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60)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60화(360/404)
360화. 나흘의 휴식을 위하여(1)
포스트시즌에서 양키스와 보스턴이 맞대결을 한 경우는 이번 2028시즌까지 포함해서 고작 여섯 번에 불과했다. 그들의 긴 역사를 생각하면 의아할 정도로 적은 횟수인데 이건 사실 메이저리그의 제도 때문이다.
1968년 이전에는 챔피언십 시리즈라는 것 자체가 없었고, 1993년 이전까지는 디비전 시리즈라는 것이 없었다.
같은 지구 소속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을 수 있게 된 것은 1994년 이후라는 뜻이다. 그 가운데 2011년까지는 와일드카드 팀 하나. 그리고 2012년에서 2021년까지는 와일드카드 팀 둘. 그리고 이후에서야 와일드카드 팀이 세 팀이 됐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난 34년 동안 여섯 번의 맞대결은 그렇게 적은 횟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레드삭스 놈들 완전 밟아놨으니까 이대로 월시 우승까지 하는 건가?”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아니, 보통 그랬었잖아. 포스트시즌에서 우리가 보스턴놈들 밟으면 우리가 우승하는 거고. 우리가 지면 그놈들이 우승하는 거고.”
“에이, 그건 아니지. 그놈들이야 우리 이기면 항상 우승 가는 거지만. 우리는 03년에 그 놈들 이겼을 때도 우승 못 했잖아.”
“그랬나?”
“그래, 이게 다 보스턴 놈들 입장에서야 항상 우리가 가장 어려운 상대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보스턴 놈들은 그냥 지나가는 놈들이라는 차이 아니겠어?”
물론 아니었다.
실제로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에서 두 팀이 맞붙었던 2021년의 경우 보스턴이 와일드카드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승리했지만, 챔피언십 시리즈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패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보스턴을 상대로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들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부분이었다.
“야!! 지금 풀 하우스에서 재커리 패거리들이 두들겨 맞고 있다는데?”
“뭐? 어떤 놈들인데?”
“몰라, 그런데 오늘 같은 날에 시뻘건 옷 입고 다니는 건방진 놈들이라고 하더라.”
2028년 10월 15일 일요일.
오늘도 뉴욕의 유치장은 만원이었다.
***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디비전 시리즈가 일방적으로 순식간에 끝난 것과 다르게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휴스턴을 꺾고 올라온 중부지구 1위 팀 캔자스 시티 로열스와 2번 시드를 받고 대기 중이었던 오클랜드의 싸움은 상당히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것은 경기의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경기가 3경기를 합쳐서 양 팀 합계 56점을 기록한 반면에 캔자스 시티 로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경기는 지난 3경기를 통틀어 양팀 합계 득점이 고작 9점밖에 안 될 만큼 팽팽한 투수전을 보여줬다.
야구를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강력한 에이스 투수들 간의 투수전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인 데이터에 따르자면 보편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야구에서 원하는 것은 시원한 타격전 쪽이었다. 사실 어느 스포츠건 간에 문 걸어 잠그고 버티는 수비보다 화끈한 공격이 더 인기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까.
“그러니까 1, 2, 3차전 평균 시청자 수가 230만이라고?”
“네.”
“그러니까 뉴욕 양키스랑 보스턴 레드삭스가 몇이었지?”
“평균 1390만. 3차전 피크 타임 기준으로 2370만입니다. 아, 물론 해외 시청자 수는 아직 더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물론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는 팀들이고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비인기팀들이니 어느정도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평균치로 따져도 6배 이상. 피크 타임으로 보면 10배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차이다.
하지만 롭 맨프레드는 앞선 230만이라는 숫자가 너무 적다는 의미로 되물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포스트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비인기 스몰마켓끼리의 대전일 때 시청자 수는 100만을 살짝 넘어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또한,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대전 같은 인기팀 간의 경기라고 해도 1,000만을 넘어가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애초에 1,000만이라는 시청자 수는 월드시리즈 정도는 돼야지 가능한 숫자이며 지난 2021년 보스턴과 양키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같은 경우 시청자 수가 800만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숫자는 평년의 2배, 3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숫자인 셈이다.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기록적인 숫자 역시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롭 맨프레드에게는 비인기팀의 경기가 230만이라는 점이 더 와닿았다. 이것이야말로 최수원을 필두로 한 양키스의 인기가 야구 자체를 견인하고 있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롭 맨프레드의 행복야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맙소사······.”
4차전.
그러니까 양키스와 보스턴의 경기가 없는 16일 저녁 경기.
지금까지 평균 시청자 수 230만을 찍던 캔자스 시티 로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경기 시청자 수가 피크 타임을 기준으로 730만을 돌파했다.
─둘 중 누가 이기는 게 우리 팀한테 유리함?
─누가 이기건 무슨 상관있겠냐. 어차피 우리 핵빠따들이 다 공평하게 두들겨 패 줄 텐데.
─이번 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한테는 한 경기 졌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한테는 한 경기도 안 졌음.
─그러면 로열스가 조금 더 까다로운 상대인가? 그럼 난 내일 경기는 애슬레틱스 응원할란다.
물론 그 시청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양키스의 팬이라는 점은 양 팀 팬들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그래, 그렇지!!”
“뭐야? 캔자스시티 로열스 응원하는 거야? 그쪽이 올라오는 게 더 편해?”
“아니, 어느 쪽이 올라오건 비슷비슷한데. 그래도 이왕이면 5차전까지 가서 서로 물어 뜯고 올라오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니까. 5차전 가면 서로서로 1선발 카드도 써먹을 테고 말이야. 아마 오늘 경기는 다들 캔자스시티 응원했을걸?”
3차전으로 경기를 끝낸 덕분에 또다시 이틀의 휴식이 주어졌다. 물론 정규시즌이 끝난 이후 있었던 휴식처럼 자유시간이 길게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다들 모여서 경기 시청했다면서. 이렇게 나랑 둘이 봐도 괜찮은거야?”
“어, 가족 있는 경우는 가족이랑 본다고 하는 애들도 많았고. 나 같은 경우도 가족이 뉴욕까지 왔으니까.”
“뭐야? 나 아직 너랑 가족까진 아니거든?”
“아니, 갑자기 웬 급 김칫국? 너 말고. 우리 아버지.”
“아······.”
쇼파에 반쯤 기대 내 허벅지에 자기 양쪽 다리를 올리고 있던 박은진이 살짝 민망한 표정으로 고쳐 앉았다.
“그런데 아버님이랑은 진짜 이렇게 시간 같이 안 보내도 괜찮은 거야?”
“어, 어차피 2차전까지 보고 나이아가라랑 관광하신다고 같이 가셨잖아. 숙모님도 미국 처음이시라는데 오신 김에 나이아가라 보고 캐나다 넘어가서 메이플 시럽도 좀 사서 돌아오셔야지. 내가 제일 좋은 가이드에다가 프로그램으로 붙여 드렸어. 헬기도 타고 다 하시라고.”
“그래도······.”
“그리고 어차피 우리 아버지는 원래 좀 무뚝뚝해서. 그리고 부자간의 정이라는 건 모녀간에 하는 것처럼 막 오글거리고 그런 거랑은 좀 달라.”
“아니거든? 아버님도 네가 상냥하게 굴면 엄청 좋아하실 거거든?”
“아니. 내가 우리 아버지 잘 아는데 절대 그럴 사람 아니야.”
박은진가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티격태격 거리면서 보내는 시간은 확실히 즐거웠다.
아, 물론 스무 살 한창때의 젊은 남녀가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으니 그렇게 이성을 활용하여 사전적 의미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보다는 조금 다른 형태. 그러니까 육체를 조금 더 활용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 길긴 했다. 그리고 그 시간 역시 몹시 즐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근데 너 이렇게 막 체력 낭비하고 그래도 되는 거야? 이러다가 경기 뛸 힘 없으면 어쩌려고.”
“글쎄, 선발등판 시기에는 좀 조심해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이거 움직이는 정도는 평소에 하는 운동에 비하면 체력 낭비라고 할 것도 없지. 산책 좀 한다고 체력이 낭비되고 그런 건 아니잖아?”
그래, 비유하자면 산책이다.
체력을 소모한다기보다는 힐링한다는 느낌. 뭔가 회귀하고 나서 거의 4년간 쌓여만 있던 무언가를 완벽에 가깝게 해소하는 그런 활동이랄까?
정규시즌이 끝나고 디비전 시리즈까지 엿새.
그리고 디비전 시리즈를 빨리 끝내고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사흘.
그래, 고작 열흘이다.
그리고 4년이라는 긴 공백을 해소하기에 고작 열흘은 너무 부족했다.
“그러면 챔피언십 시리즈를 4차전에서 끝내면 나흘이 남는 건가?”
“응? 뭐라고?”
“아냐, 그냥 뭐 챔피언십 시리즈를 맞이하는 나의 개인적인 자세랄까?”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
양 팀 모두 에이스 카드를 사용하고 필승조에 마무리까지 총동원한 싸움은 로열스의 4:3 승리로 끝났다.
19일 저녁.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단 하루의 휴식도 갖지 못한 채 우리와의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왔다.
챔피언십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
[YES 네트워크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뉴욕 양키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앞선 시리즈 1차전과 2차전 경기가 우리 양키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가운데 오늘 3차전 경기는 이곳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펼쳐지겠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결과였죠.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시즌 우리 양키스. 너무 강력하지 않았습니까? 정규 시즌에서도 캔자스시티와의 상대 전적은 5승 1패. 야구에서 5승 1패라는 건 거의 상대를 압도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입니다. 우리 양키스가 정규 시즌에서 기록했던 바로 저 1패. 그게 사실 엄청 뼈아픈 1패였거든요.] [맞습니다. 역사적인 연승을 끊어버리는 통한의 1패였죠. 게다가 오늘 선발 투수 역시 바로 그날의 선발. 23세의 젊은 투수인 릭 윈터스입니다.] [자, 과연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오늘도 그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우리 양키스가 하던 그대로 가볍게 승리를 가져올지. 지금 경기 시작됩니다.]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홈 경기.
마운드 위에 그들의 선발인 릭 윈터스가 올라왔다.
내가 회귀한 본래의 역사보다 1년 이른 데뷔이긴 했지만 2030년대 가장 강력한 투수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릴 녀석이다.
마운드의 녀석이 씨익 웃었다.
현재 시리즈 스코어 2:0. 심지어 챔피언십 시리즈다. 벼랑 끝까지는 아니었지만,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표정에서는 그런 기색 따윈 보이지 않았다. 억지로 감추려는 게 아니었다. 저건 말 그대로 지금 이 무대를 즐기고 있는 거다.
큼지막한 와인드업.
앤서니가 초구를 잡아당겼다.
-딱!!!
타구가 매우 아름답게 쭉쭉 뻗어 나갔다.
카우프만 스타디움은 좌우대칭형의 매우 광할한 크기로 유명하다. 굳이 한국의 경기장에 비교하자면 잠실과 거의 비슷한 넓이다. 하지만 의외로 파크팩터를 살펴보면 투수구장이 아닌 타자구장인데 이는 외야가 워낙에 넓은 탓에 2루타와 3루타가 좀 많이 나와서 그렇다. 순수하게 홈런 파크 팩터만 따지자면 오라클파크와 함께 뒤에서 1, 2등을 다툰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똑딱이는 진짜 평생에 홈런 하나 치기 힘든 그런 구장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앤서니가 그 평생 한 번 있기 힘든 홈런을 기록했다.
1:0.
릭 윈터스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