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38)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38화(338/404)
338화. 투타겸업(2)
지난번, 앤서니가 주최했던 작은 파티에서 마주쳤던 오타니 쇼헤이는 정말 인터넷 기사등에서 읽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남자였다.
야구의 화신.
아니, 어쩌면 야구의 구도자.
대체 어떤 성장기를 거치면 저런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이미 회귀라는 초현실적인 일을 경험한 나였기에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단순한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야구라는 종목에 대한 비현실적인 집념.
정말로 전생에 뭔가 안타까운 사건으로 야구를 못 한 기억이라도 가지고 환생한 게 아닐까싶은 수준의 집념이었다.
35살.
야구 선수로는 이제 황혼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이.
그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스무살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미 경험을 해봤다. 매너리즘도 생기고 이 정도면 된 거 아닐까? 하는 마음도 가끔 생긴다. 난 그나마 MVP 1위라는 못이룬 꿈에 대한 집념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는 이미 이 시대 최고의 선수였으며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저렇게 스토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부우우웅!!!
“스트라잌!!!”
앤서니의 방망이가 허공을 저었다.
오늘 속구가 잘 뻗어 나온다.
[볼카운트 1-2!! 네 번째!!]이어지는 공.
스위퍼?
그래, 내 예상이 맞았다.
스위퍼였다.
바깥쪽으로 크게 벗어나는 공.
-부우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헛스윙 삼진!! 오타니 쇼헤이가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웁니다.] [오타니 쇼헤이. 오늘 공이 상당히 좋네요. 양키스의 1번 타자인 앤서니 볼피도 선구안이 아주 괜찮은 선수인데 완벽하게 속아 넘어 갔습니다.] [이제 타석에 2번 타자. 최수원. 우리 최수원 선수가 올라옵니다.] [지난달 데뷔 이후 최초로 이달의 선수 상 수상에 실패했던 최수원 선수. 하지만 현재까지도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죠? 지금까지 무려 76경기 연속 안타!! 오늘로 77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합니다!!] [사실 7월에도 우리 최수원 선수가 부진했다고 보긴 힘들어요. 월간 성적을 보면 무려 0.390/0.433/0.593으로 OPS가 무려 1.026을 기록 했거든요.] [몇몇 전문가들은 사실 최수원 선수의 OPS가 떨어진 걸 보고. 아, 참. 이거 1.026의 OPS를 떨어졌다고 표현하는 것도 웃기기는 합니다만. 사실 이전 가장 부진했던 5월의 기록이 1.200이었으니 떨어진 게 맞긴 하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떨어진 걸 ‘연속 경기 안타’의 함정에 빠졌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하, 글쎄요. 저는 그것보다 그냥 단순히 8월까지 쉴새 없이 달려오느라 지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큽니다. 어쨌거나 최수원 선수는 지금 ‘투타 겸업’이라는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포지션을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지금까지 소화이닝이 무려 107.2이닝. 현재까지 경기 숫자가 101경기니까 규정 이닝을 초과하게 던지고 있는 셈이에요. 게다가 소화한 타석의 숫자는 무려 338타석으로 마찬가지로 규정 타석을 소화 중입니다. 네, 107.2이닝에 338타석. 규정 이닝과 규정 타석을 동시에 충족 중인 20살짜리 투타겸업이라니. 전 지금 우리 최수원 선수가 명백히 ‘혹사’ 상태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혹사라······.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합니다만. 제프 클라크 감독에게 더 공감이 갑니다. 워낙에 대단한 성적을 기록 중이니 이걸 끊을 수도 없고. 아마 선수 본인도 경기에 더 뛰고자 하는 의지가 완강할 거란 말이죠.] [하지만 좋은 감독이라면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그걸 적절하게 조율하는 게 좋은 감독 아닐까요?] [네, 그런 의미에서 제프 클라크 감독은 아마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 중 하나일 겁니다. 괜히 3개 팀에서 4개의 반지를 손에 낀 게 아니니까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투수 와인드업.]속구.
방망이를 과감하게 휘둘렀다. 초구를 지켜보는 게 더 유리하다는 연구도 많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초구에 과감하게 방망이를 내밀어 주는 것도······.
망할!!
스위퍼다. 황급히 방망이를 멈춰······
-뻐어엉!!!!
······세웠다.
0.1초의 정적.
포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1루심에게 스윙 여부를 확인했다.
“스트으라잌!!!!”
젠장.
[아, 하프스윙 판정입니다. 지금 화면 나오고 있는데요. 어······. 이거 좀 애매하네요.] [글쎄요. 글쎄요. 배트 헤드도 안 나간 거 같고 손목도 완전히 안 돌았거든요. 이거 제가 보기에는 체크 스윙 같은데. 아, 좀 아쉽네요.]볼카운트 0-1.
대기 타석에서 볼 때는 조금 느낌이 오는 것 같았는데 역시 어렵다. 무엇보다 마운드의 오타니 쇼헤이가 보여주는 모습이 올스타전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또 달랐다.
사석에서의 동네 야구 잘 하는 친절한 형 같은 느낌이 1이고,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5라면. 오늘은 10.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다.
차분하게 루틴을 수행하고 두 번째 공을 기다렸다.
숨을 들이쉬고 멈췄다. 극한의 집중. 오타니 쇼헤이의 몸이 움직인다. 아주 까다로운 디셉션은 아니었다. 자신의 공을 숨겨 이득을 보기보다는 위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자세.
그야말로 오타니 답다.
나의 폼도 부상에 대한 위험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제법 정직한 폼이었지만 지금 오타니가 보여주는 폼은 그것보다 반 걸음 정도 더 정직하다.
공이 날았다.
예상되는 궤적은 가운데로 살짝 몰린 몸쪽 낮은 코스.
스위퍼일까? 느낌 자체는 조금 전 보여줬던 스위퍼와 거의 흡사했다.
방망이를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 스윙에 담긴 확신의 크기는 직전보다 조금 작았다.
그래서였을까?
느낀 타이밍은 직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뻐어어어엉!!!
또다시 잠깐의 침묵.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1루심에게 스윙 여부를 묻는다.
[아, 체크 스윙!! 체크 스윙입니다!! 최수원!! 잘 참아냈습니다.] [몸쪽으로 깊숙하게 찔러 들어오는 싱커였는데 최수원 선수. 이걸 또 참아내네요.] [앞서 봤던 스위퍼에 이번에 던진 싱커. 현재 오타니 선수 피칭 레퍼토리의 거의 7할을 차지하는 두 가지 공이죠. 현장 평가를 들어보면 터널링 구간까지 궤적이 매우 흡사해서 정말 까다로운 공이라고들 합니다.]이번에는 단순히 운이 좋은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실력이었다.
신중하게 호흡하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마운드의 오타니 쇼헤이 역시 가볍게 로진백을 매만지고 다시 자리에 섰다.
11초.
오른손으로 글러브 안의 공을 만지고 있던 오타니 쇼헤이가 움직였다.
애매하게 높은 코스.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뻐어엉!!!
스플리터다.
심판의 손이 올라오지 않았다.
마운드에 선 오타니 쇼헤이의 얼굴에는 표정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속마음은 다를 것이다. 결정구라고 볼 수 있는 스플리터를 던졌음에도 볼카운트는 유리해지기는커녕 2-1으로 더 불리해졌으니까.
네 번째.
공이 하나 더 빠졌다.
3-1.
이제 공 하나만 더 빠지면 걸어 나가는 상황.
이런 상황이 되면 많은 투수들이 고민한다. 물론 나의 타격 성적을 생각하면 하던대로 까다로운 공을 주는 게 맞다. 하지만 현재 내가 기록 중인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생각하면 마냥 그럴 수도 없다. 조금 고리타분하긴 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 바닥은 고의로 기록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케케묵은 규칙이 존재하는 바닥이었으니까.
과연 오타니 쇼헤이의 선택은 어떨까?
다섯 번째.
낮게 깔리는 공.
방망이를 움직였다.
투수들이 나의 연속 경기 안타를 의식해서 무작정 볼넷을 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연속 경기 안타를 생각하면 어중간한 공은 무작정 그냥 흘려 보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딱!!!!
낮은 코스.
한 번 더 안쪽으로 파고드는 싱커.
그 움직임에 맞춰 나의 방망이가 따라갔다. 타점이 저 앞에서 이뤄지지는 못했다. 밀어친 타구. 하지만 충분한 힘이 실렸다. 1, 2루 간. 2루 베이스에 가까운 곳으로 타구가 빠르게 날았다.
[때렸습니다!! 최수원 강한 타구!!] [하지만 2루수 미구엘 톰슨의 정면!! 미구엘 톰슨이 타구 받아 1루에.]“아웃!!”
[아······. 아쉬운 내야 땅볼 아웃.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한숨을 돌립니다.] [상당히 잘 맞은 타구였는데 위치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러니까요. 아쉽지만 77경기 연속 안타는 다음 타석으로 일단 미뤄둬야 할 것 같습니다.]“좀 어때?”
“컨디션 바짝 선 것 같아. 경기 전에 브리핑 들었던 것 이상이야.”
“주의할 건?”
“스플리터는 부상 위험 때문에 봉인했다고 들었는데 오늘도 하나 던지더라.”
“그거야 상대가 수원 너라서 그런 거겠지. 일단 오케이.”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타일러 비트와 가볍게 몇 마디를 나눴다.
이번에 팀에 합류한 마이크 트라웃이나 데니스 마르티네즈에게 3번 타순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최근들어 한층 더 열을 올리는 느낌이다.
-부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4구째!!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스플리터가 타일러 비트의 방망이를 끌어냅니다. 헛스윙 삼진!!] [오타니 쇼헤이 선수. 팔꿈치에 부하를 준다는 이유로 스플리터의 구사 비율을 확연히 줄였었거든요. 하지만 오늘 경기는 벌써 두 개째. 아주 제대로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양키스 타자들은 머릿속에 스플리터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겠는데요?] [사실 여러 가지로 스타일을 바꿔가며 여기까지 발전해온 오타니 쇼헤이 선수입니다만 그래도 초창기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리그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결정구는 바로 이 스플리터거든요. 아마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초창기부터 봐왔던 팬분이라면 참 반가운 구종이 아닐 수 없을겁니다.]1회 말 0:0.
공수교대.
마운드에 다시 게릿 콜이 올라갔다.
이번 트레이드 이후로 가장 힘이 붙은 녀석을 꼽자면 게릿 콜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뭐, 확실히 커리어에 우승 반지 하나 추가하는 게 간절해지는 타이밍이기는 하다. 아, 어쩌면 마이크가 우리 팀에 오는 걸 거부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타석에는 조금 전까지 마운드에서 대단한 피칭을 보여줬던 오타니 쇼헤이가 올라왔다. 홈런을 위해 필요한 행운을 충족하려고 선행으로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이 밈이 된 사나이.
하지만 올해는 쓰레기 줍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는지 아직까지 홈런 개수가 23개밖에 되지 않았다. 아, 물론 현재 양대리그 홈런 1위를 달리는 알렉스 녀석의 40개가 워낙에 돌출된 기록이라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기는 했지만 23홈런이면 내셔널리그 홈런 순위 7위의 기록이긴 했다.
게릿 콜이 자신있게 공을 뿌렸다.
-뻐어엉!!!
“스트라잌!!!”
96.4마일의 강속구.
자신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팍팍 티 내는 공이었다.
두 번째.
-딱!!!!
오타니가 그 공을 받아쳤다. 제대로 잡아당긴 것 같았던 타구. 하지만 아무래도 오늘 이 경기장에서 가장 흥을 내는 것은 저 게릿 콜인 듯싶었다.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살짝 부족했다. 게다가 타구의 방향도 좌측담장이 아닌 담장 중앙쪽이었다.
중견수인 마이크 트라웃이 타격과 동시에 움직였다.
과거 빠른 발로 수비를 한다며 타구 판단이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이크 트라웃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그것조차도 훈련으로 이겨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아웃!!!”
깔끔한 외야 플라이 아웃.
경기가 계속됐다.
그리고 다저스와 양키스의 두 선발 투수는 상대 팀의 타자들을 3이닝 내내 출루 없이 완벽하게 막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