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45)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45화(345/404)
345화. 시즌의 끝(2)
음, 사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그게 깨지는 순간 내게 다른 기록이 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연속 경기 출루.
사실 20세기만 하더라도 이 연속 경기 출루라는 기록은 연속 경기 안타에 비해서는 그리 대단한 기록 취급을 받지 못했다. 애초에 출루라는 기록이 작금의 위치까지 오른 것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이었던 빌리 빈의 머니볼이라는 방법론 이후였으니까.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 안타는 적당히 야구만 알아도 한두 번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지만 테드 윌리엄스의 84경기 연속 출루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것이 그를 증명한다. 심지어 기존에 두 번째로 많았던 연속 경기 출루는 조 디마지오가 56경기 연속안타 치는 김에 겸사겸사 달성했던 74경기 연속 출루다.
개인적으로도 사실 안타에 비해서 출루를 높게 치지는 않는다.
아, 물론 득점 생산성에 있어서 출루와 안타가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과학적’ 설명은 충분히 이해한다. 여전히 무사 2루에 안타를 치는 것과 볼넷으로 나가는 것의 극심한 차이는 그 “과학적” 설명이라는 놈이 거시적으로 보면 어쩌고 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아무튼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숫자로 경기를 지켜보는 것 말고, 직접 경기를 뛰는 입장에서 경기장을 찾은 이들이 진짜 바라는 것이 그냥 멀뚱히 서서 볼넷으로 1루에 나가는 것일지, 아니면 화끈하게 공을 두드리는 것일지는 너무 명확하게 보인다.
그래서 난 이 연속 경기 출루라는 기록을 앞선 연속 경기 안타만큼 대단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
“최수원 선수. 시즌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총 95경기에 출장해서 전 경기 출루를 기록 중입니다. 이게 요즘 야구 트랜드에서 사실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잖습니까. 최수원 선수의 높은 OPS도 결국 이 든든한 출루율이 바탕이 된 거고요. 혹시 관련해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뭐 그런 부분은 있으신가요?”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득점에 도움이 되는 건 제가 1루에 자주 나가는 거고. 욕심을 내서 안 좋은 공에 모두 방망이를 휘두르기보다는 최대한 좋은 공을 가려서 휘두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다면 혹시 최근 타격이 훨씬 좋아진 것도 그런 마음가짐과 관련이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사실 안타를 만들 때는 단순히 공을 방망이로 맞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거든요.”
“안타를 만드는데 공을 방망이로 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요?”
“네, 들어보시면 별 건 아닌데요. 공을 ‘제대로’ 때리는 일입니다.”
“아······. 그거 조금 말장난 같은데요.”
“아뇨. 사실 공에 방망이를 그냥 가져다 대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입니다. 그 공에 제대로 된 힘이 실리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고요. 요즘 BABIP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신데요. 이게 결국 때려낸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인데. 이게 라인드라이브의 비율이 높을수록 이 비율이 올라가거든요.”
“그렇군요. 그러니까 결국 최수원 선수의 말씀은 단순히 공에 배트를 가져다 대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공을 기다렸다가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빠지는 공을 거를 수 있게 됐고. 그것이 출루율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뭐 그런 말씀이시군요.”
“네, 맞습니다. 사실 연속 안타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팀의 승리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점수는 출루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하반기 상승세의 비결은 출루? 최수원 “출루는 안타만큼이나 중요하다.”] [기다림의 미학!! “좋은 타구는 좋은 공을 기다리는데서 시작된다.”]연속 경기 안타의 부담을 떨쳐버린 최수원. 홈런왕 경쟁에 뛰어들다!!
[승리, 또 승리!! 양키스의 연승 어디까지 이어질까? 중부지구 2위 미네소타와의 시리즈 스윕!!] [뉴욕 양키스!! 지난 21년의 기록을 뛰어넘는 시리즈 14연승!! 팀 역사상 6번째로 긴 연승기록!!]─야, 14연승인데 팀 역사상 6번째로 긴 연승 기록이라고?
─뉴욕 양키스잖아. 쟤들 40~50년대 기록들 보면 미친 기록 진짜 많음.
─그런데 메이저리그 최다 연승은 몇 승임?
─자이언츠가 뉴욕에 있던 1916년의 26연승이 최다임. 라이브볼 기준으로는 2017년의 클리블랜드가 세웠던 22연승이고.
─와, 지금 양키스도 진짜 미친 것 같은데 26연승, 22연승은 대체 무슨 느낌일까?
─그보다 우리 갤주 타격이 뭔가 또 한 꺼풀 더 벗은 것 같지 않냐?
─아니, 원래도 4할에 OPS가 1.3을 넘는 타자인데 거기서 더 벗을 꺼풀이 어딨냐곸ㅋㅋ
─난 그것보다 연속안타 이어간다고 좀 꾸역꾸역 휘두르던 것 같은데. 그냥 시즌 초에 본래 타격으로 돌아온 느낌.
─최수원은 타격은 이제 좀 그만 벗고 피칭이나 좀 벗었으면 좋겠다.
─ㅇㅇ. 난 퍼펙트 할 때만 하더라도 뭔가 좀 크게 성장한 줄 알았는데 영 아쉬움.
─성장은 했지. KBO에서 관리 받으면서 2.93던지던 투수가 지금 빅리그에서 관리 받으면서 3.48이나 던지고 있잖아. 아마 그 퍼펙트 이후로 평자책 0.3은 낮췄을걸?
***
“좀 어때요?”
“훌륭해. 아주 훌륭해. 이제 슬슬 9월이 다 돼가는데 이 정도면 목표했던 거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은데?”
“뭐, 최근에 등판 한 번 걸렀던 게 좀 유효했던 것 같기도 하고······.”
체중계에 찍힌 몸무게는 99kg.
시즌 초에 몸무게를 100kg을 찍고 시작했었으니 1kg이 빠진 상태다. 하지만 사실 이건 양호한 정도를 넘어서 진짜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결과였다.
“음식 섭취만 조금 더 늘리면 좋겠다. 무게로는 1kg이 빠졌는데 체지방은 거의 5kg이 빠졌어. 계속 이렇게 되면 타자라면 상관없겠지만 투수는 버티기 힘들어.”
어딘가에 헬스 트레이너가 들었다면 기겁할만큼 대단한 숫자였지만 사실 야구 선수에게, 특히 투수에게 체지방은 상당히 중요하다. 피로와 부상. 그리고 질병에 매우 큰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물론 뭐 KBO에 널리 퍼진 속설처럼 18퍼센트, 20퍼센트까지는 좀 과하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13퍼센트 정도는 유지를 해야 하는데 시즌 시작할 때 15퍼센트에 가까웠던 체지방이 지금은 8퍼센트 내외에 불과했다.
“폼에는 별 문제 없죠?”
“어, 지난 경기에서 6회에 팔꿈치 각도가 좀 틀어지길래 걱정했는데 괜찮더라.”
“그거 커브 각이 영 안 나와서······.”
“네가 감각이 있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 특히 팔꿈치 각도 같은 건 잘못하면 인대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고.”
“그보다 저 이제 슬슬 변화구 하나 더 장착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굳이? 지금 성적도 괜찮잖아.”
“그렇기는 한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네가 불가사의할 정도로 타격이 미친 건 나도 잘 알고 있는데. 네가 준 오타니 쇼헤이의 자료들을 봐도. 투수로 발전 속도에서 네가 더 느린 편이 아니야. 스무 살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3.48? 이미 그것만으로도 리그 에이스 포텐셜이야.”
8월 말.
이제 가장 더운 시기를 슬슬 지나가는 시점에서 스탠 오웬스 덕분에 등판을 한 번 거르고 워싱턴 형제에게 전체적으로 좀 점검을 받은 결과는 부족한 체지방률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양호했다.
“이제 등판 여섯 경기 남은 건가?”
“네, 적으면 여섯 경기. 많으면 일곱 경기요.”
“어지간하면 이닝 관리 좀 더 철저하게 받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길게 보자. 길게. 너 여기서 여섯 경기만 더 뛰어도 작년보다 최소 3이닝은 더 던지는 거야. 알지?”
“몰랐는데 오늘 귀에 닳도록 잔소리를 해주셔서 이제 잊어버릴 수가 없을 것 같네요.”
“같은 이닝만 던져도 충분히 잔소리 할 만한 환경이야. 적당히 쉬어가면서 던질 수 있던 KBO랑 거의 모든 타자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MLB는 몸에 걸리는 부하 자체가 다르다고. 근육이 지치면 인대에 걸리는 부하도 커지고. 우리 제발 롱런 하자. 어?”
“알았어요. 알았어.”
***
“어, 은진아. 스케줄은 잘 끝냈어?”
“응, 이번에 가을 축제 겨냥해서 내놓은 신곡 반응이 좀 괜찮아. 아무래도 수원이 너 덕분에 방송에 노출이 좀 늘어서 홍보기회가 많아진 덕분인 것 같아.”
“그래? 흐음······. 그러면 10월에 우리 가을 야구 올라온 거 보러 오는 거 힘든 거 아니야?”
“아냐, 아냐. 돈워리. 어차피 제일 대목인 대학 가을 축제 기간은 9월 말이면 끝이고 스케줄도 그런 식으로 맞춰뒀어. 사장님한테도 다 이야기해뒀고.”
“이번에는 내가 에이전시에 이야기 해둘 테니까 비행기 표 네가 끊어서 괜히 은짐이 되지 말고.”
“아이, 그거 진짜 어두운 데서 제대로 안 보고 급하게 이름 치는 바람에······.”
“알았어. 알았어. 아무튼 부담은 갖지 말고. 어차피 구단이랑 계약할 때 12장인가? 기본으로 받기로 했었는데 아버지가 자주 못 오시는 바람에 남는 티켓이니까. 알겠지?”
“응, 알았어. 이따가 경기 잘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응원할 거지?”
“당연하지!! 말 안 해도 이미 알람 맞춰놨어.”
13시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사이에 둔 통화를 시작으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됐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루틴.
물론 그래 봐야 냉장고에서 꺼내서 데우는 음식 통 뚜껑의 색깔이 분홍색이 아닌 노란색이라는 차이뿐이었지만 아무튼 다른 루틴이다.
지난번에 강두 삼촌이 미국을 왔다 가더니 이렇게 매번 냉동 특송으로 갈비찜을 보내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등판일 당일에 먹던 음식인 만큼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팀의 16연승이 달린 나의 8월 마지막 등판.
어제 경기에서 거뒀던 15연승이 1960년 이후 68년 만의 기록이라며 경기장에서는 또 폭죽을 터트렸었다. 올해에는 내 연속안타부터 해서 연속출루. 게다가 연승기록까지 양키 스타디움에 폭죽 터트릴 일이 참 많았다.
정확한 시간에 준비된 차를 타고 양키 스타디움으로 출근했다.
경기장 밖에는 아직 경기까지 매우 많은 시간이 남았음에도 제법 많은 사람이 보였다. 평소였다면 차에서 내려 적당히 싸인을 해줬을 텐데 오늘은 아니다.
피칭 연습.
커브의 감각을 조율하고 속구의 영점을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타격 연습.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라 평소의 절반 정도만 딱 배트를 휘두르고 나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5시 30분.
머릿속에 조용하게 오늘 경기의 이미지를 그려본다.
-딱!!!
아, 젠장.
타석에서 이미지 말고.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이미지로.
속구와 커브. 그리고 슬라이더.
타자들이 방망이를 쉽게 붕붕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모든 타구가 안타가 되지는 않는다.
왜 지난번 다저스와의 3차전에서 조쉬도 증명하지 않았나.
쓸데없이 볼질을 하는 것보다 맞춰 잡는 게 더 낫다는 것을 말이다.
7시.
팀의 127번째 경기.
타석에 알렉스 버두고가 들어왔다.
그래, 오늘 우리의 상대는 보스턴 레드삭스.
와일드카드 승률 2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우리와 탬파베이에 밀려 지구 3위를 기록중인 이 불운한 놈들이 바로 오늘 나의 10승 제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