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255)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255화(255/404)
255화. 내 사전에 두번째 마린스는 없다(3)
어마어마한 홈런의 숫자나 그 비거리. 그리고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터져 나오는 홈런으로 인하여 나의 파워는 대부분 경우에 80점으로 평가 받고 있었다. 메이저에서도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만한 힘이라는 뜻이다.
뭐 이렇듯 파워라는 것이 사실 장타나 홈런을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이니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파워도 좀 엄밀히 따져보면 Raw Power와 Game Power로 나눠볼 수 있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순수한 근력과 게임 내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 정도다.
500kg을 들 수 있는 스트롱맨이 만약 야구를 한다면 그리고 일단 제대로 공을 두들길 수 있다면 아마 그 비거리는 엄청날 거다. 이게 Raw Power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공을 두들길 수 있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다. 아무리 강한 힘이 있어도 공을 칠 수 없으면 야구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이 공을 두들길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 실제 경기에서의 Power를 Game Power라고 부른다.
“많은 이들이 스완 당신의 홈런에 주목을 하죠. 특히 그 엄청난 비거리와 기기묘묘한 자세에서 나온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대단한 힘에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양키스의 판단에 따르자면 그건 엄청난 힘이라기보다는 터무니없는 수준의 타격 스킬에 가깝습니다. 아닌가요?”
“맞습니다.”
내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완을 보고 있으면 이치로 그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아, 물론 아시안은 다 똑같다는 인종차별적인 발상은 절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별로이긴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야구 선수에게 스즈키 이치로를 연상케 한다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욕이 될 수는 없죠.”
“맞습니다. 이치로 그 친구는 그런 친구였죠.”
“그런데 대체 어떤 부분에서 스즈키 이치로 선수가 연상이 된다는 건지는 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제가 스즈키 이치로 선수와는 매우 다른 타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물론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래 사람은 비슷해야지만 그걸 연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완전히 정반대일 때도 그걸 연상하게 되죠.”
스즈키 이치로는 충분히 장타를 쳐낼 수 있는 타자였다. 아마 그가 평범하게 좋은 타자가 되려고 애썼더라면, 그래서 NPB와 완전히 똑같은 스타일을 추구했더라면 2할 7푼 내외에 15홈런 정도 가능한 타자가 됐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치로는 선택을 했죠. 컨텍에 극단적으로 전념을 하겠다는 특이한 선택을요. 지금에 와서야 생산성이니 뭐니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만 사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이치로의 선택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비슷한 WAR이라고 했을 때, 아니 오히려 총 수치에서 3이나 4정도 높다고 하더라도 그 터무니 없는 숫자의 안타가 주는 임팩트를 넘어설 수는 없었으니까요. 저는 그 선택이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스완 당신이 KBO에서는 안타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홈런 신기록을 선택했던 것처럼 말이죠.”
“제 타율이 0.398이었던 건 아시죠?”
“빅리그를 기준으로 Hit에서 80점을 받는 타자라면 AA에서는 4할을 치더라도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죠. 심지어 80점이라는 점수는 그 위로는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때도 주는 점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오히려 4할이 안 된 게 더 놀라운 일 아닐까요?”
뭐랄까?
자신들의 분석력을 자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나를 추켜올려준다. 과연 역사상 가장 더러운 성격의 구단주라는 조지 스타인브레너와 그 망나니 아들들 밑에서 30년이나 양키스라는 팀을 이끌어온 관록이 엿보인다.
“그래서 양키스가 생각할 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저는 KBO에서 뛸 때와 달리 홈런에 집중하기보다는 최적화된 형태로 30개 전후의 홈런과 3할의 타율을 보여주는 타자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인가요?”
“아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브라이언 캐시먼이 매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10년 전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영입하려 할 때 저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에 근거하여 그에게 가장 적절한 길을 ‘권유’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희의 아주 커다란 오판이었음이 밝혀졌죠. 그리고 그 오판이 만들어낸 실패는 너무 치명적이었고요.”
뭐, 그게 진짜 ‘권유’였는지는 제쳐 두고라도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담담히 인정하는 성공한 어른의 모습은 확실히 신선했다. 미국이고 한국이고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그리고 나이를 먹은 사람일수록 사과, 혹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그런 실패를 통해 저희 양키스는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찾았다는 점입니다.”
“그 말씀은?”
“저 수치는 그저 스완의 KBO 기록을 보고 만들어낸 저희의 수치일 뿐입니다. 스완의 나이는 이제 고작 20살이고 얼마든지 더 발전할 수 있죠. 돕겠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전적으로 스완 당신이 원하는 방향이 될 겁니다. 물론 저희는 양키스이고 이겨야 하는 팀입니다. 그러니 투타겸업에 있어서 무제한적인 지원을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건!!”
무언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려는 테드 박을 브라이언 캐시먼이 손짓으로 제지했다. 그 작은 손짓에는 매우 기묘한 박력이 담겨 있었는데 그 때문일까? 테드 박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평자책이 10점이 나오는데 메이저에서 계속 선발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매년 세 번의 선발 등판을 보장하겠습니다. 그리고 20이닝 이상의 피칭도 약속 드리죠. 물론 다른 팀에서는 이보다 더한 기회를 보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최정상에 설 수 있는 팀과 어느 한 선수에게 성적과 상관없이 이 이상을 제안한다는 것은 결코 병립할 수는 없습니다. 이걸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당신에게 정도를 넘어서는 제안을 할 수 있는 팀은 당신 외의 선수에게도 그 ‘정도’를 넘어서는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을요.”
테드 박이 뭔가 반박을 하고 싶은 모양으로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쉽게 반박을 하지 못했다. 지금 테드 박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은 이 노인의 논리가 엄정해서가 아니었다. 마치 자세가 조금 무너지더라도 힘이 있다면 우격다짐으로 담장을 넘겨버릴 수 있는 것처럼 고작 170cm의 작은 키에 올해 나이 60을 넘어가는 이 노인의 말에는 매우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나와 함께 하는 것은 테드 박만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계속해서 이 회사와 계약을 유지할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 나의 이번 계약은 고작 500만 달러짜리 계약이지만 나는 500만 달러짜리 선수가 아니었다.
제임스 밀러.
제임스 코퍼레이션의 대표가 브라이언 캐시먼의 말에 답했다.
“브라이언씨 아직 커피도 한 모금 안했는데 너무 열변을 토하시네요. 물론 우리 최 선수가 영어를 잘 하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빠르게 쏘아붙이시면 다 알아듣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뭐, 뜻은 일단 잘 알겠습니다. 설사 평자책이 10점을 넘어가더라도 3번의 선발. 그리고 20이닝의 피칭 기회를 계약 기간 내내 보장하겠다. 뭐 그런 말씀이신 거군요.”
브라이언 캐시먼의 이야기에 은근슬쩍 계약 기간 내내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제임스 밀러. 그런데 놀랍게도 캐시먼이 거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기에 더하여 우리는 스완 선수를 위해서 정말 많은 데이터를 준비했다네. 지난 2020년 이후로 7년 동안 우리는 꾸준히 투타를 겸할 수 있는 선수를 육성하려고 시도했었고 그렇게 쌓인 데이터 역시 만만한 양이 아니지. 유감스럽게도 그 대부분의 실패의 경험이긴 했지만······.”
제임스 밀러를 향해 이야기하던 캐시먼이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거기에 오타니 쇼헤이라는 특별한 인간의 성공담이 더해지니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더군요. 스완. 내가 분명히 장담하건대 그 어느 팀을 가더라도 ‘투타겸업’에 관한 지원에 있어서는 결코 우리 양키스 이상이 될 수 없을 겁니다.”
상당히 인상적인 첫 만남이었다.
물론 거기서 끝은 아니었다. 이후로도 여러 가지 실무진과의 이야기나 구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조금 더 세부적인 조건에 관한 이야기들도 오고 갔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나에게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브롱크스에서 퀸스로 이동하는 길.
리무진에 나란히 앉은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최 선수. 아무래도 양키스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야. 이전에 오타니 쇼헤이를 놓친 결과가 어지간히 뼈 아팠었는지 이 정도 조건들이면 내가 알던 양키스가 아니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인데?”
“그러게요. 조건만 따져보면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 같은데요?”
“다행이지. 이렇게 된 이상 다른 팀들과의 협상도 이 조건들을 기본으로 삼아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일단 메츠부터 그렇게 해보도록 할게.”
제임스의 이야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아무리 다른 팀들에서 나를 원한다고 해도 지금 양키스가 건낸 조건 이상을 건내는 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내가 KBO에서 엄청난 기록을 세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직 빅리그는 밟아보지도 못한 상황이었고. 내가 지난 삶에서 경험했던 빅리그의 보수성이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뭐? 쩨쩨하게 3경기 선발에 20이닝? 흥, 걱정하지 마. 우린 무조건 그 이상으로 간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저연봉일 때 알뜰하게 부려먹고 우승 한 두 번 하면 FA로 내보내는 그런 팀들 많잖아. 난 메츠를 그런 팀으로 만들 생각이 없어. 한 번 M&M을 만들었으면 마지막까지 그걸 유지하는 것이 스포츠의 로망 아닌가. 설사 사치세를 몇천만 달러 내더라도 괜찮아. 어차피 죽어서 돈 싸 들고 갈 것도 아니고. 기사로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작년에 벌어들인 돈만 20억 달러야. 메츠에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으니까. 그 원하던 조건인 지속해서 우승에 도전 가능한 팀. 그거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팀이자 내가 원하는 팀이거든. 메츠로 와. 법으로 정해진 최저연봉 기간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것만 지나면 곧바로 야구 외의 것은 아무런 걱정 없이 야구만 하게 해줄 테니까.”
빅리그의 보수성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하지만 왜 어딘가에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닌가 돌아보라고.
현실에 그 말을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 뉴욕 헤지펀드의 왕.
뉴욕 메츠의 구단주인 스티브 코헨이 빅리그의 보수성이고 나발이고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버리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뭐랄까?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전략이랄까?
‘최 선수. 여기 조금만 살살 긁으면 엄청난 조건도 가능하겠는데?’
그리고 아무래도 이 전략.
내 에이전시인 제임스 밀러의 마음에는 완벽하게 쏙 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