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16)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16화(316/404)
316화. 신기록 제조기(10)
마운드에서 내려온 게릿 콜이 덕아웃의 산소호흡기로 다가가 숨을 가다듬었다.
-스읍 –후우
게릿 콜은 한순간 정신이 확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이곳 쿠어스필드에서 뛸 때는 이닝을 끝낼 때마다 이렇게 산소호흡기로 산소를 한 번씩 공급해주는 것이 느낌이 훨씬 좋았다.
4:3
고작 1점 차이.
하지만 쿠어스필드에서 4이닝 3실점이면 크게 나쁜 성적은 아니다. 도밍고 녀석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저 녀석 성격은 진짜 구리지만 게릿 콜 자신을 제치고 사이 영을 받았던 적도 있을 만큼 실력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놈인데 무려 5.1이닝 8실점을 했다.
‘다가올 사건들은 그 전에 그림자를 들이미는 법이지.’
4회가 끝나는 시점까지 최수원의 투런 홈런 두 방을 제외하면 양키스는 점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릿 콜은 마음을 그리 급하게 가지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오는 법이다. 양키스의 공격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잔루는 쌓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언젠가 한 번은 터진다. 지금까지 녀석들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최수원.
그래, 그의 가장 든든한 도우미.
5회 초 양키스의 타순은 9번부터 시작된다. 그러니까 이번 이닝에 그의 공격 찬스가 무조건 돌아온다는 뜻이다.
타석에 9번 타자 호세 트레비뇨가 올라갔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드 글러브 급 수비 실력에 더하여 리그의 평균적인 투수 이상의 공격력에 결정적인 순간에는 꼭 한 건을 해내는 핀치 히터의 면모를 보였던 호세 트레비뇨다. 하지만 지금은?
0.195/0.199/0.249
포수라는 것을 감안해도.
그리고 그의 수비가 골드 글러브 급 실력을 거의 유지중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심각한 타격 수치였다. 안 그래도 얼마 전 게릿 콜은 해롤드 코치와 이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헤이, 해롤드.”
“또 뭔데?”
“아니, 호세. 이대로 괜찮은 거 맞아?”
“호세가 뭐 어때서.”
“뭐 어떻기는. 지금 타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출루율이 2할이 간당간당하잖아.”
“그거야 원래 호세가 막 공 골라내고 그런 타입은 아니니까. 그래도 장타는 여전히 곧잘 치잖아. 홈런도 다섯 개나 되고. 게다가 원래 호세가 좀 득점권에 강하잖아. 지금 타점도 30타점 정도 되지 않아?”
“그것도 옛날이야기지.”
“그래서. 해리슨으로 포수 바꿔 달라는 거야?”
“아니, 걔라고 뭐 크게 다르지도 않잖아. 타격 쥐꼬리만큼 괜찮고 수비는 더 엉망 아니야. 걔 말고 들어보니까 마이너에 요새 괜찮은 애 있다며.”
“누구? 설마 오스왈드? 글쎄다. 그 녀석이 꽤 빠르게 올라오긴 했는데. 그래봐야 아직 서머셋에 있어서.”
“걔 나이가 24살인가 그러지 않아? 그러면 스크랜턴 건너뛰고 바로 올라와도 되겠구만. 지금 팀 포수들 타격이 죄다 이 모양인데. 안 그래?”
“그건 위에서 판단할 문제고. 기껏해야 코치 하나 붙잡고 할 이야기가 아니지. 그냥 아예 단장을 찾아가. 게릿 너 정도면 그렇게 해도 되잖아.”
유익한 대화였다.
조금 틱틱거리기는 했지만 아마 해롤드도 자신의 의견에 아주 깊숙하게 공감했던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오늘 저기서 타격을 더 조지면 아마도······.
-따아악!!!
[쳤습니다!! 2, 3루간을 꿰뚫는 강한 안타!!] [좌익수 빠르게 달려 봅니다만 늦었습니다. 타자 주자 1루에 여유롭게 세이프!!] [타석에 1번 타자 앤서니 볼피. 앤서니 볼피가 올라옵니다.] [아, 콜로라도 로키스. 투수 교체입니다.]끄응······.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실시간으로 출루율을 다시 2할 위로 올려버린 포수를 바라보며 게릿 콜이 쓰게 웃었다.
***
-딱!!
[쳤습니다!! 앤서니 볼피!! 빠른 타구!! 좌측 담장 앞 워닝 트랙까지!!] [1루 주자 빠르게 달립니다. 2루 지나서 3루까지!! 그 사이, 타자 주자는 2루에서!!]“세이프!!”
[아, 로키스. 투수 교체를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를 허용하며 이제 노아웃에 주자 2, 3루. 타석에는 오늘 경기 멀티 홈런을 기록 중인 최수원. 최수원 선수가 올라옵니다.]노아웃에 주자 2, 3루.
느낌이 왔다.
아, 이거 고의사구 나오겠구나.
[현재까지 최수원 선수 슬래시 라인이 0.409/0.456/0.837. OPS가 무려 1.293입니다. 이건 뭐 너무 뻔하겠는데요?] [글쎄요. 하지만 1점 내줄 걸 각오하고 만루 작전을 펼치기에는 이어지는 타일러 비트 선수. 그리고 애런 저지 선수도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는 타자거든요.] [그렇죠. 과연 로키스의 덕아웃은 어떤 선택을 할지. 지금 참 머리가 복잡할 겁니다.]타석으로 걸어 나가는 동안 나를 바라보는 반대편 로키스 덕아웃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아, 역시. 로키스. 여기서 고의사구를 선택하네요.] [노아웃에 만루. 타석에 타일러 비트가 올라옵니다.]“아쉽네. 오늘 홈런 관련으로 신기록 하나 세워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고의사구라니.”
“······.”
1루의 코치에게 보호대와 장갑을 벗어주고 혹시 모르니 손에 도루 장갑을 꼈다. 그리고 다시 1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로키스의 1루수에게 약간의 도발을 건넸다.
근데 로키스의 1루수 녀석이 너무 잔뜩 쫄아든 모습으로 아무런 답을 못해서 오히려 조금 민망해진다.
“농담. 농담.”
“······.”
아니, 진짜 나름 농담이었는데······.
-따악!!!!!
타일러 비트가 강하게 공을 후려쳤다. 강한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간다. 2루의 앤서니 볼피가 나보다 미세하게 빠르게 3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확실히 좋은 주자다.
2루 베이스에 닿기 전. 3루 코치를 슬쩍 바라봤다. 달리라는 신호가 너무 눈에 확 들어왔다. 2루를 밟고 3루로. 이미 앤서니 볼피의 몸은 거의 홈에 다다랐다.
3루에서 멈출까?
No.
3루 코치는 망설임 없이 나에게 홈까지 달려갈 것을 요구했다.
-뻐어엉!!!
“세잎!!!!”
3타점 싹쓸이 2루타.
2루에 선 타일러 비트가 당연히 해야 할 걸 해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얼굴이 살짝 상기된 것이 그 속내는 기뻐서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었다. 나도 예전에 회귀하기 전에는 몇 번은 당해봤는데 내 앞 타자에게 고의사구를 주는 건 그게 만루작전이건 병살을 끌어내려는 작전이건 상관없이 그냥 열이 좀 오른다.
서둘러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보통의 구장에도 덕아웃에 산소호흡기가 한, 두 개 정도 비치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쿠어스 필드는 역시 격이 달랐다. 무려 다섯 개의 산소호흡기가 비치되어 있다. 그 가운데 두 개를 방금 홈플레이트를 밟은 야수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나도 그 옆에 가서 나란히 산소호흡기로 숨을 골랐다. 사실 머리가 좀 띵한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호흡이 확 편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와, 진짜 이 구장에서 투타 겸업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따아아악!!!
애런 저지가 그대로 홈런을 쳤다.
오늘 경기가 대폭발하는 것을 확정 짓는 투런포였다.
[순식간에 점수는 9:3!! 5회 초 양키스가 무려 5득점을 뽑아냅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아웃카운트는 여전히 0개!! 타석에 5번 타자 오스틴 배틀이 올라옵니다!!]콜로라도 로키스의 투수가 또 교체됐다.
생각해보면 얘들도 포기하기에는 좀 일렀다. 얘들 어제 우리의 에이스에게 5.1이닝 만에 무려 8점을 뽑아낸 녀석들이다. 그래, 여기는 쿠어스 필드. 타자들의 스탯을 보기 좋게 화장해주는 최고의 메이크업 샵이다. 어디서 또 대량으로 점수가 터질지 모른다.
우리 팀의 다른 타자들도 대충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자자, 집중 하자!! 아직 경기 한참 남았어!!”
홈플레이트를 밟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홈런의 주인공 애런 저지가 자신을 향해 환호해주는 팀원들에게 집중을 요구했다. 게릿 콜 저 아저씨는 이 와중에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경기가 계속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닝이 계속됐다.
노아웃에 5번 타자.
그러니까 나까지 타순이 돌아오려면 앞선 여섯 명의 타자 가운데 최소 넷이 출루에 성공해야 한다. 아무리 지금 우리 타선이 타오르기 시작했어도 하위 타순의 시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따악!!!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뻐어엉!!
.
.
.
-뻐엉!!!
[5회 초!! 투아웃에 주자 만루!! 타석에 2번 타자 최수원이 다시 또 올라옵니다!! 현재까지 3타석 2타수 2안타 2홈런 1볼넷!!! 앞선 타석에서는 주자 2, 3루 상황이었던지라 고의사구가 가능했었습니다만 지금은 만루거든요. 과연 콜로라도 로키스의 덕아웃은 어떤 선택을 할지!!] [아!! 승부를 선택합니다!! 하긴, 안 그래도 점수가 10:3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밀어내기 고의사구는 좀 말이 안 되는 선택이죠.] [그렇죠. 설사 볼넷을 준다고 하더라도 승부를 아예 포기하는 그림은 팀의 사기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주거든요. 이건 고민할 꺼리도 못 됩니다. 무조건 승부를 해야죠.]벌써 이번 이닝에만 세 번째 바뀐 투수가 마운드에서 나를 바라봤다.
좌완에 커터를 던지는 젊은 투수다. 쿠어스필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낮게 떨어지는 공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타입.
3구째.
밋밋하게 들어오는 어중간한 바깥쪽 낮은 코스 적당히 빠른 공.
그래, 어쩌면 본래는 커터를 던지려고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실투다.
-따아아아악!!!!
그 실투를 내가 아주 시원하게 잡아당겼다.
좌측 담장.
쭉쭉 뻗어가는 타구.
이번에는 정말로 100%였다.
[너······ 너······, 넘어!! 갔습니다!!!] [장외 홈런!! 장외 홈런입니다!! 경기장을 완전히 넘어가는 초대형 홈런!! 최수원!! 5회 초 4타점짜리 만루홈런을!! 그러니까 본인의 시즌 25호 홈런포를 장외 홈런으로 기록합니다!!] [압도적!! 그저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퍼포먼스!! 한 경기. 5회까지 혼자서 무려 8타점!! 3개의 홈런!! 최수원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5회 초 투아웃!! 점수는 이제 14:3. 최수원이 그야말로 경기에 쐐기를 박는 홈런을 때려냅니다.]이번에도 역시 나보다 한 발 먼저 홈플레이트를 밟은 앤서니 볼피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말했잖아. 백 퍼센트면 넘어간다고.”
“······.”
5회 초.
4타석 3타수 3안타 3홈런 1볼넷.
그리고 여전히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
[최수원 54경기 연속 안타 기록!!] [드디어 대폭발한 방망이!! 최수원!! 6타수 4안타 4홈런 1볼넷!!] [메이저리그에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한 타자들을 알아보자!!] [최수원 순식간에 가장 유력한 이달의 선수 후보로!!] [0.413/0.461/0.862. 그저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괴물!!] [지금 당장 시즌 아웃이 된다고 해도 가장 강력한 MVP 후보.] [양키스 21:7 압도적 대승!!]“이런 씹······. 아니, 솔직히 쿠어스 필드. 그 세탁소는 기록에서 말살해야지!!”
“난 예전부터 산동네가 싫었어. 빌어먹을!! 아니, 말이 돼? 걔 바로 지난 경기까지 빌빌거렸잖아. 근데 갑자기 4홈런을 친다고? 약이라도 빤 거 아니야?”
“도핑검사. 도핑검사를 해야된다고 본다.”
“그거 지난 달에 결과 나온 거 아니었어?”
“아 몰라!! 갑자기 홈런 다시 치는 거 보니까 이거 도핑 검사 무조건 해야 함.”
그리고 보스턴이 열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