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19)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19화(319/404)
319화. 신기록 제조기(13)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야구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하나 올라왔다.
[최수원이 지금 당장 시즌 아웃 돼도 MVP 받을 수 있겠지?]그리고 그 게시글은 고작 하루 만에 무려 1,000개가 넘는 댓글을 뽑아내며 현재 최수원이 얼마나 뜨거운 화젯거리인지를 증명했다.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제 162경기 중에서 79경기 치렀음. 아직 시즌 절반도 안 지났는데 무슨 MVP를 논하고 있어.
─근데 지금 최수원 WAR이 7.7이잖아. 이 정도면 받을 만한 거 아님?
─지금 완더 프랑코 워가 4.9임. 얘도 풀시즌 치르면 아마 10 가까울걸? 그러면 최수원이랑 거의 2.3은 차이나는 건데 워로는 못 비비지.
─근데 완더 프랑코는 유격수라서 수비 보정치를 너무 심하게 받는 거 같음.
─그거 다 포함한 게 WAR이다.
─최수원 스탯 거품 졸라 심함. 홈런 31개 중에서 9개가 쿠어스 ㅋㅋㅋ. 한참 거품 빠지는 중이었는데 진짜 세탁소에서 스탯 세탁 오지게 한 듯.
─아니, 그러니까 그런 거 저런 거 다 포함해서 보정 한 게 WAR이라고!!
─규정타석 못 채운 타자는 MVP 못 탐. 국룰임.
─근데 최수원은 투타 겸업이잖아. 투타겸업이 규정타석 좀 미달된다고 MVP 못 타는 건 말이 안되지.
─좀 미달이면 MVP 탈 건데. 지금 전제가 시즌 아웃 전제잖아. 반 시즌 뛰고는 하늘이 두쪽나도 절대 못 탐.
─근데 만약 최수원이 내일이랑 모레 연속으로 안타 쳐서 ‘그 기록’ 깨고 시즌 아웃되면?
─어······. 그러면······. 그래도 못 타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시즌 딱 절반 치르고 타는 건 좀 에반데?
─안그래도 현지에서도 지금 비슷한 주제로 핫한데 거긴 못 줄게 뭐가 있냐는 게 대세임.
─진짜?
─어, 근데 걔들도 일단 56경기 연속 안타는 깨야지 가능성 생긴다. 뭐 그런 식?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만 깨면 이제 나머지 경기 전부 다 출장해서 타율 1할만 쳐도 MVP급 기록인데 못 줄 이유가 뭐가 있냐. 뭐 그런 이야기들 하더라.
전반기도 끝나기 전에 지금 당장 시즌 아웃 돼도 MVP를 받을 수 있겠냐니. 사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에 이런 식의 진지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최수원이 얼마나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지를 증명했다.
─암튼 다 모르겠고. 이대로 진짜 풀시즌 꾸역꾸역 지금이랑 비슷한 성적으로 끝까지 치러내잖아? 적어도 1년 단위 기준으로 GOAT는 무적권 최수원이다.
***
펜웨이파크를 찾은 세 사람의 보스턴 팬들이 각자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거 느낌이 좀 심각하게 싸한데?’
‘이거 어쩌면 우리가 망할 양키스 놈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에 희생양이 되는 거 아닐까? 그것도 심지어 우리 홈에서?’
‘쟤 어떻게 우리 팀에 못 데리고 오나?’
그렇기에 그들은 더 크게 웃고 떠들었다.
“하하, 오늘 드디어 그 최가 놈 연속 안타 경기 기록이 끊어지는 날이네.”
“어디 그뿐이야? 이번 시리즈 내내 그냥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아예 그놈의 4할도 3할로 좀 주저 앉혀버리자구!!”
“맞아. 어차피 산에서 갑자기 확 쳐봤자. 알잖아? 로키스 애들 산 내려오면 적응 못 하고 어버버 하는 거. 아마 그놈도 똑같을 거야. 안 그래?”
“그런데 우리가 지금 최수원 타율 3할로 내릴 수 있나?”
“왜 못해? 3경기 전부다 무안타로 잡으면 그만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얘 지금 타율이 0.429인데. 3경기 나와서 경기당 다섯 타석씩 서서 15타수 무안타를 해도 타율이 0.402인데?”
“그러면 16타수 무안타로 만들면 그만이지!!”
“아니, 그래도 걔 타율이 여전히 0.400······.”
“······.”
“······.”
세 사람이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솔직히 지금 4할을 치고 있는 타자가 시리즈 내내 그것도 다른 타자들은 열심히 쳐서 무려 5번씩 타격 찬스가 오는 상황에서 혼자 침묵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데. 그런 말이 안 되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타율이 4할이라니.
“망할 쿠어스······.”
“그래, 이 모든 것이 다 쿠어스 때문이다.”
“괜찮아. 괜찮아. 아까도 이야기한 것처럼 어차피 산에서 정신없이 치던 애는 산에서 내려오면 슬럼프가 오게 돼 있어. 양키스 놈들 대부분 다 마찬가지일걸? 우린 여기서 달달하게 3승 챙기고 동부지구 우승이나 노려보자고.”
“맞아. 지금 양키스랑 6경기 차이니까. 여기서 스윕 해버리면 잘하면 전반기 우리가 1위로 마무리 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들은 그냥 머릿속에서 최수원이라는 이름을 일단은 지워버리기로 무언중에 합의했다. 그래, 야구에서 개개인의 기록이 대체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오직 팀의 승리다.
암, 그렇고 말고.
마운드의 후안 몬테로가 가볍게 호흡했다.
[자, 1회 초!! 타석에 1번 타자 앤서니 볼피!! 앤서니 볼피 선수가 올라옵니다.]그의 시선이 타석에 들어오는 앤서니 볼피가 아닌 대기 타석에 서있는 최수원에게 향했다. 그저 터무니없다는 말 말고는 뭐라 표현할 방도가 없는 타자다.
단순히 대기 타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압박감이 전해진다.
‘아냐. 일단 눈앞의 타자에 집중하자.’
그가 몇 차례 고개를 흔들었다.
보스턴의 덕아웃은 오늘 후안 몬테로를 선발로 등판시키기 위하여 투수 운용에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아마 몇 가지 의도가 존재할 것이다. 1, 2, 3선발의 가장 강력한 카드로 양키스를 상대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이왕이면 저 ‘최수원’의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오늘 이곳 펜웨이파크에서 막아줬으면 한다는 바람.
후안 몬테로의 시선이 또 한 번 자신도 모르게 최수원에게 향했다.
미쳤다.
56경기 연속 안타라니.
아니, 그러니까 이걸 21세기에 재현을 한다고?
[투수 와인드업!!]초구.
바깥쪽 낮은 코스.
살짝 빠지는 공.
-뻐엉!!!!
앤서니 볼피가 방망이를 멈춰 세웠다.
“스트라잌!!!”
살짝 애매한 공이었는데 스트라이크 콜이 나왔다. 아마 히트맵상으로는 벗어난 공이겠지만 우완 투수가 우타자를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빠지게 꽂았던 공인만큼 어느 시점에서는 살짝 걸친 구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기 타석에 서 있던 최수원은 방망이를 세우지 않았는지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후안 몬테로의 시선에 들어왔다. 녀석이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 타이밍을 잡았다는 뜻일까? 고작 공 하나에?
‘젠장. 이봐. 후안. 정신 차려. 지금 네 상대는 스완이 아니야. 볼피라고!!’
두 번째.
또 하나 바깥 코스.
-부우웅!!!
슬라이더였다.
“스트라잌!!!”
투 스트라이크.
최수원은?
‘젠장.’
방망이를 멈춰 세웠다.
슬라이더를 간파한 걸까?
우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가 안 먹히면 그만큼 갑갑한 것도 없는데 만약 그렇다면 매우 곤란하다.
세 번째.
-딱!!!
높게 뜬 타구가 3루 내야 관중석 그물망을 두들겼다.
파울.
투심이었는데 땅볼이 아니라 뜬공이 나왔다. 생각보다 훨씬 낮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네 번째.
높은 코스.
가장 빠른 공.
-뻐엉!!!
무려 103.1마일짜리 하이패스트볼이었다.
그래, 이걸로 일단 타자 하나는 끝이다.
3구삼진은 아니지만 4구삼진.
[좋습니다!! 심판 손 올라오지 않습니다. 앤서니 볼피. 0-2의 볼카운트에서 침착하게 높은 공을 잘 골라냈습니다. 이제 볼카운트는 1-2.]젠장!!!!!!
바깥쪽 공은 그래도 적당히 잡아주더니 높은 코스에 이렇게 짜게 나온다고?
이번에도 그의 시선이 대기 타석을 흝었다.
뭔가 만족스러운 표정의 최수원이 보였다.
안된다.
저 녀석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신경 쓰지 않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게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어려웠다.
다섯 번째.
그리고 그 어려움의 대가가 후안 몬테로를 덮쳤다.
-딱!!!!
앤서니 볼피가 살짝 몰린 슬라이더를 그대로 잡아당겼다. 내야 수비를 뚫어내는 강한 타구였다.
[쳤습니다!! 앤서니 볼피!! 2, 3루간!! 마르셀로 마이어 몸을 던져 봅니다만 빠져나가는 타구!! 좌익수 요시다 마사타카가 공을 잡았습니다만, 그 사이 앤서니 볼피!! 무사히 1루에 안착합니다!!]노아웃 주자 1루.
젠장.
후안 몬테로가 미간을 찌푸렸다.
타석으로 그 최수원이 걸어들어왔다.
마치 –저벅저벅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묘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아니, 아니야.’
그가 머리를 저었다.
직전 2경기 9홈런?
한 경기 5홈런에 4할 타자?
56경기 연속 안타 도전?
그 모든 것을 잊자.
4할 타자라고 하더라도 결국 10번 중에 6번은 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그건 리그의 모든 투수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다. 그리고 후안 몬테로 자신은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다.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
[최수원!! 최수원 선수가 타석에 들어옵니다!!] [양키스의 2번 타자!! 직전 경기 6타석 6타수 6안타 5홈런!!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나이!! 현재까지 0.421/0.467/0.937!! OPS가 무려 1.404!! 최수원 말 그대로 리그를 폭격하고 있습니다!!] [OPS가 1.404이다? 솔직히 제가 감독이라면 이 선수는 무조건 거릅니다. 설사 만루라도 거릅니다. 그래도 이득입니다. 1.404라는 숫자는 그런 의미에요.] [하지만 현재 그러기도 좀 힘들죠. 지금 최수원 선수 55경기 연속 안타!! 그러니까 ‘위대한 조 디마지오’의 기록에 고작 1경기를 남겨둔 상황이거든요. 이걸 연속된 고의볼넷으로 망쳐버린다? 그건 정말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추태일 겁니다.]최수원이 특유의 루틴을 수행했다.
장갑을 동여매고 헬멧을 고쳐 쓰면서 배트로는 홈플레이트를 툭툭 두들기고 그대로 배트를 끌어올려 자세를 잡는다.
홈플레이트가 이렇게 작았나?
대체 어디로 던져야 할까?
압박감 속에서 후안 몬테로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최고 104마일의 공을 뿌리는 에이스였다. 심지어 그 104마일의 공이 보더라인에 걸쳐 들어갈 확률이 절반이 넘는다.
몸쪽 높은 코스.
비록 오늘 심판이 높은 코스에 조금 짜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게 베스트다. 대기 타석의 최수원이 그를 관찰했던 것처럼 그 역시 앞선 앤서니 볼피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들 쿠어스 필드에서 얻었던 성공의 경험이 타격폼을 조금 더 퍼올리는 형태로 바꿔놓았다.
그러니깐 104마일짜리 높은 코스 빠른 공이면 통한다.
후안 몬테로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을 가장 좋은 위치에 꽂아 넣었다.
무려 104.7마일.
킬로 법으로 환산하면 168.5km/h의 광속구였다.
-딱!!!!
그리고 그런 광속구를 최수원이 매우 아름다운 폼으로 잡아당겼다. 그것은 쿠어스에서의 충격적이었던 9홈런 경험 따위에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은 평소 최수원이 보여주던 폼 그대로였다.
‘위대한 조 디마지오’와 같은 높이에 서는 최수원의 56경기 연속 안타가 펜웨이파크의 왼쪽에 자리 잡은 녹색의 괴물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의 시즌 32번째 홈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