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43)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43화(343/404)
343화. 투타겸업(7)
시즌이 시작된 지도 벌써 5개월째.
제이스 휘태커는 이제 슬슬 인정하고 있었다.
그는 격이 다르다.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그 녀석은 이미 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래, 그는 격이 다르다.
등을 타고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점수는 8:6
원아웃에 주자는 1, 3루다.
타석에 들어온 타자는 9번 타자인 루이스 켐벨.
팀 타율이 무려 0.287인 다저스에서 유일하게 2할 3푼 이하의 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다. 하지만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녀석은 이번 시즌에만 무려 11개의 홈런을 쳐냈다. 여차하면 담장을 넘길 파워가 있는 타자라는 뜻이다.
제이스 휘태커가 보고 자랐던 수많은 투수의 이름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클레이튼 커쇼,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 잭 그레인키, 콜 해멀스, 크리스 세일, 아담 웨인라이트, CC 사바시아, 존 레스터, 제이콥 디그롬. 그리고 게릿 콜까지.
그야말로 시대를 지배했던 기라성 같은 투수들이다.
그래, 그는 항상 그런 투수가 되고 싶었다.
그는 이제 알고 있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위대한 투수가 될 수 있는 이들은 그 싹부터가 다르다.
그래, 저 격이 다른 누군가처럼.
그래서 포기하였는가.
제이스 휘태커가 다시 공을 쥐었다.
꿈은 원래 어려우니까 꿈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제이스 휘태커가 공을 뿌렸다.
-따아악!!!!
연속된 안타.
그리고 오타니 쇼헤이의 3타점 싹쓸이 적시 2루타.
4회 초.
12:6.
제이스 휘태커가 쓸쓸하게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
“아······.”
망할.
나도 모르게 안타까움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1차전 끝나고 오타니 쇼헤이가 했던 말처럼 정말 스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제이스 휘태커의 공은 나쁘지 않았다.
예전에도 몇 번 말했지만, 저 녀석 레파토리도 단조롭고 타이밍도 좀 뻔해서 여러 타순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로는 그리 좋은 투수가 아니지만 그래도 구위 하나는 제법 괜찮은지라 불펜으로는 충분히 일류가 될만하다.
저기서 한 걸음 정도 더 내디딘다면 컨텐더 팀의 셋업. 혹은 중위권 팀의 마무리까지도 노려볼만한 녀석이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지금 다저스 타선 자체가 전체적으로 좀 불이 붙은 거다.
쟤들 오늘 스타팅 타자 아홉 명 가운데 무려 여섯 명이 라틴계다. 약간 인종차별적인 발언인 것 같지만 내가 느끼기에 라틴쪽 애들은 상당히 기분파다. 원래 좀 불이 붙으면 화끈하게 붙는다.
“수원아, 너 오늘 못 던지지? 아, 차라리 내가 좀 일찍 올라간다고 하면 시켜주려나?”
뻔한 질문.
도밍고 역시 투수였던 만큼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그의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 푸념이다.
스윕만은 어떻게든 막고 싶다는 마음의 발현.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저 다저스의 타선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투수 정도로는 부족했다.
도미넌트.
말 그대로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 그래, 지금 나에게 말을 건 도밍고나 혹은 저기 구석에서 이마를 부여잡고 있는 게리 콜과 같은 그런 투수 말이다.
[아, 마운드에 조쉬 클린턴. 조쉬 클린턴 선수가 올라옵니다. 바로 어제 스탠 오웬스 선수를 대신하여 마이너에서 콜업된 루키입니다.] [4회 초. 원아웃에 주자는 2루. 점수는 12:6. 양키스에게는 상당히 힘든 순간인데요. 이건······.] [이거 제프 클라크 감독이 참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 같네요.]패전 처리.
어제에 이어 오늘 또다시 불펜을 낭비하고 패배를 하게 될 경우 후에 있을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너무 불을 보듯 뻔하다.
[조쉬 클린턴 선수. 조금 생소한 선수인데 마이너에서 성적이 어땠습니까?] [최근 성적을 보면 분명히 나쁘진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보면 양키스가 우리 최수원 선수의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강력하게 우승을 노리며 어마어마한 전력강화를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네, 그건 저도. 지금 이 경기를 지켜보고 계신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죠. 사치세만 무려 8,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200억에 달한다고 하니까요.] [맞습니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에서 양키스가 지불한 건 그 막대한 돈만이 아니거든요. 그건 당연히 그 선수들을 쓰기 위해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고. 그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 상대구단에는 팜을 거의 탈탈 털다시피 하면서 유망주를 내줬습니다.] [아, 그 말씀은?] [네, 지금 양키스 팜은 거의 초토화 상태라서 사실 조쉬 클린턴 선수도 실링. 그러니까 재능의 고점이 그리 높게 평가받는 선수가 아니에요.]뻣뻣했다.
누가 봐도 긴장감에 완전히 잡아 먹힌 모습이다.
“미치겠네.”
‘루키니까 저럴 수도 있지.’ 라고 변명하기에는 루키라고 모두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손과 발이 같이 나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얼어붙은 상태.
조쉬가 마운드에서 와인드업했다.
***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이름이 불렸고 연습구를 몇 개 던졌다.
그리고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 멀리에는 메이저리그의 슈퍼 스타 중 하나인 무키 배츠가 방망이를 들고 서 있었고 등 뒤에는 이 시대 야구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가 2루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긴장을 풀기 위하여 오늘 그를 응원하기 위해 이 먼 뉴욕까지 날아온 가족들의 얼굴을 찾아보고자 관중석을 살펴봤지만 도통 보이지 않았다. 분명 어디에 앉았는지를 알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쉬 클린턴은 생각하는 것을 멈추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냥 평생 해왔던 걸 그대로 수행했다.
포수가 내민 미트를 향해 공을 던지는 아주 심플한 작업.
공이 날아갔고
날아가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날아왔다.
긴장은 사람의 몸을 딱딱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 반응을 빠르게 만든다.
조쉬 클린턴은 자신도 모르고 왼손을 쭉 뻗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훈련한 그대로 1루를 향해서 그 공을 던졌다.
-뻐엉!!!!
“아웃!!!!”
[투수 정면 타구!! 조쉬 클린턴이 놀라운 반응으로 공을 낚아챕니다!!] [그 사이 오타니 쇼헤이는 3루까지!! 투아웃에 주자 3루. 양키스가 무려 일곱 타자 만에 드디어 아웃카운트 하나를 추가합니다.] [깁니다. 너무 길어요. 양키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4회 초. 아직도 이닝은 종료되지 않았습니다.]1루에 서 있던 애런 저지가 조쉬를 향해 엄지를 치켜주었다.
“잘했어. 애송이. 그렇게만 해.”
양키스의 전설적인 거인의 격려가 조쉬 클린턴의 마음에 아주 작은 온기를 불어넣었다. 물론 여전히 상대는 쉽지 않았다.
4번 타자는 디에고 베가스.
올해를 끝으로 FA자격을 얻는 그는 지명타자임에도 불구하고 5년 8천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낼 것으로 예측되는 아주 좋은 타자였다.
호세 트레비뇨가 미트를 내밀었다.
조쉬 클린턴이 공을 던졌다.
그리고 디에고 베가스가 그 공을 두들겼다.
높게 떠오른 타구.
그리고 그 타구가 떨어지는 지점에는 마이크 트라웃이 있었다.
“아웃!!!”
길고 길었던 4회 초 다저스의 공격이 끝났다.
거기에 필요했던 것은 고작 조쉬 클린턴이 던지 공 2개.
점수는 12:6.
극복하기 쉽지 않은 숫자였다.
***
“잘했어.”
“어······, 어,”
조쉬 녀석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의 칭찬을 받아들였다.
음······. 스프링 트레이닝 때만 하더라도 이것보다 조금 더 자신감도 넘쳤고 나랑도 더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다섯 달 정도 못 보다가 봐서 그런지 영 어색한 모습이었다.
“자자, 아직 공격이 여섯 번이나 더 남았어. 이닝당 1점씩만 내도 동점이고. 그게 어려우면 내 앞에 3명만 나가 있어도 4점이야. 역전하자. 어?”
“그러면 나도 거기에 한 점 추가.”
“나도.”
“나도.”
타일러 비트와 애런 저지. 그리고 마이크 트라웃이 나의 말에 한 마디씩을 보탰다.
“뭐야? 오늘 수원이 쟤 이상할 만큼 파이팅이 넘치는데?”
“수원이도 당연히 이기고 싶겠지. 이대로 LA 놈들한테 허망하게 스윕을 당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하긴, 저딴 식으로 기록을 끊은 상대한테 스윕까지 당하는 건 좀 그렇지. 아, 역시 어제 경기에서 하나 맞췄어야 했나?”
“아냐, 수원이 말처럼 그쪽도 퍼펙트 깨지면서까지 볼넷이었던 거잖아. 빈 볼 던지기에는 명분이 좀 부족하지. 그보다 오늘 경기 이기는 거에나 집중하자고.”
9번 타자인 호세 트레비뇨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공격.
호세와 앤서니가 뭐라 쑥덕쑥덕 말을 주고 받으면서 방망이를 뽑아 들었다.
솔직히 타선은 크게 걱정이 안됐다.
어쨌거나 3이닝동안 무려 6점이나 뽑아낸 타선이었으니까. 걱정이 되는 건 역시 투수쪽이다. 과연 조쉬 녀석이 얼마나 더 막아줄 수 있을까? 앞선 행운이 얼마나 더 계속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 해야 하는 건 그저 방망이를 들고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딱!!!!
호세 트레비뇨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깔끔한 내야 땅볼 아웃.
타율이 2할을 넘어가면 안 되는 병에 걸린 남자답게 1할 9푼쯤 되니까 귀신처럼 범타를 양산한다.
물론 우리 모두가 호세 트레비뇨처럼 기대에 그대로 부응한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모두가 기대했던 홈런을 기록하지는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4회 말.
우리는 12:6이라는 숫자를 12:10이라는 숫자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제프 클라크 감독의 얼굴에 강한 갈등이 엿보였다.
2점 차이.
지금이라도 필승조를 다시 동원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의 선택은 그대로 조쉬 클린턴을 마운드에 올리는 쪽이었다.
직전 이닝보다는 조금 부드럽지만 여전히 긴장이 가득한 모습.
녀석이 얼뜨기처럼 관중석을 두리번거렸다.
아마도 애인이나 가족이 경기를 보러 온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관중이 가득한 객석에서 지인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지금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경기가 이어졌다.
-딱!!!
분명 조쉬 클린턴은 구위가 괜찮은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런 제법 괜찮은 구위를 상대로 다저스의 타선은 자신들이 오늘 활활 불타고 있음을 여실하게 증명했다.
치고, 또 치고, 또 쳤다.
그리고 또다시 쳤다.
그렇게 조쉬 클린턴은 고작 공을 아홉 개 던졌는데 타석에는 타자가 무려 넷이나 지나갔다.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은 평균적으로 30퍼센트다.
그러니까 3번 정도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면 한 번은 안타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건 아주 특별한 행운이라기보다는 그냥 딱 확률에 맞는 일이었다.
아웃, 안타, 안타. 그리고 병살.
조쉬 클린턴이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6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심지어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무실점 이닝이 이어질수록 조쉬 녀석의 어깨가 점점 더 펼쳐졌다. 피칭은 더 과감해졌는데 그만큼 다저스 타자들은 조쉬의 공을 잘 두들겼지만 이상할 정도로 안타로 연결되는 공의 숫자가 적었다.
법력?
그래, 이쯤 되면 BABIP 신의 편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르겠다.
우리 제프 클라크 감독의 고뇌도 그에 따라 매우매우 깊어졌다.
이거 역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조쉬를 그냥 이대로 써도 되나? 무실점은 무실점인데 아니 근데 이게 뭔가 되게 찝찝한데?
마음의 소리가 표정에서 너무 잘 드러난다.
아무튼 그렇게 7회 말
점수는 12:10.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