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09)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09화(309/404)
309화. 신기록 제조기(3)
“젠장!!”
완더 프랑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확하게 계산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래도 비율 스탯에서는 미세하게나마 자신을 앞서던 최수원이다. 홈런이 추가됐으니 그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고 그나마 우위를 점했던 홈런 개수 차이도 2개 차이에서 1개 차이로 그 갭이 줄어들었다.
[최수원!! 이걸로 41경기 연속 안타!! 지난 1911년 타이 콥이 세웠던 40경기 연속 안타를 넘어서는 역대 다섯 번째로 긴 기록입니다.] [사실 일각에서는 이번 달 이달의 선수는 좀 힘든 게 아닌가 하는 평가도 있었습니다만 그런 걱정을 호쾌하게 날려버리는 시원한 홈런포였습니다.] [이걸로 5월 성적 93타석 80타수 29안타에 7홈런. 슬래시 라인이 0.362/0.430/0.738이 됐네요. 누적 성적은 0.419/0.470/0.844. 정말이지 괴물 같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숫자들입니다.]‘괜찮아. 아직 세 번. 아니, 네 번의 기회가 남았어.’
사람의 체력은 유한하다. 완전한 컨디션을 100이라고 한다면 한순간 50 정도를 소모한 사람이 5, 6분을 쉰다고 해도 회복되는 건 30 남짓이다. 점차 낼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이 줄어들고 유지 시간도 짧아진다. 그와 동시에 두뇌의 성능 역시 함께 저하된다.
그리고 오늘 최수원은 선발 투수다. 선발 투수는 야구의 모든 포지션 가운데 가장 힘든 포지션이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
1회 말.
숀 카펜터는 자신있게 던진 공이 담장을 넘어갔다는 사실에 크게 흔들렸다.
-부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하지만 그렇게 크게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공은 여전히 양키스의 타자들을 연달아 돌려세울 만큼 위력적이었다.
[앙헬 카브레라 선수의 헛스윙 삼진!! 양키스의 1회 말 공격이 이렇게 끝이 납니다. 점수는 0:1. 양키스가 1점을 앞서고 있습니다.] [앞서 최수원 선수에게 홈런을 하나 허용하긴 했습니다만 오늘 숀 카펜터 선수의 슬라이더 상당히 매섭습니다. 양키스의 좌타자들이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요.] [경기는 다시 2회 초. 탬파베이의 공격. 마운드에 최수원 선수가 올라옵니다.]경기가 계속됐다.
***
페드로의 조언처럼 팔꿈치 각도를 건드리는 것보다 손가락으로 장난질하는 것이 타자 입장에서 더 까다로운 것은 분명했다. KBO 수준이라면 어떻게 던지든 크게 상관없었겠지만 여기 메이저리그에는 그런 미세한 차이를 눈치채는 괴물들이 즐비했으니까.
근데 이것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긴 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그 터무니없는 난도다. 손가락에 힘을 더 주고 덜 주는 감각에 따라서 공이 좌우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최근에 한 번 도밍고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더럽게 어렵다고 좀 투덜거렸더니 이만큼이나 하는 것도 깜짝 놀랄 일이라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악력이다.
물론 공을 던지는 건 애초에 악력 소모가 심한 일이다. 근데 이게 미세한 조정까지 신경을 써가면서 공을 던지다 보니 뭔가 조금 더 빨리 지치는 느낌이다.
그나마 오늘 조금 다행인 점은 1회 초에 홈런을 한 방 날린 덕분에 연속 안타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막 6회, 7회까지 던지는 데 아직 안타 하나 못 친 날에는 피칭에만 온전히 집중하기도 힘들다.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헛스윙 삼진!! 절묘하게 존을 빠져나가는 커브볼에 잭슨 캐롤의 방망이가 헛돌았습니다!! 최수원!! 오늘 경기 3번째 삼진입니다.] [지난 뉴욕 메츠와의 등판 경기 이후로 종종 보여주는 공입니다. 종무브먼트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횡무브먼트가 강조된 공인데요. 이게 우타자한테는 정말 까다롭습니다.]아, 이번에는 잘 들어갔다.
이럴 때는 기분이 좋다.
뭔가 원하던 공에 원하던 반응 그리고 원하던 결과가 딱딱딱 맞물리는 느낌이랄까?
[3회 초. 타석에는 9번 타자 제이크 보일. 제이크 보일입니다.] [95년생. 생일이 조금 빨라서 이미 34살이로군요. 굉장히 노련한 선수에요.] [맞습니다. DFA만 세 번을 거쳤고 작년에는 피츠버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였습니다만 재계약에는 실패했습니다. 작년 OPS가 0.699. 리그에서 열한 번째로 준수한 포수였죠. 탬파베이가 2년 24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데리고 왔는데 현재까지 0.201/0.287/0.347로 작년에 비해서는 조금 부진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들어 V자를 만든 뒤 왼쪽 어깨를 두 번 툭툭.
그리고 검지와 중지로 모자 챙을 잠시 고쳐쓰고 손을 한 차례 털었다. 물론 여전히 나머지 세 손가락은 굽힌 상태였다.
무슨 사인이냐고?
당연히 아무런 사인도 아니다.
애초에 지금 내 시선이 향한 곳은 홈플레이트 너머의 호세 트레비뇨가 아닌 타석에 들어선 제이크 보일이었으니까.
‘응, 너 2할.’
나의 강렬한 메시지를 읽은 것일까?
보일 녀석의 얼굴이 갑자기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어떻게든 한 방 제대로 갚아주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다.
그러니까 이 녀석이 좋아하는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였지?
옛다. 하나 받아라.
102.1마일.
전력으로 던지는 빠른 공이 날았다.
-부우웅!!!“스트라잌!!!!”
아······.
이 2할 따리가?
굳이 공 3개 던질 필요도 없이 맞춰 잡겠다는 의도로 좋아하는 코스에 속구를 찔러줬는데 헛스윙이다. 역시 이 정도 하니까 2할이라는 건가? 순수하게 타격만 따지자며 조유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조유진은 조금 심했다. 아무튼, KBO 정상급 타자만도 못한 수준이다.
바깥쪽 낮은 코스를 하나 보여줬으면 몸쪽 높은 코스도 하나 보여줘야지.
적당히 힘을 빼고 99.8마일.
-따아악!!!
어라?
두둥실 떠오른 공이 천천히 날아갔다. 볼피의 가벼운 사이드 스텝.
-탁
[2구째 내야 뜬공 아웃!!] [제이크 보일 선수. 배트가 구위에 완전히 눌렸어요. 공이 뻗어 나가지를 못하네요.] [타석에는 다시 에반 머피!! 에반 머피 선수가 올라옵니다.] [앞선 타석에서는 초구 내야 땅볼 아웃으로 물러났던 에반 머피 선수!! 과연 이번 타석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투수 와인드업!!]망설임 없는 속구가 앞서 내야 땅볼을 유도했던 바깥쪽 낮은 코스로 향했다.
-뻐엉!!!!
“스트라잌!!!!”
방망이가 나오지 않았다.
녀석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데 오늘 타자 놈들 우리 팀도 그렇고 왜 이렇게 존에 불만이 많지? 지엄한 심판님의 판정에 불만을 갖다니. 하여간 건방지기 짝이 없다.
심판님. 부디 저런 멍청한 항의에 아랑곳 하지 마시고 지금의 존을 꿋꿋하게 유지하소서.
2구째.
바깥쪽.
이번에는 높은 코스.
아, 근데 좀 가운데로 몰렸다.
-부우우웅!!!!
“스트라잌!!!”
하지만 괜찮았다.
커브였으니까.
볼카운트 0-2.
녀석이 잠시 타석에서 물러나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래, 너도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볼카운트 0-2인데 하나 빼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데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내자니 오늘 존이 너무 넓······, 아니. 심판님의 은혜가 넘치고. 그렇다고 휘두르자니 내 커브가 또 죽여주고.
세 번째.
존에서 살짝 빠지는 빠른 공.
-부우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스윙!! 스트랔!!! 바깥쪽 높은 코스 빠른 공에 제이크 보일 선수의 방망이가 흘러 나왔습니다. 헛스윙 삼진!! 경기 네 번째 삼진!! 최수원이 3이닝 만에 경기 네 번째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 짓습니다. 점수는 여전히 0:1. 경기는 이제 3회 말. 양키스의 공격으로 이어집니다.]대기 타석에 있던 완더 프랑코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덕아웃에 들어갔다.
확실히 저 녀석은 나도 좀 까다롭다. 뭔가 좌타자를 상대로도 확실하게 먹히는 변화구를 하나 추가하기는 해야 하는데. 딱 레파토리에 서클체인지업 하나 추가하면 좋겠구만. 이게 쉽지가 않다.
3회 말.
우리의 공격이 8번 타자 트로이 존슨부터 시작됐다.
-탁!!
-부우웅!!!
-부우웅!!!
원아웃.
-뻐엉!!!
-딱!!!!
투아웃.
아니, 잠깐만.
지금 무슨 스피드런 하는 것도 아니고.
아웃 카운트가 이렇게 리드미컬하게 올라가면 이제 막 마운드에서 내려온 내가 쉴 시간이 아예 없다. 게다가 이제 대기 타석에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여기서 이닝이 순식간에 끝나버리면 내가 너무 피곤하잖아!!
볼피가 나에게 따봉을 하나 날리고 타석으로 걸어갔다.
근데 표정이 좀 딱딱한 게 영 불안하다.
-딱!!!!
초구 파울.
-딱!!!!
또 파울.
-딱!!!!!!!
또 또 파울.
그리고
-뻐엉!!!!
[바깥쪽 낮은 공!! 심판 손 올라오지 않습니다!!!] [절묘하게 빠져나가는 투심이었는데 앤서니 볼피 속지 않습니다!! 볼카운트는 이제 1-2]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뭔가 해낼 것처럼 구는 놈들치고 뭔가 해내는 놈은 지극히 드물다는 것을.
앤서니 볼피의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5월 말.
따뜻한 날씨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렇게 땀방울이 흐를 만한 날씨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니 저 땀방울은 더위가 아닌 그의 마음이 만들어낸 땀방울일 것이다.
어마어마한 압박감.
다섯 번째.
앤서니 볼피의 방망이가 움직였다.
‘아······.’
바깥쪽 커브다.
코스는 다르지만 앞선 타석에서 그가 헛스윙 삼진을 기록했던 공이다.
1/3쯤 돌아간 방망이.
하지만 무언가를 눈치 챈 것일까? 그의 몸이 급격하게 멈춰섰다.
-뻐엉!!!!
심판은 움직이지 않았다.
2할을 치는 포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스윙 여부를 물었지만 결과는 체크 스윙.
볼카운트 2-2.
관중석에서 앤서니 힛!! 앤서니 힛!! 하는 챈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운드에 선 숀 카펜터도 뭔가를 느낀 것일까? 허리를 굽혀 로진백을 매만지는 것으로 한 박자 타이밍을 쉬어갔다.
그리고 여섯 번째.
-딱!!!
앤서니 볼피가 공을 두들겼다.
바깥쪽 낮은 코스 아슬아슬한 공.
당연히 공이 향한 곳은 1루 내야 관중석을 보호하는 그물망이었다.
[쉽지 않습니다. 숀 카펜터. 오늘 절대 쉬운 공을 주지 않고 있어요.] [자, 제 7구!!]비슷한 코스.
투심? 포심?
투심이라면 존 밖으로 빠지는 공이고 포심이라면 스트라잌이다. 그야말로 예술적인 커맨드. 양자택일의 순간.
앤서니 볼피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딱!!!!
투심이었다.
하지만 볼피의 끈질긴 집념이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타구의 방향이 오묘했다. 텍사스리그 싱글. 그러니까 우리 말로 바가지 안타. 애매한 공이 애매한 지역에 애매하게 떨어졌다.
그야말로 행운 그 자체다.
하지만 그 행운은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볼피의 집념이 있기에 가능한 행운이었다.
투아웃.
주자 1루.
“안녕. 2할.”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근데 어째 내 반가운 인사에 2할 포수 제이크 보일의 표정이 똥 씹은 얼굴이다? 아!! 그러고보니 얘 타율이 0.201인가 그랬었으니까 조금 전에 나한테 내야뜬공으로 물러났으니 이제 2할이 아니겠구나.
“아, 미안. 미안. 내가 좀 심했네. 2할도 아닌데 2할이라고 부르다니. 어······. 그데 차마 그건 나도 못 부르겠다. 우리 아빠가 진짜 바보한테는 바보라고 놀리는 거 아니라고 그랬거든.”
“이 씨ㅂ······.”
마운드의 숀 카펜터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