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42)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42화(342/404)
342화. 투타겸업(6)
2차전.
우리는 11:7로 패배했다.
“며칠이나 걸린대?”
“글쎄? 일단 60일이 아니라 15일짜리 IL이니까 두 경기 정도 건너뛸 것 같던데?”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스탠 오웬스의 부상은 크지 않았다.
마지막에 던졌던 커브에 손톱이 박살 난 정도? 다만 이 손톱 부상이라는 녀석이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녀석이고 자라는 데 시간도 필요한 만큼 15일 후에 돌아왔을 때 당장의 기량이 어떨지는 좀 미지수다.
“결국, 당분간은 기존 체제로 돌아가는 건데······. 누가 올라 올라나?”
“요새 조쉬가 꽤 잘 던지고 있다고 하던데 조쉬가 올라오지 않을까? 지금 좌완이 좀 부족하기도 하니까.”
“조쉬면? 그 스프링 때 수원 너랑 어울리던 좀 단단해 보이던 그 친구 맞지?”
“아니, 그건 도널드고. 조쉬는 길쭉하던 친구. 제구는 여전히 좀 어렵지만 그래도 볼이 워낙 좋아서 불펜으로는 충분히 한몫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패배 덕분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조금 뒤숭숭해졌다.
무엇보다 오타니 쇼헤이.
아니, 이 아저씨. 어제 등판해서 노히트를 하더니 오늘 경기에 출장해서 글쎄 만루 홈런을 쳤다. 이번 시즌 첫 만루 홈런이었다는데 진짜 이 양반도 스타는 스타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해야 할 때 꼭 해준다.
나?
나야 당연히······.
─최수원 모처럼 만의 시원한 홈런포!!
─77경기 연속 안타 좌절 최수원!! 경기를 뒤흔드는 홈런!! 그리고 또 홈런!!
─분노의 멀티 홈런!! 최수원 5타수 3안타 2홈런의 압도적 타격!!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의 부담감을 털어버린 최수원?
그래.
뭐 상대가 좀 좋았던 것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오래간만에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라커룸에서 샤워를 끝내고 팀원들에게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몇 분 후
-띵동.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왔다.
***
“집 좋은데?”
“엄청 비싼 집이거든요.”
“그럴만하더라. 나도 제법 얼굴 알려진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철저하게 체크하더라고.”
“음······. 그건 그냥 경비원이 우리 팀 팬이라서 그런 걸껄요?”
“아······.”
오타니 쇼헤이가 좀 쓰게 웃었다.
그래, 또 오타니 쇼헤이다.
경기 전에 보고 경기 끝나고 또 보고. 여자 친구도 이 정도로 자주 보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할 말들이 생각보다 훨씬 훨씬 더 많았다.
“아니, 근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어제 등판을 했는데 휴식일도 없이 경기를 또 뛰고······. 저도 한국 있을 때 좀 해봤는데 그거 진짜 너무 힘들던데요. 게다가 빅리그는 수준도 더 높고 일정도 훨씬 빡빡하잖아요.”
“확실히 그렇지. KBO도 월요일마다 휴식일이지? 나도 일본에서는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는데 빅리그에 처음 왔을 때는 너무 힘들었어. 이렇게 뛴 것도 6년 차? 아마 그쯤부터였던 것 같아. 그나마도 중간중간에 휴식일 제법 챙기고 있고.”
“뭐 요령 같은 거 있습니까?”
“공짜로?”
“지금 드시고 계신 이 갈비찜. 무려 태평양을 건너 온 귀한 겁니다.”
사실 현장의 팁이라는 것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소소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것들이 결국 여러 시행착오에서 나온 일들임을 생각하면 오타니 쇼헤이와의 이런 대화는 나에게 일종의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훈련의 루틴, 체력의 분배 등은 나에게 아주 크게 도움이 됐다.
“와, 수원이 너 진짜 이해가 빠르네? 역시 20살에 MVP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게다가 생각보다 공부도 많이 했고. 뭔가 본능적으로 치는 유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면 거의 팀에 베테랑들 수준인데?”
아마 생짜 스무 살이었다면 이 짧은 대화로 그 많은 정보를 다 받아들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나는 프로에서만 16년. 그리고 메이저에서 9년의 ‘타자’경력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선수였다. 다소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심지어 몇몇 부분에서는 오히려 오타니에게 도움이 되는 팁을 건네기도 했다.
“아, 맞다. 그리고 내가 경기 전에 분명히 말했었지?”
“뭐를요?”
“뭐기는. 너희 전승은 무리라고 말했었잖아. 어때? 내 말이 맞았지?”
“아니, 맞긴 뭐가 맞습니까. 그냥 오늘 우리 선발이었던 스탠 오웬스가 갑자기 손톱이 부러지는 바람에 스텝이 좀 꼬인 건데.”
“원래 그런 거까지 다 감안한 게 팀의 전력이라는 거야.”
티격태격 유치한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결국 경기에서 진 놈은 경기에서 이긴 사람을 이길 수가 없는 법이다. 절대 내 언변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니, 진짜로.
***
[뉴욕 양키스와 LA다저스의 3차전.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1위 팀 간의 인터리그 마지막 경기가 이제 펼쳐집니다.] [참, 지금 이 시리즈 뉴욕 양키스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네, 그렇죠. 1차전에서는 무려 76경기를 이어왔던 최수원 선수의 기록이 깨졌고. 2차전에서는 우승을 위해 유망주를 퍼주고 데려온 스탠 오웬스가 부상으로 IL에 올랐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3차전만큼은 양키스. 꼭 승리를 따내야 합니다. 루징시리즈도 뼈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스윕패에 비할 바는 아니거든요.] [맞습니다. 다행히 내셔널리그팀과의 경기인 만큼 리그 최다 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 적긴 합니다만 그래도 지금 같은 지구의 탬파베이 레이스가 정말 무서운 기세로 추격을 해오고 있거든요.]“후······.”
“조쉬. 오래간만이다?”
“어······.”
“야, 뭘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있어. 릴렉스. 릴렉스. 빅리그 처음 올라오는 것도 아니······. 아니다. 너 이번이 처음인가?”
“어······.”
“뭐, 그러면 긴장되긴 하겠네. 음, 이거 이러면 내가 메이저에 첫 데뷔했을 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 그러니까 때는 바야흐로······(중략)······.”
최수원이 태평양 어쩌고 하면서 떠드는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올해로 23살.
누구에게나 있는 처음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야구를 하면서 평생동안 없을 수도 있는 첫 단추.
어제 경기를 끝내고 콜업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쉬 클린턴은 이 첫 단추를 위하여 7살에 처음 야구를 시작한 이래 무려 16년이나 공을 던져왔다. 그야말로 항상 꿈으로만 꾸던 순간이 갑작스럽게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선 곳이 마운드도 아닌 그저 불펜이었음에도 그 감정의 격류는 말할 수도 없이 거대했다.
오늘 양키스의 선발은 딜런 리.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솔리드하다는 평가를 듣는 제법 단단한 선발 투수였다. 중상위권 팀에 가더라도 3선발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투수로 아마 서비스 타임이 다 끝난다면 5년 8천만에서 9천만 정도는 충분히 받아낼 수 있는 투수다.
조쉬 클린턴이 약간의 희망을 담았을 때 현실적으로 목표할 수 있는 투수라고 볼 수 있었다.
오늘 과연 등판할 수 있을까?
스탠 오웬스가 15일짜리 IL이라고 들었으니 기회는 15일 정도다.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게 기회가 돌아온다는 건 팀이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자신의 등판을 위해서는 팀의 패배를 바라야 한다.
딱딱하게 굳은 자세로 스탠 오웬스가 경기를 바라봤다.
제발 팀이 적당히 밀리는 상황에서 등판 기회가 찾아올 수 있기를.
아들의 메이저리그 콜업 소식에 무려 6시간을 들여 뉴욕에 찾아온 부모님께 부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1:0
1:1
1:3
4:3
점수가 변해 갈 때마다 조쉬 클린턴의 마음도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
아, 이거 진짜 조졌는데?
어디 가서 굿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딜런 리는 도미넌트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닝도 잘 소화하고 상당히 꾸준한 투수다. 이번 시즌 평자책이 3.79에 이닝도 지금까지 119.1이닝이나 소화했다.
근데 오늘 다저스 놈들 빠따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첫 번째 경기에서 게릿 콜한테 억제되어 있던 걸 어제 좀 풀어헤치더니 그 기세 그대로 치고 올라왔다고 해야할까?
과연 내셔널리그 승률 1위 팀다운 모습이었다.
솔리드한 투수 정도로는 억제가 되지 않는 강렬함. 그래,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도미넌트한 무언가였다.
“수원아, 지금이라도 너 몸 풀어야 하는 거 아니냐?”
“앤서니.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나 내일 경기 선발이잖아. 그거 맞춰서 몸 만들어왔는데 갑자기 몸을 풀긴 뭘 어떻게 푸냐?”
“아니, 뭐 하루 당기는 건데 그게······.”
“투수는 아무 때나 올라가라면 올라가는 타자처럼 무식한 게 아니에요. 엄청 섬세한 거라고. 거 다 알만한 녀석이.”
“그냥 좀 답답해서 그렇지. 우리 어제도 불펜들 엄청 당겨 썼잖아.”
어제 2회에 스탠 오웬스가 부상으로 강판당하던 시점만 하더라도 우리가 이기고 있기도 했고 중반까지도 제법 팽팽하게 경기가 이어졌던 덕분에 불펜을 좀 많이 사용하긴 했다. 망할 오타니 쇼헤이의 역전 만루포만 아니었어도······.
“어쩔 수 없지. 우리도 열심히 휘둘러야지. 일단 내 앞에 나가기만 해달라고. 어제도 솔직히 어? 난 멀티 홈런인데 타점은 홈런 하나 친 오타니보다 적은 거 실화입니까? 제 선행타자인 앤서니 볼피 씨?”
“크흠······. 아니, 거 홈러 칠 거면 미리미리 말 좀 해주면 내가 나가 있을 건데. 그래도 한 번은 나가 있었잖아.”
“자랑이다.”
“······. 수비하러 갈 시간이네.”
경기가 시작된 지 1시간 20분이 지나고 있는 시간. 하지만 경기는 여전히 4회 초. 점수는 벌써 7:6이었다.
-딱!!!
[아!! 아담 웨인 쳤습니다!! 2, 3루간 빠른 타구!! 앤서니 볼피!!]잡아낼 수 없는 타구였다.
리그 최고의 유격수를 데려다 놔도 10번 중에서 9번은 놓칠 타구.
[빠져 나가는 타구!! 그 사이 1루 주자는 2루에!! 타자 주자도 무사히 1루로!! LA 다저스. 다저스가 또다시 추가점을 올릴 기회를 얻습니다.] [딜런 리.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지금 이제 3.1이닝을 던졌는데 투구 수가 벌써 79개에요.] [이 선수가 이런 선수가 아닌데 오늘 전체적으로 제구가 좀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볼이 너무 많아요.]상대 타자가 어려우니 피해 가는 승부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볼질이 늘어난다. 볼질이 늘어나니 주자가 쌓이고 그러니 더 위축이 된다.
악순환이다.
이미 덕아웃의 마운드 방문 횟수는 다 소진한 상황.
그나마 다행이라면 현재 8번 타자로 적당히 잘 수습만 하면 상위 타순까지 가지 않고 이닝을 종료할 수 있다는 정도다.
-뻐어엉!!!
[아······. 크게 빠지는 공. 딜런 리. 위기입니다.] [볼카운트는 2-0. 양키스. 투수 교체. 투수 교체입니다.] [양키스는 어제도 일찍 불펜이 동원되는 바람에 불펜에 부하가 상당하거든요. 이거 제프 클라크 감독으로써도 고민이 상당히 클 거에요.] [사실 원래 딜런 리 선수는 상대를 압도하는 피칭까지는 아니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이닝을 먹어준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감독으로써는 이런 계산이 나오는 투수가 참 크게 도움이 되는데. 오늘은 정말 위기가 큽니다.] [아, 마운드에 제이스 휘태커. 제이스 휘태커 선수가 올라옵니다. 바로 어제 경기에서도 1이닝을 무사히 소화해냈던 제이스 휘태커 선수. 과연 오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딱!!!!
““아!!!!!!””
망할······.
4회 초.
점수가 8:6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