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18)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18화(318/404)
318화. 신기록 제조기(12)
같은 경기를 보고 있음에도 어느 팀을 응원하느냐에 따라서 해설의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계 자체가 무조건 전국으로 나가는 KBO와 달리 MLB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구단마다 지역 방송국과 계약을 맺고 중계를 진행하는 만큼 그 차이는 극명하다.
[이거 정말 경기가 너무 흥미진진해지는군요.] [그러게요. 5회 초 최수원 선수의 두 번째 타석!! 아, 이번 경기 두 번째 타석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번 ‘이닝’ 두 번째 타석입니다.]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쳤던 최수원 선수의 이번 이닝 두 번째 타석!! 환상적입니다. 그저 환상적이라는 말 밖에는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최수원!! 그리고 양키스!! 오늘 정말이지 완벽합니다.]그리고
[오늘 3타석 3타수 3안타에 2홈런. 조금 전에 홈런을 치고 내려갔던 최수원의 네 번째 타석. 현재 주자는 여전히 만루입니다.] [아······.] [끔찍하네요. 악몽도 이렇게까지는 끔찍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이 악몽이라면 좋겠습니다. 그냥 자고 일어나서 농담처럼 오늘 정말 끔찍한 꿈을 꿨어.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은 순간이에요.]최수원이 타석에 섰다.
경기장이 고요하다.
물론 경기가 시작될 때와 비교한다면 물리적으로도 고요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는 했다. 경기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8할 가깝게 차 있던 경기장이 고작 5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절반 가까이 비어있는 상태였으니까.
어제 경기 7타석 6타수 4홈런에 이어서 오늘 경기 3타석 3타수 2홈런.
그리고 5회에 네 번째 타석.
콜로라도 로키스의 덕아웃에 우울한 분위기가 그득했다.
이걸 걸러야 할까?
상식적으로 그의 기록만 본다면 이건 상대하면 안 되는 타자다. 그런데 이미 점수는 10:3. 게임은 진즉에 터졌다. 심지어 지금 상황은 만루다. 그런데 여기서 밀어내기 볼넷을 한다고? 사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그런데 지금 콜로라도 로키스의 감독은 그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10:3. 7점 차이. 크다. 하지만 1차전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폭발력을 생각한다면 아예 가능성이 0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만루홈런을 내준다면?
14:3.
이제 5회인데 무려 11점 차이다. 무엇보다 한 자릿수와 두 자릿수는 그 느낌부터가 다르다. 무엇보다 지금 타석에 올라온 타자는 무려 10번의 기회 가운데 홈런만 6번을 친 미친놈이다. 안타가 총 일곱 개인데 홈런만 무려 여섯 개라니······.
짧은 순간의 지독한 고민.
하지만 결과는 너무 뻔했다.
‘확정된 손실에 대한 회피.’
어쩌면 그것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았다.
여기서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다고 해서 후속 타자인 타일러 비트와 애런 저지를 잡아낼 수 있을까? 만약 병살이 나와준다면야 그 둘을 모두 상대할 필요는 없다지만 그게 정말 가능할까?
아니, 그럴 리가.
어제와 오늘 그들의 성적을 본다면 절대 그런 생각은 할 수 없다. 최수원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들 역시 타석에서 거의 MVP급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었다.
‘젠장.’
밀어내기 볼넷은 없었다.
경기가 속행됐다.
***
개인적으로 밀어내기 볼넷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나? 하긴. 점수가 10:3인데 여기서 밀어내기 볼넷은 좀 무리가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를 계속 상대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좀 무리가 있는 선택일텐데······.
뭐 딱히 특별한 심리전따위도 필요 없었다.
까다로운 공 몇 개 여유롭게 흘려 보냈다. 어차피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은 이미 완료한 상황이다. 굳이 빠지는 공을 억지로 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적당히 여유롭게 좋은 공을 기다렸다.
공 두 개를 그냥 보내고
-부우웅!!!
헛스윙 한 번.
그리고
-따아아아악!!!
시원한 타구음.
완벽하게 잡아당긴 공이었다.
타구가 쭉쭉 왼쪽 담장을 아득히 넘어선 곳으로 날아간다.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쭉쭉 날아가는 타구. 이거 아무래도 오늘도 내 컨디션은 백퍼센트를 찍어버린 것 같다.
[넘어갔습니다!! 경기장을 시원하게 넘어가는 우리 최수원 선수의 장외 홈런!! 어제에 이어 또 다시 최수원 선수가 쿠어스 필드의 담장이 아닌 경기장을 넘겨 버렸습니다!!] [와, 이건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로는 그 표현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아니, 아무리 쿠어스 필드가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이고. 장외 홈런도 비교적 잘 나온다지만 이게 말이 됩니까? 11타석에 홈런만 일곱 개라고요? 심지어 그중 두 개는 장외 홈런? 이건 정말 말이 안되는 일이거든요.] [네, 최수원 선수가 그 말이 안 되는 일을 해내면서 시즌 홈런 수가 이제 무려 29개!! 29개입니다!! 이걸로 올해의 슬래시 라인은 0.423/0.470/0.905] [아, 죄송합니다. 이게 저희도 너무 터무니없는 장면을 봐서 정작 경기 중계에는 조금 소홀했네요. 5회 초. 원아웃. 점수는 이제 14:3. 양키스가 매우 큰 폭으로 경기를 앞서 나가기 시작합니다.] [아, 쿠어스 필드를 찾았던 로키스의 많은 팬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5회 초에 11점 차이. 이건 사실 저분들을 비난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 충분히 그럴만합니다.]“이제 16점?”
“어?”
“아까 오스틴이었나? 누가 그랬잖아. 리그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이 30점이라고. 이제 그러면 16점 남은 거잖아.”
“미친? 지금 그걸 깨······. 깰만 한데? 지금 5회 초, 원아웃에 14점이니까.”
“방금 봤지? 나 오늘 컨디션 백 퍼센트야. 그러니까 내가 남은 타석 모조리 홈런 친다고 치면 이제 정말 몇 점 안 남았어.”
앤서니가 이게 무슨 미친 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완벽하게 진짜 미친 소리인데. 막상 하는 걸 보니까 이게 또 현실감이 아예 없는 미친 소리 같지는 않고. 뭐지? 내가 지금 혹시 MLB 더 쇼에 선수 모드 NPC로 들어온 건가?”
앤서니의 헛소리를 뒤로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미친······.”
거기에는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음울한 오러를 잔뜩 뿜어대던 도밍고 녀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이 정도 되면 아무리 좌절에 빠져 있던 녀석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렇게 반쯤 정신이 나가 있던 도밍고 녀석조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인데 덕아웃의 분위기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열광 그 자체.
심지어
-따아악!!!
타일러 비트가 바뀐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쳤고 애런 저지가 거기에 홈런을 추가했다. 그렇게 점수는 16:3. 이제 쿠어스 필드 관중석에는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보다 비어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경기는 상당히 오래 계속됐다.
우리에게는 즐겁게.
그리고 콜로라도 로키스에게는 정말 지옥 같은 느낌으로.
***
난세에는 원래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오늘 5회 초 원아웃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던 제이콥은 충분히 영웅이라고 부를 만했다.
16:3의 터무니 없는 점수 차이.
이미 경기를 뒤집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어떻게든 경기를 끝내기라도 해보라는 마음으로 올린 그가 5회와 6회 무려 다섯 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 2개 포함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7회 초.
제이콥은 선두 타자로 타석에 올라온 앤서니 볼피마저 외야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며 앞서 자신이 보여준 호투가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7회 초 원아웃. 주자 없는 상황. 최수원. 최수원의 다섯 번째 타석입니다!!]타석에서 내려가는 볼피에게 공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경고를 들었다.
확실히 앤서니 볼피가 혀를 내두를 만큼 몸쪽 높은 코스로 꿈틀거리며 들어오는 공은 충분히 더러웠다.
‘근데 그게 뭐?’
어제부터 지금까지 앞선 투수들이 꾸준히 낮은 공 위주로 왔고 그 공에 재미를 보던 터라 한순간에 스위치가 바뀌지 못한 다른 타자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건 나오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늘 나의 컨디션은 백 퍼센트.
지금의 나라면 설사 마운드에 선 투수가 현재 리그 최강의 투수인 숀 카펜터. 아니, 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는 1999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즈라고 해도 감히 막아설 수 없다!!
-딱!!
‘아!?’
몸쪽 높은 코스.
볼 끝이 정말로 미친 듯이 지저분했다. 아니, 대체 이런 투수가 왜 패전 처리를 하러 나온 거지? 아무튼, 최선을 다해 잡아는 당겼는데······.
[최수원!! 높게 뜬 타구!! 타구의 속도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각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좌익수 빠르게 담장 향해서 달립니다!!]애초에 잔뜩 뒤로 물러난 위치에서 수비를 하고 있던 터라 좌익수가 담장 앞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매우 짧았다.
아······. 이거 오늘 제대로 일 한 번 내나 했는데 또 여기서 이렇게 끊기다니. 솔직히 다음 경기가 내 56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하는 경기이기도 했고, 상대가 보스턴인 터라 이왕이면 어마어마한 기록을 만들어서 기세를 잔뜩 북돋은 채로 가고 싶었는데······.
[어······.] [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타구!! 담장!!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어간 타구!! 와, 이건 꼼짝없이 외야플라이아웃이구나 싶었는데. 우리 최수원 선수. 이걸 또 이렇게 넘겨버리네요.] [시즌 30호 홈런!! 최수원이 고작 두 경기 만에 홈런 여덟 개를 몰아치며 그야말로 미친 페이스를 보여줍니다.] [7회 초. 원아웃. 이제 점수는 17:3!! 경기 계속됩니다.]역시 되는 날은 다르······아니, 아니다. 이런 것까지 다 포함해서 그게 바로 ‘실력’이라는 거다.
나의 홈런이 선수들을 자극한 것일까?
이어진 경기에서 우리는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적으로 우리는 30점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참 아쉬운 일이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우리의 사기가 꺾이거나 아쉬움에 몸부림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우린 그것과는 조금 다른 기록을 하나 경신했다.
[뉴욕 양키스!! 28:3의 압도적 승리!! 라이브볼 시대 이후 최다 점수 차 대기록!!] [보스턴아 기다려라!! 양키스가 나가신다!!]그리고 그와 더불어 나 역시 아주 사소한 기록 하나를 더 추가했다.
[최수원 55경기 연속 안타!! 이제 위대한 조 디마지오의 기록과는 단 한 경기 차이!!]아, 물론 55경기 연속 안타를 말하는 건 아니다.
그건 아직 현재 진행형인 기록이었으니까.
[지금까지 이런 타자는 없었다!! 메이저 150년 역사에 최초!! 최수원 한 경기 5홈런 대폭발!!] [월간 성적 0.452/0.478/1.129!! 4월의 기록이 플루크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최수원!!] [6월 중순!! 이미 정해져 버린 2028시즌 AL의 신인왕. 그리고 MVP!! 0.429/0.474/0.933. 이것이 현대 야구에서 가능한 기록이었을까?]전생에서도 해보지 못했던 한 경기 5홈런 기록.
6월의 마지막 주.
나의 56경기 연속 안타.
그리고 그 너머.
그곳에 보스턴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