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9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95화(9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95화
“그럼 혹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하는 테마도 있습니까?”
“선배님.”
모두가 도경을 향해 물어오는 사람을 보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지나가다 들으니 너무 재미있는 얘기들을 하고 있길래. 조금 끼고 싶은데 괜찮겠죠?”
일행으로 다가온 사람은 조금 전까지 단상 위에서 축사를 하던 강성호였다. 잠시 얼어붙어 있던 도경은 정신을 차리고는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윤도경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경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국내 가치 투자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강성호가 자신을 알고 있다니.
도경이 주식을 처음 시작한 것은 피터 브라운의 영향이었다.
피터 브라운도 가치투자의 찬양론자였고, 도경은 국내 사정에 관해 공부하면서는 눈앞에 있는 강성호의 책을, 또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읽으며 공부를 했었다.
“저, 저를 알고 계시나요?”
도경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강성호를 향해 물었고, 주변에 있는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요. 윤도경 매니저 이름이 어디를 가도 들리는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강성호와 같은 인물은 도경보다 수십, 수백 배 바쁜 인물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그가 만든 펀드만 해도 수십 개고, 그 펀드에 속한 기업만 수백 개, 그리고 그의 펀드에 투자한 고객만 해도 수천 명이다.
대한민국 증권계를 이끌어가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는 도경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처음 들은 건 조현석 교수와 입씨름을 하고 있는 증권사 직원이 있다길래 참 시간이 많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강성호의 말에 도경은 부끄러웠다. 강성호와 같은 사람들도 조현석과 같은 대표적 시장 비관론자를 싫어하지만, 굳이 상대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아, 흉을 보려고 한 말은 아니니…….”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 결과를 지켜보니 좀 통쾌하더군요.”
도경을 안다고 말해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조현석과의 에피소드를 얘기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 이동혁 선임을 이긴 것도요. 이동혁 선임을 증권가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동혁 또한 그랬다.
이 자리에서 모두가 이동혁과 도경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해오며 도경을 아는 체해왔다.
도경은 어찌 보면 업계 탑에 있는 이동혁과의 해프닝에서 얻은 또 하나의 보상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증권계의 모든 사람에게 윤도경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었다고 생각했다.
“영광입니다.”
도경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강성호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윤 매니저님께서 좋지 않게 보는 업종도 있습니까?”
강성호는 꼭 답변을 들어야겠다는 듯 처음 던진 물음을 다시 한번 던졌다.
“사실 올해는 어디나 다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때 도경 대신 무리에 있던 누군가가 농담하듯 얘기를 던지자 모두가 피식 웃었다.
“그렇지. 올해는 어디나 다 힘들겠지. 그래서 자네들도 장기투자 테마에 관해 얘기하고 있던 거 아닌가? 하지만, 이 시장에서도 우리는 수익을 찾아야 하는 직업인데 어쩌겠나?”
강성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마치 업계에서 10년, 20년 있었던 사람들이 어린 조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도경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는 거야. 우리야 업계에 오래 있었으니 이때쯤 어떻겠는지 알고는 있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떤 전망을 보고 있나 궁금해서.”
강성호 또한 그리 얘기하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화장품이나 미용 쪽을 조금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용이라…… 아무래도 중국 쪽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이라 그렇습니까?”
강성호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작은 내수시장을 넘어 중국 시장을 개척하며 지난 몇 년간 굉장히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주가도 많게는 수십 배 단위로 성장을 했습니다만, 말씀해 주신 대로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된 상황입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문제점은 작은 내수시장이라는 것이었다. 내수시장이 작으니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려야 했는데 이 시점에 국내 화장품 회사에 눈에 들어온 것은 중국 시장이었다.
“화장품의 품질 대비 가격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한창 성장해 나가던 중국에서 국내 화장품은 꽤 사랑받았습니다.”
“그렇죠. 국내에 여행 오는 중국인들도 면세점에서 국내 화장품을 사갔으니까요.”
강성호가 말을 받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과 애국 마케팅으로 인해 중국 국산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에 자리를 많이 빼앗겼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고급 라인을 만들며 브랜드 고급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지난 몇 년간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을 한 터라…….”
중저가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로 변신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다.
하지만, 이미지를 바꾼다는 것은 그렇게 쉽게 되는 일도 아니었을뿐더러 명품은 브랜드 장사였다.
기존에 있는 명품 화장품들보다 더 낫다고 하더라도, 명품 화장품을 사는 고객들은 이미 쓰던 것을 계속 쓰는 것을 택할 가능성이 컸다.
“미국이라든지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그쪽에서 자리를 잡고 매출이 나올 때 사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도경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전망이네요. 확실히 국내 미용업체들이 중국 의존도가 높긴 했죠.”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이런 시장에서도 우리는 수익을 봐야 하지만, 만약 저라면 미용 쪽은 피할 것 같습니다.”
강성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내 생각도 같습니다. 최근 우리 펀드에서 그쪽을 배제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거든요.”
강성호가 그리 얘기하자 도경은 등에 식은땀이 났다. 이미 그는 이런 생각을 해오고 있었고, 만약 그의 생각과 다른 답을 도경이 내어놓았다면 그가 실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쟁이들이 모이면 하는 얘기야 늘 똑같습니다만, 오랜만에 이 판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젊은 친구가 보여 한번 물어봤습니다. 실례한 건 아니지요?”
“물론입니다. 오히려 대표님과 이런 주제로 얘기를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나중에 또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성호는 그리 얘기하며 자신의 명함을 꺼내 도경에게 건넸고, 도경 또한 명함을 그에게 건넸는데, 강성호는 명함을 바라보다 지갑에 넣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좀 해도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나중에들 봅시다. 즐겁게 놀다 가요.”
강성호는 모두를 향해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연회장을 나섰다.
“언제 봐도 열린 양반이네.”
그때 무리 중 한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저분의 장점이지. 누구 하나 무시 안 하고 얘기 다 들어주는 것 말이야.”
“업계 탑에 올라가려면 저런 여유도 필요한 건가. 어렵다. 어려워.”
들려오는 얘기를 들으며 도경은 손에 쥔 강성호의 명함을 한참 바라보다 신줏단지 모시듯 지갑에 넣고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도 이만 슬슬 갈까요?”
연회의 끝 무렵 즈음 센터장 하민재가 도경을 향해 말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는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오늘 센터장님 덕분에 업계의 여러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도경이 그렇게 인사하자 하민재는 피식하고 웃었다.
“자랑하고 싶어서요. 우리 회사에 이런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것도 내 밑에.”
“네?”
“선진에서 이직 제의받았죠?”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괜찮습니다. 나쁜 게 아니잖아요.”
“아닙니다. 말씀은 드려야 했던 것 같은데…….”
“업계가 좁아서요. 이런 소문은 금방 납니다. 물론 저는 이동혁 선임에게 들었습니다만.”
“이동혁 선임님과 아시는 사이셨나요?”
도경은 의문이라는 듯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관계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친하지는 않지만, 왕래는 있습니다. 어쨌든 이동혁 선임이 얘기해 주더군요. 조건도 안 보고 거절한 첫 사람이라고.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도경은 가만히 하민재를 바라보았다.
“우리 회사가 다른 증권사들보다 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해준 건 없는 것 같은데. 왜 남았습니까? 나도 궁금하네요.”
“어…….”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하민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셔서 좋았습니다.”
“뭐라고요?”
“리더스센터에 자리 잡은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실력은 확실하니 따로 터치하지 않는 분위기 말입니다.”
“…….”
“물론 더 좋은 조건을 받고 선진으로 옮기면 저야 좋겠지만, 그곳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그때는 다른 이유로 거절했지만, 후일 도경이 이동혁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이직을 거절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이유였다.
“이만큼 조건을 올려줘서 데려왔는데 당연히 회사에는 저에게 더 요구하는 게 클 테고요.”
“그렇겠죠.”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제 위치가 좋습니다. 언젠간 제 후배가 들어올 것이고, 저에게 바라는 것들이 많아질 테지만…… 지금은 이 위치에서 좀 더 즐기고 싶어요.”
도경의 말에 하민재는 피식하고 웃었다.
즐긴다니…….
일을 즐기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도경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것을 얻은 사람처럼 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마인드 좋네요.”
도경은 가만히 하민재를 바라보았다.
“그런 마음이니 그런 성과를 내는 것이겠죠.”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도경 씨가 말한 대로 기대는 하되, 부담은 주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원하고 한 말 아닌가요?”
하민재의 농담 섞인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좋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 고약한 사람들 틈에서 대화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얘기해 주니 고맙네요. 그럼 모레 회사에서 봅시다. 조심히 들어가요.”
“네, 들어가십시오.”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하민재는 도경의 등을 두드려 주고는 호텔 로비를 나섰고, 도경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하암…….”
이틀 후, 지난 주말을 즐겁게 보낸 도경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사무실로 들어선 도경은 자리로 가 가방을 던져두고는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이런 생활 자체가 어쩌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나 다름없었지만, 이제는 아침 일찍 출근해 텅 빈 사무실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파이…….”
부스럭-
파이팅을 다지며 하루를 시작하려던 도경은 사무실 내에서 들려오는 부스럭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늘 제일 일찍 출근하는 도경이었기에 사무실에 누가 있을 리가 없었다.
도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부스럭-
그때, 다시 한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그러고는 한 자리 앞에서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현 씨!”
부스럭거리는 소리의 주인공은 한다현이었는데 언제 출근한 것인지는 몰라도 모니터 화면에 빨려 들어갈 듯한 모습이었다.
“다현…….”
도경은 불렀는데도 반응이 없는 한다현의 모습에 자세히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책상 위를 톡톡 하고 쳤다.
“엄마!”
그러자 화들짝 놀란 한다현이 도경을 바라보았다.
“아니! 도경 씨, 언제 왔어요! 정말 놀랐잖아요.”
도경은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한다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귀에 이어폰을 빼라는 듯 손짓했다.
도경의 몸짓을 본 한다현은 자신의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다는 걸 깨달은 듯 이어폰을 빼고는 멋쩍은 듯 웃었다.
“미안해요. 이게 꽂혀 있었구나.”
“오늘 일찍 나왔네요? 언제 나온 거예요?”
도경이 묻자 한다현의 얼굴에는 방금까지 자리 잡았던 웃음기가 사라지고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도경 씨, 저 죽을 것 같아요.”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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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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