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49)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49화(349/404)
349화. 시즌의 끝(6)
제프 클라크 감독이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필이면 지금 타이밍에!!!’
최근 호세의 폼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세가 골드 글러브 세 개에 플래티넘 글러브 두 개를 받은 포수라고 해도 올해로 벌써 서른다섯 살 이다.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서브 포수를 써먹기도 어려운 것이 공격에서 호세보다 살짝 낫긴 하지만 수비는 호세보다 많이 불안하다. 무엇보다 이 선발 투수라는 놈들은 대체로 자기가 선호하는 포수가 딱딱 정해져 있는데 대부분이 공 잘 받는 포수를 선호한다.
일례로 예전에 호세의 타율이 한창 1할 9푼 밑으로 내려가려고 용을 쓰던 때에, 가장 크게 불만을 갖던 게릿 콜 녀석에게 다른 포수를 붙여줬더니 그날 이번 시즌 최악의 피칭을 보여주기도 했다.
“후······. 지금 오스왈드가 성적이 어떻게 됐었지?”
“그게 지지난 달에 서머셋 올라와서 잠깐 좀 헤매고 있긴 한데, 최근 2주 성적만 보면 그래도 0.256/0.362/0.462를 기록 중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제법 괜찮은 모습을 보이기에 약간 신경을 썼을 뿐인데 싱글A를 뚫고 더블A까지 올라와 나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
이제 내일부터 28인 확장 로스터가 시작되는 날이다.
17라운드 출신의 포수.
최수원이 시간을 거슬러 옴으로써 사라져버린 미래의 시간 대에서 마이크 피아자 이후 가장 성공한 하위 드래프티 소리를 들었던 오스왈드 웰스의 조금 이른 데뷔가 결정나는 순간이었다.
***
일단 호세에게 괜찮다고 손짓은 했다.
그래, 아무리 좋은 포수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한 번 정도는 실수하는 날도 나온다. 심지어 방금은 공이 너무 좋았다.
근데 타이밍이 영 좋지 않다.
아니, 하필 다음 타자가 라파엘 데버스인 상황에서 에러라니. 라파엘 데버스 저 녀석. MVP를 2위만 2번을 한 녀석이라 그런지 정감이 가는 건 정감이 가는 건데. 그거랑 별개로 가장 까다로운 타자인 건 분명했다.
이번에 완더 프랑코 녀석이 나 때문에 번번이 이달의 선수를 물 먹었었는데 내가 유일하게 못 탔던 6월에는 뜬금없이 라파엘 데버스가 녀석에게 물을 먹였다.
이번 시즌이 본래도 올스타급이던 완더 프랑코의 브레이크아웃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이라도 그 녀석을 압도했다는 점에서 라파엘 데버스가 얼마나 강력한 타자인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침착하게 라파엘 데버스를 바라봤다.
벌써 세 번째다.
앞선 타석의 기록은 2타수 1안타. 점점 타이밍을 맞춰가고 있었다. 최대한 까다롭게 승부를 해볼까? 호세가 또 공을 떨어트리진 않겠지?
젠장, 가장 좋은 공을 던졌을 때 포수가 그걸 받아내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떨쳐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야수 놈들이 실책을 저지를 때와는 조금 다른 압박감이다.
하지만 이겨낸다.
마린스에서 최진웅이나 한교철한테 공 던질 때는 이것보다 더 심했다. 그리고 하나 정도 빠졌다고 해도 쪼유도 가끔 공 빠트리고 그랬다. 1년 내내 어떤 공을 던지건 완벽하게 받아주던 호세가 대단했던 거다. 과연 골드 글러브 3회에 플래티넘 글러브 2회에 빛나는 포수 답다.
그래, 믿자.
믿어보자.
피칭을 준비했다. 투수판에 발을 밟고 1루를 잠깐······응?
-뻐어엉!!!
“아웃!!!”
[와우!! 최수원 선수의 기가 막힌 견제구!! 트레버 스토리 선수가 잠깐 1루심에게 항의를 하는 것 같은데요?] [레드삭스 비디오 판독 요청 하나요? 아, 지금 요청하네요. 비디오 판독 들어갑니다.]세 걸음.
그런데 무게 중심이 묘하게 좀 앞으로 쏠려있는 느낌이었다. 도루하려는 거였을까? 아니면 적당한 안타만 하나 나오더라도 홈까지 달려보려는 의도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견제구 하나 던져봤는데 나도 그게 이렇게까지 기가 막히게 아웃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아, 비디오 판독 결과 나왔습니다. 판정 번복 없이 아웃!! 아웃입니다!! 5회 초. 이닝 종료!! 최수원이 견제구 하나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추가하며 호세 트레비뇨의 실수를 깔끔하게 메워줍니다.] [와, 이건 진짜 대단하네요. 트레버 스토리 선수 같은 경우 발이 상당히 빠른 선수거든요. 도루 성공률도 0.8정도로 제법 괜찮은 편이고요. 아마 비디오 판독도 그래서 요청을 해본 것 같은데. 이건 최수원 선수가 정말 기가 막히게 견제구를 던졌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참, 스무살 답지 않게 매우 노련한 선수에요. 시야가 굉장히 넓습니다.]“수고했어.”
“그 말 하기에는 아직 조금 이르죠. 아직 무실점이고 투구수도 70개 남짓인데. 적어도 1이닝은 더 던져야죠.”
조금 머뭇거리며 말을 걸어온 호세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줬다.
이게 마린스였다면 쪼아대는 게 맞다. 하지만 얘들은 굳이 쪼아댈 필요가 없다. 본인 스스로부터 자신의 플레이에 크게 실망을 하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5회 말.
2:0.
9번 타자인 앙헬 카브레라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공격.
크리스 세일이 또 한 번 마운드에 올라왔다.
상대를 윽박지르는 피칭.
앙헬 카브레라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이제 앤서니 볼피의 차례였다.
“앤서니.”
“어?”
“그냥 휘둘러. 앞선 타석 보니까 타이밍 얼추 맞더라. 괜히 공 많이 보려고 하지 말고. 저 영감님 지금 좀 지쳤어.”
“구속이 93마일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면 뭐해. 시원하게 속구만 뻥뻥 던져대고 있는데.”
“앙헬이 상대라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물론 그렇지. 아마 내가 상대라면 저렇게 호쾌하게 속구만 던지지는 못했겠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에게 대충 알아들은 거 아니냐는 자세로 어깨를 한 번 으쓱 해줬다.
“야, 아니거든?”
“긴지 아닌지는 나가서 휘둘러 보면 알겠지.”
볼피의 차례.
-딱!!!!
초구에 시원하게 돌아간 방망이가 타구를 저 멀리 좌측 담장 끝까지 날려 보냈다.
요시다 마사타카가 서둘러 공을 주워들었다.
앤서니 볼피가 멈추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타이밍. 그러나 올바른 선택이었다.
소녀 어깨로 유명한 요시다 마사타카의 송구가 3루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앤서니 볼피의 발이 3루 베이스를 밟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짧았다.
“세이프!!!”
원아웃 주자 3루.
[최수원!! 앞선 이닝 솔로 홈런포를 쏘아올렸던 최수원 선수의 세 번째 타석입니다.] [아, 보스턴 덕아웃. 또다시 자동 고의 사구를 선택하네요. 최수원 선수. 이러다 오늘 전타석 출루를 달성할 기세인데요?]보스턴의 덕아웃이 또 한 번 자동 고의사구를 선택했다.
“또 보네?”
“그러게.”
“내가 생각할 때 이거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글쎄다. 내가 보기에 2점 차이인데 원아웃 주자 3루 상황에서 4할에 44홈런 치고 있는 타자 상대하는 것보다는 그냥 걸어 나가게 하는 게 좋은 생각일 것 같은데?”
“마냥 그렇게 생각하기엔 우리 타선이 영 만만치가 않아서.”
“그래도 타일러는 좌타자잖아. 오늘 크리스가 던지는 슬라이더도 상당히 괜찮고 말이야.”
“글쎄다.”
트리스턴 카사스와의 잡담.
타석에 선 타일러 비트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헛스윙 스트라이크.
파울.
볼.
파울.
파울.
볼.
그리고 여섯 번째.
-따아아악!!!
타일러 비트가 크리스 세일의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잡아당겼다.
마치 노린 것 같은 타격.
타구가 우중간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타일러 비트!! 불펜에 떨어지는 홈런!! 시즌 27호 홈런입니다!! 타일러 비트의 스물일곱번째 홈런!! 쓰리 런!! 5회 말!! 양키스가 석 점을 추가하며 점수는 이제 5:0!!] [타일러 비트!! 아직 9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작년의 26홈런 기록을 깨트렸습니다!! 와, 이거 이 페이스대로라면 시즌 30홈런은 정말 떼놓은 당상이겠는데요?] [아, 보스턴 덕아웃이 움직입니다. 뭔가 살짝 한 박자 늦은 것 같은 아쉬운 타이밍입니다만 그래도 아직 점수는 5:0.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 차이입니다.]빅 이닝이 나올 것 같은 냄새만 풀풀 풍기다가 고작 2점으로 끝났던 4회와는 조금 달랐다. 교체된 투수의 초구를 두들기는 애런 저지의 백투백 홈런. 아홉 수를 매우 깔끔하게 끊어내는 큼지막한 대형 홈런이었다.
그리고 2루타를 친 마이크 트라웃이 데니스 마르티네즈의 안타에 들어왔다.
[뉴욕 양키스가 또 다시 추가점을 만들어내며 점수는 이제 7:0!! 5회 말 양키스가 무려 5점을 추가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공겨!! 원아웃에 주자는 1루!! 타석에 오스틴 배틀 선수가 올라옵니다!!] [오스틴 배틀 선수 역시 지금 7번을 치고 있긴 합니다만 슬래시라인이 0.277/0.353/0.450으로 하위권 팀에 간다면 클린업에 들어가도 괜찮을 만큼 훌륭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어요.] [맞습니다. 사실 이 선수가 지금 7번을 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양키스 타선의 터무니 없는 파워를 보여주는 증거죠.]오스틴 배틀이 9개까지 공을 뽑아내며 볼넷.
우리 타선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미친듯한 폭발력을 뽐냈고 그 모습에 경기장을 찾은 양키스의 팬들은 뜨겁게 타올랐다.
-딱!!!
그리고 이어지는 매우 깔끔한 내야 땅볼.
8번 타자인 호세 트레비뇨가 과열되는 분위기를 깔끔하게 식혀주었다. 뭐, 이 정도면 거의 소방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아니야. 아니야. 좋은 생각. 좋은 생각. 호세는 그래도 공은 잘 잡잖아.’
[세상에 다시 없을 기록!! 최수원 이제 100경기 연속출루까지 단 한 경기!!] [최수원 마침내 시즌 10승!!!]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최수원!! 6이닝 2실점 1자책!!] [점수? 따서 갚으면 그만이야. 양키스의 형편없는 수비력!! 하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공격력!!] [한 경기 4개의 실책. 양키스의 삐걱대는 야수진.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제프 클라크 ‘새로운 선수들의 합류는 항상 약간의 삐걱거림을 낳는다. 그러니 지금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우리가 역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 양키스!! 파죽의 16연승!! 팀 역대 공동 3위의 기록!! 이제 팀 기록 경신까지 남은 건 단 3경기!!] [양키스 시즌 90승 38패!! 이제 100승까지 단 10승!!] [9월 확장 로스터 시작!! 뉴욕 양키스 도널드 해리슨(24세, LHP), 오스왈드 웰스(24, C) 콜업!!]“도널드. 좀 늦었네?”
“어이, 누가 들으면 뭐 한 두세 달 먼저 올라와서 기다린 줄 알겠어? 기껏해야 삼 주 먼저 올라왔으면서 말이야. 그런 말 하려면 여기 수원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니야?”
3월에 스프링 트레이닝 이후 처음이었으니 참 오래간만의 만남이었다.
“어제 경기는 좀 아쉬웠어.”
“맞아. 차라리 5회 때 그거 견제사하지 말고 홈런을 얻어맞았으면 3실점 무자책도 가능했을 텐데 말이야.”
“어휴, 조쉬. 넌 하여간 딱 네 수준에 맞는 이야기를 한다. 어? 내 말은 홈런 맞은 게 아쉬웠다는 건데.”
“아니, 그래도 1점이면 평자책이 162이닝 뛴다고 해도 0.05점이나 늘어나는 거라고.”
“야, 수원이가 어디 우리랑 같냐? 그거 0.05점 늘어난다고 입지가 흔들릴 위치가 아니잖아 지금.”
“아, 그러게······. 언제 이렇게까지 차이가 벌어진 건지 모르겠네. 분명 여섯 달 전에는 이 정도까지 느낌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녀석들의 대화에 내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응, 아니야. 우리 차이는 원래부터 딱 이 정도였어.”
“뭐라고? 우와, 수원 너 원래 이렇게 거만한 성격이었냐?”
“그보다 오스왈드는? 같이 올라온 거 아니야?”
“어, 호텔에 짐 풀 게 좀 많다고 해서. 곧 올 거야.”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이제 한 달하고 열흘.
남은 경기는 단 34경기.
마지막 스퍼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