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36)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36화(336/404)
336화. 빅리그 최고의 타자(3)
‘에인절스는 트라웃의 전성기를 낭비하고 있다.’
아마 2010년대 메이저리그를 봤던 이들이라면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물론 LA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그들이라고 절대 돈을 덜 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리 매튜스 Jr(5년 5천만)
알버트 푸홀스(10년 2억4천만)
조시 해밀턴(5년 1억2천5백만)
저스틴 업튼(5년 1억6백만)
앤서니 렌던(7년 2억4천5백만)
2007년 개리 매튜스를 시작으로 2020년 앤서니 렌던까지 다섯 명의 FA에게 무려 7억6천6백만 달러다.
이들이 에인절스에서 올린 WAR의 총합은 고작 13.7. 그야말로 고비용 저효율의 극치다.
그뿐만이 아니다.
2023년 겨울. 그들이 오타니를 뺏기고 홧김에 질렀던 7년 2억1천만 달러의 코디 벨린저가 또 ‘에인절스’해버렸다.
약 20년 동안 대형 FA로만 10억 달러. 그들이 트라웃에게 지불하는 금액이 426.5mil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은 대형 FA에만 연평균 8천만 달러. 그러니까 매년 어지간한 스몰 마켓팀 연봉 총액을 넘어서는 금액을 2, 3명의 대형 FA에다가 만 지불 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에인절스의 새로운 구단주 호이트 반 예란슨은 에인절스가 마이크 트라웃의 전성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LA 에인절스는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감당하지 못할 짐을 이제는 내려 놔야 한다.’
지난 2026년부터 LA 에인절스의 구단주로 부임한 호이트 반 예란슨은 몇 번이나 공공연하게 마이크 트라웃을 에인절스가 감당하지 못할 짐이라 발언했다. 물론 에인절스 팬들의 여론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전성기의 기량은 슬슬 지나가고 있다곤 했지만 지난 15년. 에인절스 팬들에게 트라웃이란 곧 에인절스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LA 에인절스의 모자를 쓰고 쿠퍼스타운에 입성한 선수는 단 하나.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유일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16년의 커리어 중에서 에인절스에서 뛴 것은 고작 6년뿐이며 그가 에인절스 모자를 선택한 이유는 게레로가 데뷔했고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냈던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2004년을 끝으로 워싱턴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사실상 다른 팀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마이크 트라웃은 에인절스가 낳은 순혈의 프랜차이즈로 은퇴할 때까지 에인절스의 유니폼을 입고 그대로 명예의 전당에 직행해줘야 하는 역대 최고의 스타였다.
“에인절스는 트라웃이라는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선수를 위해서 지금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대부분 일이 그렇듯 종종 최선의 노력은 최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에인절스의 지난 15년은 지독하게 불운했습니다. 저는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선수의 위대함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가 우리 팀에 계속 있는 것이 정말로 올바른 일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항상 있습니다. 때론 함께 하는 것이 서로 해가 되는 관계가 있습니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는 팀. 그리고 달려나가야 할 때 달려나가지 못한 선수. 에인절스는 재수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2, 3년 이내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팜은 황폐해졌고 구단의 재정은 엉망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에인절스가 ‘위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이트 반 예란슨이 더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았지만, 딱히 그 말에 설득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실 호이트 반 예란슨 역시 누군가가 자신의 말에 현혹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저건 말 그대로 명분이었으니까.
그러니 2026년에 구단주로 부임했음에도 지금 시점까지 마이크 트라웃을 정리하지 못한 것은 그저 마이크 트라웃이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타자가 어째서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느냐고?
물론 건강한 마이크 트라웃은 여전히 올스타급 기량을 갖췄다. 하지만 2026년을 기점으로 이미 35세. 그리고 2030년까지 남은 연 평균 37.12mil의 계약. 심지어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마이크 트라웃은 지난 7년 동안 딱 한 번을 제외하고 건강하게 풀시즌을 뛰어 본 적이 없었다.
36세에 접어드는 유리몸 외야수를 향후 4년이나 연평균 37.12mil을 주고 쓸 수 있는 팀? 쉽지 않다. 심지어 에인절스는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코어급 유망주 세트를 원했다. 아무리 구단주의 의지가 있다고 한들 그들 역시 팀의 근본을 넘기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이크 트라웃은 10/5룰에 따라 트레이드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었다. 어중간한 팀에 그를 떠넘기려는 시도는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 덕분에 에인절스는 2026년 이후로 트라웃을 매각할 의사를 잔뜩 가지고 있었음에도 2028년까지 그를 팔아치울 수 없었다.
그리고 올 해.
37세의 마이크 트라웃은 모처럼 맹활약을 펼쳤다. 전성기의 그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프지 않은 트라웃이 올스타급 선수라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준 것이다.
***
[양키스-카디널스-에인절스 메가 딜 성사!!]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D-2. 전격 삼각 트레이드!!] [트레이드의 승자는 누구? 마이크 트라웃 마침내 자리를 옮기다!!]양키스는 그들의 약한 고리였던 중견수와 2루수의 센터라인을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대신 BA 탑 100 안쪽에 꼽히는 유망주 둘과 현재 AAA리그를 씹어 먹고 있는 24살의 즉전감 지명 타자 하나, 그리고 아직 서비스 타임이 2년이나 남은 현재의 주전 2루수인 트로이 존슨을 카디널스에 내줬다. 그야말로 팀의 미래를 송두리째 내준 셈이었다.
“후······.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요?”
“글쎄. 나야 모를 일이지. 이번 트레이드는 전적으로 자네가 맡아서 했으니까 말이야.”
브라이언 캐시먼이 부단장인 조쉬 해럴드를 놀리듯 답했다.
조쉬 해럴드가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분명 데이터상으로는 맞습니다. 마이크 트라웃의 수비는 과소 평가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문제점이 보이긴 하지만 그 부분 역시 코치들과 상의해본 결과 트라웃이라면 아주 손쉽게 수정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었고요.”
“그렇다면 뭐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겠군.”
“게다가 업튼은 1루수로도 써먹기 힘들 만큼 수비가 엉망입니다. 향후 5년. 우리 지명타자 자리에는 수원이 있으니 그야말로 계륵이죠.”
“그러니까 그렇다면 정말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겠군.”
“아니, 너무 그렇게 손 놓은 사람처럼 굴지 마시고요. 앞으로 3년 동안 무려 1억 달러가 넘는 돈이 나가는 겁니다.”
브라이언 캐시먼이 웃었다.
“이봐. 조쉬. 내가 장담하지. 자넨 내가 막 단장이 됐을 때보다 훨씬 유능해.”
“하지만!!”
브라이언 캐시먼이 누구던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자주 단장을 갈아치운 조지 스타인브레너 밑에서 단장 생활을 시작해서 현재는 가장 오랜 시간 한 팀의 단장을 맡고 있는 남자다. 어쩌면 그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쉬 해럴드는 그런 사람의 후임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히 부담감 가득한 자리다.
“자네도 이미 알고 있잖아. 이번 일은 잘되면 자네의 공로고. 잘못되면 나의 마지막 실수가 될 거라는 거.”
“하지만!!”
“10년 알차게 부려 먹은 것에 대한 보너스야.”
“아니, 그건 감사합니다만······. 이왕 보너스 주시는 김에 좀 전격적으로 협력해주시면 더 좋잖습니까.”
불안할 것이다.
데이터를 살피고 경우의 수를 끊임없이 헤아리고 직원들과 밤새 논의를 한 끝에 내린 최선의 결정임에도 매우 불안할 것이다.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선수가 약물 스캔들에 휩쓸릴 수도 있고, 어느 날 병뚜껑을 열다가 손을 다쳐서 결정적인 순간에 3개월 IL에 올라갈 수도 있다. 탱킹을 하려고 다 팔았더니 대뜸 사이영 위너가 튀어 나오는 바람에 전력 집중화가 안되서 망할 수도 있고 팀의 미래를 다 팔아 우주방위대급으로 선수를 긁어 모았더니 부상병동이 돼서 시즌을 조질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장이란 본래 그런 자리다.
제일 높은 곳에 서서 엣헴 하면서 사람들을 죽어라 부려 먹지만 마지막의 마지막. 그 모든 일의 결과를 오롯하게 감내해야 하는 자리다.
브라이언 캐시먼이 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조쉬 해럴드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 녀석도 이제 머지않았구나.
“천천히 지켜보자고. 아, 그리고.”
“그리고?”
“트레이드 데드 라인 아직 이틀 남았잖아. 뭐해? 얼른 움직여야지.”
***
마이크 트라웃과 데니스 마르티네즈.
이번에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 팀에 합류한 두 선수는 매우 빠르게 팀에 적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이크 트라웃이야 말할 것도 없는 리그 최고의 커리어를 갖춘 선수였고 데니스 마르티네즈 역시 재작년에 5년 1억 2천만짜리 계약을 체결한 베테랑급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본래 주전 중견수였던 제이크는 자연스럽게 백업으로 밀렸고 본래 수비요정으로 유틸리티롤을 수행하던 마크는 다시 마이너로 떨어졌다. 아, 2루수를 보던 트로이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카디널스로 자리를 옮겼는데 라커룸에 짐을 풀기도 전에 다시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됐다. 뭐, 아직 서비스 타임이 2년이나 남았고 제법 준수한 내야수였으니 거기서 조금 더 잘 풀리기를 기도해줄 수밖에.
트레이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투수진 역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불펜의 소소한 보강이야 예상할 수 있는 범위였는데 그것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보강이 하나 이뤄졌다.
스탠 오웬스.
그래, 작년 겨울 워싱턴이 무려 6년 1억 7천만 달러에 계약했던 에이스급 투수가 우리 팀으로 합류했다. 저 셋의 몸값만 연평균 9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터무니 없는 쇼핑이었다. 물론 여기저기서 약간의 연봉보조를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평균 8,200만. 이번 시즌 양키스의 총 페이롤이 2억 6천만 달러가량 됐으니 이걸로 총액은 무려 3억 4천만. 미친 페이롤을 자랑하고 있는 메츠의 3억 7천만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지만, 사치세 커트라인인 2억 6천 2백만 달러는 가뿐하게 넘어서는 금액으로 올해 사치세를 리셋하겠다던 양키스의 계획은 완전히 헝클어졌다.
언론에서 떠드는 바에 의하면 우리 양키스가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치세만 무려 8,600만 달러. 아무리 양키스가 메가마켓이라지만 도를 넘어선 금액이다. 그야말로 대형 FA 3명은 너끈히 영입할만한 금액을 내다 버리는 미친 짓을 태연하게 저지른 셈이었다.
그렇기에 이 트레이드가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목표는 우승. 오직, 우승.
─승리는 숨 쉬는 것 다음으로 중요하다. 그러니 숨을 쉬었다면 승리해라. 빅 보스의 마지막 단장 브라이언 캐시먼. 그의 라스트 댄스.
─그야말로 대재앙. 시대에 뒤떨어진 단장의 노망난 헛짓거리.
─에인절스는 푸홀스를 데려오는 것으로 트라웃의 전성기를 낭비했다. 양키스는 트라웃을 데려오는 것으로 최수원의 전성기를 낭비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만한 점은 오직 푸홀스의 계약은 10년이었지만 트라웃의 남은 계약은 3년이라는 점뿐이다.
당연히 뉴욕의 언론은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신 이번 트레이드에 대하여 떠들어댔다. 그리고 그런 소란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외부의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이어가는 것 뿐이었는데 사실 그건 뉴욕에서 뛰는 선수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기본 소양이었으니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똑똑
“감독님. 부르셨다고?”
“아, 수원. 다름이 아니고 선발 루틴이 조금 변경할 예정이라 미리 알려주려고.”
“선발 루틴이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8월.
시즌을 포기한 팀은 포기한 대로, 우승을 향한 고삐를 조인 팀은 조인 팀 대로.
리그의 막판 스퍼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