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46)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46화(346/404)
346화. 시즌의 끝(3)
최수원이 저 보스턴 녀석들을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던 게 바로 어제 일 같은데 벌써 석 달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많은 퍼펙트게임의 경우가 그렇지만 그 날 최수원은 정말로 운이 좋았다. 우리 야수들이 수비를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고 특히 앤서니 볼피의 수비가 기가 막혔다.
‘The Grab’
경기 자체의 중요성이나 임팩트에서는 양키스의 전설 No.2 데릭 지터의 ‘The flip’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데릭 지터를 대표하는 또 다른 수비인 ‘The dive’에는 비견할만한 수비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지터의 The dive와 달리 앤서니 볼피의 수비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수비는 아니었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리그 역사상 25번째 퍼펙트. 그것도 보스턴 놈들을 상대로 하는 퍼펙트게임은 단순한 경기의 승리 이상으로 더 가치 있는 무언가였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넌 지금 저게 용서가 된다고?”
“설마, 그게 되겠냐?”
행운이 몰려오는 것처럼 불운도 몰려오는 것일까? 오늘 경기, 양키스의 야수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실수를 연발했다.
원아웃 주자 1, 2루.
마운드의 최수원이 이마의 땀을 훔쳤다.
“역시 등판 하루 건너 뛴 게 좀 에바였던 거 아닐까? 그 왜 투수들 그거 있잖아. 그거.”
“뭐? 루틴?”
“그래, 맞아. 루틴. 그거 루틴 깨지면 막 망가지고 그러잖아. 예전에 누구더라? 아무튼 4일 간격 등판인데 하루 더 휴식일 주면 오히려 성적 떨어지고 그러던 애도 있었고 말이야.”
“에이, 지금 저게 어디 수원이 잘못이냐? 수원이는 잘 던지고 있는데 수비가 좀 빠그라져서 그렇구만.”
“아니, 그거야 모를 일이지. 우리야 이렇게 멀리서 보는 거지만. 실제 경기는 막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서 타구 질도 달라지고 그런 거잖아. 뭐 투수도 고유 BABIP이 있다고 그러던데?”
“에이, 지금 저건 누가 봐도 그냥 볼피가 잘못한 거지. 봐봐 에러로 기록됐잖아.”
등에 0이라는 숫자를 붙인 채 경기장을 찾은 양키스의 팬들이 지금 상황에 대하여 연신 떠들어댔다. 사실 그들은 볼피가 아주 터무니 없는 난도의 수비에 실패했더라도 ‘아 몰라, 볼피 잘못이야.’라고 했을 것이다. 지금 양키스 팬들에게 최수원이란 그런 존재였다.
[자, 타석에는 보스턴의 4번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 요시다 마사타카 선수가 올라옵니다.] [오늘 경기 좌익수로 출장한 요시다 마사타카 선수. 저 선수도 이번 시즌 0.277/0.361/0.473이라는 아주 훌륭한 타격 성적을 기록 중에 있습니다. 스탯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장타력이 있는 선수인 만큼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는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요시다 마사타카.
35세. 지난 2022년 겨울 5년 90mil의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NPB 출신의 강타자다. 고작 173cm의 작은 키로 연평균 15개 전후의 홈런을 기록하는 갭 히터다. NPB에 있던 시절에는 OPS가 거의 1.0에 필적하는 특급의 타자였지만 당연히 빅리그의 성적은 거기서 –0.2를 한 0.8 정도에 수렴하고 있었는데 이번 시즌의 0.834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후······.’
지난 2023년부터 시작됐던 5년 계약은 올해로 끝이다.
35세. 좌익수라고는 하지만 수비에서 마이너스를 찍고 있으니 사실상 지명타자나 다름없는 신세. 이미 5년 90mil의 계약이 실패라는 것은 중론에 가깝다. 하지만 그래서 다시 NPB로 돌아가고 싶은가?
아니, 그럴 리가.
요시다는 한 번 더 빅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얻고 싶었다. 그리하여 저기 저 마운드 위에서 빛나는 애송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요시다 마사타카라는 남자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선수였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173cm의 작은 체구.
하지만 무려 88kg이라는 그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꽉 찬 크기.
마운드의 최수원이 볼을 움켜쥐었다.
분명 최수원은 좋은 투수다.
스무살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과할 정도로 좋은 투수다.
하지만 그래서 언터쳐블의 투수인가 묻는다면 글쎄? 물론 퍼펙트나 얻어 맞은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투수 최수원은 아직 양키스의 도밍고 로드리게스나 게릿 콜. 혹은 레드삭스의 후안 몬테로와 같은 압도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다.
물론 고작 스무 살짜리 애송이의 비교 대상이 리그 에이스들인 수준에서 이건 애초에 뭔가 잘못된 비교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스무살은 어떠했는가.
조금 더 조급하고 조금 더 오락가락한다.
그래, 스무살은 원래 그렇다.
조금 전의 어처구니 없는 수비 실책.
투수라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직 어린 투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정 봐줄 처지가 아니다. 약점을 물고 늘어져 파고든다. 그게 바로 프로의 세계다.
공이 날아왔다.
살짝 애매하게 높은 코스.
커브다. 커브라면 앞서 다른 타자들을 통해 이미 눈에 익혔다. 오늘 저 녀석 커브는 확실히 깊숙하게 빠진다.
-뻐엉!!!!
“스트으라잌!!!”
!?
미친······.
딱히 고개를 돌려 심판을 바라보거나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판정이 잘못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공이 살짝 몸쪽으로 들어오면서 덜 떨어졌다.
젠장.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커브가 두 종류였다. 횡무브먼트가 가미된 낙폭이 좀 덜한 녀석. 그리고 정말 제대로 떨어지는 녀서.
복판에 높은 코스 공이라서 당연히 떨어지는 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괜찮다. 어쨌거나 스트라이크를 잡겠다고 작정하고 넣는 공이다. 앞서 실책을 봤으니 맞춰잡을 생각이 전혀 없다.
타자 입장에서는 경우의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편하다.
볼카운트 0-1.
두 번째.
몸쪽 높은 코스 빠른 공.
-뻐어엉!!!
1-1.
선구안은 자신이 있다.
그래도 빅리그에서 이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좋은 공을 고르는 능력이니까.
그리고 세 번째.
바깥쪽 낮은 코스 빠른 공.
기회다.
-부우우우웅!!!!
“스트라잌!!!”
요시다 마사타카가 잠시 손을 들어 타석에서 물러났다.
큰 호흡.
“저거 완전 미친놈이네.”
“어, 동의.”
나름 비속어라서 그런가? 고작 5년의 미국 생활이었는데 어느새 혼잣말조차 영어로 튀어나와 버렸다. 그리고 방금 그 공을 받았던 호세 트레비뇨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바깥쪽 보더 라인에 걸치는 척하고 복판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라니. 아니, 대체 배짱이 얼마나 두둑하길래 이런 미친 공을 던진단 말인가. 마냥 애송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퍼펙트게임을 했을 때 인상은 이런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한 투수라는 인상이었는데 역시 스무 살에게 석 달이란 무시할 수 없는 긴 시간이기 때문일까? 새삼 자신의 나이를 실감하며 요시다 마사타카가 다시 타석에 섰다.
네 번째.
볼카운트 1-2.
보통이라면 유인구 하나 정도는 보여줄 차례. 하지만 방금처럼 이렇게 과감한 피칭을 보여주는 투수라면? 모른다. 여기서 대뜸 삼진을 잡으러 들어오는 미친놈일지도.
최수원이 공을 뿌렸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깔려 들어오는 공. 조금 더 늦게까지 공을 관찰했다. 아슬아슬하다. 스트라이크 콜이 나올 확률은 절반 이하. 하지만 볼카운트 1-2의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휘둘러야 한다.
-부웅!!!!
짧은 헛스윙.
바닥을 내려찍은 원 바운드 볼을 호세 트레비뇨가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스트라잌!! 아웃!!!!”
미치겠다.
여기서 낮은 코스로 커브를 던진다고? 대체 커맨드에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그리고 포수가 공을 흘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얼마나 크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공을 던질 수 있는 걸까?
아니, 그 이전에 방금 수비 실책을 봤음에도 여전히 동료를 믿고 신뢰할 수 있다고? 고작 스무 살짜리 애송이가?
마운드의 최수원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여전히 도밍고 로드리게스나 게릿 콜, 후안 몬테로와 같은 투수인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저기서 딱 한 걸음.
한 걸음만 더 브레이크 아웃을 한다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리그에이스급까지는 아니지.”
요시다 마사타카가 고개를 저으며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남은 최수원은 피칭을 이어갔다.
“스트라잌!! 아웃!!!”
***
오늘 경기는 경기 전에 했던 이미지 트레이닝과는 흐름이 사뭇 달랐다. 작정하고 땅볼을 유도하면 땅볼이 유도되는 것까지는 같았는데 이후의 과정에서 든든하게 나의 뒤를 받쳐줘야 하는 수비들이 조금 ‘마린스’를 해버렸다.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뭐 이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는 법이다. 아니, 사실 나쁜 날이 있다고 좋은 날도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초심으로 잠깐 돌아가 보면 나의 피칭은 디폴트값이 나쁜 날의 연속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린스 시절처럼 무작정 삼진을 잡겠다고 달려들지는 않았다.
조금 덜 공격적인 피칭.
유인구를 조금 더 활용하는 피칭.
그런데 이거 열흘에 가까운 시간을 통으로 쉬어서 그런 걸까? 아, 물론 타자로 나오기는 했지만 아무튼 선발 출장을 한 번 거르고 어깨에 충분한 휴식을 준 덕분인지 생각보다 공이 쭉쭉 뻗어 나온다.
1회 초.
보스턴의 상위 타순을 상대로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그리고 앤서니의 에러 하나.
“쏘리.”
“괜찮아. 괜찮아. 점수 내준 것도 아니고. 내주면 또 어때. 따서 갚으면 그만이지. 안 그래?”
“따서 갚는다고?”
“어, 심지어 넌 굳이 너 혼자 따서 갚을 필요도 없겠다. 일단 나가기만 하면 1득점 추가잖아. 와, 앤서니. 너 이러다 득점왕 하겠다?”
“······. 타점 하나 더 먹고 싶다는 말을 참 길게 하네?”
“알아 들었으면 얼른 나가 봐. 아, 타석에 나가라는 소리가 아니라 1루에 나가라는 말이니까 오해하지 말고.”
“오해 안했거든?”
좋은 수비 뒤에 좋은 공격이 온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컨디션 좋은 날에는 수비도 잘 되고 공격도 잘 된다. 그런데 난 그것보다 나쁜 수비 뒤에 나쁜 공격이 온다는 말이 더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나쁜 컨디션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선 나쁜 수비가 타격에 오롯한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가벼운 토크로 타자의 마음을 풀어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
나도 회귀 이전에 1루수로 뛰던 시절에 어처구니없는 송구를 놓쳤을 때 대충 이런 말을 듣고 따서 갚았던 적이 있다.
아, 물론 결말은 잃었던 점수 다시 따줬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했던 투수 새끼가 감독한테 찾아가서는 저딴 수비로 1루에 두는 건 말이 안된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바람에 지명 타자로 밀려나긴 했지만 말이다.
하여간 투수 놈들 인성이란······.
나도 이따가 수비 코치한테 앤서니 저 녀석 땅볼 처리 훈련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넌지시 말을 좀 해놔야겠다.
-딱!!!!
[쳤습니다!! 앤서니 볼피!! 2, 3루 간을 뚫어내는 안타!!]노아웃에 주자 1루.
리그 최고의 타자가 타석에 섰······.
[아, 자동 고의 사구. 자동 고의 사구입니다. 보스턴의 덕아웃. 볼 것도 없이 최수원 선수를 걸러 버리네요.] [이게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글쎄요. 지금 양키스의 타선에 최수원 선수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뒤로 타일러 비트, 애런 저지, 마이크 트라웃에 데니스 마르티네즈까지. 어느 팀을 가건 중심타선에 설 만한 타자가 넷이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와, 진짜 선수들 이름을 쭉 나열하고 보니 최근 양키스의 15연승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군요.]1루로 걸어가서 배팅 장갑과 보호대를 끌렀다.
뭐, 요즘 워낙에 자주 있는 일이라 특별히 이상하지도 않다.
경기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