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07)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07화(307/404)
307화. 신기록 제조기(1)
“그러면 최수원 선수가 이번 달에 이달의 선수와 이달의 신인을 동시에 수상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최초의 기록이 되는 겁니까?”
“네, 그렇죠. 지금까지 이달의 선수상과 이달의 신인상을 동시에 석권한 경우는 지금까지 딱 네 차례. 마이크 트라웃, 야시엘 푸이그, 호세 아브레우. 그리고 게리 산체스 선수뿐이었거든요. 지난달에 우리 최수원 선수가 이걸 해내면서 역대 다섯 번째가 된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달에 한 번 더 수상하게 되면 역대 최초로 2차례 이달의 신인과 선수를 동시에 석권한 선수가 되는 셈이죠.”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사실 메이저리그에는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사례가 이미 있잖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이달의 신인상과 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한 사례는 이렇게 적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한 선수가 총 둘 있는데 하나는 1975년 보스턴의 외야수였던 프레드 린 선수. 그리고 또 하나는 2001년의 스즈키 이치로 선수입니다. 그런데 이달의 선수는 1958년부터 수상을 시작한 상이지만 이달의 신인은 2001년부터 수상을 시작한 상이거든요. 즉, 프레드 린 선수 시절에는 아예 이달의 신인이라는 상 자체가 없었죠.”
“그렇군요.”
“그리고 2001년에 스즈키 이치로 선수의 경우 무려 네 번이나 이달의 신인을 받는 기염을 토하기는 했습니다만, 당시에는 대진운이 상당히 나빴어. 그달, 그달의 성적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수치였습니다. 유일하게 9월에 이치로가 월간타율 0.429를 기록했을 때는 좀 논란이 있긴 했는데. 이게 MVP와 사이 영을 동시에 수상하려면 압도적인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쟁자 중에 특출난 선수가 없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는 것처럼. 당시에 막 만들어졌던 이달의 신인도 살짝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상당히 긴 이야기 끝에 목이 말랐는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패널을 향해 앵커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결국, 이 모든 긴 이야기는 지금의 질문을 위한 일종의 빌드업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만약 지금 최수원 선수가 그런 ‘암묵적이 룰’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네? 하하하하하. 그럴 리가요. 암묵적인 룰이고 뭐고 지금 최수원 선수만큼 리그를 박살 냈으면 못 받으려야 못 받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2001년의 스즈키 이치로 선수도 이만한 타격 성적을 냈다면 아무런 이견 없이 이달의 신인과 이달의 선수를 석권했을 겁니다.”
빙고.
정확하게 원하던 답안이 패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우리 최수원 선수. 지난 4월 0.475/0.512/0.950에 9홈런을 기록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 5월은 0.358/0.413/0.691에 6홈런으로 조금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 정도면 조금 불안한 거 아닌가요?”
“0.354/0.424/0.696이 부진한 성적으로 보이는 것 자체가 최수원 선수에 대한 극찬이니 그 성적이 부진하다는 말은 일단 뒤로 제쳐두겠습니다. 물론 4월에 비하면 좀 부족하긴 합니다. 아무래도 볼넷이 많이 늘었고 구단들에서 최수원 선수에 대한 분석도 상당히 심도 있게 이뤄진 상태니까요. 그런데 우리 최수원 선수. 단순한 타자가 아니죠. 투타겸업입니다. 투수로서 성적이 상당히 좋아졌어요. 이번 달에 지금까지 4경기 24이닝 7자책. 월간 평균자책점이 2.63입니다. 덕분에 지난 달에 98이던 ERA+도 111까지 올라왔고요.”
“아, 그러니까 타자로 조금 성적이 떨어진 것 이상으로 투수로 성적이 올라왔다. 뭐 그런 말씀이시군요.”
“네, 물론 이달의 투수 상이 따로 있긴 합니다만, 이 분위기라는 것이 단순히 타격 성적만 딱 갖고 이달의 선수를 준다? 이게 힘들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선수들도 수비 수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우리 최수원 선수는 그 수비가 곧 피칭이니까요.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뭐가 또 있나요?”
“네, 가장 중요한 게 남았죠.”
“가장 중요한 거라니. 그게 뭘까요?”
그리고 화룡점정.
“40경기 연속 안타. 그리고 5월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4할 타율이죠. 지금 미국 본토에서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조 디마지오와 테드 윌리엄스.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다들 아는 이름일 거거든요. 미국에서 야구가 지금 이상. 그러니까 일본에서 지금 야구가 차지하는 것 이상으로 황금기를 구가하던 당시에 가장 뜨거웠던 두 스타입니다. 그들이 1941년에 남긴 그 기록은 8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깨지지 않은 상태인데 최수원 선수가 그 두 가지 기록에 모두 도전을 하는 상황이거든요. 팀도 기가 막힙니다. 조 디마지오는 최수원 선수와 같은 뉴욕 양키스 소속. 그리고 테드 윌리엄스는 그 앙숙인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었어요.”
“아,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마치 우리나라 80년대의 부산 마린스와 광주 호크스 같은 그런 관계라고는 들었습니다.”
“네, 그와 비슷합니다. 아무튼 제가 봤을 땐 최수원 선수가 오늘 41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순간 5월 이달의 선수와 신인 석권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별다른 알맹이가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최수원에 대한 찬양 일색의 방송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청률은 무려 9.7%. 두 자릿수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최근 방송가에 최수원이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치트키나 다름없었다. 본인의 인터뷰가 나오는 것은 두 자릿수 시청률은 기본이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렇게 국뽕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평소의 30%에서 50%에 가까운 시청률 상승을 보였으니 방송가에서는 최수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너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작년에 마린스 우승 도전 관련해서 최수원 다큐 찍었던 거.”
“아, 그 박주빈이가 5편짜리 50억 편성 받았던 그거?”
“그거 지금 미국 본토에서 다큐 부문 1위에 월간으로 전체 2위 찍었다더라. 그래서 이번에 8편 500억짜리로 최수원 다큐 다시 하나 들어갈거라고 하던데?”
“넥플에서 그걸 또 박주빈이한테 맡긴데? 그냥 미국에 유명 감독 쓰는 게 낫지 않나?”
“지금 최수원이가 절대 갑이잖아. 우리도 다큐 제안했다가 대차게 까였다던데. 넥플이라고 별 수 있겠어? 그나마 박주빈이는 작년에 이미 하나 찍으면서 안면도 있고 제법 괜찮게 본 모양이니까 그거 통해서 어떻게든 비벼 보려는 거겠지.”
“하······. 진짜. 한국 있을 때 어떻게든 안면 좀 잘 터놨어야 했는데. 우리는 뭐 어디 선 없나?”
“있으면 진작에 뭘 해도 했지. 저기 고려일보 봐봐. 이번에 단독 인터뷰 따고 지네 채널로 송출했더니 구독이 하루 만에 230만이 올라갔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인데 하루만에 구독이 230만?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해? 걔들 그래도 원래 한 120만은 나오지 않았어?”
“생각을 좀 해봐라. 어디 구독을 한국인만 했겠냐? 보니까 얘들 자동번역 말고 진짜 제대로 번역해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심지어 스페인어까지 자막작업 했더라. 그래서 말인데. 어디 최수원이라 연 닿은 애들 좀 없냐? 너 마린스 애들이랑 좀 친하잖아.”
“아니, 마린스 애들이야 좀 친하게 지내는 애들 있긴 했었지. 근데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나 현장 떠난 지 벌써 5년이다. 5년.”
마린스의 선수들을 비롯해서 학창 시절 함께 야구부를 했던 동료들. 감독과 코치. 가족과 친척은 진작에 한 바퀴를 돌았고 심지어 최수원이 즐겨 먹었다는 갈비찜은 메뉴 이름 자체가 ‘최수원이 등판하기 전 챙겨 먹은 갈비찜’이라는 기묘한 이름으로 변경되기까지 했다.
“언니, 무슨 생각인지는 잘 알겠는데. 그냥 막 호들갑 떨 정도까지는 말고. 그래도 동창으로 좀 알고는 지낸 사이다. 이 정도에 고등학교 시절 썰 같은 거 몇 개 푸는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오히려 이렇게 너무 선 긋는 게 좀 더 결벽증같고 그렇잖아요.”
“맞아. 나도 이건 세정이 말에 공감. 아니, 막 얘랑 학창 시절에 썸이 있었다. 이런 걸 떠드는 건 좀 그렇지만 그냥 동창이었다. 이러면서 학창시절에 어땠다 하는 썰 정도는 다들 풀지 않나? 오히려 같은 학교 출신인데 이렇게까지 선 긋는 게 더 어색하다고 본다.”
“그건 그런데······.”
“맞아요, 그리고 언니 어차피 7월에 미국에 올스타전 직관 갈 거라면서요. 그럴 거면 그냥 어느 정도 밑밥은 깔아두는 게 좋을 수도 있잖아요.”
“뭐야? 은진이 너 7월에 우리 쉰다고 좋아하더니. 미국 가려고 그랬던 거야?”
마린스에서 뛰던 시절에도 최수원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2군급 아이돌인 은진 자신 정도가 아니라 어디 1군 아이돌의 비주얼 센터랑 스캔들이 나더라도 어느 한쪽이 아깝다는 말은 듣지 않을 정도의 인기였다. 하물며 단순한 스포츠 스타를 넘어 거의 무슨 국민 영웅 정도 취급을 받는 지금이라면?
“아니에요. 언니. 미국은 무슨 미국이에요. 지금 거기 갔다가 혹시라도 사진이라도 하나 찍히면. 그래서 혹시라도 수원이랑 얽히기라도 하면 정말 답 없을걸요?”
“그러니까 언론에 미리 그냥 친구다. 이런 거 강조하면서. 언니 왜 그거 있잖아요. 학교에서 거의 반강제로 동원해서 직관 갔다가 응원하게 됐다는 거. 그리고 그 영어 수준별 학습하다가 옆자리 앉았었다는 거. 그런 거 좀 풀어주면 자연스럽고 좋잖아요.”
솔직히 강세정의 이야기에 살짝 혹하는 마음이 생기기는 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장 핫한 최수원과 공유하는 과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스무 살의 은진은 그것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더블 헤더. 그 첫 경기. 지금 양키스 스타디움의 마운드에는 최수원 선수가 올라와 있습니다. 이번 달 들어 4경기 24이닝 7자책. 2.63의 평자책을 기록 중인 최수원 선수. 특히 월초에 있었던 5이닝 4자책 경기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정말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오늘 경기 역시 기대해볼만 합니다.] [다만 조금 불안한 점이라면 본래 어제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폭우로 인하여 취소가 되는 바람에 일정이 조금 꼬였다는 점일 겁니다. 부디 컨디션에 별다른 지장이 없어야 할 텐데 말이죠.] [그렇죠. 사실 피칭도 피칭이지만 최수원 선수 하면 지금 40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는 선수 아니겠습니까? 부디 이 더블헤더가 기록을 이어나가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5월의 마지막 날.
어제 비가 온 이후라서 습도가 좀 높긴 했지만, 솔직히 한국의 여름에 비할 날씨는 아니었다.
다만 등판일이 밀린 건 조금 별로이긴 했다.
단순히 등판일만 말린 게 아니라 더블 헤더로 경기시간까지 앞당겨 진 터라 평소보다 4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야 했고 평소라면 몸을 풀 시간에 이렇게 마운드에 올라와야만 했다.
솔직히 타자로 뛸 때는 더블 헤더가 좀 고되다는 느낌 정도였는데 이렇게 투수로 뛰어보니까 왜 더블헤더 경기 날에는 투수 놈들이 한층 더 마법에 걸린 것처럼 예민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타석에 에반 머피가 올라왔다.
이미 지난달에 한 차례 상대해본 타자였다. 보통 투수와 타자는 많이 마주할수록 타자가 유리해진다. 그렇게 본다면 에반 머피는 지난 달보다 조금 더 유리해지는 게 맞았다.
-딱!!!
[유격수 정면!! 앤서니 볼피 잡아서 1루에!!]-뻐어엉!!!
“아웃!!!”
선두 타자 초구 내야 땅볼 아웃.
매우 깔끔한 출발이다.
그래, 분명 투수와 타자는 자주 만날수록 타자가 유리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자가 투수에게 익숙해진다는 전제하의 이야기다.
5월의 나는 4월의 나와 달랐다.
그래!! 분명 지금 나는 지난 달보다 한층 더 훌륭한 투수가 되어있었다.
-따아악!!!
[완더 프랑코!! 빠른 타구!! 좌중간!! 제이크 도밍고 따라가 봅니다만 늦습니다!! 완더 프랑코!! 1루 지나 2루까지!! 2루에서!!]-뻐엉!!!
“세잎!!!”
어······.
그러니까 내가 예전에도 말했지만, 저 녀석 회귀 전을 기준으로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MVP를 따내는 녀석이다.
거듭 말하지만 난 분명 지난달보다 한층 더 훌륭한 투수가 됐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