 내가 처음이니 그럴 수도 있지요. 조현석 교수와 싸울 때부터 쭉 지켜봤었습니다.”
도경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이동혁 선임을 보기 좋게 눌러놨다지요.”
상대가 그리 말하자 도경의 옆에 서 있던 하민재는 기분이 좋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공치사를 잘 못 하는 성격입니다.”
하민재가 도경을 대변하듯 얘기하자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앞으로 업계에 있으면 자주 볼 것 같으니 내 눈도장을 찍으러 온 거예요.”
“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도경이 그리 인사를 하자 상대는 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하고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이후로도 여러 사람이 찾아와 도경과 하민재와 인사를 나누었다.
하나같이 대한민국 증권계를 이끌어가는 중추들이었다.
“행사가 시작하네요.”
시간이 다가오고 행사가 시작되자 현재 동아리 회장이 사회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면에는 이 행사를 축하하는 인물들의 축하사가 나오고 있었다.
“다음 순서는 이 HMIC을 정의하신 3기 강성호 선배님께서 축사를 하시겠습니다.”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손뼉을 쳤다. 그리고 한 남자가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섰다.
남자는 도경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대한민국의 행동주의 펀드를 뿌리내리고, 또 매년 엄청난 돈을 버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대표였다.
「강성호 펀드 1호, 10년간 누적 수익률 488%, 사모펀드 역사를 새로 쓰다.」
「강성호 펀드 2호, 1,300억 원 모집. 2시간 만에 완판.」
「강성호 KFSG 회장은 누구? 국내 1세대 행동주의 펀드 만든 증권계의 스타.」
“도경 씨도 누군지 알죠?”
“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강성호는 최근 증권계의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었다.
소수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를 운용하는 운용사는 기존에도 국내에 많았지만, 여기에 행동주의를 더한 사모펀드를 만든 것은 그가 최초였기 때문이다.
“국내에 행동주의를 뿌리내리신 분 아닌가요?”
행동주의 투자는 한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얘기했다.
즉, 의결권이 강해질 만큼의 지분을 확보해 주주총회에서 경영에 관해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펀드였다.
강성호는 국내의 재벌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구조개선을 요구하며, 재벌가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그로 인해 스타가 된 인물이었다.
“더불어 HMIC을 가치투자 동아리로 만드신 분이죠.”
하민재가 그리 얘기하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단상에 서 있는 강성호를 바라보았다.
“원래 HMIC은 그저 주식 동아리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무슨 주식 투자냐 하는 시선들과 주식 자체를 도박이라고 보는 시선 때문에 하나둘 동아리원들이 탈퇴하던 때가 있습니다.”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이 나온 지방국립대에도 주식 동아리가 있었고, 그런 시선과 싸워야 했었으니까.
“3기였던 강성호 선배님은 당시 동아리 회장과 함께 동아리를 가치투자 학술동아리로 바꾸자고 제의했고, 그렇게 바꾼 이후 우리는 차별적 시선을 덜 수 있었습니다.”
가치투자는 기업의 가치에 믿음을 둔 투자를 얘기했다.
즉, 회사의 가치는 회사가 벌어들이는 순자산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성장 가치와 수익가치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가령 이번에 도경이 유튜브 채널에 나가 추천한 하이온에 대한 투자 방식은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회사가 저평가를 당하고 있다는 가치에 따른 투자였다.
“그리고 HMIC을 나온 대부분은 현재 증권가의 중추가 되어 계시고요.”
도경이 자신의 말을 받자 하민재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내 자랑 같아서 말할 수 없었는데 도경 씨가 말해주니 좋네요.”
도경과 하민재는 그리 말하며 강성호의 축사를 지켜봤다.
짧고 굵은 축사가 끝이 나자 행사는 성격에 맞게 연회로 변해갔다.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요즘 업계와 세계정세에 관해 토론을 나누었다.
“앞으로는 로봇에 돈이 몰릴 것 같은데.”
도경 또한 하민재의 지인들과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로봇이야 뭐 늘 뜨거운 주제긴 한데…….”
확실히 투자전문가들답게 앞으로의 산업시장을 예측하는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로봇은 아무래도 아직 결과물이 없으니 좀 더 지켜봐야지 않겠어? LTI로 들어갈 시장을 찾는 게 우선이지.”
“그나저나, 민재 너는 LTI 전략 있어? 좀 더 뭐 좋게 보는 테마라든가.”
LTI는 Long Term Investments.
즉,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테마를 물어오고 있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혹시 도경 씨는 있습니까?”
하민재의 물음에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 올해 초 센터 내부적으로 장기투자로 좋을 만한 섹터를 지정했기 때문이다.
도경이 놀란 표정을 짓자 하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그의 속내를 알 것만 같았다.
“신재생 에너지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태양광, 2차전지, 원전 관련주들로요.”
“2차전지는 완성 쪽?”
“아뇨. 완성 쪽은 앞으로 변해가는 정세에 대해서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좋겠지만, 일단은 소재, 부품, 장비 쪽으로 특히 음극재가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실리콘 음극재를 누가 먼저 시장에 개발해서 내어놓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 같죠?”
하민재가 이 자리에 자신을 데려 나온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인맥을 연결해 주려나 했는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윤도경이란 사람을 이 바닥에 알리고 싶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하민재가 깔아준 판에서 도경은 도망갈 생각이 없었다.
쏟아지는 질문에도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 하지만, 어느 한 업체가 먼저 치고 나간다고 해도 음극재 쪽은 워낙 국내 기업들이 강세라서요. 금방 따라갈 거라 생각합니다.”
“좋네요. 그 점은 나도 그런 전망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완성 배터리 쪽은 왜? 아무래도 IRA 법안 때문인가?”
“배터리 완성 쪽도 미래화학을 제외하면 모두가 좋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미국 전기차 업체와 합작사를 만들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으니까요. 잠시 부침이 있더라도 곧 미국 생산 라인이 돌아가면 좋을 거라 봅니다.”
도경의 능숙한 답에 모두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하는 테마도 있습니까?”
한참 도경이 쏟아지는 질문에 능숙하게 답하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그러고는 모두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는데.
단 한 사람, 도경만이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진 사람을 보고 얼어붙어 버렸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