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20)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20화(320/404)
320화. 어쩌면 플루크?(1)
[56경기!! 56경기 연속 안타!! 최수원이 자신의 56경기째 연속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합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이 선수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스타성이라는 걸 발휘를 합니다. 56경기째 연속 안타를!! 무려 펜웨이파크에서!! 그것도 초구 홈런을 기록 해버리다뇨.] [문득 17년 전 이맘때 즈음의 일이 생각이 납니다.] [17년 전이면······. 아!!] [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신 양키스의 팬분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계실 겁니다. No.2 데릭 지터의 지난 3천 안타!! 전 거기서 데릭이 진짜 슈퍼스타구나. 이런 걸 느꼈었거든요. 아니, 3천 안타를 코앞에 두고 부상. 그리고 복귀해서는 그 3천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하는 스타성까지 모두요.] [맞습니다. 사실 이후로도 여러 야구 스타들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전 여전히 야구계의 마지막 전국구 슈퍼스타 하면 데릭 지터가 생각나는 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겁니다.]뉴욕에서 TV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던 양키스의 팬들이 해설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는 말이지. 솔직히 데릭 이후로는 좀 딱 이거다!! 할만한 녀석이 없긴 없었어. 트라웃이니 하퍼니. 그나마 저지가 좀 괜찮긴 했지만······.”
“오타니는 그래도 좀 괜찮지 않았어요?”
“흥, 그 녀석이 진짜 괜찮고 싶었으면 양키스에 와서 자신을 증명했어야지. 아무튼, 최수원 저 녀석 확실히 물건은 물건이야.”
물론 이런 이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이들보다는 최수원이 마침내 기록한 56경기 연속 안타. 그러니까 그 ‘위대한 조 디마지오.’의 그것에 나란히 서는 그 위대한 숫자에 그저 열광하며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쪽이 훨씬 많았다.
이 놀라운 기록 앞에서 경기장의 경기 역시 잠시 중단이 됐다.
“Fu······!!!!!”
“mother!!!······.”
그 광경에 관중석의 보스턴 팬들이 연신 엄마를 찾았다.
아니, 왜 하필 펜웨이파크에서 그것도 양키스 놈이 보스턴의 에이스를 상대로!! 그 가운데 어떤 중년의 남자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기까지 했다. 그들에게 지금 이 순간은 그만큼이나 감내하기 힘든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물론 오늘 펜웨이파크에 모인 모든 관중이 보스턴의 팬들인 것은 아니었다. 양키스의 팬들 역시 결코 적지 않았다. 보스턴은 뉴욕에서 차로 고작 4시간 거리. 왕복 8시간은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어쩌면 역사에 남을 56경기 연속 안타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로 비싼 대가는 아니었다.
물론 거기에 더하여 평소의 3배가 넘어가는 티켓 값 역시 감당해야 했지만 지금 이 순간 최수원의 홈런을 현장에서 직접 관람한 팬들에게는 그 역시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분노 속에서 누군가의 박수갈채가 아낌없이 쏟아졌다.
덕아웃에서 우르르 달려나온 선수들의 환대를 받으며 덕아웃으로 돌아갔던 최수원이 잠시 그라운드로 다시 나와 자신에게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모자를 벗고 손을 흔들었다.
쭈뻣쭈뻣.
보스턴의 덕아웃에서도 선수들이 조금은 소극적인 형태로 박수를 보내주었다. 아마 이런 기록을 세운 선수가 양키스 선수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지금 이곳이 펜웨이파크가 아니었다면 보스턴의 선수들 역시 이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이 대기록을 축하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수원이 세운 이 대기록에 환호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었다.
“이런 미친? 아, 아니.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최사장!! 축하해!!”
“사장님!! 저희 오늘 기념 휴가······.”
굉장히 촌스러운 화면 구성.
그러니까 거의 30년쯤 전에 올림픽 결승전 같을 때나, 아니면 무슨 선거날 후보자 캠프에서나 볼 법한 포지션으로 카메라를 향해 앉아 있던 이들이 힘찬 박수 소리와 함께 한가운데 앉은 남자에게 축하를 건넸다.
“아버님!!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자랑스러우시겠어요. 56경기 연속 안타. 아니죠. 이 경우는 홈런이죠. 아무튼 무려 87년이나 된 기록을 아드님이 이렇게 갱신을 하다니. 기분이 좀 어떠신가요?”
“좋습니다.”
“아, 네. 그리고?”
“정말 좋습니다.”
“······.”
잠깐의 정적.
옆에 앉아 있던 최경식의 친구가 너스레를 떨며 끼어들었다.
“하하하, 경식이 이 친구가 원래 말주변이 없는 친구가 아닌데. 워낙에 감격스러운 순간이라서 잠시 뇌가 작동을 멈춘 모양입니다.”
“아, 혹시 아버님 친구분?”
“네, 올해로 50년 지기 불알친구입니다. 아, 방송에는 이런 말 하면 안 되나? 아무튼 국내최고 갈비찜 프랜차이즈 더 대박 갈비찜의 대표이사 박강두라고 합니다. 우리 수원이, 아니 최수원 선수가 마린스에서 뛰던 시절. 등판하는 날 아침에 항상 든든하게 먹고 마운드에 올라갔던 바로 그 국내 최고의 갈비찜이 저희 집 갈비찜입니다.”
“아, 네.”
“사실 경식이 이 친구가 수원이 키운다고 참 고생이 많았어요. 솔직히 남자가 혼자 몸으로 아이 키우는 거 그거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또 수원이가 공부는 안 하고 야구를 하겠다고 그러니 얼마나 걱정이겠습니까. 물론 옆에서 보는 저는 ‘아니다. 수원이 재능이 있다. 요즘 어설프게 공부시키느니 그냥 야구 시키는 게 맞다.’ 이렇게 강하게 이야기 했지만 부모 마음이라는 게 또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러시군요. 그러면 우리 박 사장님께서는 최수원 선수를 어릴 적부터 봐오신 걸까요?”
“당연하죠. 어릴 적에는 저랑 이 친구가 일한다고 너무 바빠서 저희 와이프가 수원이 대신 봐준 적도 많았습니다. 그때 진짜 제 아들 놈도 야구를 시켰어야 하는 건데. 어휴······. 하여간 이놈은 대학생이라는 놈이 맨날천날 술만 마시고 돌아다니니. 그에 비하면 우리 수원이는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습니다.”
“뭐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당연하죠. 이번에 56경기 연속 안타도 사실 수원이가 어? 이 녀석 꼭 보러 오라고.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에 경기장 자리도 제일 좋은 놈으로 딱 준비해두겠다. 필요하면 이 박강두도 함께 데리고 와라. 이렇게 이야기해줬는데 이 갑갑한 녀석이 글쎄 회사 일이 바쁘다면서 딱 잘라 거절했지 뭡니까? 아니, 회사야 이제 이만하면 자리 좀 비워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 조만간 아들 연봉이 회사 매출보다 높아질 텐데. 어떻게 아들 신세를 지냐면서. 하여간에 꼬장꼬장해가지고는. 배가 불렀어요 아주. 배가 불렀어. 난 아들 놈이 학교나 좀 똑바로 다녀서 회사나 망하지 않게만 해줘도 소원이 없겠구만.”
“아, 네. 그러시군요.”
역사에 남을 신기록의 순간.
선수의 가족을 인터뷰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친구라는 이상한 사람의 헛소리로 점철되긴 했지만 그래도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아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제력에 기대지 않겠다는 꼬장꼬장한 아버지.
그런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슈퍼스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TV를 통해 전달되는 이런 스토리는 언제나 수요가 있는 스토리다.
“아버님. 그러면 혹시 올해 최수원 선수 경기를 보러 직접 미국에 갈 계획이 있으신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여름 휴가 때 갈 생각입니다.”
“아, 여름 휴가라면?”
“7월 중순. 그러니까 올스타전 때 즈음이 될 것 같습니다.”
***
노린다고 항상 그걸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야구라는 게 원래 그렇다. 내가 바깥쪽으로 던지려고 했다고 거기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안쪽으로 넣으려고 했다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노린다고 해서 그 공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노리던 공이 들어왔다고 그걸 무조건 쳐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됐다.
타격이라는 게 원래 예민한 작업인 건 이제 굳이 더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실패의 경험 이상으로 사람을 바꿔놓는 것이 바로 성공의 경험이다.
왜 그런 이야기들도 많지 않던가. 실리콘밸리에 과거의 성공으로 만들어진 습관이 현재의 실패로 이어진다. 뭐 그런 이야기들?
아무튼 우리는 쿠어스 필드에서 매우 큰 성공을 경험했다.
그것도 두 경기 연속으로. 당연히 폼이 조금 커질 수밖에 없다. 이건 선수들도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마 시간이 있었더라면 다른 선수들도 타격 코치에게 조금 더 빡세게 폼 교정을 받았을 거다. 다만 경기 끝나고 이동일 없이 급하게 다음 경기가, 그것도 심지어 낮 경기가 이어진 덕분에 물리적으로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선발로 올라온 보스턴의 후안 몬테로는 리그 에이스급 투수였다. 거기에 가장 자신있는 공은 170짜리 강속구고 오늘 우리 타자들의 폼이 어퍼스윙으로 좀 커진 것 정도는 충분히 눈치챌만한 투수다.
그러니까 답은 당연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정답이 그린몬스터를 넘어가는 홈런으로 이어진 건 당연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야구에는 가끔 그런 게 있다.
원래 커리어 평균으로 한 20홈런쯤 치는 타자가 20년 정도 뛰는 동안 한 1, 2년 정도 30홈런. 심지어 40홈런을 치는 그런 때. 2할 8푼짜리 타자가 3할 3푼을 치는 그런 때.
그리고 우리는 그걸 ‘플루크’라고 부른다.
아니, 물론 난 기본적으로 실력이 되니까 이걸 마냥 뽀록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서 내 실력은 3할에 50홈런 정도다.
그런데 좀 컨디션 안좋을 때도 꾸역꾸역 안타가 이어진 것도 그러고 쿠어스에서 역대 최고치 찍은 것도 그렇고. 지금 이렇게 툭 쳤는데 훅하고 넘어가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운이 따르긴 따른다.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안 그래도 MVP급 실력인데 플루크까지 겹쳤다?
“이거 어쩌면 나 지금 120퍼센트 일지도?”
“뭐라는 거야. 이제는 아예 백 퍼센트도 돌파해버린 거야?”
경기가 흘러갔다.
나한테 투런포를 두들겨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타자들을 상대로 후안 몬테로가 경기를 제법 잘 풀어갔다.
조금은 아쉬운 일이었다.
원래 이렇게 기선제압포를 한 방 두들겨 맞고 나면 그래도 1이닝 정도는 좀 정신이 혼미해질 법도 한대 확실히 사이 영 순위권에 들어가는 투수다운 기량이었다.
게다가 쿠어스에서의 거대한 성공으로 인해서 살짝 방망이가 붕붕 돌아가는 경향이 생겨버린 우리 타자들과 하이패스트볼이 주특기인 녀석은 궁합이 좀 안 맞기도 했고.
오늘 우리 선발인 앤드릭 나바는 그냥 본인에게 딱 기대되는 수준의 피칭을 보여줬다. 솔리드함에서 반걸음 정도 부족한 모습.
-따악!!!
그리고 보스턴의 4번 타자인 요시다 마사타카가 2타점짜리 적시타를 터트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2회.
그리고 3회.
2:2 원아웃에 주자 없는 상황.
나의 두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
조금 전까지 양키스의 타자들을 훌륭하게 틀어막았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쿵쿵 강하게 박동했다.
후안 몬테로가 크게 심호흡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야구공을 쥐고 타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지금 공을 잡고 있는 손이 조금 축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둘러 바닥의 로진백을 몇 차례 매만졌다. 땀과 섞인 로진이 찐득하게 손바닥에 들러붙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타자를 노려봤다.
그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젠장.’
가로, 세로 55cm의 큼지막한 스트라이크존.
방금 전까지도 던질 곳이 넘쳐나던 그곳이 무슨 일인지 너무나도 좁고 좁아져서 이제는 도무지 공을 던질 곳이 보이지가 않았다.
후안 몬테로가 이를 악물고 공을 뿌렸다.
-뻐어엉!!!
결과는 스트레이트 볼넷.
최수원이 1루로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