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27)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27화(327/404)
327화. 어쩌면 플루크?(8)
[57경기 연속 안타의 주인공!! 메이저리그 25번째 퍼펙트를 동시에 달성하다!!] [돈 라슨, 데이비드 웰스, 데이비드 콘, 도밍고 헤르만. 그리고 최수원!! 양키스 다섯 번째 퍼펙트 투수 탄생!!] [최수원!! 메이저리그 역대 25번째 퍼펙트 게임 달성!!] [앤서니 볼피의 ‘The Grap’!! 최수원의 퍼펙트를 지켜내다!!] [도밍고 헤르만 이후 4년하고 362일만의 대기록!!] [최수원 무려 137개의 투구 수!! 역대 퍼펙트 게임 가운데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기록!!] [86년. 그리고 343일만의 기록 경신!! 57경기 연속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하는 최수원!!] [최수원 ‘오늘은 마치 신이 나에게 대기록을 세우라고 떠미는 것 같은 날이었다.’]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전신에 느껴지는 뻐근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어깨는 정말 크게 아팠는데 어제 내가 던진 공이 무려 137개나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맙소사.
137개라니.
솔직히 요즘은 인간 백정 소리를 듣는 감독이라도 137개까지는 던지게 그냥 두지 않는다. 더군다나 나의 경우는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은 나이. 팀의 지침 자체가 85개로 정해져 있었다.
“아마 노히트만 됐어도 7회에 무조건 마운드에서 내렸을 겁니다.”
워낙에 정신없이 지나갔던 탓에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는 건 아니었지만, 어제 인터뷰에서 제프 클라크 감독이 저런식으로 말을 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또 이런 이야기도 했다.
“철저하게 검진을 받을 생각이고 적어도 이틀은 푹 쉬게 할 생각입니다. 로테이션도 한 번은 거르게 되겠군요. 다행히 중간에 올스타전도 껴있으니 어깨에 2주 정도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당시에는 아니, 규정 타석 채우려면 아득바득 경기를 나가도 모자란데 무슨 이틀이나 쉽니까? 라고 대들고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떠보니 그때 대들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스트레칭을 끝내고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메시지가 쌓여있었다.
아버지부터 해서 잘 기억도 안 나는 친척들. 그리고 학창 시절의 무수히 많은 선배와 후배, 동기들. 마린스 시절의 동료들과 KBO에서 안면이 있던 선수들까지. 특히 정성이 가득한 메시지들은 보통 방송계 쪽 사람들 메시지였는데 결말은 전화 인터뷰라도 좀 해달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만약 이런 일이 정말 처음인 애송이였다면 이거 일일이 답장도 하고, 답장 못 한 사람들한테는 괜히 찝찝한 마음도 들고 뭐 그랬을 거다. 하지만 이 정도는 뭐 이제 나에게 너무 익숙한 일이었다.
이거 답 안 한다고 딱히 찝찝할 필요가 없다.
SNS에 일단 많은 연락 감사한다는 게시글 하나 올리고 방송국 관계자들의 경우 적당히 긁어다가 매니저에게 넘겼다.
진짜 친한 녀석들은 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한다.
야구 선수가 시즌 중에 얼마나 바쁜지를 모르는 녀석들이라면 나랑 진짜 친한 녀석들이 아닌 거다. 그리고 친척들이야 어차피 아버지가 알아서 잘 관리할 거다.
일단 뻐근한 몸을 이끌고 호텔에 준비된 마사지 실로 향했다.
당연히 호텔의 스파 직원들이 마사지를 해주는 건 아니고, 네이선 리우라고 구단에서 고용한 중국계 미국인 마사지사 겸 의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의 차이나 타운에서 3대를 내려온 중의원의 후계자라는데. 올해 고작 27살에 뉴욕 주의 정형외과의 자격은 물론이거니와 침구사나 도수치료 등 이런저런 대체의학 쪽 자격증도 여럿 가지고 있는 천재다. 실제로 마사지도 내가 받아 본 사람들 중에서 최고이기도 했고.
“어제 경기 정말 엄청나던데?”
“봤어?”
“당연하지. 현장에서 직접!! 내가 돈도 얼마 안 주는 이 짓거리를 왜 하는 건데.”
“너 엄청 많이 받잖아. 코치들보다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흥, 그래 봐야 박봉이지. 지금이라도 내가 우리 집 돌아가서 병원 물려받으면 돈은 갈퀴로 긁어 모을 수 있어.”
“근데 너 중의학 싫어하잖아.”
“······. 아무튼, 누누이 말하지만 내가 여기서 일하는 건 양키스의 우승에 일조를 하고 싶다는 이유. 그리고 1년 정도 양키스의 경기나 보면서 좀 안식년을 갖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지 돈 때문이 아니라고.”
녀석의 손가락에 살짝 힘이 실렸다.
“아!!!”
“참아!! 아니, 남들은 퍼펙트 할 때 막 70개 80개 던지고 퍼펙트 한다던데. 넌 뭐 그리 무식하게 137개나 던지고 그러냐? 어제 기사 보니까 너 다음으로 많이 던진 퍼펙트 게임이 고작 125개인가 그렇다던데. 심지어 그런 주제에 탈삼진은 또 11개밖에 못 잡고 말이야.”
“9이닝 동안 11개면 충분히 잘 잡은 거거든?”
“125개 던진 맷 케인은 탈삼진만 14개라고 하더라. 다른 11개 잡은 사람들도 대체로 110개 내외고.”
녀석의 이야기에 솔직히 할 말이 없긴 했다.
이번 나의 퍼펙트는 정말 실력이라기보다는 하늘의 도움이 따랐다고 보는 게 더 맞았으니까.
“아무튼, 이따가 경기 끝나고 도밍고 마사지 한 다음에 시간 비니까. 너도 꼭 마사지 받아. 괜히 몸 풀겠다고 운동하고 그러지 말고. 특히 당분간 공 던지는 건 금지야.”
“네가 그렇게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거든?”
오전이 그렇게 마사지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야구는 에브리데이 스포츠다. 어제의 대기록은 어제의 대기록이고 오늘은 오늘의 경기가 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리즈 3차전.
어차피 오늘 나는 휴식일을 부여받은 만큼 경기 직전 서비스나 실컷 하자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사람들에게 매우 많은 싸인을 해줬다.
“스완!! 스완!!! 여기요!! 여기!!”
그러니까 여기는 보스턴이다.
보스턴이 응원하는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 그리고 뉴욕 양키스의 상대 팀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바로 그 보스턴.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한 손에 야구공을 들고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저 아이와 아이의 부모가 입고 있는 저지는 가슴에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RED SOX라는 글자가 쓰여져있었다. 아니, 사실 저 아이만이 아니었다. 제법 많은 레드삭스의 어린 팬들이 나에게 야구공을 내밀며 싸인을 요청했다.
뉴욕에서 따라온 기자들은 그 장면이 정말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말 미친 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생각해도 좀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 같기는 했다.
아무튼, 왼손으로 싸인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싸인이 좀 개발새발이 돼버렸다. 하지만 뭐 어쩌랴. 어차피 수집가의 세계에서는 이런 식의 평소와 다른 녀석이 오히려 더 각광 받는다.
57경기 연속 안타에 퍼펙트를 기록하고 다음 날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해 왼손으로 싸인한 최수원의 싸인 볼.
이름만 들어도 뭔가 레어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엄마, 엄마. 이게 무슨 글자야?”
“음, 글쎄. 아마 스완이 자기 모국어로 스완이라고 쓴 거 아닐까?”
아니, 아줌마. 그거 알파벳······.
아······. 왼손으로 싸인 하는 것도 좀 연습을 해야 하나?
***
이번 시즌 완더 프랑코는 운이 없었다.
그의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이 엉망이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 그의 BABIP은 평년보다 무려 0.07가량 높았고 그 높은 BABIP은 곧 성적으로 연결됐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이례적으로 운이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래도 그의 성적이 MVP 컨텐더급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올해 그가 써내려가고 있는 성적은 평년이었다면 MVP를 따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 분명했다.
하지만.
57경기 연속 안타.
6월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33홈런.
그리고 퍼펙트.
4월과 5월 그에게서 이달의 선수를 빼앗아갔던 녀석이 마침내 6월 이달의 선수까지 뺏어갈 작정으로 달려들었다.
불과 일주일 전. 그러니까 뉴욕 양키스가 쿠어스 필드에 가기 직전만 하더라도 완더 프랑코는 6월 이달의 선수에 이름의 절반 정도는 새겨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에게 최대한 우호적으로 보더라도 박빙.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남은 4경기에서 뭔가 반전을 이뤄내지 않는다면 6월 이달의 선수 역시 최수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최.수.원.
완더 프랑코에게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수원은 이번 달 남은 4경기 가운데 2경기에 결장을 할 예정이다. 이번 달 녀석이 기록한 홈런의 숫자는 무려 16개. 솔직히 남은 기간에 그 홈런 개수를 따라잡는 건 무리다. 하지만 녀석의 그 홈런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아홉 개가 쿠어스에서 나온 홈런이라는 점. 그리고 이미 두 달이나 이달의 선수와 신인을 독차지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와 비슷한 수준까지만 올라가더라도 이달의 선수를 노려볼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했다.
-딱!!!!!
[완더 프랑코!! 큼지막한 타구!! 담장!! 담장!! 담장을!! 넘어!! 갔습니다!!] [오늘 경기 정말 매서운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완더 프랑코 선수의 시즌 28호 홈런!!] [4타수 3안타 1볼넷. 완더 프랑코 선수가 오늘 그야말로 불방망이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3차전.
완더 프랑코가 한 번 더 고삐를 조여매며 그야말로 불방망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활약을 선보였다. 당연히 경기는 승리했고 오늘의 수훈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6월 이달의 선수를 향한 라스트 스퍼트인 셈이었다.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를 견인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뛰었습니다. 기록이란 그저 좋은 플레이에 따라오는 부산물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멋들어지게 수훈 선수 인터뷰도 끝냈다.
이제 남은 경기는 세 경기.
오늘처럼만 남은 경기를 모두 치러냈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6월 이달의 선수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아니, 이달의 선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 괜찮아?”
“어? 뭐가?”
먼저 샤워를 끝낸 에반 머피가 그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아, 설마?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최수원 이 미친놈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하는 생각이었다.
서둘러 라커에 넣어뒀던 스마트폰을 펼쳐들었다.
이미 검색어 최상단에는 최수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기에 검색 버튼을 누르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57경기 연속 안타 최수원. 시리즈 3차전 결장.
─최수원 퍼펙트 피칭으로 투타겸업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불식시키다.
─양키스 D의 규칙을 깨트린 최수원.
.
.
.
─규정타석&규정이닝. 최수원은 과연 거기에 다다를 수 있을까?
스크롤을 한참 내려봤지만 딱히 특별한 뉴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괜찮냐는 저 질문은 대체 무슨 의미지?
완더 프랑코가 고개를 돌려 어정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에반 머피에게 대체 무슨 의미냐는 표정의 재촉을 건넸다.
“어······. 그게 그러니까. 올스타······.”
“올스타? 그게 뭐?”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표 차이는 거의 30만 표.
그리고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였다. 그래, 분명 그랬다.
!?
287만표?
한순간 완더 프랑코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1차 투표에서 전체 1위로 결선투표 없이 올스타전에 직행했던 최수원의 득표수가 300만표가 약간 넘는 숫자였다. 헌데 앤서니 볼피가 287만표라고?
“이거 뭐야?”
그것은 5천만 국민들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지켜본 어제 경기에서 최수원의 퍼펙트를 지켜준 효과였다.
2028시즌.
완더 프랑코는 운이 없었다.
그것도 매우 지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