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34)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34화(334/404)
334화. 빅리그 최고의 타자(1)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는 분명 나다.
87년 만의 연속 경기 안타 갱신.
전반기가 끝난 상황에서 0.411/0.464/0.874에 33홈런. 거기에 16경기 101.2이닝에 6승 3패. 그리고 ERA 3.72. 게다가 퍼펙트까지.
타격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전반기 OPS가 무려 1.338로 최근 50년 이내로 봤을 때 이보다 높은 사람은 배리 본즈 정도밖에 없었으며 무엇보다 전반기를 끝낸 시점에서 아직 4할을 지키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에 버금가는 스타가 아예 없느냐를 따진다면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아주 오래된 스포츠이며 당연히 그 팬 가운데는 나이가 지긋한 이들도 매우 많다. 그리고 디즈니가 듣는다면 아주 크게 경을 칠 이야기이지만 지금 미국 사회에는 백인에 대한 역차별에 대하여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상당히 늘어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근 10년 정도 야구계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오타니 쇼헤이를 대신하여 아이콘이 될 기미가 보였던 알렉스를 응원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뭐, 게다가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언론과 사무국에서도 의도적으로 알렉스와 나의 라이벌리를 강조하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렉스가 단순히 그런 이미지나 협잡으로 인기를 얻었는가를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다. 녀석은 전반기에만 무려 37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아마 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열 명 남짓한 기록일 거다. 게다가 심지어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홈런 더비와 올스타전 MVP까지도 모조리 석권했다. 그래, 녀석은 분명 스스로의 힘만으로 나의 라이벌이라 불릴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두 번째 서브웨이 시리즈. 1차전 경기. 여기는 양키 스타디움입니다.] [치열했던 전반기가 끝나고 나흘간의 올스타 브레이크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사실 전반기 우리 양키스의 원정 스케줄은 상당히 터프했는데요. 그에 반해서 성적은 53승 35패로 매우 훌륭했습니다.] [여러 선수들의 노력과 팬분들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화면에 잡히는 저 최수원 선수의 놀라운 활약이 있었던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지금 석 달 연속으로 이달의 신인과 이달의 선수를 수상했죠? 게다가 현재까지 무려 66경기 연속 안타!! 거의 지금 이 선수가 하는 모든 것이 리그 170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이지 우리 일 잘하는 캐시먼 단장이 말년에 아주 제대로 잭팟을 하나 터트렸습니다.] [어, 음······.] [마이클 갑자기 왜 그러는거죠?] [아니,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오타니 선수를 볼 때마다 캐시먼 단장 욕을 그렇게 그렇게······.] [하하하, 그건 다 지나간 과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사람이에요. 아무튼 오늘 하반기 첫 번째 경기!! 지금 마운드에 우리 에이스 도밍고 로드리게스 선수가 올라와 있습니다.]도밍고 녀석도 요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잘 쉬었는지 표정이 상당히 괜찮아졌다.
-부우웅!!
“스트으라잌!!”
[후안 로메로. 초구 헛스윙. 도밍고 로드리게스 선수 오늘 볼이 상당히 좋은데요? 쭉쭉 뻗어 나옵니다.] [구속은 94.7마일로 조금 느린 편이었습니다만 확실히 구위가 좋네요.] [자, 제 2구]-딱!!!
[쳤습니다!! 하지만 크게 빠지는 공!! 내야 관중석까지 날아갑니다.] [볼카운트 0-2. 제 3구!!]체인지업.
도밍고 녀석의 성정을 생각하면 여기서는 삼진을 잡겠다는 마음으로 서클체인지업을 던질 확률이 높았다. 문제는 상대도 그걸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허를 찌르는 다른 공을? 아니, 아니다. 역시 도밍고라면 여기서 체인지업이다.
-부우우우웅!!!
“스트으라잌!! 아웃!!!”
심판의 시원한 삼진콜.
삼구삼진.
마운드 위의 도밍고가 시크한 표정으로 내야를 한바퀴 돌아 자신에게 돌아오는 야구공을 낚아챘다.
마지막 공은 분명 서클 체인지업이었다.
타석에 선 타자도 알고, 공을 던지는 투수도 알고 그걸 지켜 보는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타자는 치지 못했다.
후안 로메로가 그저 그런 타자라서?
아니다. 내가 기억하기로 오늘 경기 직전 녀석의 출루율은 0.403.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리드오프다. 그런 타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건 그냥 도밍고의 서클 체인지업이 그만큼 강력해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따아아악!!!
[아!!! 알렉산더 맥도웰!! 3구째 밀어친 타구!! 쭉쭉 뻗어 나갑니다!!] [우측!! 우측!! 우익수 타일러 비트 공을 쫓아갑니다!! 하지만!! 넘어 갔습니다.] [1회 초. 알렉산더 맥도웰의 선제 솔로포. 점수는 1:0. 알렉산더 맥도웰이 하반기 첫 번째 경기. 첫 번째 타석에서 도밍고 로드리게스 선수를 상대로 시즌 서른여덟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립니다.] [와. 바깥으로 정말 절묘하게 빠져나가는 훌륭한 체인지업이었는데 이걸 끝끝내 밀어 넘기네요.]앞서 후안 로메로가 그저 그런 타자라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게 아닌 것처럼 도밍고의 체인지업 역시 별로라서 당한 게 아니다. 알렉스가 콧김을 훅훅 내뿜으며 1루를 향해 성큼성큼 달려갔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저 녀석 대단한 선수인 건 맞지만 이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뭐 홈런왕 타이틀에 자기 이름 일단 박아놓고 가는 기세다.
마운드의 도밍고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그래, 같은 투수로써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지금 나도 마운드에서 녀석을 상대할 걸 생각해보면 와, 이걸 대체 뭘 던져야 하나 갑갑하긴 갑갑하다.
‘역시 그냥 자동고의사구가······.’
아, 근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딱히 내가 고민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만약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나였다면 당연히 덕아웃에서 자동고의사구를 내줬을 거고 무엇보다 어차피 메츠는 이번에 2연전을 끝으로 올해는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
만약에 만난다면 그건 월드 시리즈인데. 우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메츠가 월드 시리즈? 글쎄······. 좀 어렵지 않을까?
1:0.
도밍고가 3번과 4번 타자를 연달아 잡아내며 메츠가 1점을 앞선 가운데 1회 초 메츠의 공격이 끝이 났다.
오늘 경기 뉴욕 메츠의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그들의 에이스인 스펜서 카노.
올해 28살의 젊은 투수로 21살에 신시내티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하여 26년 여름에 트레이드로 메츠에 이적. 작년에 무려 9년 3억2천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한 슈퍼 에이스였다.
물론 녀석이 이후로 3억 2천만 달러짜리 돈값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메이징’이라는 답을 들려줄 수밖에 없지만 아무튼간 연평균 3555만달러짜리 투수는 돈값을 좀 어메이징하게 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투수다.
-딱!!!!
2구째.
앤서니가 몸쪽 공을 완벽하게 잡아당겼다.
정말 쏜 살처럼 날아가는 땅볼 타구.
하지만 돈 값을 못하는 3억 2천만 달러짜리 투수와 달리 딱 돈값만큼은 하고 있는 2억1천만 달러짜리 3루수 제레미아 와일드가 또 한 번 돈 값을 톡톡히 해냈다.
반쯤 슬라이딩으로 공을 잡아내더니 무슨 용수철이라도 달린 것처럼 벌떡 일어나서 그대로 1루를 향해 강력하게 공을 뿌린다.
-뻐어어어엉!!!
1루수의 미트에서 과장 조금 보태서 정말 포탄과도 같은 포구음이 울렸다. 95마일?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아웃!!!!”
[아, 앤서니 볼피. 상당히 좋은 타구였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자, 타석에는 우리의 2번 타자. 최수원. 최수원 선수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메츠에는 알렉산더 맥도웰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최수원 선수가 있습니다. 전반기 66경기에 출장하여 전 경기 안타. 303타석 270타수 111안타를 기록하며 현재 타율 무려 0.411. 게다가 홈런 역시 33개로 현재 OPS는 1.338. 내셔널리그 OPS 1위인 알렉산더 맥도웰 선수의 1.217을 여유롭게 따돌리며 압도적인 양대리그 1위를 수성 중입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이 선수 지난 6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OPS가 1.402였다는 점입니다. 7월 고작 일곱경기 만에 OPS가 무려 0.064나 떨어졌어요.] [자자, 스털링. 그렇게 말하면 최수원 선수가 혹시 부진했나 하고 사람들이 오해를 합니다.] [오해라뇨. 솔직히 부진한 거 맞죠. 7경기 동안 10안타. 0.345/0.375/0.414의 성적이 부진이 아니면 뭡니까.] [네, 이게 바로 최수원 선수의 대단함입니다. 지난 일곱 경기 여전히 리그 평균을 웃도는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율 스탯이 저렇게 쭉쭉 떨어진 거예요. 다만 지금 YES 네트워크를 시청 중인 양키스의 팬 여러분. 걱정은 접어두셔도 좋을 겁니다. 전반기 막판 최수원 선수가 리그 평균 수준으로 “부진”하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 기간 동안 또 그새 컨디션을 끌어 올렸으니까요. 다들 올스타전을 봐서 아시겠지만, 최수원 선수 지난 올스타전에서 무려 3타수 2안타 2홈런을 기록했거든요.]오래간만의 홈구장.
경기장을 찾은 이들의 유니폼에 부쩍 0이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99나 11이. 아니 심지어 2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99와 11에 2를 다 합쳐도 0보다 적은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압도적이다.
경기장을 찾은 이들의 시선에 나에게 모여들었다.
외야의 알렉스도 몸을 살짝 낮추고 나를 노려본다.
여유롭게 헬멧을 툭툭 두들기고 방망이로 홈플레이트를 톡톡 건드렸다.
스펜서 카노가 와인드업했다.
초구.
바깥쪽.
-뻐엉!!!
볼이다.
“스트으라잌!!!”
응?
미친 심판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습습후후. 심호흡. 심호흡. 릴렉스. 릴렉스.
그래, 괜찮다.
2초.
빠르게 루틴을 수행한다.
타석에 서서 투수를 바라봤다.
무표정하게 두 번째 공을 준비하는 스펜서 카노.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또 바깥쪽.
하나 재미를 보더니 아주 뽕을 뽑으려는 걸까?
아니, 아니다.
미묘하게 다르다.
오타니 쇼헤이가 말했다.
‘너의 감이 곧 종합적인 인지능력의 발현이다. 믿어라. 확신해라.’
뭐 워낙에 말을 많이 나눈 탓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대충 이런 뉘앙스였다는 건 기억난다.
-뻐어엉!!!
투심.
그것도 횡무브먼트가 상당한 투심이었다.
초구에 개똥 같은 판정을 내렸던 심판도 이것까지 스트라이크 콜을 부르지는 않는다.
세 번째.
몸쪽.
마찬가지로 빠른 공.
조금 애매한 코스였다.
어······. 그런데 이거.
오른쪽 겨드랑이를 바짝 잡아당겼다.
빠른 몸통의 회전.
공은 내가 포심보다 더 깊숙하게 들어온다.
스펜서 카노가 구사하는 세 종류의 속구.
그 가운데 세 번째인 커터.
그래, 커터가 분명했다.
-딱!!!!!
묵직한 손맛.
타구가 빠르게 솟구쳤다.
‘아······.’
1루를 향해 진짜 최선을 다해 달렸다.
망할······.
커터인 줄 알았는데 그냥 가운데 몰린 속구였다.
아무래도 오타니 쇼헤이의 말이 항상 맞는 건······.
““와아아아아아!!!””
1루를 밟고 지나는 순간 들려오는 어마어마한 함성.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거 넘어갔구나.
그래, 시즌 34호 홈런포다.
마치 처음부터 홈런인 걸 알면서 열심히 달렸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2루를 향해 적당한 속도로 달려갔다.
물론 그 와중에 담장 바로 앞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알렉스 녀석을 향해 멋지게 한 번 웃어주는 것도 절대 잊지는 않았다.
1:1.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