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51)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51화(351/404)
351화. 시즌의 끝(8)
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는 확신하고 있었다.
종목의 부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슈퍼 스타’다.
그것은 이미 80-90년대 NBA가 증명한 바가 있었다.
MLB의 뒤꽁무니도 못 따라올 것 같았던 그들은 마이클 조던이라는 시대의 아이콘과 그 뒤를 잇는 르브론 제임스라는 빅네임으로 이제는 MLB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80년대 들어 NFL에 크게 뒤처졌던 MLB가 부흥했던 시기는 또 어떠한가.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라는 홈런왕들의 라이벌리.
그리고 배리 본즈라는 압도적인 타자의 등장.
그래, 분명 메이저리그는 순항을 하고 있었다.
약물 스캔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전설로 남아야 하는 위대한 타자들이 모두 약쟁이로 밝혀졌다. 가장 찬란했던 90년대의 메이저리그는 치욕으로 남았고 그 당시 야구에 열광하던 이들은 커다란 배신감에 등을 돌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롭 맨프레드는 리그에 가장 필요한 것이 ‘슈퍼 스타’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작금의 메이저리그가 동력을 잃어버린 것은 사람들을 잡아끌 슈퍼스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커쇼? 마이크 트라웃? 브라이스 하퍼? 저스틴 벌렌더?
아니, 모두 불가능했다.
그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일 수는 있겠으나 과거의 루스나 윌리 메이스, 행크 애런이나 타이 콥. 켄 그리피 주니어나 조 디마지오 같은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수 없었다.
리그를 압도하는 실력과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난 롭 맨프레드는 싹이 보이는 선수에게 그것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부단하게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스타는 만들 수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플러스 알파.
종목 그 자체를 대표하는 무언가는 결코 외부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스스로 이글거리는 무언가가 뛰쳐나올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
또한, 그 슈퍼 스타라는 것은 홀로 빛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빛을 뿌려 스스로 빛나지 못하는 다른 이들 역시 반짝이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빛들은 스토리가 되고 그 스토리는 그것을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을 매혹시킨다.
미국의 수도도 아닌 주제에 세계의 수도를 자처하는 기이한 도시.
NFL이 대세가 된 이 미국 땅에서도 여전히 MLB를 가장 사랑하는 도시.
[뉴욕의 왕이 돌아 오다.]그래, 뉴욕에 감히 그들의 왕을 자처할만한 이가 돌아왔다.
고작 데뷔 1년 차에 리그의 역사를 모조리 새로 쓰는 압도적인 위업을 등에 업은 채로.
***
2028년.
그는 그야말로 브레이크아웃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대단한 성적을 기록했다. 아직 시즌이 23경기나 남은 시점에서 52홈런. 산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시즌 60호 홈런이 가능한 무서운 페이스다. 그렇다고 다른 타격 스탯이나 수비 스탯이 부족한가를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슬래시라인이 무려 0.314/0.411/0.684. 장담하건대 만약 작년과 리그 사정이 비슷했더라면 완더 프랑코는 만장일치 MVP를 노려볼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이것은 최수원이 이 시대로 돌아오기 이전. 본래 MVP를 따냈던 완더 프랑코의 성적을 크게 상회 하는 성적이었다. 당시 그는 시즌 최종 성적 0.319/0.406/0.611에 49홈런으로 MVP를 따냈었다. 당시 그가 얻었던 1위 표의 숫자는 16장. 13장을 얻었던 라파엘 데버스보다도 2위 표가 적었기에 살짝 위태위태한 MVP였다.
수원이 돌아오기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완더 프랑코만이 아니었다. 라파엘 데버스 역시 이 경쟁에 힘입어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보다도 훨씬 크게 달라진 사람이 있었으니. 지금도 롭 맨프레드가 최선을 다하여 최수원의 경쟁자로 밀고 있는 내셔널리그 뉴욕 메츠의 알렉산더 맥도웰이었다.
그가 이번 시즌 지금까지 기록한 성적은 무려 0.298/0.409/0.680에 54홈런.
산술적으로 따져본다면 63홈런 페이스에 근접하는 무시무시한 페이스다. 남은 기간 무난하게 홈런 6개만 더 추가한다면 MVP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것이 중론인 상황. 그나마 경쟁자인 오타니 쇼헤이의 경우 지금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버닝을 하고, 거기에 더해서 알렉산더 맥도웰이 60홈런 이상을 기록하지 못할 때 반반 정도 싸움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AL은 어떨까?
오타니 쇼헤이는 올해도 훌륭한 활약을 보였지만 전성기의 그것과 비교하면 한걸음 부족하다. 하물며 이번 시즌 최수원이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전성기 오타니의 그것조차 넘어서는 수준이다.
완더 프랑코가 홈런왕을 사수한다고 해서 최수원의 MVP를 저지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하지만 만약에 지난 2022년에 기록됐던 애런 저지의 62홈런을 넘어선다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물론 지금 최수원은 63홈런 정도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절대 아니었다. 만약 63홈런을 한다고 해도 가능한 건 만장일치 MVP 저지 정도? 이번 시즌 최수원이 써내려간 기록은 그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본래 사람은 자신의 일에는 객관적일 수 없는 법이다.
완더 프랑코 역시 그러했다. 게다가 그에게 동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주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네가 지금부터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결코 최수원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이야기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그에게는 더 필요한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완더 프랑코는 오늘도 방망이를 움켜쥐었다.
더 많은 홈런.
하나라도 더 많은 홈런.
63개. 혹은 그 이상.
9월.
압도적으로 달려나가는 양키스의 뒷꽁무니를 탬파베이가 꾸역꾸역 따라 붙었다.
[탬파베이!! 보스턴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 달성!! AL 전체 승률 2위!! 와일드 카드 승률 1위 확정적!!] [완더 프랑코 53호, 54호 멀티 홈런 추가!! 알렉산더 맥도웰과 함께 양대리그 공동 1위!! 이제 남은 경기는 이제 20경기!! 과연 62홈런을 넘어서는 선수는 누가 될까?] [뉴욕 양키스 29연승!! 103승 38패!! 역대 최다승까지 이제 단 13경기!!]***
모처럼의 휴식일.
보통 이동일을 휴식일로 삼는 메이저리그였고 특히 시즌 막판에는 취소됐던 경기들까지 욱여넣어서 더블 헤더를 하는 만큼 쉽게 나오기 힘든 귀한 휴식일이었다.
컨트럭터들도 트레이너들도 운동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끝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권하는 상황인지라 집에서 그냥 푹 좀 쉬려고 했는데 알렉산더 맥도웰 녀석이 뜬금없이 집으로 찾아왔다.
“서부 원정 갔다 돌아왔는데 비행기에서 푹 자는 바람에 잠이 안 와서.”
라는 이유였는데 뭐 나도 딱히 오늘은 할 일이 없었던 만큼 기꺼이 녀석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아껴뒀던 갈비찜도 데우고 맵지 않은 요리들로 좀 준비를 했더니 정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하긴······. 한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식의 세계화니 뭐니 하면서 이래저래 정부 정책으로 한국 음식을 홍보하고 그랬었다는데 그런 거 모르겠고, 글로벌 OTT의 메가 히트작이랑 세계적 팝스타 탄생만으로 그 한식의 세계화인지 뭔지가 끝나버렸다.
아,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의 대도시들에 고급레스토랑 위주로 좀 퍼진 거지만, 아무튼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세계화라는 건 진짜 어디 아프리카 오지까지 퍼지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미국.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유럽 정도까지니까.
아무튼, 한 6년 전부터 해서 뉴욕에서 상위 10개 레스토랑 꼽으면 5, 6개는 퓨전 한식 레스토랑이 꼽힌다. 진짜로. 심지어 한국 본토에도 미슐랭 쓰리스타 한식 레스토랑이 두 개밖에 없는데 뉴욕에는 무려 6개나 있다.
-우물우물
“음, 이거 되게 맛있네? 갈비찜이라고 그랬나? 내가 갔던 그 레스토랑들이랑은 맛이 좀 많이 다른데?”
“스테이크라고 다 같은 맛이 나는 건 아니잖아. 그거랑 똑같지 뭐. 이건 한국에서도 손에 꼽히게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직접 보내준 거거든.”
“역시, 한국 최고의 스타!!”
“어허, 한국 최고의 스타는 이제 나한테 너무 겸손하지. 굳이 말하자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2028년 가장 뜨거운 스포츠 스타? 뭐 그 정도로 해주지 않겠어?”
“야, 아직 시즌 다 안 끝났거든?”
“시즌은 안 끝났는데 너랑 나랑 라이벌리는 이제 끝난 것 같던데? 요즘은 뉴욕에서도 너랑 나랑 경쟁자 뭐 이런 느낌으로 보도 안 하고. 뉴욕의 왕. 그리고 그에 도전하는 도전자!! 이런 구도로 나오고 있잖아.”
“그, 그거야!! 너희 에이전시가 이상하게 일을 잘 하는······.”
내가 고개를 저었다.
“일은 너희가 진짜 잘하지. 솔직히 객관적 숫자로 따지면 비교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잖아. 너 최근에 여덟 경기인가 홈런 못 치지 않았어? 그런데도 여전히 뭐 홈런 신기록 가능하다느니. 그런 이야기 계속 나오고 있잖아.”
“······.”
녀석이 포크를 내려놨다.
“비, 비겁하게 팩트로 승부하다니!!”
“허튼소리 그만하고. 고민이 뭐야.”
“어?”
“뭘 놀라고 그래. 그냥 밥이나 먹자고 온 게 아니라 고민있어서 상담하러 왔다는 게 얼굴에 쓰여 있는구만. 최근 성적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게 그러니까······.”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녀석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법 긴 이야기였는데 사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고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최근 타격이 잘 안 된다는 고민이었다.
“분명히 제대로 친 것 같은데 담장 앞에서 잡히고 그런다. 그런 이야기잖아.”
“어······.”
“코치는 뭐래?”
“시즌 막판이라 힘이 좀 빠진 거니까 의식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고······. 괜히 그거 의식해서 이것저것 건드리면 오히려 폼이 더 망가진다고.”
“제대로 말해줬네. 잘 먹고 푹 쉬고. 마음 편하게 먹고 하던 대로 방망이 휘두르면 되는 거 맞아.”
“너!! 지금 내가 경쟁자라고 너무 대충 말하는 거 아니야?”
녀석이 조금 날카롭게 반응했다.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가끔 사람은 바닥을 쳤을 때 진짜 본성이 나온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난 원래 사람이 구석에 몰렸을 때 나오는 날카로운 모습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힘든 상황에 조금 부셔진 모습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렉스는 항상 좋은 녀석이었다. 그러니까 이 날카로운 반응은 용서해주자. 공식적인 나이야 동갑이지만 실제로는 내가 무려 14살이나 형 아니던가.
“알렉스. 넌 라이벌이 궁지에 몰리면 그걸 이용해서 이기고 싶어?”
“······.”
“원래 라이벌이랑 경쟁은 정정당당하게. 전력 대 전력으로 부딪혀서 이겼을 때 진짜 의미가 있는 거야. 지금은 너희 코치 이야기처럼 잘 먹고. 잘 쉬고. 머리 비우고. 하던 대로 하는 게 최선이야. 넌 이미 그렇게 해서 홈런을 54개나 쳤잖아. 안 그래?”
“······.”
잠시 멍한 표정으로 침묵하던 녀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워낙에 단순한 녀석이라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내 문을 두드리던 그 걱정과 근심은 녀석의 얼굴에서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어른의 조언이 통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역시!! 수원 너도 내심 나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야, 지금 내 말의 요지는 그게 아니라.”
“그래!! 라이벌인 네가 마지막까지 이렇게 힘을 내고 있는데. 내가 뒤처질 수는 없지. 오늘 밥은 잘 먹었다. 다음번에는 내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답례 하도록 하지!! 라.이.벌.”
“아니, 얌마!!”
녀석이 그대로 손을 흔들며 자리를 박차고 떠나갔다.
후······. 그래, 뭐가 됐건 다시 활발해졌으면 됐다. 어쨌거나 나는 AL. 그리고 녀석은 NL. 지금 NL에서 무서운 기세를 올리고 있는 다저스를 녀석이 최대한 빡빡하게 상대해준다면 뭐 나로는 손해 볼 게 없는 일이니까.
[알렉산더 맥도웰!! 9경기 만의 홈런포 발동!!] [알렉산더 맥도웰 ‘나와의 승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라이벌에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그래, 아무튼 손해 볼 건 없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