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15)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15화(315/404)
315화. 신기록 제조기(9)
[전 개인적으로 저 최수원 선수의 대단함이 이런 부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타격감이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도 보시면 홈런 숫자는 정말 꾸준했거든요. 이번 달에도 이걸로 벌써 홈런만 여섯 개째입니다.] [아니, 그런데 사실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고 하기도 뭐한 것이······ 최수원 선수 이번 달 들어서 출장한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고 게다가 멀티 안타 경기가 네 경기나 되거든요. 이번 달 타율만 보더라도 타율이 0.353이에요.] [하하, 어디까지나 그건 상대적인 부분이니까요. 누적 타율이 0.404인 타자가 월간 타율이 0.353이면 타격감이 떨어진 거라고 봐야죠.]“빌어먹을. 아니, 타율이 어? 최근이 0.353이고. 석 달 치가 0.404면. 어? 잠깐 한 달 정도 플루크였다가 본래 실력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봐야지. 어떻게 그게 타격감이 떨어진 거야. 안 그래?”
“그러니까. 너 지금 설마 YES네트워크 튼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있겠냐? AT&T지 당연히.”
“아니, 그러면 이 새끼들은 지네 팀이 홈런 맞았는데 그 홈런 친 선수 칭찬을 하고 있다는 거야? 로키스 팬들 다 뭐 하는 거야? 당장 방송국에 전화해서 항의라도 해야지. 안 그래?”
양키스의 상대편을 응원하기 위하여 경기를 지켜보던 어느 보스턴의 팬이 그들의 해설에 크게 불만을 표했다.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내가 지금 홈페이지에 항의글 올리고 있으니까.”
“그래? 그거 링크 넘겨봐. 우리 레딧에 올려서 화력 좀 모아보자.”
“오케이.”
“내가 진짜. 아니, 4할 타율이라고는 4월에 한 번 반짝 한 게 전부인 주제에 어디서 감히 4할 타자를 자처하는 거야? 하여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론 그 4월의 타율이 0.475라는 너무나도 심각하게 비상식적인 숫자였던 탓에 이후 한 달 반이 넘어가는 기간 동안 0.361이라는 타율을 기록하고도 0.404라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4할 아래로 타율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불 보듯이 뻔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보스턴의 팬들은 오늘도 양키스의 패배를. 그리고 최수원의 실패를 응원하기 위하여 누구보다 열심히 그의 경기를 지켜봤다.
***
먼저 홈플레이트를 밟은 앤서니가 잠시 나를 기다렸다가 함께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뭐야? 하루 쉰 걸로는 이제 조금 살 것 같더라더니? 백프로 회복?”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한 팔구십퍼센트?”
“그런데 외야 최상단을 때리는 홈런? 백 퍼센트 회복되면 아예 담장을 넘기겠다?”
녀석이 농담을 건넸다.
“그래도 쿠어스인데. 컨디션 백퍼센트면 장외 홈런 정도는 쳐야지.”
“와······.”
“농담이야. 농담.”
사실 진담이었다.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녀석도 제대로 알아들었다. 솔직히 쿠어스 필드에서 장외 홈런은 다른 구장 기준으로 외야 상단 때리는 정도 난이도다.
“홈······런······쳤네?”
“······어.”
어제의 대폭망한 피칭 덕분인지 눈이 좀 많이 죽어있는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말을 걸어왔다.
“대체 왜······ 내가 등판하는 날만······. 왜······.”
조용히 녀석과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 선발인 게릿 콜이 앉아있는 자리다.
“하하하!! 스완. 요즘 컨디션 별로 안 좋아 보이더니. 이제 완전히 좋아졌나 보네. 굿!! 아주 굿이야!!”
오늘 선발 등판인 투수가 기분이 좋아졌다니 뭐 나쁠 건 없었지만 이상하게 저 아저씨가 좋아하는 꼴은 영 보기가 싫다.
“역시 나의 가장 든든한 도우미답군. 하하하하하.”
아니, 든든한 도우미라니. 순간 나도 모르게 같은 편인데 발끈해서 벤치클리어링 일으킬 뻔했다. 심지어 이 아저씨 목소리까지 우렁우렁해서 저기서 그래도 동태 눈깔정도는 되던 도밍고 녀석의 눈을 완전히 말린 명태 눈깔로 변신시켜버렸다.
-따악!!!!
[1회 초. 잔루 2루. 양키스의 공격이 추가점 없이 끝이 납니다.]1회 말.
우리의 수비 이닝.
게릿 콜이 마운드 위로 위풍당당하게 올라갔다.
올라 가기 전에 잘난 척도 잊지 않았다.
“여기는 공이 안 뻗어. 그러니까 투수들이 평소보다 더 높은 곳을 노리고 던지거든? 근데 그러다가 진짜 높게 들어가서 홈런 맞고 엉엉 울다 강판 당하는 거야. 어제 도밍고 저 녀석처럼 말이지.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요.”
“어렵지 않아. 횡무브먼트 위주의 변화구로 피칭을 가져가고. 속구는 마찬가지로 낮게 깔아서 최대한 땅볼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야. 크, 이거 진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인데. 니가 진짜 내 든든한 도우미라서 특별히 알려주는 거다. 알겠어?”
“근데 저 여기서 안 던지는 데요.”
“아니, 올해야 그렇겠지. 근데 야구 하루이틀 할 거 아니잖아. 내셔널리그에 다른 지구라고 해도 1년에 한 시리즈는 꼬박꼬박 있고 그러면 2년에 평균 한 번은 원정을 오는 건데 언젠가는 너도 던지겠지.”
아무래도 조언을 하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본인 잘난 척 하고 싶어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아무튼 오늘 녀석이 선발 투수니까 기분 맞춰준다는 느낌으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 과연 베테랑이라는 걸까?
낮게 제구된 공들이 콜로라도 로키스 타자들의 땅볼을 양산시켰다. 2타자 연속 내야 땅볼 아웃. 그리고 로키스의 3번 타자. 현재 wRC+가 127로 로키스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는 앤디 베이컨이 타석에 올라왔다.
게릿 콜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35세의 베테랑 투수.
은퇴 이후 명예의 전당을 논할 커리어를 쌓아올린 리그 에이스.
그는 고작 쿠어스 필드 따위에······.
-따악!!!!
[쳤습니다!! 앤디 베이컨!! 큼지막한 타구!! 쭉쭉 뻗어 나갑니다!!]게릿 콜이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타구를 향해 손을 쭉 뻗었다. 이 정도에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대투수의 품격이었다. 기껏해야 워닝트랙 정도? 그래, 아마 그 정도에서 잡힐 것이라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만약 여기가 쿠어스 필드만 아니었더라면.
‘근데 여기 쿠어스잖아.’
좀처럼 떨어질 생각 없이 쭉쭉 뻗어 나간 타구가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솔로 홈런.
멋지게 손을 뻗었던 게릿 콜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손을 내려 바닥의 로진백을 주워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은 손에 로진을 바를 생각이었다는 것 같은 태도였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홈런은 손에서 공이 미끄러져서 그랬다는 작은 퍼포먼스일지도 몰랐다.
솔로 홈런포라는 자그마한 사고가 있긴 했지만 게릿 콜이 흔들림 없이 이어지는 타자를 상대로 무사히 땅볼을 끌어내며 추가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봤지? 이렇게 최대한 낮게 낮게. 그리고 횡무브먼트 변화구도 솔직히 좀 밋밋하게 들어가거든? 그러니까 평소보다 좀 공을 세게 잡는다는 느낌으로 가야 그나마 먹히는 느낌인데. 이건 느낌적인 느낌이라서 말로 설명해주긴 좀 어려운데. 궁금하면 내일 훈련 전에 공 몇 개 던져 보던지.”
마치 피홈런 따위는 없었던 일인 것 같은 자연스러운 태도.
그래, 평소 하는 짓들을 보면 어쩌면 그의 머릿속에 피홈런따윈 정말 없던 일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선발 투수의 뻔뻔함이었다.
우리 타자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제법 괜찮은 타구들이 나오는데 점수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방금 전에 홈런을 쳤던 앤디 베이컨을 비롯한 로키스 내야진의 수비가 미쳐 날뛴 탓이었다.
게릿 콜 역시 대단한 모습을 이어갔다.
시대를 휩쓸었던 에이스급 투수들도 쿠어스 필드 평자책만 따지면 4점대 5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게릿 콜이 솔직히 인간 자체는 좀 별로이긴 한데 그래도 여러모로 대단한 투수라는 건 부정하기 힘들었다.
3회 초.
다시 앤서니 볼피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공격. 첫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던 볼피가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딱!!!
그리고 3구 째.
제법 잘 맞은 타구가 좌중간 담장 근처에 떨어졌다. 볼피가 진짜 죽어라 달렸지만 중견수의 커버가 워낙 좋았던 탓에 녀석이 빠른 발로도 3루까지 가기는 무리가 있었다.
[3회 초!! 선두 타자 앤서니 볼피의 2루타!! 현재 점수는 2:1!! 양키스가 1점을 앞서는 가운데 득점권에 주자가 올라갔습니다. 경기를 더 크게 앞서나갈 절호의 기회!! 타석에는 2번 타자 최수원이 올라옵니다!!] [앞선 첫 번째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렸던 최수원 선수. 과연 이번 타석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 선수 최근 살짝 4할 타율이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물론 이번 달 성적도 3할 5푼을 넘어서는 대단한 성적입니다만 그걸로는 부족하거든요. 4할을 넘는 타율을 유지한다는 건 3할 9푼을 쳐도 타율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현재까지 237타석 214타수 87안타 23홈런. 0.407/0.454/0.822.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성적을 기록 중인 최수원 선수!! 하지만 만약에 이번 타석을 포함해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다면 개막 이후 꾸준히 이어왔던 4할 타율 수성에 실패하게 됩니다.]타석에서 항상 하던 대로 루틴을 수행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타격을 준비했다.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 게릿 콜은 나에게 쿠어스에서 투수에게 필요한 요령들에 대하여 본인의 경험들을 알려줬다. 그가 15년 가깝게 빅리그에서 뛰며 얻은 경험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게릿 콜처럼 장황한 말 따위는 필요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 게릿 콜의 저 장황한 말도 본인의 감각을 남에게 설명하려다 보니 장황해진 거지. 본인은 좀 더 간촐한 무언가의 느낌으로 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초구를 보내고.
두 번째를 또 보냈다.
볼카운트 1-1.
그리고 세 번째.
낮게 깔려 들어오는 공.
딱 좋았다.
‘살짝 더 높게 띄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따아아악!!!
[쳤습니다!! 최수원!! 높게 뜬 타구!!]로키스의 수비라인은 너무나도 당연히 전체적으로 뒤로 물러난 형태였다.
타구의 각은 평소보다 살짝 높은 느낌.
두둥실 떠오른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갔다.
2루에 선 볼피가 잠시 타구를 바라봤다.
아, 혹시 리터치 때문이냐고?
아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리터치를 고민할만한 타구가 아니었다.
저 멀리 후진해있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외야수들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뛰는 것을 포기했다.
1회 초.
홈런이 떨어졌던 곳과 정확하게 대칭되는 곳.
그러니까 쿠어스필드의 우측 외야 3층.
나의 두 번째 홈런이 그곳에 떨어졌다.
[넘어 갔습니다!! 외야 3층을 때리는 대형 홈런포!! 최수원!! 최수원의 시즌 24호 홈런입니다!!] [점수는 이제 4:1!! 최수원이 두타석 연속으로 투런포를 쏘아 올렸습니다!!]“이번에는 밀어서 외야 3층을? 이건 100퍼센트야?”
“아니, 한 95퍼센트? 말했잖아. 백퍼센트면 장외 홈런이라니까?”
경기는 이제 고작 3회 초.
아직 나의 타석은 세 번. 아니, 이곳이 쿠어스라는 것을 고려하면 네 번까지도 남아 있었다.
“요 며칠 부진했었으니까 오늘 같은 날은 스탯 세탁 아주 제대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