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28)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28화(328/404)
328화. 올스타 브레이크(1)
세이코는 1881년. 일본 제국 시절부터 시작된 기업이며 세계 최초로 쿼츠 손목 시계의 양산 판매를 발표함으로써 스위스 시계 업계를 줄도산시켰던 전적이 있는 나름대로의 전통을 간직한 대기업이었다.
그리고 그랜드 세이코는 그런 세이코 그룹의 플래그십 브랜드로 시계 시장에서 나름대로 ‘명품’으로 인정을 받는 시계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제품의 마감만 따져봤을 때는 스위스 유수의 명품 브랜드들에 비교해 그리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지도를 따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술했던 ‘쿼츠 사건’ 이후로 세이코는 한동안 기계식 무브먼트에 소홀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물론 90년대 이후로는 다시 기계식에 힘을 쏟았지만, 현재의 시계 시장 흐름을 생각해보면 다소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이미 기능적인 의미의 손목시계는 스마트워치에게 그 자리를 내준 지 오래였기에 시계는 결국 ‘비싼 악세사리’의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시계 협찬을 2억8천만을 하자고? 이봐. 모리타카. 자네는 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긴 한 겁니까? 지금 최수원과 맺은 계약 총액이 얼만지나 알고 하는 이야기에요? 심지어 최수원이 착용할 시계도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뭐? 로얄티를 20%나 주고 CHOI 라인업을 신설하자고요? 자네 진짜 제정신인가요? 우리 지금 마진율은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요시다 과장님.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처음 계약 내용대로 7천만 이내로 끊도록 하세요. 지금 회사 사정 어떤지 뻔히 알면서. 하여간 책상물림이라 공부만 할 줄 알았지. 현장을 모른다니까. 현장을!! 쯧.”
그렇기에 그랜드 세이코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위하여 각종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을 통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는데 최수원과 맺었던 총액 135만 달러짜리 계약도 그 일환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 가운데는 퍼펙트를 기록할 경우 50만 달러 상당의 자사 제품을 제공하며 선수들에게 선물하는 시계를 그 시계들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신입 하나가 건방지게도 무려 200만 달러의 협찬을 제공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평소 구제국대학 출신이라고 왠지 자신을 깔보는 것 같던 신입 녀석의 기안을 반려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했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왠지 기분 좋게 생맥주 한 잔 하고 푹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아, 그러면 그거 확실하게 해주세요. 8개 제외한 나머지는 제가 사비로 하더라도 계약 내용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는 부분. 아, 물론이죠. 포수한테는 그랜드세이코의 시계를 지급할겁니다. 추가로 지급할 생각은 아니에요. 그냥 퍼펙트 하기까지 다른 선수들도 많이 고생했고. 특히 앤서니는 그런 수비까지 보여줬는데 그냥 똑같은 걸 주기 좀 뭐해서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앤서니 선수의 시계는 같은 가격 수준으로?”
“음, 롤렉스로 같은 가격대면 오히려 호세가 기분이 나쁠 수 있으니까 10만 달러 선으로 부탁드려요. 그리고 다른 선수들 것도 롤렉스로 2만 5천 달러 내외로 해주시고요. 아, 맞다. 세이코 쪽에는 내년 계약은 없을 거라는 점도 확실히 주지해주세요. 이거 생각보다 꽤 번거롭네요.”
“네, 그 부분은 제가 확.실.히.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세이코의 반응에 조금 당황했다. 얘들이 요즘 좀 안 나가는 회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총이 1조가 넘는 기업이다. 매년 천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인데 고작 몇만 달러에 이렇게 나온다고?
물론 계약서에 따르자면 15만 달러짜리 시계 하나. 그리고 5만 달러짜리 시계로 7개를 받는 게 계약 내용이다. 하지만 요즘 내 유명세나 이번 퍼펙트에 쏠린 이목을 생각하면 얘들은 그룹 사활을 걸어서라도 자신들의 시계를 제공해서 홍보하는 게 맞다.
“아, 그리고 뒷판에는 경기 날짜랑 스코어. 그리고 선물 받는 팀원 이름까지 꼭 제대로 새겨달라고 해주시고요.”
“롤렉스 쪽에도 그러면 요청을 할까요? 협찬 요청이야 세이코와의 계약 내용상 어렵겠지만 대량 구매나 뒷판에 각인하는 정도는 요청하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 같은데요.”
“아뇨, 괜히 흠 잡힐 일은 하지 말죠. 시계는 대량구매가 어려우면 리셀로 구매하는 걸로 하고 각인도 따로 업체 찾아서 하도록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하루 만에 내가 원하던 반응이 매우 즉각적이며 격렬하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죄송합니다!! 일선 책임자가 사안의 심각성을 잘못 인식하고 있어서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심대한 오해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물론 사안에 대한 최종 책임은 사장인 저에게 있다는 점 통감하고 있으며 이건 그에 대한 사과의 의미입니다. 부디 검토 부탁드립니다.”
무려 그랜드 세이코의 사장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머리가 절반쯤까진 50대 아저씨가 정말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사과하는데 동방예의지국 출신인 나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 일단 일어나세요. 그런 인사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그랜드 세이코의 사장이 직접 들고 온 시계들은 뭔가 번쩍 거리는 것들이 잔뜩 있고 돌멩이도 색색깔로 박혀 있는 것이 시계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상당히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이었다.
“시간만 조금 더 주신다면 이번 최수원 선수의 퍼펙트를 기념해서 라인업을 새로 내놓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기존에 발매 예정이던 라인에 각인만을 추가한 버전입니다. 이거 두 개가 특별판이고 여기 나머지 물건들입니다.”
선수단과 코치진. 그리고 내 개인 트레이너들인 윌리엄 형제 것까지 모두 다 해서 총 37개의 시계였다. 내가 힐끔 테드 박을 바라봤다.
“다카하시 사장님. 이러지 마시고 사업에 관련된 부분은 저와 상의하시죠. 사과 자체는 저희 최수원 선수도 충분히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렇다면 모쪼록 이 시계들을!!”
“그러니까 그 비즈니스는 지금부터 저와 이야기하시죠.”
테드가 찰떡같이 나의 눈짓을 알아먹었다.
뭐, 정수리가 휑한 50대 남자가 와서 머리를 숙이는 게 부담스러운 건 부담스러운 거고 사업은 사업이니까.
그리고 그로부터 딱 3시간.
“180만 달러짜리 TV 광고 하나 더. 대신 최수원 선수의 이름을 딴 라인업을 추가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매출의 23%를 로얄티로요.”
“순익이 아니라 매출의 23%요?”
“네, 그리고 저희가 롤렉스를 사들이는데 사용한 비용은 다 보전해주겠다고 합니다.”
협상의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테드가 대체 어디까지 갑질을 했는지는 짐작이 가는 숫자들이었다. 아마 안 그래도 휑하던 정수리가 이제는 민둥산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알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러면 이번 시계는 그렇게 진행하는 거로 하죠. 아, 롤렉스 하나는 그쪽에 반납하지 마시고 테드가 사용하도록 하세요. 제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굳이 돈을 쓰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허락하시면 그냥 그 시계 활용해서 제 몫으로 그랜드 세이코의 37번째 시계를 받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아, 롤렉스로 안 하고요?”
“무려 최수원 선수의 ‘첫’ 퍼펙트 기념 시계인데 브랜드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게다가 분위기를 보아하니 저 시계들을 자신들의 첫 번째 CHOI로 밀어 볼 생각인 것 같더라고요.”
[무려 400만 달러!! 시계만 37개!! 퍼펙트 투수 최수원의 통 큰 선물.] [6.12캐럿의 다이아와 1.3캐럿의 블루 사파이어. 총 217개의 다이아몬드와 27개의 블루 사파이어. 오직 6개밖에 제작되지 않은 CHOI No.0을 선물 받은 앤서니 볼피와 호세 트레비뇨!!] [호세 트레비뇨 ‘처음에는 수원이 나에게 시계가 아니라 보석 팔찌를 선물하는 줄 알았다.’]***
[최수원!! 계속되는 연속 안타 경기!!] [그의 질주는 언제까지? 최수원 60경기 연속 안타 기록 경신!!]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선발 등판은 없다? 최수원 휴식일 없는 타자 출장!!] [최수원 최초!! 또 최초!! 데뷔 직후 이달의 신인. 그리고 이달의 선수 3달 연속 수상!!] [마침내 야구의 신을 넘어서다!! 최수원 6월 월간 OPS 1.543!! 종전 베이브 루스의 기록은 1.540을 추월!!] [식을 줄 모르는 불방망이!! 62경기 연속 안타!!] [올스타전까지 남은 경기는 이제 단 4경기!! 과연 최수원은 그때까지도 연속경기 안타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까?]63, 64, 65.
그리고 66.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내가 세운 연속 안타 기록이었다.
“최수원 선수!! 모레 있을 홈런 더비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하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제 타격이 아직 홈런 더비에 어울리는 형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최근 경기에 쉬지 않고 달려온 만큼 아쉽지만 홈런 더비 대신 올스타전 자체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보스턴과의 2차전 경기에서 33번째 홈런을 친 이후로 홈런에 멈췄는데 혹시 그 때문일까요?”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 최수원. 홈런 더비 결장!! 이유는? ‘나는 나 자신을 홈런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수원!!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입니다?] [충격 소식!! 무려 시즌 OPS 1.399의 타자가 홈런타자가 아니었다!!]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뉴욕 기자놈들이 자극적인 기사 쏟아내는 거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건 나를 까려는 목적도 아니었다.
“이번 홈런 더비에서 누가 진짜 홈런왕에 어울리는지를 명확하게 보여 줄 계획입니다.”
그래, 앤서니 볼피한테 투표로 발렸지만,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참가하게 된 완더 프랑코가 며칠 전 인터뷰에서 정확하게 나를 겨냥해서 저런 인터뷰를 한 것을 비꼬기 위한 기사다.
완더 프랑코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까지 진짜 맹타를 휘둘러서 무려 전반기 30홈런을 달성했다. 솔직히 이것만 하더라도 정말 손에 꼽힐 만큼 압도적인 페이스였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나의 32홈런도 32홈런이지만 알렉스 이 녀석이 무려 막판 경기에서 또 멀티 홈런을 때려내며 기어코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에 37홈런을 기록해버렸다. 역대 공동 2위의 기록으로 그 위로는 오직 약마 배리 본즈 뿐이었으니 사실상 인간의 한계를 찍었다고 봐도 무방한 숫자였다.
2028년 7월. 메이저리그 30개 팀에서 고르고 고른 66명의 선수들이 마침내 로스앤젤레스로 모였다.
***
“어이고, 경식이 네가 아들 잘 둔 덕분에 나도 이렇게 인생 말년에 호강을 다 하네.”
“호강은 무슨······. 제수씨는?”
“우리 영주가 올해 수능이잖냐. 애 뒷바라지한다고 정신이 없어.”
“영주가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러면 민우는?”
“걔 3월 달에 군대 갔잖냐.”
인천 공항.
두 남자가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무려 뉴욕 양키스에서 제공해준 퍼스트 클래스였다.
그리고 같은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
“아······. 진짜. 아니, 스펠링 하나 오타 냈다고 비행기에 못 타는 게 말이 돼?”
“언니. 비행기는 원래 그래. 내가 그래서 더블체크 하라고 말해줬잖아.”
“내가 일부러 그랬나? 우리 스케줄 쳐내느라 정신이 없었잖아. 진짜 알파벳 하나로 대체 돈을 얼마를 날린 거야.”
“하여간. 그래서 내가 그냥 매니저님한테 부탁하라니까.”
“이제 출발 하려나보다. 전화 비행모드로 하라고 그러네. 도착해서 연락할게.”
“어, 기념품 꼭 사오고!!”
Park eunjim.
아니, Park eunjin.
스마트폰 쿼티 키보드의 오타로 인하여 한 타임 늦은 비행기를 타게 된 박은진이 그 두 남자와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