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25)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25화(325/404)
325화. 어쩌면 플루크?(6)
-후······.
공수교대.
태너 하우크가 가벼운 심호흡 한 번으로 이 불합리한 불공평을 그냥 삭혀버렸다.
고작 스무 살.
메이저에 데뷔하자마자 이달의 신인에 이달의 선수. 그리고 온갖 기록들을 소환하며 달려오더니 마침내 오늘 57경기 연속 안타 기록까지 깨트려 버린 슈퍼 루키.
심지어 그 과정까지도 하늘이 ‘너 오늘 기록 꼭 깨라? 고 온!!!’ 하는 것처럼 뜬금없이 페스키 폴을 직격 하는 홈런? 터무니없다.
하지만 태너 하우크는 분노하지 않았다.
세상은 원래 그렇다. 때때로 잔혹할 정도로 불공평하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태너 하우크 자신 역시 그러한 불공평의 수혜를 입은 이 가운데 하나다. 메이저리그란 그런 곳이다.
7회 초.
8번 타자 트로이 존슨부터 시작되는 양키스의 공격.
‘이대로 삼자범퇴를 하면······.’
최수원의 차례까지는 가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해버린 태너 하우크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고작 8번 타자를 상대하는데 한참 뒤에. 아니, 어쩌면 오늘은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타자를 걱정하다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 녀석 정말 터무니없는 타자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로 대표되는 리그를 파괴한 괴물들과 뛰었던 투수들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일단 눈앞의 타자에 집중하자.
태너 하우크가 공을 뿌렸다.
바깥쪽 낮은 코스. 빠른 공이었다.
-딱!!
파울라인을 완전히 벗어나는 공.
볼카운트 0-1.
두 번째.
비슷한 코스.
하지만 밖으로 확실하게 빠지는 공.
-부우웅!!
“스트라잌!!”
볼카운트 0-2.
세 번째.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최수원을 상대하는 일이 없이······.
-따악!!!
1루 파울라인을 따라 흐르는 약한 땅볼 타구. 1루수인 트리스턴 카사스가 빠르게 공을 잡으러 달려 나왔다. 태너 하우크 역시 늦지 않게 1루까지 달려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트로이 존슨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세이프!!!!”
6월 말의 살짝 뜨거운 날씨.
땀에 젖은 태너 하우크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
이어지는 9번.
호세 트레비뇨.
현재 타율 0.195.
사실 신경 쓸 필요도 없는 타자다.
-부우웅!!!
하지만 신경을 써야했다.
타석의 호세 트레비뇨가 아닌 1루에 서있던 트로이 존슨을 말이다.
[트로이 존슨!! 달립니다!! 환상적인 타이밍!!]“세이프!!”
[도루 성공!! 7회 초 노아웃. 트로이 존슨이 2루를 훔쳐내며 득점권에 올라갑니다.] [와, 이렇게 되면 태너 하우크 선수로서는 상당히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여기 펜웨이파크가 홈런은 정말 잘 안 나오는 구장이지만 2루타나 3루타는 상당히 많이 나오거든요. 이건 장타 하나면 무조건 추가점이 나오는 상황이에요.]-따아악!!!
[아, 말씀드리는 순간 호세 트레비뇨 깊숙하게 퍼올린 타구!! 하지만 좌익수 요시다 마시타카의 글러브르 벗어나지 못하며 아웃!! 타석에는 이제 앤서니 볼피 선수가 올라옵니다.] [앤서니 볼피 선수. 예년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번 시즌 우리 최수원 선수의 타점에 아주 톡톡한 도움을 주고 있는 선수입니다.] [지금 올스타전 투표도 상당히 박빙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번 경기에 결과에 따라서 투표에 영향도 상당히 끼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죠. 솔직히 그런 인기 투표들은 팀 성적이 잘 나오면 영향을 줄 수밖에 없거든요. 게다가 오늘 전국 중계 경기에 우리 최수원 선수가 정말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우지 않았습니까? 이거 사람들한테 임팩트가 무시무시 할 겁니다. 그런 경기에서 최수원 선수 앞에 꾸준히 공격의 맥을 터준다? 그거 사람들에게 주는 이미지 절대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여기서 공격의 맥을 끊는 플레이를 보여주면 그 이미지도 상당히 타격이 크다는 뜻으로도 들리는데요? 그렇다면 부담감이 상당하지 않을까요?] [아, 네.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앤서니 볼피 선수도 벌써 몇 년 전부터 차기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소리를 들으며 그 막중한 기대감을 이겨내던 선수거든요. 그런 부담감 정도는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선수일 겁니다. 어쩌면 아예 그런 부정적인 생각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는 스타일일 수도 있고요.]‘젠장.’
앤서니 볼피가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느꼈다.
오늘 아침에 확인한 바에 따르자면 최종 투표에서 현재 121만표로 157만표의 완더 프랑코에 비해 무려 36만표나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전국 중계였으며 최수원이 지금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그 시청률은 결코 낮지 않으리라. 어쩌면 올해 가장 높은 시청자수를 기록하고 있으지도 모른다.
어차피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은 이미 탬파베이의 완더 프랑코에게 다 투표를 했을테니 그가 기대하는 것은 오늘 경기를 직접 본 다른 팀 팬들이 자신에게 투표해주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한 타석, 한 타석이 모두 중요했다.
원아웃 주자 2루.
어제 대기 타석의 최수원을 가끔 바라보던 후안 몬테로와 달리 태너 하우크는 그쪽으로는 시선 한 번 보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 타자인데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 없다.
뉴저지에서 나고 자라난 양키스의 순혈 프랜차이즈. 데릭 지터의 후계자 앤서니 볼피.
그런 그에게 압박감이란 너무 익숙한 친구와도 같았다.
초구를 지켜보고
두 번째를 툭 건드렸으며
세 번째를 또 지켜봤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볼카운트는 2-2.
여섯 번째.
태너 하우크의 손을 떠난 공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존의 밖으로 빠져 나갔다.
-뻐어엉!!!
슬라이더.
태너 하우크가 던진 결정구를 앤서니 볼피가 골라냈다.
이제 3-2 풀카운트.
심장을 조여오는 강력한 압박감.
그 속에서 앤서니 볼피가 자신의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태너 하우크가 움직였다.
몸쪽.
그리고 앤서니 볼피의 방망이가 그 공을 제대로 잡아당겼다.
우측 담장을 향하여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
그린 몬스터를 직격하는 2루타였다.
3:0.
그리고 주자 2루.
경기가 계속됐다.
***
낮에는 상당히 더웠는데 해가 지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날이 상당히 쌀쌀하다. 손이 곱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공격이 길어지면 몸이 좀 식을 위험이 있는 날씨였다.
그래, 그러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피칭에 전념하기 위한 일종의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에잇. 그래. 솔직히 말해서 슬라이더에 또 속았다.
“앤서니. 너 그 슬라이더 어떻게 눈치 챈 거야? 뭐 요령이라도 있어?”
“아니, 그냥 카운트 상 왠지 슬라이더를 던질 타이밍 같길래. 슬라이더인가? 하고 생각하고 보니까 슬라이더 같더라고. 근데 좀 느낌이라서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어.”
나의 뒤를 이어 타석에 올라간 타일러 비트의 안타에 홈을 밟은 앤서니에게 녀석의 슬라이더를 구분한 요령을 물었는데 역시나 정답은 없었다. 얘도 그냥 찍었는데 운이 좋았던 거다.
-따악!!!
오늘 한참 타격감이 올라왔는지 애런 저지가 3구째 몸에 붙어 들어오는 공을 잡아 당겼다. 하지만 타구의 각이 너무 높았다. 요시다 마사타카가 가볍게 그 공을 낚아챘다.
[외야 뜬공 아웃!! 7회 초. 조금 길었던 양키스의 공격이 이렇게 끝이 납니다. 짜임새 있는 공격으로 2점을 추가하는 데 성공한 뉴욕 양키스. 점수는 이제 4:0입니다.] [최수원 선수가 솔로 홈런으로 공격의 물꼬를 튼 이후 오늘 철벽 같았던 태너 하우크 선수가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벌써 투구수도 107개로 상당하네요.] [네, 아무래도 이번 이닝이 태너 하우크 선수의 오늘 경기 마지막 이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7회 말. 마운드에 최수원 선수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투구 수는 86개. 많은 투구 수는 아닙니다만 오늘 경기 흐름을 생각해보면 살짝 아쉬운 숫자입니다.] [이번 시즌에 최수원 선수가 가장 많이 던진 게 몇 개였죠?] [지난번 탬파베이와의 완봉승 경기에서 보여줬던 117개가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당시에도 경기 막판에는 상당히 체력적으로 힘에 겨운 모습을 보여줬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만 과연 오늘은 어떨지······.] [자, 타석에 1번 타자 알렉스 버두고 선수가 올라옵니다. 오늘 경기 세 번째 타석!!]7회 초.
알렉스 버두고에서 트레버 스토리. 그리고 라파엘 데버스로 이어지는 보스턴의 상위 타순. 사실상 오늘 경기 마지막 고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나 저 알렉스 버두고와 트레버 스토리.
보스턴 팬들은 돈값 못한다고 매일 좀 어떻게 하라고 떠들어대는 저 콤비가 나에겐 매우 까다롭다. 둘이 합쳐서 올해 4,500만 달러였던가? 솔직히 객관적으로 돈 값을 못하고 있긴 하지만 4,500만 달러라는 금액이 워낙에 큰 금액인지라 그 금액의 절반만큼만 활약해도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리드오프 콤비다. 그리고 저 둘은 그래도 돈값의 7할 정도는 해주고 있다.
-딱!!!
벌써 6구째.
알렉스 버두고가 작정하고 출루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공을 골라냈다. 잠시 공을 두어 차례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에 내가 원하던 것보다 공의 낙폭이 많이 부족했다. 악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머릿속에 그게 스쳤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것이 그걸 하려면 볼넷을 내주면 안된다. 그리고 상대방도 그걸 알고 있다. 이게 기록이 세워지기 힘든 이유다.
볼카운트는 3-2.
풀카운트.
선택을 할 시간이었다.
‘아, 몰라.’
어차피 나의 나이 이제 스무살.
진짜 스무살들은 자신이 얼마나 젊은지. 미래가 얼마나 길게 이어져 있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항상 조급하다. 오늘 해내지 못하면 그대로 영영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처럼 조급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인생은 길고 기회는 또 찾아온다.
거기에 집착해서 일을 그르칠 필요가 없다.
인정하자.
지금 나는 부족하다.
여기에 써드 피치가 하나 장착되고 적어도 7이닝 정도는 항상 너끈하게 던질 만큼 몸이 완성된다면 그때 다시 도전해도 늦지 않다.
일곱 번째.
호세 트레비뇨가 보내오는 사인에 고개를 젓고 내 쪽에서 사인을 보냈다.
그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나에게 다시 반문했다.
‘자, 잠깐만. 스완? 지금 그걸 던지겠다고?’
‘어.’
평소 투수의 의견을 크게 존중하는 그였지만 이번 만큼은 그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의견이었는지 한 번 더 나에게 되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아, 당연히 정말로 이런 말을 싸인으로 주고받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보낸 싸인 말고 다른 공을 던지기를 한 번 더 권유했다는 뜻이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최수원 선수 같은 경우 KBO에서 뛰던 시절부터 투구 템포가 빠르기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고민이 살짝 길어지네요.] [네, 아무래도 지금 걸린 게 워낙 크니까요.] [아, 투수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제 7구!!]높은 코스.
노리던 것보다는 살짝 더 낮게 들어가서 진짜로 치기 딱 좋은 위치였다. 그래서 더더욱 알렉스 버두고는 내가 등 뒤의 야수들을 믿고 존에 공을 하나 욱여넣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부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헛스윙 삼진.
[와우!! 2-3 풀카운트!! ‘그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볼넷을 감수하는 유인구를 던진 최수원!! 최수원이 알렉스 버두고에게 헛스윙 삼진을 끌어냅니다!!] [크, 좋습니다. 행생즉사 필사즉생이라. 요행히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최수원 선수가 지금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네요.]운이 따른다.
뭔가 대우주의 의지.
행운 그 자체가 나의 등을 억지로 떠미는 기분.
플루크.
그러니까 조금 저렴한 말로 하자면 후루꾸.
7회 말 원아웃.
트레버 스토리가 타석에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