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50)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50화(350/404)
350화. 시즌의 끝(7)
“어이구, 박동혁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미국을 다녀오셨다는 소식은 잘 들었습니다. 최수원 선수와의 단독 인터뷰 특집 기사도 아주 잘 봤고요.”
“하하, 감사합니다.”
“어떻게 한국 시절부터 최수원 선수와는 조금 인연이 깊으셨죠?”
“네, 아무래도 제가 KBO에서 해설을 할 당시에 사석에서 두어 번 만난 적이 있었고. 또 최수원 선수와 아주 친한 기자랑도 인연이 좀 닿아서 어찌어찌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야구계가 아주 시끄럽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최근에 최수원 선수의 104경기 연속 출루도 그렇고. 양키스의 21연승. 아니, 오늘 아침 경기에서 이겼으니 이제 22연승이네요. 이것도 이제 지난 2017년의 클리블랜드가 세웠던 기록과 역대 공동 2위. 남은 건 1916년의 뉴욕 자이언츠가 세웠던 26연승만 남겨둔 상황이니까요.”
“예전에 최수원 선수가 연속 안타 경기 경신했을 때 87년만의 기록이다. 뭐 그런 것도 정말 터무니 없었는데 112년만의 기록 경신이라니. 와, 정말 시간 단위가 어마어마합니다.”
“네, 아무래도 그렇죠. 최수원 선수가 경신한 안타 기록만 하더라도 2차 대전.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광복 이전 기록이고. 이번에 양키스가 노리는 뉴욕 자이언츠의 기록은 심지어 1차 대전기의 기록이니까요. 참고로 한국인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가 1912년생이시니 손기정 선수가 고작 네 살 때의 기록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제법 길게 이어졌다.
인터넷방송이었지만 최근 한국에서 최수원의 화제성을 증명하듯 실시간 시청자 수는 무려 37만을 돌파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요즘 최수원 선수는 컨디션이 좀 어때 보이던가요? 현지의 일각에서는 부상설도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아, 그게 최근에 최수원 선수가 등판했던 두 경기 모두 성적이 아주 좋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죠. 6이닝 2실점에 1자책. 그리고 6이닝 2실점이었으니까요.”
“맞습니다. 그런데 현지에서는 최수원 선수가 다음 등판, 혹은 다다음 등판 가운데 적어도 한 번은 거를 거라고 예측이 되고 있거든요. 그것 때문에 혹시 부상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 이건 선발로는 규정 이닝을 맞추고. 타격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팀의 의도거든요. 실제로 지지난 번 등판을 한 번 거르고 컨디션이 조금 더 올라온 게 눈에 띄었고요.”
“그렇군요.”
“일단 제가 본 최수원 선수의 컨디션은 상당히 좋아 보였습니다. 솔직히 좀 걱정은 했었어요. 메이저리그의 일정이 워낙 터프하고. 최수원 선수는 이제 스무 살 아닙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적응을 잘 했더라고요. 게다가 동료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좋아 보였고요.”
“아, 하긴, 최수원 선수 영어랑 스페인어 모두 능통해서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네, 사실 최수원 선수 정도 성적이면 영어고 스페인어고 아무 것도 못 해도 당연히 잘 지낼 성적이긴 합니다만. 뭔가 제가 느끼기에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팀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최수원 선수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는 느낌? 특히 재능 넘치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요.”
“그 말씀은?”
“네, 마치 예전에 20세기 말에 양키스의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모여서 코어4를 이뤘던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든달까요?”
“그 말씀은?”
“네, 조금 조심스러운 말씀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양키스 3기의 시작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사실 이것도 제 생각만은 아니고 뉴욕 현지 언론에서는 이미 제법 많이 다뤄진 주제입니다.”
박동혁의 그 말에 방송 채팅창이 그야말로 대폭발했다.
─국뽕!! 여기 주모 한 사발 가져다 주오.
─미쳤다미쳤다미쳣따!!!
─한국인인 내가 양키스의 차기 리더? 웹소설 한 편 뚝딱 잘 읽고 갑니다.
─양키스 왕조 건설 가는 건가?
─응, 아니야. 돌아가. 양키스는 최수원 못 잡아. 6년 후에 다저스 갈 꺼임.
─뭔 헛소리야. 양키스가 돈질에서 밀리면 그게 양키스인가?
─똥혁이가미쳤다똥혁이가미쳤다똥혁이가미쳤다
─똥혁이 쟤는 마린스 포시 진출 탈락 확정되더니 바로 미국을 가버리네.
***
두 달 전 나는 연속 안타 경기를 의식하느라 정작 타구질이 나빠져서 장타율이 떨어지고 타격 성적이 나빠졌었다.
그렇다면 지금 연속 출루는 어떨까?
-딱!!!!!
[쳤습니다!! 최수원!!! 빠른 타구!! 좌중간!! 좌중간!! 담장 두들기는 안타!!] [조나단 휠!! 담장 맞고 튕겨 나온 타구를 주워들었습니다만 그 사이 최수원은 2루 지나 3루로!!]-뻐엉!!!
“세잎!!!”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최수원 시즌 네 번째 3루타입니다!!] [오늘 경기 벌써 안타만 세 개!! 이거 어쩌면 오늘 힛 포 더 사이클을 기대해봐도 되겠는데요?] [아, 최수원 선수가 아직 힛 포 더 사이클이 없었나요?]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이미 한 차례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긴, 워낙에 대단한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선수이니 그게 없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지금 다섯 경기째 홈런이 없는 상황인데. 기세를 몰아 홈런을 추가해준다면 기분 좋게 힛 포 더 사이클까지 챙겨갈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출루율에 신경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볼넷을 의식해서 신중하게 공을 고른다. 그리고 좋은 공이면 두들겨서 안타를 만들고 출루에 성공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고? 그래, 맞다. 그냥 좋은 타자가 되는 게 출루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최수원 108경기 연속 출루 기록 경신!! 데뷔 이후 모든 경기에서 출루한 사나이!!] [양키스 마침내 26경기 연승!! 오직 뉴욕 자이언츠만이 가지고 있던 기록과 나란히 하다!!] [양키스 가장 먼저 100승 고지에 오르다!! 100승 38패!! 팀 최고 기록까지 이제 단 14승!!] [데릭 지터 “옛날에는 나의 기록이 위협받는 것이 즐겁다는 선배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이 자리에 서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부디 후배들이 우리의 기록을 깨줬으면, 아니 이왕이면 우리가 아쉽게 실패했던 120년 전의 시카고 컵스 기록까지 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리아노 리베라 “팀의 분위기가 상승세를 탄 것이 느껴진다.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우리의 1998년도 그랬었다. 이번 프런트의 트레이드는 최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순간에 산통을 깨주는 것이 늙은이의 미덕이니 굳이 한 마디를 보태자면. 지금을 조심해야 한다. 신기록 달성까지 한 걸음 남긴 순간. 그리고 신기록을 달성한 그 직후. 월드시리즈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아직 다 끝난 게 아님을 명심했으면 좋겠다.”]뭐랄까?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
스물여덟 명의 팀원들과 11명의 코치진. 우리를 돕는 프런트들과 심지어 클럽에서 잔심부름을 해주는 클러비들까지. 모두가 정말 위대한 목표를 두고 하나가 돼서 함께 나아가는 느낌.
물론 그 속내는 다들 달랐고, 선수들끼리 서로서로 싫어하는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싫어했다. 하지만 적어도 ‘승리’라는 목표가 그런 사소한 모든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었다.
27연승이 걸린 경기.
본래 루틴대로라면 나는 어제 경기에서 선발로 출장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 휴식을 취했겠지. 하지만 감독은 여기서 또 나에게 한 템포 쉬어갈 것을 요청, 아니 부탁했다.
쌩쌩한 상태의 타자 최수원이 필요하다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부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즌 139번째 경기.
“가자.”
위대한 기록에 대한 도전이었다.
“젠장, 하루 덜 쉬는 게 뭐 대수라고!!”
도밍고가 불만을 표시했다. 어제 감독을 찾아가서 등판을 하루 당겨달라고 요청했다는데 당연히 기각을 당했다.
오늘 우리의 선발은 앤드릭 나바.
기본적으로는 불펜으로 뛰지만 3바퀴에 한 번 꼴로 나를 대신해서 선발로 등판해주고 있는 고마운 녀석이었다. 물론 녀석도 자신의 지금 위치에 상당한 불만이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팀이 거두고 있는 이 어마어마한 성과에 그런 불만은 내리 누른 채 묵묵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5.2이닝 4실점.
빈말로도 좋다고는 말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아니 나에게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딱!!!
[쳤습니다!! 최수원!! 큼지막한 타구!!] [와, 이건 뭐. 맞는 순간에 알 수밖에 없습니다. 측 외야 최상단을 때리는 최수원의 시즌 47호 홈런포!! 양키스가 넉 점을 추가하며 볼티모어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최수원 선수 여섯 경기만의 추가 홈런포!! 와, 이건 진짜 외통수에요. 자동고의사구로 내보내면 후속 타자들이 맹타를 휘두르고. 그렇다고 그냥 승부를 겨루자니 이렇게 넘겨버리니까요.] [맞습니다. 사실 양키스의 이 미친 페이스는 최수원이라는 규격 외의 타자가 있기에 성립이 가능한 구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다만 과거 배리 본즈의 자이언츠와 최수원의 양키스가 다른 점은 자이언츠를 상대로는 만루에라도 밀어내기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게 유효한 전략이었다면. 지금 양키스는 뒤에 이어지는 네 명의 타자가 홈런 합계 130개에 육박한다는 점이죠.]사실 여기까지 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해서야 내가 굳이 투수 등판까지 건너 뛰고 타자로 경기에 참가한 보람이 없었다.
승기를 잡은 이 순간에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는 집중력.
오리올스의 불펜인 콜튼 홀리데이가 던진 바깥쪽 타구를 정말 기가 막히게 밀어쳤다.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사실 오리올스의 경우 좌측 담장이 기형적일 정도로 뒤로 밀린 형태고 우측 담장은 비교적 가깝다. 굉장히 좌타자에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내 타구는 그런 유불리를 넘어설 만큼 강력했다.
[큼지막한 타구!! 최수원의 타구가!! 타구가!! 관중석을!!!! 넘어!! 갔습니다!! 장외 홈런!! 최수원 선수의 밀어 친 장외 홈런!! 최수원이 자신의 시즌 48호 홈런포를 유타 스트리트에 새겨 넣었습니다!!]이미 이긴 경기에 한 번 더 대못을 박아넣는 솔로 홈런포.
캠든 야즈 옆 유타 스트리트에 나의 홈런을 기록하는 첫 번째 동판을 박아넣는 순간이었다.
9회 말 그리 가능성이 크지 않던 오리올스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그 순간.
덕아웃에서 그걸 지켜보던 나는 경기장으로 달려나갔다. 본래 이런 타이밍에는 모든 선수가 마운드로 몰려들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아!! 양키스 선수들!! 전원이 최수원에게 달려갑니다!! 덕아웃의 제프 클라크 감독도 같이 끌려 나오고 있습니다.]내가 달려나가는 속도만큼 빠르게 팀의 내야수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볼티모어의 홈구장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볼티모어의 팬들도 우리에게 욕설을 날리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대신 적당한 박수를 안겨주었다.
뭐, 얘들은 지금 포스트시즌 자체가 좌절된 상황이라서 애당초 경기장에 팬들이 많이 오지 않았을뿐더러, 우리가 워낙에 대단한 기록을 세우는 와중이었던지라 현지의 우리 팬들과 뉴욕에서 원정 온 우리 팬들이 경기장의 3할가량을 차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터무니 없는 업적.
101승 38패에 27연승.
마치 개선장군과 같은 자세로 우리가 뉴욕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