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13)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13화(313/404)
313화. 신기록 제조기(7)
메이저리그에는 몇 가지 미친 기록들이 있다.
내가 지금 도전하고 있는 4할 타율이나 56경기 연속 안타 같은 것도 그런 기록에 속한다.
“아으······.”
“생각했던 것보다는 근육 상태가 훨씬 좋아.”
내 몸을 꾹꾹 눌러가며 맛사지를 해주던 잭 워싱턴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니, 대체 생각을 어디까지 했길래 지금 이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은 상태라는 겁니까? 저 지금 완전 죽을 맛인데요.”
“5일 휴식 루틴을 거르지 않고 하면서 중간에 타자로 출장하는 것도 딱 하루만 쉬는 루틴인데 이 정도 상태면 정말 양호한거지.”
그래.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등판 전후로 하루씩 휴식일을 가져가던 일정을 이제는 등판 직후에 하루만 쉬는 거로 바꿨다. 물론 이것도 아무런 논의나 이유 없이 바꾼 건 아니었다.
규정 타석.
그러니까 경기수*3.1을 하고 소수점을 반올림한 502타석이 바로 그 이유였다. 물론 투타겸업 하면서 규정 타석 채우는 건 진짜 무리다. 등판 직후 하루 쉬는 일정으로 부상 없이 모든 경기에 풀로 출장해야 550타석 채울까 말까다. 심지어 나 같은 경우는 시즌의 1/3가량을 5경기 중에서 2경기씩 빠지는 패턴으로 달려왔으니 이제 남은 시즌을 네 경기 뛰고 한 경기 쉬는 패턴으로 돌아도 500타석을 채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테드 윌리엄스의 마지막을 가져올 자격? 웃기지도 않는 소리!! 최수원의 4할은 4할이 아니다.] [1년 152경기이던 시절 143경기에 출장하여 606타석이라는 규정 타석을 채운 4할과 162경기에서 100경기도 채 출장하지 않고 기껏해야 400타석 남짓 채울 4할이 어떻게 같은 4할일까?] [규정 타석에 모자라면 토니 그윈 룰대로 해서 나머지 100타석을 모조리 삼진으로 계산해야 정상!!] [최수원의 4할이 4할이라면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은 1941년 테드 윌리엄스의 4할이 아니다. 그는 52년과 53년에도 이미 4할을 쳤다. 비록 그것이 6경기 12타석. 37경기 110타석에 불과했지만 말이다.]우리 쪽 바람잡이들이 테드 윌리엄스를 너무 들먹여서일까? 보스턴 놈들이 진짜 미친 듯이 기사들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얘들 진짜 열광적인 팬층을 보유한 놈들이라 그런지 각종 SNS를 통해서 그걸 퍼트리는데. 화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유튜브에 야구로 인급동 같은 거에 올라가려면 어지간히 대단한 이슈가 아니면 올라가기 힘든데. 이놈들은 별다른 내용도 없이 그냥 나 욕하는 동영상으로 인급동을 올려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는 딱히 나쁠 게 없는 일이었다.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이야 내가 지금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현재 야구의 인기는 60년대 70년대의 그것이 아니다. 뭐 여전히 법리상으로는 National Sport라고 하지만 솔직히 요즘 분위기로 봤을 때 미국 국기(國技)는 야구가 아니라 미식축구가 더 가깝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와중에 이렇게 여기저기에 이야기가 퍼지는데.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솔직히 테드 윌리엄스나 조 디마지오 같은 이름은 대충 들어는 본 이름들이다. 한국에 축구 잘 모르는 사람도 차범근이라는 이름은 알고, 야구 잘 모르는 사람도 선동렬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뭐야? 얼마 전에는 베이브 루스 어쩌고 하더니. 이번에는 테드 윌리엄스에 조 디마지오야?”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이랄까?
아무튼, 그런 와중에 나도 인터뷰 하나를 했다.
“최근에 최수원 선수의 4할이 진짜 4할이라면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은 테드 윌리엄스 선수의 41년 기록이 아니다. 실제로 52년과 53년의 테드 윌리엄스도 4할을 쳤다. 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제 기록을 이야기 하기 전. 52년과 53년. 테드 윌리엄스의 4할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52년 테드 윌리엄스는 6경기에 출장했고 53년에는 37경기에 출장했다. 보통 한창 전성기의 선수가 이렇게 경기 숫자가 적으면 부상 등의 이유인데 이 양반은 이유가 너무 비범하다.
그래, 대충 년도 보면 답 나오겠지만 한국전쟁 참전이다.
“전 테드 윌리엄스가 52년을 풀로 뛰었다면. 그리고 53년을 풀로 뛰었다면 마찬가지로 4할을 쳤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가 4할을 포기한 대신 선택했던 그 봉사가 나의 조국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아······.”
여러 가지 계산이 있긴 했다.
테드 윌리엄스와 나의 관계를 더 강조할 수 있었고 군인의 봉사에 대한 존중을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정서에 딱 알맞은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계산 이전에 테드 윌리엄스가 했던 저 선택은 몇 번을 감사해도 부족하지 않을 인간적으로 크게 존중할만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4할이라는 기록은 그래서 저에게도 굉장히 의미가 큰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록을 이런 식으로 깨트렸다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 말씀은?”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구단과도 이야기를 끝낸 상황입니다. KBO에 있던 시절에도 이미 등판 직후에만 하루 쉬어가는 루틴으로 풀시즌을 치렀었고 심지어 막판에는 휴식일 아예 없이도 시즌을 치른 바가 있습니다. 이제 슬슬 빅리그에도 적응하고 있으니 다음 스탭으로 나갈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라며 멋있는 척을 했었다.
와, 근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이미 KBO에서 해봤던 일정인데 뭐가 보통 일이 아니냐고?
그러니까 KBO에서 뛰었던 게 적당히 8할 내외에 위급하면 10할의 힘을 쓰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기본이 10할이고 가끔은 정말 그걸 넘어서는 오버를 해야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동 거리는 길고, 그만큼 휴식시간은 짧고. 심지어 KBO에서는 월요일이 경기 없는 날이었으니 등판 이후 하루 쉬는 일정이면 주에 평균 이틀을 쉬는 일정인 셈인데, 여기서는 정말 주에 딱 하루 쉬는 일정이 돼버린다.
그래, 메이저리그에는 정말 많은 위대한 기록들이 있다.
근데 내가 요즘 느끼는데 그 위대한 기록들 가운데 진짜 대단한 건 루 게릭의 2,130경기 연속 출장. 그리고 철인 칼 립켄 주니어의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이다.
아니, 초중고 12년 올출석 기록만 하더라도 정말 대단한 기록인데 21살의 신입 유격수가 38세가 될 때까지 18년 동안 모든 경기에 출장한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 힘든 대기록이다. 분명 그렇게 뛰는 동안 잔부상도 있었을 거고, 진짜 오늘 경기는 너무 힘들어서 못 뛰겠는데? 싶은 날도 있었을 거다.
그래, 그러니까 오늘 나처럼.
[6회 초!! 투아웃에 주자 2루 상황. 점수는 5:7. 타석에 최수원 선수가 올라옵니다.] [지난 1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일곱 번째 승리를 챙긴 최수원 선수!! 오늘 앞선 세 번의 타석에서 삼진 하나에 범타 두 개로 아직 안타가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조 디마지오 선수의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에 이어 49경기 연속 안타로 역대 2번째 기록을 작성 중인 최수원 선수!! 과연 오늘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까요?]몸이 힘이 정말 없었다.
뭐 특별히 병이 났다고 하긴 그렇고 약간의 미열과 근육통. 그리고 두통까지 살짝 따라오는 미약한 몸살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49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동안 이런 날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 야구라는 종목이 다른 종목가 가장 다른 점은 1년 162경기를 치른다는 점이고, 이 말은 경기중 상당수는 컨디션이 영 좋지 않을 때 뛰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경기에서 스탯을 보존하는 것이 시즌 성적을 유지하는 방법이고 그래서 선구안 좋은 애들이 풀시즌 성적이 좀 괜찮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젠장. 나는 지금 연속 안타 기록을 작성 중이고 이게 눈 야구로 적당히 볼넷이나 받아서 될 상황이 아니다. 좀 아리까리 한 녀석들에서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는데 둘 다 외야 워닝트랙까지도 가지 못했다. 힘도 힘인데 타점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한 탓이다.
‘하루 더 쉴 걸 그랬나?’
기록이라는 게 좀 그렇다. 잘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기록이지만, 기록 그 자체를 위한 배려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앞서 말했던 루 게릭의 2,130경기 연속 출장 기록 같은 것도 기록 보존 차원에서 한 타석 출장하고 교체된 경기도 제법 된다.
젠장.
바로 며칠 전에 인터뷰에서 멋있는 척 입만 털지 않았더라도.
게다가 오늘 투수 녀석.
딱히 좋은 투수도 아닌데 이상하게 내 타석에서만 진짜 이 악물고 던진다. 나랑 무슨 원수진 것도 아니고. 하나 정도 좀 쉬운 거 내줄 법도 할 텐데.
[초구!!]빠르게 들어오는 공.
-부우웅!!!
“스트라잌!!!”
아, 착각이었다.
폼은 호쾌한데 빠른 공이 아니었다. 체인지업이다. 이거 컨디션 좋은 날에는 리그 에이스급 투수의 체인지업도 구분하는 내가 이렇게 속아 넘어가다니. 진짜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 건 확실하다.
두 번째.
몸쪽 깊숙한 코스.
-빠각!!!!
손바닥이 저릿하다.
힘으로 밀어붙이지도 못했다. 포수 뒤편 그물망을 강타하는 파울.
[몸쪽 컷패스트볼!! 쳤습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뒤편 그물망에 직격하는 파울타구!! 최수원 선수의 방망이가 부러졌습니다.]젠장. 스윙이 조금만 빨랐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부러진 방망이를 내팽개치고 미리 준비해둔 다른 방망이를 가지러 갔다.
‘아, 잠깐만.’
진작에 아웃 돼서 덕아웃에 앉아있던 앤서니 볼피에게 말을 걸었다.
“앤서니. 너 방망이 몇 온스지?”
“30.3인데. 왜? 방망이 빌려줘?”
“어.”
내가 쓰는 방망이보다 0.3온스 가벼운 방망이였다. 평소였다면 좀 가벼운 느낌이었겠지만 오늘 컨디션이 영 별로라서 그런지 평소에 내가 쥐는 방망이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몇 번 가볍게 방망이를 휘둘러봤는데 느낌이 좋다.
그래, 이거다. 기분이 확 좋아졌다.
이제 뭔가 한 방 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최수원 선수가 다시 타석에 올라왔습니다. 볼카운트 0-2. 상당히 불리한 상황!! 투수. 세 번째 공을 준비합니다.]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는 체인지업.
기분이 달라져서 그런가? 그냥 찍었는데 맞은 걸 수도 있겠지만 아까 전까지 잘 구분 안 되던 체인지업이 살짝 보이는 느낌이다.
네 번째.
또 몸쪽.
커터?
포심?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커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반쯤 돌아간 방망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야구공.
‘근데 이거 포심이네?’
왼쪽 겨드랑이를 급하게 더 조였다. 코어가 비명을 내지른다. 안 그래도 컨디션도 별로인데 50% 확률의 찍기도 빗나가다니. 진짜 되는 게 없는 날이다.
방망이의 궤적이 조금 틀어졌다. 그나마 방망이가 평소보다 가벼워서 다행이다.
-딱!!!!
스윗스팟에서는 미묘하게 벗어난 위치.
야구공이 날아온 방향 반대로 튕겨 나갔다.
빠르게 1루를 향해 달렸다.
살아 나갈 수 있을까?
근데 타구가 생각보다 쭉쭉 뻗어 나간다.
‘어라?’
1루를 밟고 그대로 2루를 향해 달렸다. 2루 주자는 3루를 밟고 홈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2루 베이스를 밟은 2루수가 송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의 절반 정도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아, 도루 장갑 안 꼈는데.’
머릿속에 잠시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나의 왼손은 2루 베이스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살짝 느리게 나의 등으로 향하는 2루수의 글러브.
“세이프!!!”
판정조차 필요 없는 깔끔한 세이프.
[최수원!! 50경기 연속 안타!!! 최수원이 기어코 50경기째 연속 안타를 기록합니다!!] [최수원의 1타점 적시 2루타!! 점수는 6:7!! 6회 초 투아웃에 다시 주자 2루!! 양키스가 소중한 1점을 추가하며 마침내 동점 주자를 득점권에 올려 놓습니다!!]컨디션이 영 좋지 않은 어느 날의 2루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