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08)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08화(308/404)
308화. 신기록 제조기(2)
2루에 선 완더 프랑코가 최수원의 등을 바라봤다.
이제 고작 스무 살. 보통이라면 애송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나이다. 하지만 저 녀석에게는 도저히 그런 말을 붙일 수가 없다.
만약 저 녀석이 애송이라면 그 애송이에게 밀려서 역대급 한 달을 찍고도 이 달의 선수 수상에 실패한 완더 프랑코 자신은 대체 무엇이 되겠는가.
4월 한 달.
0.366/0.447/0.723. 홈런만 8개에 OPS가 무려 1.170.
본인의 커리어 하이 기록이자 지난 10년을 통틀어봐도 4월에 그보다 좋은 성적을 보였던 타자는 2021년 4월의 브라이언 벅스턴 하나뿐이다.
그런데 저 괴물은 0.475/0.512/0.950에 9홈런. OPS가 1.462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우면서 이달의 선수와 이달의 신인을 함께 가져갔다. 뭐라더라? 이달의 선수상이 생긴 이래 아메리칸 리그를 기준으로는 역대 4번째로 높은 월간 OPS. 심지어 NL까지 다 포함해도 12번째로 높은 성적이며 4월을 기준으로는 양대 리그 통틀어서 두 번째라고 했다.
‘그리고 배리 본즈를 제외하면 고작 6명.’
그리고 배리 본즈가 매우 명백한 약물 사용자임을 고려할 때 그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4월을 보낸 상대에게 패배한 셈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리고 오늘 5월의 마지막 날.
완더 프랑코는 오늘 대진에서 어떠한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
최수원의 이번 달 성적은 0.354/0.424/0.696에 6홈런. 그리고 완더 프랑코 자신은 0.327/0.419/0.694에 8홈런으로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물론 투수 성적이나 기록등의 상징성이 더해진다면 최수원 쪽이 돋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이달의 선수는 이달의 타격 성적만으로 결정되는 상이다.
오늘 경기의 결과에 따라서 5월 이달의 선수가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번 첫 번째 타석은 완더 프랑코 자신의 판정승인 셈이다.
경기가 계속됐다.
***
[이어지는 3번 타자. 조쉬 월콕스 선수가 타석에 올라옵니다.] [현재까지 0.287/0.377/0.496이라는 매우 훌륭한 성적을 기록 중인 조쉬 월콕스. 완더 프랑코 선수와 함께 이번 시즌 탬파베이의 타선을 끌어나가고 있는 타자입니다.]1루가 비었다.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 그냥 1루를 채우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초구는 녀석이 좋아하는 바깥쪽 높은 코스.
존에서 살짝 빠지는 빠른 공.
-딱!!!!
101.9마일의 빠른 공을 녀석이 건드렸다.
1루 쪽.
애런 저지가 빠르게 공을 쫓았다.
비록 이제는 여기저기가 삐그덕 거리는 노장이었지만 한때 중견수까지 본 적이 있는 외야수 출신의 1루수다. 지금도 컨디션만 좋아지면 다시 코너 외야수 정도는 너끈하게 맡을 수 있다.
몇 걸음 걷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외야 파울라인을 훌쩍 넘어가는 공을 따라잡은 거인이 그 팔을 쭉 뻗었다.
“아웃!!!”
[애런 저지의 환상적인 수비!! 파울 플라이 아웃!! 1회 초. 주자는 여전히 2루. 타석에는 4번 타자 로저 살라스. 로저 살라스가 올라옵니다.]초구에 파울 플라이 아웃이라니 운이 좋았다.
물론 설사 그냥 파울로 끝나고 승부가 이어졌더라도 정타를 내줄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지만 공 하나에 끝난 건 분명 운이 좋은 일이었다.
‘굿.’
애런 저지를 향해 살짝 겸손하게 엄지를 내밀었다. 나의 겸손한 따봉에 녀석이 피식 웃었다. 이어지는 4번 타자. 로저 살라스. 지난 경기에는 6번을 쳤었는데 타순이 많이 올라왔다. 최근에 타격이 상당히 괜찮았기 때문이다.
일단 초구는 좌타자를 상대로 내가 요즘에 제법 재미를 보고 있는 몸쪽 뚝 떨어지는 커브부터다.
-부웅!!!
“스트라잌!!!”
그리고 두 번째.
몸쪽 높은 코스 빠른 공.
-따악!!!
확실히 타격감이 좋긴 하다. 88마일짜리 몸쪽 커브 다음에 던진 102.1마일짜리 몸쪽 높은 속구를 따라오다니.
하지만 애초에 존을 벗어날 만큼 높은 공이었다.
타구가 포수 뒤편 내야 관중석 그물망을 때렸다.
[볼카운트는 순식간에 0-2.]그리고 세 번째.
몸쪽 높은 커브.
엄지에 미세하게 힘을 더했다. 손에서 쑥 하고 빠져나가는 공의 회전축이 더 기울어지도록.
-부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헛스윙 삼진!! 정말 기가 막힌 커브입니다!! 1회 초 잔루 2루. 쓰리아웃 체인지!!] [방금 한가운데 높은 코스. 타자의 방망이를 완전히 헛돌게 만드는 폭포수 같은 커브였어요.] [이번 달 들어서 최수원 선수 피칭이 좋아진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저 자신감 넘치는 커브거든요. 복판에서 뚝 떨어지는 저 공에 지금 헛스윙률이 엄청납니다.]아······.
몸쪽 높은 코스로 횡무브먼트가 가미된 커브를 던지려고 했는데 그냥 복판에 뚝 떨어지는 커브가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가 좋으니 됐다. 지난번 경기처럼 복판에 91마일짜리 제대로 떨어지지도 않는 실투가 들어간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결과다.
지난 번에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조언을 들은 이후로 손가락에 힘을 가감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내가 확실히 감각이 좀 있긴 있는지 원하는 대로 제법 쏙쏙 잘 들어갔다. 뭐 이렇게 가끔 빠지는 건 아무리 자신 있는 공이라도 그럴 수 있으니 일종의 세금이라고 쳐야지, ‘공이 100퍼센트 완전할 때 실전에서 쓰겠다.’ 이런 마음을 먹으면 어떤 공도 던질 수 있는 공이 없다.
2루에 나갔던 완더 프랑코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우 그래도 우리랑 승차가 제법 나는 상황인데 저런 투지라니.
하긴, 시즌도 이제 고작 두 달이 지났을 뿐이고 남은 경기가 100경기가 넘어가는 만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녀석의 그 불꽃같은 투지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가볍게 윙크를 한 번 날려줬다.
내 윙크 한 방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부끄러워하는 것이 참 보기 좋았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이 윙크. 절대 도발이 아니라 순수하게 응원하는 마음이다.
오늘 탬파베이의 선발 투수는 에이스인 숀 카펜터였다.
올해 나이 25세. 바로 작년 시즌에 기량을 만개시키며 아메리칸 리그에서 사이 영 3위를 기록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심지어 9월에 시즌 아웃을 했음에도 사이 영 3위를 기록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작년의 그 기세를 그대로 이어받아 지금까지 9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무려 67이닝 평자책 2.01이라는 터무니 없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우리와의 지난 첫 번째 시리즈에서도 무려 8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8이닝 1실점을 기록한 도밍고 로드리게스에게 판정승을 거둔 바도 있었다.
좌완 사이드암.
최고 95마일에 포심과 포심. 거기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그리고 가끔 던지는 커브까지.
-뻐엉!!!
“스트라잌!!!”
앤서니 볼피가 이게 진짜 스트라이크냐는 표정으로 심판을 바라봤다. 앤서니야. 근데 그거 스트라이크 맞아. 조금 전에 내가 던질 때도 거기 스트라이크 주더라.
어느새 볼카운트는 1-2.
그리고 이어지는 피칭.
존에서 살짝 빠져나가는 체인지업을 앤서니 볼피가 참아냈다. 볼카운트가 몰린 상태에서 참아내기 쉽지 않은 공이었을 텐데. 확실히 양키스 인기빨이라고 욕을 좀 먹긴 하지만 그래도 올스타 2회에 데릭 지터의 후계자 소리 듣는 타자 다운 실력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빠른 공.
-따악!!!
크게 모자랐다.
내야의 그물망을 때리는 파울.
볼카운트는 여전히 2-2.
복판.
아니, 커브다.
하지만 대기타석에서 지켜보는 나와 달리 타석에 선 앤서니 볼피는 그 공이 커브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조금 늦었다.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헛스윙 삼진.
앤서니 볼피가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커브 움직임이 굉장히 날카로워.”
“체인지업은?”
“운이 좋았어.”
그 공을 체인지업이라 확신하고 참아낸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내구성을 제외한다면 딱히 약점이 없는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마치 지난달의 내 성적은 자신을 한 번도 안 만났기에 가능했다는 듯한 눈빛이다. 그래서 나도 똑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봐줬다.
‘너 인마, 지난달에 나 만났으면 지금 평자책 2.01이 아니라 3점대야.’
포수 마스크를 뒤집어 쓴 제이크 보일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 투수로 뛰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칠 텐데 쉽게 쉽게 가지?”
“아무리 오늘 선발 투수라 사이가 안 좋아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니야?”
“어? 그게 무슨?”
“지금 나한테 홈런 치라고 응원하는 거잖아. 뭐 네 마음이 굳이 그와 같다면 복판에 90마일짜리 속구 하나 사양하지는 않겠어.”
“······.”
빠른 포기.
하여간 입도 제대로 못 터는 놈들이 꼭 먼저 입을 열었다가 이렇게 침묵을 시전한다. 타자를 흔들고 싶으면 아무리 털리더라도 끝까지 말을 걸어봐야지. 근성이 없다. 근성이.
초구.
빠른 공?
바깥쪽 보더 라인을 따라 들어오는 포심이었다.
-뻐엉!!!
“스트라잌!!!”
오늘 구심이 안 그래도 바깥쪽으로 좀 후한데 좌완 사이드암이 바깥쪽에 정말 살짝 걸치게 공을 뿌리니까 이건 답도 없다. 히팅포인트를 뒤로 놓으면 존 안에 살짝 걸치는 공이기는 한데 그래서야 장타는 무리다.
볼카운트 0-1.
침묵하던 녀석이 스트라이크 카운트 하나 올라갔다고 곧바로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야? 홈런 어쩌고 하더니. 쫄아서 얼어붙은 건가?”
“2할 따리 특. 초구에 방망이 붕붕 휘두르다 초구 땅볼 아웃. 4할 타자 특. 묵직하게 기다리다가 담장 넘어가는 홈런포.”
“뭐 인마?”
2할 극초반의 타자가 발끈했다.
그리고 원래 이런 류의 다툼은 발끈하는 쪽이 지는 거다.
숀 카펜터가 와인드업했다.
두 번째.
투수가 항상 완벽한 공을 던질 수는 없다.
그건 그 어떤 투수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앞서 나의 피칭처럼 그냥 실투에도 방망이가 붕붕 나올 수 있는 것이 야구다. 그러니까 좋은 타자가 해야 하는 건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는 것.
숀 카펜터의 공이 날았다.
빠른 공.
몸쪽 무릎 높이.
실투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방금 전 공과는 또 다른 형태의 완벽한 공.
포심? 투심?
망설임은 없었다. 애초에 그건 보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미리 정하고 왔다. 이런 타이밍에 빠른 공이 들어오면 그건 투심으로 생각하자고.
포심보다 조금 더 낮은 위치.
이미 방망이의 궤적을 바꾸기에는 한참 늦은 타이밍에 공이 꿈틀대며 움직였다. 예측했던 것처럼 투심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조금 달랐던 점은 그 투심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살짝 덜 떨어지고, 바깥으로 더 빠져나가는 공.
매우 훌륭한 공이었다.
좋은 타자는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위대한 타자는 때때로 실투가 아닌 공도 놓치지 않는 법이다.
-따아악!!!!
우중간
완벽하지는 않았다.
[에반 머피!! 빠르게 타구를 추격합니다!! 우중간!! 우중간 깊숙한 곳!!] [뻗어 나가는 타구!! 최수원은 1루 지나 2루로!! 타구 아직 떨어지지 않습니다!! 떨어지지 않습니다!!]양키스타디움의 불펜.
오늘 마운드를 이어받을 투수들이 대기하는 바로 그곳으로 내가 날린 공이 배달됐다.
[넘어!! 갔습니다!!! 6경기 만의 시원한 홈런포!!] [여러분!! 최수원 선수는 오늘도 안타를 쳤습니다!! 41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는 최수원!!! 시즌 16번째 홈런포입니다!!!]빠르게 2루로 달리던 걸음을 살짝 늦췄다.
그래, 분명 완벽하지는 않았다.
근데 이게 또 넘어가네?
5월의 마지막 날.
이번 시즌 16번째 홈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