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03)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03화(303/404)
303화. 저길 봐라(12)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
‘마케팅의 목적은 소비자의 결핍된 니즈를 발견. 그것을 충족시킴으로써 자발적인 구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YES네트워크의 제니퍼 강은 조금 특이한 여자였다. 그녀가 YES네트워크에 근무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에 읽었던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일본의 소설책 때문이었는데 물론 그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는 현실에는 조금도 적용될 수 없었다.
“현재 양키스의 소비자들에게. 아니, 메이저리그의 소비자들에게 결핍된 니즈는 판타지입니다.”
“판타지?”
“네, 명백한 초인들이 나와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는 그런 판타지요.”
“계속해봐.”
제니퍼 강이 말을 이어갔다.
“최근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퍼포먼스가 바로 그 부분을 정확히 자극했었다고 봅니다. 투수오 타자.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부분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바로 그 모습이요. 물론 전문가들이야 뭐 로스터의 한 자리를 어쩌고 저쩌고. 투수 슬롯이 뭐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보통 사람은 그딴 거 관심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 최수원 선수도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자? 하지만 이미 우리는 그러고 있잖아.”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죠. 최수원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와는 다르죠.”
“그래, 물론 투수로서 조금 약하기는 하지. 하지만 당연한 일이야. 이제 고작 스무살이잖아. 벌써부터 오타니 쇼헤이 선수 같은 경우도 처음부터 투타에서 그렇게 완벽한 모습을 보인 게 아니었어. 게다가 심지어 최고 구속의 경우는 이미 오타니 쇼헤이의 최고 기록에 근접했잖아.”
“아니,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요. 지금 그건 저기 스카우트 팀이나 그런 애들이 고민할 부분이고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마케팅 적인 측면에서 이야기잖아요.”
“마케팅?”
“네, 텀이 너무 짧아요. 물론 오타니 쇼헤이는 충격적이었죠. 하지만 그 이후는 뭐 종합적인 퍼포먼스나 선수의 가치 평가 같은 거로는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더라도 앞선 오타니가 너무 충격적이었던 만큼 직후에 그와 비슷한 스토리는 임팩트가 조금 부족하거든요. 최근에 최수원 선수와 알렉산더 맥도웰 선수의 라이벌리에 화제성이 저희가 그렇게 밀었던 차세대 투타 겸업 스타 탄생이라는 이야기의 화제성을 완벽하게 압도했던 게 그걸 증명한다고 봅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알렉산더 맥도웰이랑 계속해서 연결해서 이야기를 전개해보자? 근데 보스턴이면 또 몰라도 이제 시리즈 하나 남은 그쪽이랑 계속 연결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아니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죠. 현역 선수와의 라이벌리도 좋지만 사실 진짜 임팩트 있는 건 우리가 모두 아는 전설적인 선수와의 비교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오타니 쇼헤이의 투타겸업도 루스라는 전설적인 선수의 위업에 기댄 면이 있었죠. 근데 엄밀히 말하자면 루스의 경우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2시즌 정도 기간이 겹쳤다고 봐야지 오타니 쇼헤이처럼 진짜 투타겸업에 진심이었다고 보기는 힘들죠. 하지만 당시에도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중요한 건 ‘야구의 신’ 이후로 처음 탄생한 투타 겸업이라는 타이틀이었으니까요. 잘생기고 섹시한 ‘아시아인’이 무려 야구의 신에게 도전한다. 너무 좋은 프레임이죠.”
“그래서? 최수원의 프레임을 누구로 어떻게 잡자는 거야?”
제니퍼 강이 웃었다.
“그야 굉장히 좋은 모델이 있잖아요. 그것도 무려 ‘둘’이나요.”
***
[미쳤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그냥 미쳤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11경기 연속 안타!! 정말 불안할 틈을 주지 않고 있어요. 아니, 이런 기록 같은 게 걸려 있으면 뭔가 쫄리는 맛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최수원 선수. 그냥 첫 타석부터 시원하게 기록을 경신해버립니다.] [지금 시즌이 시작되고 16경기째거든요. 시즌의 1/10정도가 지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최수원 선수 지금까지 총 11경기 출장에 9경기 선발 출장. 38타석 33타수에 17안타. 볼넷이 5개. 슬래시라인이 0.515/0.579/1.333으로 OPS가 1.912를 기록 중입니다. 아니, 시즌의 10%가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숫자가 아니거든요. 11경기 연속 안타에 5할 타율이라뇨.] [확실히 휴식일이 조금 많긴 했습니다만 정말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더없이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투수로 지금까지 17.1이닝 8실점. 20살 선발 투수가 평자책 4.16을 기록 중이라면 그것도 방망이 화끈하기로 유명한 아메리칸 동부지구라면 이거 충분히 대단한 유망주거든요. 심지어 최고 구속이 무려 103마일을 웃도는 투수예요. 그런데 그런 투수에게 그냥 타자 전업. 심지어 이 선수 야수 수비 연습 된 것도 없어서 1루수나 지명타자로 뛰어야 하는데 그냥 타자로 전업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진지하게 나올만한 성적입니다.] [저는 다른 건 모르겠고 지금 38타석. 오늘 경기를 다 소화한다고 해도 42타석이면 산술적으로 봤을 때 규정타석에 거의 70타석 정도 부족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네요.] [뭐, 그 부분은 제프 클라크 감독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뭐 정말로 이런 비율 성적을 꾸준히 기록해준다면 규정타석에 좀 미달하더라도 전 충분히 MVP가 가능한 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규정 타석에 미달한 MVP 타자 사례가 있었나요?] [네, 1979년 피츠버그의 윌리 스타겔이 세인트 루이스의 키스 에르난데스와 함께 공동 수상을 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아, 물론 전 지금 최수원 선수의 미친 기록이 시즌 내내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만약에······. 그러니까 정말 만약에 토니 그윈 룰을 적용해서도 4할을 달성한다면······.]타석에 타일러 비트가 올라왔다.
3루 베이스를 밟은 채 엉덩이를 툭툭 털고 있던 나에게 보스턴의 3루수인 라파엘 데버스가 말을 걸어왔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타자로 지난 2023년에 보스턴과 11년 3억3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3루수다. 커리어 OPS가 0.893으로 매우 뛰어난 타자다. 다만 1.0이상으로 폭발했던 시즌도 두 시즌이나 있는데 모두 MVP 2위를 기록하며 MVP를 수상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서 그런가 묘하게 정이 간다.
“루키. 너 발도 제법 빠르네?”
“방망이만큼은 아니지만, 이 다리도 제법 쓸만하지. 아니, 근데 그보다 저 미친 담장은 어떻게 좀 할 계획은 없는 거래? 저 빌어먹을 담장만 아니었어도 그냥 걸어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하하, 그린 몬스터 상단을 맞춘 타자들이 하는 말은 항상 똑같네.”
“그러면 네 대답도 그러면 똑같겠네?”
“정답이야. 운영진이 그러는 데 저기 그린 몬스터 위쪽 좌석이 그렇게 비싸다고 하더라고. 아마 이 구장을 버리고 새로 구장을 짓더라도 얘들은 그린 몬스터를 또 만들 것 같더라.”
“젠장.”
“하지만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고. 대신 3루타는 훨씬 잘 나오니까. 게다가 홈런만 따져도 여기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훨씬 유리해. 이건 내가 좌타자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데이터가 증명한다니까?”
별 의미 없는 잡담 사이에서
-따악!!
타일러 비트가 태너 하우크의 두 번째 공을 크게 퍼올렸다.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
“오, 이거 안타일 수도 있겠는데? 그냥 지금 달리는 거 어때?”
“지금은 나한테 말 걸기보다 수비에 조금 더 집중하는 걸 추천하고 싶은데?”
그린 몬스터 근처.
정말로 조금만 더 뻗어 나갔더라면 담장을 맞고 안타가 됐을지도 모르는 타구를 좌익수인 요시다 마사타카가 잡아냈다.
빠른 질주.
요시다가 빠르게 뿌린 공이 라파엘 데버스의 글러브를 거쳐 그대로 홈까지 날아왔다. 매우 깔끔한 중계플레이였지만 당연히 나의 발이 그보다 훨씬 빨랐다.
“세이프!!”
[1회 초 1:0!! 양키스가 선취점을 뽑아냈습니다.] [최수원 선수가 타자로 나오는 경기는 확실히 득점 지원이 조금 남다릅니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죠. 0.515/0.579/1.333에 7홈런 타자인데 당연히 득점 지원이 남다를 수밖에요.]몸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수고했어.”
몇몇 선수들과 가볍게 주먹을 부딪혔다. 1회 초에 깔끔한 선취점이다. 당연히 분위기가 나쁠 수가 없······.
아, 있구나.
저기 구석에 음침한 아우라를 풀풀 풍기는 녀석이 하나 존재했다.
도밍고 로드리게스.
어제 경기의 8이닝 1실점 패전 투수.
녀석이 눈으로 소리쳤다.
‘어제 경기에서 이런 거 하나만 해줬어도 내가 패전 투수가 되는 일은 없었잖아!!’
물론 깔끔하게 녀석의 시선 따위 무시한 채 경기장에 집중했다.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4번 타자. 앙헬 카브레라. 5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1회 초. 양키스의 공격이 이렇게 끝이 납니다.]확실히 최근 우리 타자들의 타격감이 좀 저하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타격 사이클이 좋은 타자가 있으면 나쁜 타자도 있고 하면서 타선의 전반적인 밸런스가 좀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이번에 우리가 15경기 가운데 무려 11승이나 챙겨 오는 과정에서 애들이 전체적으로 좀 다같이 급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
“자자!! 이번 이닝은 잘 막아보자.”
앤서니 볼피가 선취점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가라앉은 덕아웃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하여 제법 큰 소리를 냈다.
솔직히 이건 저기 앉아있는 도밍고 녀석 잘못도 좀 있는데, 원래 기분이라는 건 전염이 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저 녀석은 우리 팀의 에이스다. 진짜배기 에이스는 그저 가장 강력한 투수가 아니다. 팀이 연패하는 순간에도 저 녀석만큼은!! 이라는 느낌을 주며 그것을 끊어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그런 투수다.
근데 그런 느낌을 줘야 하는 에이스가 오늘처럼 이기고 있는 경기에 전 날 자기 경기는 패배했다고 저딴 아우라를 풍기고 있으면······.
“인상 좀 피지?”
“내 표정이 뭐.”
“지금 어제 경기에서 오늘처럼 점수 내줬으면 내가 패전 투수가 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라고 얼굴로 소리치고 있잖아.”
“!?”
녀석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니, 그게 읽힌단 말이야?’
라는 표정이다.
“뭐야. 설마 너 진짜로 자기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거 몰랐던 거야?”
“나 어릴 때부터 포커페이스라는 말 엄청 듣고 자랐는데······.”
“그거 마운드 위에서 이야기 아니야?”
“아!!”
‘아!!’는 얼어 죽을.
“아무튼 인상 좀 펴라. 애들이 너 신경 쓴다고 풀이 죽잖냐. 솔직히 선발이 8이닝 1실점 했는데 패배 기록 주는 건 야수들 처지에서도 되게 신경 쓰여.”
“알았어. 젠장······. 근데 진짜로. 나 그냥 등판 순서를 좀 조절해달라고 할까? 네가 4선발로 나오면 되는 거 아니야?”
“뭐, 그럴 수는 있겠지. 근데 내 생각에는 팀의 우승을 위해서는 지금 이 구조가 더 낫다고 보는데. 넌 아니야?”
도밍고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 구조가 낫다니?”
“네가 우리 일등마잖냐. 그러니까 아마 감독님도 너를 믿는 거 아닐까?”
녀석의 표정이 갑자기 확 풀렸다.
“아, 그런 뜻이었어?”
알기 쉬운 녀석 같으니.
마운드의 게릿 콜이 1점이면 충분하다는 포스로 공을 뿌려댔다. 확실히 저 양반도 긁히는 날에는 정말 대단하다.
잠시 침묵하던 도밍고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아, 맞다. 너 오늘 경기 끝나고 특별한 약속 없지?”
“왜?”
“너 만나보고 싶다는 사람이 하나 있어서.”
“나 만나보고 싶다는 사람? 누군데?”
녀석이 씨익 웃었다.
“페드로.”
페드로?
너무 흔한 이름이다.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지금 이 경기장에 모인 페드로만 하더라도 수십 명. 어쩌면 백 명이 넘을 수도 있다.
“마르티네즈.”
마찬가지로 너무 흔한 성씨다. 이것 역시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지금 이 경기장에 모인 마르티네즈가 못 해도 수십 명이다.
하지만 저 두 가지 이름이 조합되는 순간 그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심지어 그 이름을 언급한 녀석이 도밍고 로드리게스라면 더더욱.
“맙소사. 페드로 마르티네즈라고?”
“어.”
녀석이 말하는 페드로 마르티네즈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즌을 보낸 투수이자 양키스를 아버지로 모시는 사나이.
그래, 바로 그 페드로 마르티네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