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10)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10화(310/404)
310화. 신기록 제조기(4)
완더 프랑코가 가볍게 호흡했다.
긴장하지 않는다.
최대한 릴렉스하게.
그는 내야의 모든 포지션 가운데 가장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유격수였다. 비록 완더 프랑코가 작년과 재작년 연속으로 def값이 음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4, 5 정도로 유격수를 보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투수의 세트 포지션.
그가 자세를 낮췄다.
최수원은 우타자다.
당연히 가장 강한 타구가 날아오는 방향은 2, 3루 간.
그의 시선이 타석에 선 최수원에게 못 박혔다.
키는 컸지만, 체격 자체는 아직 크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고작 대학교 2학년에 진학할 나이다. 만약 대학리그였다면 이제 막 레드 셔츠를 벗을 나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신체적으로 미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수원의 타격에는 그 신체적인 완성도를 벗어난 불가사의한 힘이 있었다. 완더 프랑코는 그 불가사의한 힘의 원천으로 그의 타격폼을 꼽았다.
그야말로 전신의 힘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 같은 압도적인 스윙이다.
그렇다면 다들 그런 폼을 추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럴 리가. 애초에 저딴 폼이 가능한 이유는 저런 폼으로도 정확하게 공을 때려낼 수 있는 괴물 같은 동체시력과 협응력에 있다. 그래, 그야말로 괴물이다.
하지만 오늘 탬파베이 레이스의 선발 투수인 숀 카펜더의 능력 역시 그에 뒤지지 않았다. 물론 재능만 따진다면 고작 스무 살에 저만한 역량을 보여주는 최수원의 그것에 미치지 못할 수는 있다. 아니, 확실히 못할 것이다.
‘하지만 숀한테는 최수원 네가 갖지 못했던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지.’
올해 스물다섯의 숀 카펜터는 작년의 숀 카펜터보다 좋은 투수다. 신체적으로는 완숙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경험적으로는 애송이를 벗어난 시기. 투수로써 절정기를 향해 막 달려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스무 살의 숀 카펜터는 스무 살의 최수원에게 미치지 못 한다.
또한 스물다섯의 타자 최수원은 스물다섯의 숀 카펜터를 손쉽게 공략하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수원의 나이는 이제 스물. 여물지 않은 육체와 경험은 전성기의 에이스 투수를 완전히 압도하기엔 부족했다.
초구.
최수원의 방망이가 움직였다.
-딱!!!!
투심인지 포심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 공을 최수원이 후려쳤다.
***
‘아······.’
투심일 줄 알았는데 과감한 포심이었다.
높게 뜬 타구.
“아이 갓 잇!!! 아이 갓 잇!!”
제이크 보일이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높게 뜬 파울 플라이.
‘놓쳐라!! 놓쳐!!’
법력으로 기원을 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제이크 보일은 자신이 어째서 1할대 타율로 메이저에서 포수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아웃!!!”
[아, 최수원. 두 번째 타석에서 아쉬운 파울 플라이 아웃. 3회 말. 잔루 1루. 양키스의 공격이 끝이 납니다.]내가 공을 구분하지 못한 것 말고도 이번 파울 플라이는 종합적으로 따져보자면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첫 번째 이유로는 투수인 숀 카펜터의 구위가 1회 초보다 올라왔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확실히 3회쯤 되면 몸은 완전히 풀리고 아직 체력은 떨어지기 전이니까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
내 집중력이 약간 부족했다.
포수랑 농담 따먹기나 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게 아니다. 사람의 집중력이라는 건 체력과 마찬가지다. 의지만으로 계속 팽팽하게 유지할 수가 없다. 빡 집중했으면 잠깐잠깐 쉬어서 회복도 해주고 해야 하는데 방금처럼 투수로 빡 집중하다가 정말 애매하게 짧게 쉬고 다시 타석에 서버리면 이게 좀 어렵다. 차라리 마운드에서 내려가자마자 다시 타석에 서는 게 나은 수준이다.
결국, 이 모든 일의 원흉은 8번 타자였던 트로이 존슨과 9번 타자였던 호세 트레비뇨가 무슨 액션 영화의 총알만 스쳐도 죽어버리는 잡졸처럼 나가떨어져서 그렇다.
덕아웃에 있던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이온 음료를 내밀었다.
“이거 한 잔 마셔.”
“땡큐.”
“쉬지도 못하고 바로 올라가네. 괜찮아?”
“뭐, 그럭저럭? 하다 보면 할만해. 왜? 너도 한 번 해보고 싶어?”
“그럴 리가. 난 투수로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그럴 체력 있으면 완봉이라도 한 번 더 하겠다.”
뭐, 그래. 선택과 집중. 나쁘지 않지.
하지만 이미 경험적으로······. 아니, 근데 잠깐만. 애초에 내가 MVP 못 땄던 건 투타겸업만이 아니라 홈런 신기록 같은 것도 못 세우고 지금처럼 빅마켓에서 센세이셔널하게 뛰지 못해서 그랬던 거 아닌가? 이거 지금 내 타격 성적 봐서는 그냥 타자만 해도······.
아니다. 아니야. 삿된 유혹에 흔들리지 말자.
고개를 몇 차례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투수 하는 거 좀 재밌다. 특히 오늘처럼 공이 좀 잘 들어가는 날은 더 그렇다.
[4회 초. 타석에는 선두 타자로 2번 타자 완더 프랑코!! 완더 프랑코 선수가 올라옵니다.] [앞선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했던 완더 프랑코!! 현재 최수원 선수와 이달의 선수를 경쟁하는 사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물론 앞서 최수원 선수가 홈런을 추가하는 바람에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경기 남은 타석 결과에 따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거든요.] [우리 최수원 선수 입장에서는 타석에서도 마운드에서도 모두 이달의 선수를 놓고 완더 프랑코 선수와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네, 하지만 완더 프랑코 선수가 우리 최수원 선수와 이달의 선수를 다툰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이지 그게 그리 높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남은 세 타석. 혹은 네 타석에서 홈런을 2방 정도 때려낸다면 또 모를까요.] [그렇군요.]타석에 들어 온 녀석의 눈에 투지가 그득하다.
완더 프랑코.
현재 12년 2억2천3백만 달러 계약의 7년 차를 보내고 있는 타자다. 내가 돌아온 미래에서는 커리어 누적 WAR이 90에 가까운 명예의 전당급 타자로 12년 계약이 끝나고 맺었던 두 번째 장기계약 이후 8년 동안 고작 7WAR을 기록했던 걸 생각해보면 그의 12년이 얼마나 눈부셨는지를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심지어 올해는 본래 그의 첫 번째 MVP 시즌이다.
물론 포지션이 유격수인만큼 여러 가지로 보정을 많이 받긴 하지만 아무튼 그는 명실상부 이 시대 최강의 타자 중 하나다.
첫 번째.
신중하게.
바깥쪽 높은 코스.
좀 낭낭하게.
-따악!!!
오늘 심판의 존이 좀 넓은 걸 인지하고 있는 만큼 존에서 낭낭하게 빠지는 공에도 방망이가 따라 나왔다.
결과는 당연히 파울 플라이.
이왕이면 이번에도 애런 저지의 슈퍼캐치가 따라오길 기대했지만 아무리 애런 저지가 거인이라고 해도 내야 그물망을 넘어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공을 잡아 낼만큼 거인은 아니었다.
볼카운트 0-1.
공 하나만큼 유리해졌다.
녀석의 자세가 조금 커졌다.
아니, 아니다.
녀석의 자세는 그대로다. 그럼에도 녀석의 자세가 조금 커보이는 것은 나의 마음이 그만큼 쪼그라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크게 호흡했다.
점수는 0:1로 이기고 있다.
볼카운트 역시 0-1이다.
바깥쪽?
아니, 몸쪽.
거의 어깨 높이에서 살짝 들어오는 커브다. 본능적으로 움찔하는 순간 놓칠 수밖에 없는 공이다.
두 번째.
와인드업.
엄지와 검지 사이로 공이 빠져나갔다.
완벽한 스핀.
반의 반의 반 호흡.
완더 프랑코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의 시선이 나의 공을 따라갔다. 그래, 그는 마치 온몸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커브구나!!’
그의 시선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공의 궤적을 읽었다.
나도 가능한 일이었다. 압도적인 동체시력과 수많은 커브를 상대해본 경험.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육체 능력까지.
그의 방망이가 공의 박자에 맞춰 움직였다.
-빠아악!!!
홈플레이트를 향해 날아간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튕겨 날아가는 타구.
하지만 그 각도가 완벽하지 못했다.
‘운이······좋군.’
그래, 운이 좋았다.
바꿔 말하자면 완더 프랑코의 운이 나빴다고도 볼 수 있었다.
녀석의 방망이가 그린 궤적은 내가 머릿속에 그렸던 공의 궤적과 일치했지만, 현실의 공은 조금 달랐던 탓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조금······.
밋밋했다.
공을 두들긴 완더 프랑코가 1루를 향해 질주했다.
좌측!!!
나의 손가락이 양키 스타디움의 좌측 담장으로 향했다.
우리 좌익수인 앙헬 카브레라는 나의 손가락질과 상관없이 이미 달리고 있었다. 그는 대체 언제부터 달리기 시작한 것일까? 이주혁과 같은 속도는 없었지만, 그보다 훨씬 빠른 타구의 판단. 그리고 애초에 잡고 있던 포지션 자체가 좋았다.
그렇기에 다이빙까지도 필요 없었다.
그냥 팔을 길게 뻗은 글러브에 공이 쏙 하고 들어갔다.
“아웃!!!!!”
산뜻한 외야 플라이 아웃.
치는 순간 본인도 눈치를 챘을 테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1루 베이스를 밟았던 녀석이 아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아직 두 번 더 남았다.’
저 녀석.
얼굴 표정만으로 이렇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니. 이 정도면 거의 배우를 해도 될 것 같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4회 초. 나의 피칭은 물이 올랐다.
-부웅!!
“스트라잌!! 아웃!!”
[두 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 4회 초, 최수원이 탬파베이 레이스의 공격을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틀어막습니다.] [4이닝 만에 벌써 삼진이 여섯 개. 빅리그 데뷔 이후로 가장 좋은 페이스인데요?] [사실 최수원 선수가 KBO에 있던 시절에는 상당히 삼진을 잘 잡는 선수였잖습니까. 이제 슬슬 그 스타일이 MLB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뭐 그렇게 봐야겠죠.] [그렇습니다. 더욱이 오늘은 최수원 선수 컨디션도 상당히 좋아 보이는 것이 뜬금포만 조심한다면 아주 훌륭한 성적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렇죠. 아무래도 메이저 타자들은 하위 타선까지도 누구나 한 방은 가지고 있거든요. KBO 시절처럼 하위 타선에서 좀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가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어요.]순식간에 2이닝이 더 지나갔다.
숀 카펜터의 피칭에는 점점 더 힘이 붙어 갔다. 왜 리듬 게임 같은 걸 할 때도 갑자기 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후르륵 지나가는 그런 거 있지 않은가. 4회와 5회. 숀 카펜터의 피칭이 그러했다. 정말이지 양키스의 타자들이 후르륵 하는 느낌으로 지나갔다.
‘와, 저 녀석 저거 올해 사이 영 받겠는데?’
옆에 도밍고 로드리게스나 게릿 콜에게는 미안했지만 지금 마운드에서 신들린 것처럼 피칭을 이어가는 숀 카펜터의 피칭에는 정말 시대를 압도하는 투수들이 보여주는 그런 특별함이 존재했다.
그리고 다시 내 차례.
점수는 여전히 0:1.
놀랍게도 나는 시대를 압도하는 특별한 피칭을 보여주는 투수와의 맞대결에서 한 발짝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이었다.
-따악!!!!
[트로이 존슨!! 환상적인 수비!! 그대로 유격수 앤서니 볼피에게!! 앤서니 볼피 공 받아서 다시 1루로!!] [더블 아웃!!! 환상적인 수비!! 양키스의 키스톤이 6회 초. 중요한 순간에 정말 훌륭한 수비를 보여 줍니다.] [점수는 여전히 0:1. 최수원이 6이닝째 무실점을 기록합니다.]어쩌면 이 녀석들 타석에서 너무 하는 일이 없어서 힘이 뻗치니까 수비에서 이런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무튼, 6이닝 무실점.
또다시 완더 프랑코를 대기 타석에 내버려 둔 채 6회 초 탬파베이의 공격이 끝났다.
‘으드득······.’
아니, 그러니까 의성어까지 얼굴 표정으로 전달할 정도면 야구 선수 하지 말고 헐리웃을 가시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