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24)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24화(324/404)
324화. 어쩌면 플루크?(5)
좋은 성적에는 인기가 따라온다?
그래, ‘어느 정도’까지는 맞는 말이다.
실제로 회귀 전의 나는 리그에서 손에 꼽힐 만큼 인기가 있던 타자였다. 당연하다. 야구의 꽃은 홈런. 그러니까 홈런 타자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인기라는 것은 지금과 비교하자면 진짜 비교할 수준도 되지 못한다.
물론 지금 내가 여러 가지로 역사적인 시즌을 써 내려 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나는 단일시즌 청정으로 최다 홈런에 도전하던 타자였다. 야구에서 홈런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지금 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버금가는 수준 정도는 나와줄 법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에는 리그에서 제일 인기 있던 선수도 아니었으니까.
그때는 그게 정말 불만이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그게 스타성이었다.
사람들이 두근거리며 기대하는 시점에 그들이 기대하는 모습. 혹은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당시의 나에게는 그런게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나는 진짜 스타성이 철철 넘친다.
그라운드를 가볍게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펜웨이파크.
관중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는 여전히 끊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와, 정말이지 미쳤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여기서 대뜸 페스키 폴을 강타하는 초소형 홈런이라뇨. 관중들을 들었다 놨다. 정말 조련도 이런 조련이 없을겁니다.] [솔직히 전 맞는 순간에 이거 외야 플라이 아웃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하고 생각을 했거든요. 아마 다른 구장이었다면 이건 무조건 플라이 아웃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거기서 극적으로 페스키 폴이 딱!! 와, 진짜 최수원 선수. 무슨 하늘의 선택이라도 받은 건가요?] [듣고 보니 아무리 대단한 기록이라도 87년 정도 묵었으면 슬슬 깨질 때가 됐다는 하늘의 뜻일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3루를 지나 홈을 밟는 최수원 선수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끝나지를 않네요.] [이곳이 펜웨이 파크고 우리 최수원 선수가 뉴욕 양키스 선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경기 미국에서는 ESPN을 통해서 전국 중계로 송출이 되고 있거든요. 거기서도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지금 올 시즌뿐만 아니라 최근 10년을 통틀어 월드시리즈 제외하고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최수원 선수. 너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야구에서 설마 이런 선수가 나올 줄이야. 메이저리그에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가 나왔던 게 불과 30년이 조금 넘은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고작 30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야구 선수가 배출됐습니다.]“똥식이 지금 너무 흥분했는데? 해설이 너무 횡설수설이잖아.”
“이해해라. 쟤 원래 최수원 빠돌이잖아. 지금 기분이 어떠겠냐.”
“하긴, 최수원이라면 이가 갈리는 나도 지금은 솔직히 국뽕이 막 차오르는데. 원래 최수원 빠돌이인 똥식이는 거의 뽕 맞은 것 같은 기분이겠네.”
“와, 근데 이런 거 보면 진짜 최수원 대단하긴 대단하지 않냐?”
“이런 걸 꼭 봐야 최수원 대단한 줄 알겠냐? 난 얘가 여기서 시즌 끝까지 4할을 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어. 왜냐고? 얘 무려 그 마린스를 데리고 우승을 했잖아. 그것도 통합 우승을. 안 그래?”
“스읍······. 근데 그래도 지금 마린스 최수원 빠졌는데 여전히 꽤 잘하고 있지 않아?”
“에이, 그래 봤자 DTD지. 시즌 초반에 1등 하면서 기세등등하더니 지금 4위랑 5위 왔다갔다 하잖아. 어차피 시즌 끝날 때쯤 되면 항상 그렇듯이 잘해야 7위. 어지간하면 9위나 10위로 마무리할 거야.”
“하, 그런 거 보면 확실히 최수원이가 난 놈은 난 놈이야. 오늘도 지금 5이닝째 퍼펙트까지 하고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거의 미친 수준인 거지. 진짜 인터넷에 어떤 놈이 어쩌면 우린 최수원이 주인공인 게임 속 NPC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난 가끔 그 말이 진짜가 아닌가 의심이 되더라. 자기가 오타니 잡고 플레이 돌리면 지금 최수원이랑 거의 비슷하게 성적 나온다고 하더라고.”
[아, 지금 최수원 선수가 또 다시 나와서 관중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벌써 두 번째인데 사람들의 환호가 쉽게 가라앉지를 않고 있습니다.] [57경기 연속 안타. 심지어 저런 터무니 없는 플레이를 보여줬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죠. 잠시 57경기 연속 안타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대부분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소설을 보면 정말 여러 차례 ‘위대한 조 디마지오’라는 예찬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그 조 디마지오에게 위대하다는 칭호를 붙게 해주는 대표적인 기록이 바로 오늘 최수원 선수가 깨트린 56경기 연속 안타입니다.] [와, 뭔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느낌이 또 색다르네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에서 칭송하던 인물의 기록을 깨트리다니. 이거 그러면 나중에 언젠가는 최수원이라는 이름도 그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남길 수 있겠다.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저는 분명 최수원 선수도 역사에 그것 이상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 지금 최수원 선수. 세 번째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자랑스럽고 보기 좋은 장면이긴 합니다만. 오늘 최수원 선수 선발 투수라서 다음 이닝을 생각하면 이제는 조금 쉬어줘야 할 것 같거든요. 오늘 마운드에서도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관중들도 지금은 잠시 흥분을 가라 앉히고 경기가 끝난 이후 다시 한 번 제대로 축하를 해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기네요.]무려 세 번이나 덕아웃에서 다시 나왔음에도 사람들의 환호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심지어 환호를 보내는 사람은 오늘 펜웨이파크를 찾은 뜨내기들만이 아니었다. 그 가운데는 제법 오래된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도 존재했다.
“젠장. 저 자식은 대체 언제까지 시간을 끌 생각이야? 그것도 남의 집 안방에서.”
“잭, 너도 조금 전까지 좋다고 박수 쳐놓고 무슨 헛소리야.”
“아니, 그건······. 너 어디 가서 이거 절대 비밀이다?”
“뭐? 최수원 덕아웃에서 나올 때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 치고 휘파람까지 불어재낀거?”
“아······, 쫌······. 너도 우리 집 분위기 알잖아. 이거 우리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적어도 30년은 놀림거리라고.”
“그래? 근데 잭. 너 지난번에 그 주사위 이겨서 먹었다던 아이템 있잖아? 내가 진짜 세트가 거의 다 갖춰졌는데 딱 그게 없네?”
“더러운 놈······. 알았어. 줄게. 줄 테니까 입 다무는 거다. 딜?”
“오케이. 딜.”
마침내 네 번째.
수원이 또 한 번 덕아웃에서 걸어 나왔다. 여전히 쏟아지는 박수와 갈채. 앞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던 것과 달리 최수원이 그들에게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한순간 더 크게 울려 퍼지는 박수와 함성.
그 거대한 환호 속에서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린 최수원이 잠시 자리에 서서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기꺼이 받아냈다.
그렇게 약 1분.
마침내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이 잦아들 무렵 최수원은 한 번 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오늘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사람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자신들이 지불했던 그 천문학적인 티켓 가격을 충분히 보상받았다 느꼈다. 물론 최수원의 기록은 오늘 57경기에서 끝이 아니라 58경기, 59경기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그 기록이 막이 내리는 순간을 제외한다면 가장 뜻깊은 날은 바로 오늘. 무려 87년이나 된 위대한 조 디마지오의 기록을 깨트린 날이리라.
경기가 계속됐다.
***
거대한 불운 앞에서 투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일류의 투수는 그런 상황에서도 그 흔들림을 최소화하며 꾸역꾸역 경기를 이어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태너 하우크는 일류라고 부르기 부족함이 없는 투수였다.
-따악!!!
문제는 우리 양키스의 타선.
특히 3번과 4번을 치는 타일러 비트와 애런 저지 역시 일류 이상의 타자라는 점이었다.
[애런 저지!!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 담장!! 담장을!!!]-퍼억!!!
[직격 했습니다!! 그린 몬스터 상단을 맞고 튕겨나온 타구!! 그 사이 타일러 비트는 3루 지나서 홈으로!!] [요시다 마사타카!! 빠르게 공을 잡아봅니다만 이건 늦었습니다. 1루 주자는 홈까지!! 그리고 타자 주자는 2루에!! 애런 저지의 2루타!! 6회 초, 양키스가 1점을 추가하면서 점수는 이제 2:0!! 양키스가 경기를 한걸음 더 앞서 나갑니다!!]살짝 아쉬운 타구.
하지만 어쨌거나 1점 추가다.
2:0.
노아웃에 주자 2루.
보스턴의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갔다. 살짝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젓는 태너 하우크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설마 여기서 추가점을 잔뜩 낼 기회인건가?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나의 기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어지는 5번 타자 오스틴 배틀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앙헬 카브레라와 제이크 도밍고는 모두 공을 건드렸지만, 안타로 이어지지 못했다.
2:0.
그리고 6회 말.
방망이 대신 글러브를 든 내가 또다시 그라운드 위로 올라갔다.
관중석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환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지 않았다.
집중.
그래, 지금은 오직 피칭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7번 타자. 마르셀로 마이어부터 시작되는 보스턴의 공격!! 마운드에 조금 전 5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최수원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야구계의 아주 유명한 격언이죠? 좋은 수비 다음에는 좋은 공격이 따라온다. 저는 여기서 좋은 공격 다음에는 좋은 수비가 따라온다고도 말하고 싶네요.]앞선 타석에서 하위 타순이라고 아주아주 조금 헐렁한 마음으로 던졌다가 큰일이 날 뻔했다. 오늘 페스키폴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지만 이건 상대방에게도 마찬가지로 행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중하게.
최선을 다해서.
초구.
몸쪽 높은 코스. 존에서 살짝 벗어나는 100.3마일 속구.
기가 막힌 코스였다.
바깥쪽에서 몸쪽 깊숙한 곳으로.
좌우로 따졌을 때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존에 걸치는. 하지만 위로는 반의 반개 정도 존에서 벗어나는 공. 오늘 심판이 존의 위아래에 조금 짠 경향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스트라이크 콜이 나올지도 모르는 그런 공이었다.
뭐, 휘두른다면 마르셀로 마이어의 갭파워를 생각할 때 그건 그것대로 내야 뜬공 정도로 끝날 확률이······.
-딱!!!
[초구!! 쳤습니다!! 마르셀로 마이어!! 잘 맞은 타구!! 좌측!! 좌측 방면!!!] [좋은 공에 더 좋은 타격!! 마르셀로 마이어 선수!! 앞서 최근 타격감이 정말 물이 올랐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타구!! 쭉쭉 뻗어 나갑니다!!]다행스럽게도 페스키폴 방향은 아니었다.
펜웨이파크는 그 모양이 매우 기형적이라 좌측 폴대를 기준으로 크게 뒤로 돌아나가는 형태의 담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제발!!
[우익수 타일러 비트 달립니다!!] [매우 빠른 속도!! 아, 애초에 살짝 뒤로 물러난 위치에서 수비를 하고 있었네요. 수비 위치가 매우 좋았습니다!!]외야의 먼 곳.
타일러 비트가 몸을 날렸다.
그 위치는 대충 낙구지점과 겹친 것처럼 보인다. 잡았을까? 놓쳤을까?
“아웃!!!!”
[잡았습니다!! 타일러 비트!! 좋은 공격에 이어지는 좋은 수비!! 타일러 비트가 최수원을 또 한 번 구원 합니다!!]6회 말.
전광판에 아웃카운트가 하나 추가됐다.
‘후우······.’
두근거리는 가슴.
운이 좋았다. 뭐, 운도 실력이라고 친다면 오늘 내 실력은 정말 끝장인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
아직도 ‘그게’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8번과 9번.
내야 뜬공과 삼진.
그렇게 6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정확하게 보스턴의 타순이 딱 두 바퀴를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