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61)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61화(361/404)
361화. 나흘의 휴식을 위하여(2)
[1회 초. 선두 타자 앤서니 볼피의 충격적인 초구 홈런포!! 와, 물론 앤서니 볼피 선수가 홈런이 아예 없는 선수는 아닙니다. 이번 시즌에도 9개의 홈런을 기록했고요. 하지만 여기 카우프만은 이게 비거리가 보통 나와서 넘어가는 구장이 아니거든요. 대단합니다. 앤서니 볼피.] [맞습니다. 지금 이게 담장을 간신히 넘어간 느낌이지만 사실 양키 스타디움이었으면 거의 외야 1층 최상단을 때리는 홈런이었을 거에요. 대충 보면 느낌이 오시겠지만 카우프만 크기가 거의 잠실이랑 비슷하거든요. 아마 좌우랑 중앙은 조금 더 깊고, 좌중간 우중간은 살짝 덜 깊은 그런 크기일 겁니다.]홈플레이트로 돌아오는 녀석과 가볍게 하이파이브.
얼굴에 발갛게 상기된 것이 무척이나 기쁜 모양새다. 확실히 요즘 선수단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올라온 게 느껴진다. 적절한 피로감과 날카로운 실전 감각이 혼재된 상황이랄까?
릭 윈터스는 선제 홈런을 한 방 두들겨 맞았음에도 여전히 완전히 망가진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조금 당황한 모습이긴 했지만 이런 무대에서 이런 거 한 방 두들겨 맞으면 베테랑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크게 이상할 것 없다.
[타석에는 이제 최수원. 최수원 선수입니다.] [이번 시리즈. 3차전까지 오는 동안 안타를 하나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최수원 선수. 아, 물론 이게 ‘고작’이라는 말이 붙을 상황은 아닙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안타는 하나 기록했는데 타율은 0.333. 3타수 1안타 1홈런을 기록 중인 상황이거든요.] [네, 볼넷만 무려 다섯 개에 희생 플라이 하나. 지금 슬래시 라인이 0.333/0.667/1.333이라는 상당히 기괴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캔자스시티 로열스. 1:0 주자 없는 지금 상황에서 최수원을 그냥 볼넷으로 내보낼까요?] [다른 팀이라면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상대해볼 법도 합니다만 글쎄요. 지난 2차전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최수원과는 승부를 겨루지 않았었거든요.] [아!! 거르지 않습니다. 상대하네요.] [아무래도 그저께 2차전 경기에서 최수원 선수를 네 번 모두 걸렀다가 최수원 선수가 무려 4득점을 올린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맞습니다. 어제 우리 최수원 선수 볼넷으로 나가서 거의 무조건 들어오지 않았겠습니까? 결국, 지금 최악의 경우 홈런을 맞아도 1점이고 그냥 내보내도 들어오는 건 똑같다고 생각하면 0.333의 타율에 걸어보고 싶은 게 또 사람 마음이거든요.] [하하, 과연 그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릭 윈터스. 지금 투구자세에 들어갑니다.]회귀 이전.
저 녀석과는 정말 많이도 부딪혔다. 물론 당시 서로의 포지션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은 같은 데뷔 1년 차지만, 지금 포지션이 빅리그를 평정한 대타자에게 도전하는 신인과도 같은 포지션이라면 회귀 이전에는 사이 영 위너에게 도전하는 태평양 건너의 대형 신인이라는 모양이었으니까.
당시에 3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며 메이저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부우웅!!
“스트으라잌!!”
어?
[초구, 슬라이더가 아주 기가 막히게 들어갔습니다.]그러니까 이게 지금 사흘 만에 실전에서 제대로 방망이를 휘둘러 보는 거라서 그런가? 일단 몸을 재정비한다는 느낌으로 잠깐 손을 들어 타석에서 물러나 장갑을 동여맸다. 그리고 항상 하던 루틴을 실행에 옮겼다.
왼손으로 헬멧을 고쳐 쓰고 머리를 탁탁 두 번 두들겼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배트를 두 번 강하게 꾹 쥐고 홈플레이트를 한번 톡 두들긴 뒤 자세를 바로잡는다.
자신감이 차오른다.
마운드의 녀석 역시도 방금 나의 헛스윙에 자신감이 조금 차올랐는지 표정이 편안했다.
와인드업.
녀석이 던지는 공은 내가 익히 알고 있던 그 시절만큼이나 강력했다. 하지만 투수의 기량이라는 건 단순히 공의 속도와 구위만으로 결정 나는 게 아니다.
톡 토도도 톡.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내가 파악한 녀석의 박자다.
5년 후의 녀석은 굉장히 복잡한 디셉션을 갖고 있는 투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빅리그에서 뛰기에는 그 폼이 너무나도 정직하다. 아마 앞서 앤서니가 홈런을 날린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딱!!!!
그래, 딱 이런 느낌으로.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갔다. 한 0.1초 정도? 잠깐 타구를 바라보는데······.
[잘 맞은 타구!! 아, 최수원!! 달립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타구를 보는 순간 곧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거 안 넘어간다.
방향이 좀 좋지 않았다. 아마 여기가 양키 스타디움이었다면 우리 팀 불펜으로 떨어지는 홈런 정도는 됐을 것 같은데 여기 카우프만에서는 담장 앞 워닝 트랙? 혹은 담장 직격 하는 타구 정도로 끝난다. 그래도 워낙에 큰 스타디움이니 그 정도 타구라면 외야수가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일단은 3루타다.
1루를 지나 2루까지.
살짝 고개를 돌려 3루 코치를 바라보는데 뭔가 제스쳐가······.
[넘어갔습니다!! 최수원!! 우중간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 최수원이 백투백 홈런을 기록합니다!!] [아, 그런데 최수원 선수. 반응이 조금 재밌네요. ‘지금 이게 왜 넘어갔지?’ 하는 표정을 잠깐 보인 것 같은데요?] [네, 지금 거의 전력으로 달리는 모습이 아무래도 넘어가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수원 선수. 너무 겸손했습니다.] [맞습니다. 최수원 선수. 이제는 본인의 주제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공을 쳤으면 어? 잠깐 관찰도 좀 해주고. 저 정도 되면 그런 거 해 줘야 하거든요.]아, 넘어갔구나.
2루를 지나 3루까지 달려가던 속도를 살짝 늦췄다. 가볍게 3루 베이스를 밟고 다시 홈까지. 아무래도 이거 내 컨디션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역시 지난 며칠 허리를 좀 부지런히 사용했더니 허리의 회전이······.
머리를 몇 차례 저어 쓸데없는 생각들을 머리에서 지웠다.
대기타석에서 걸어 나오는 타일러 비트와는 가벼운 하이 파이브.
“미친!! 수원!! 넌 진짜 미친 놈이야.”
어느새 덕아웃 바깥으로 나와 있던 데니스 마르티네즈가 크게 웃으며 나를 꽉 끌어안았다. 이어지는 동료들의 축하.
“하여간, 오래간만에 잠깐이라도 카메라 세례 좀 받아보나 했더니. 이걸 1분 만에 뺏어가네.”
“네가 남들이 거는 기대 부담스럽다며.”
“이건 기대가 아니라 주목이잖아.”
그리고 앤서니의 장난기 가득한 투덜거림.
1회 초.
우리 타선이 릭 윈터스를 정말 미친 듯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거 어쩌면 PTSD로 당분간 슬럼프 오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심하게 말이다.
“스읍······. 이거 좀 불안한데?”
아직 끝나지 않은 1회 초.
점수는 4:0. 원아웃에 주자는 1, 3루.
타석에는 오스틴 배틀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다.
“불안하다고? 뭐가? 게임이? 어차피 여기서 오스틴이 병살 치더라도 4:0이고. 오웬스가 점수 좀 내주더라도 우리 오늘 컨디션들 보면 20점도 너끈히 낼 기세인데?”
“아니, 그거 말고.”
“그러면?”
“챔피언십 시리즈 스윕한 팀이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하는 거 별로 없었잖아. 이거 괜히 여기서 운 다 끌어다 쓰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 좀 그러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어서.”
“스읍. 쓸데없이 불길한 이야기를 하고 있네? 얼른 나무나 두들겨.”
앤서니가 황급히 뒤에 놓여있던 테이블을 세 차례 –똑똑똑 두들겼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퉤퉤퉤와 비슷한 행동이다.
“그리고 별로 없긴 뭐가 별로 없어. 옜날에는 스윕한 팀이 우승 못 한 경우가 좀 많긴 하지만 최근에 스윕했던 두 팀은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무난하게 했잖아. 그러니까 최근 징크스로 따지면 오히려 스윕하면 그대로 우승까지 직행한다에 더 가깝지.”
“그런가?”
“게다가 우리 팀 올해 컨셉이 뭐냐?”
“올해 우리 팀 컨셉? 그런 게 있었어?”
“레코드 브레이커잖아. 굵직굵직한 것만 따져도 연승기록에 최다승 기록. 최다 점수 차 경기에 짜잘한 것들 다 따지면 진짜 헤아릴 수 없이 많을걸?”
“그래, 확실히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이제 여기에 하나 더 해야지.”
“포스트시즌 연승기록? 캔자스시티가 가지고 있는?”
“아, 그 기록 가진 게 쟤들이야?”
“어, 2014년에 포스트시즌 개막 기준으로 8연승. 그 전에 우승했던 1985년 기록에서 이어지면 11연승 기록일걸?”
잠깐만.
그러니까 1985년에 월드시리즈 우승하고 무려 29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이 단 한 번도 없다가 이후로 8연승을 해서 포스트시즌 11연승이라고? 그건 그거대로 엄청난 기록인데?
“그러면 우리가 이대로 스윕하면 무난하게 7연승이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하면 11연승으로 공동 기록이네. 잘됐네.”
“뭐가? 남은 경기 다 연승해도 네가 원하는 신기록 경신은 안 되잖아.”
“대신에 내년에 또 포스트시즌 진출 꼭 해서 첫 번째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거잖아. 게다가 개막 기준으로 연승 기록은 이번 월드 시리즈 1, 2차전만 연승해도 깨지는 거고. 이러면 마지막까지 우리 컨셉은 확실히 잡고 갈 수 있겠네.”
“스읍······. 뭔가 네 말을 듣고 있으니까 신기록이라는 것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케잌이나 한 조각 먹는 그런 느낌이다?”
“실제로 그 정도 난이도지 뭐. 야, 네 차례다.”
“어? 벌써?”
1회 초 타자 일순.
최근 우리 양키스 경기의 시청률은 메이저리그 근 40년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힐 만큼 대단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경기장의 푯값 역시 비싸기 짝이 없었다. 얼핏 듣기로는 지난 양키 스타디움의 챔피언십 시리즈 1, 2차전 푯값은 스카이박스를 기준으로는 최대 10만 달러에 육박했고 외야석 같은 곳도 천달러는 우스운 수준이라고 들었다.
아마 오늘 카우프만의 티켓 가격 역시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 그 절반 수준에는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아, 지금 이 상황에서 왜 뜬금없이 오늘 경기의 티켓 가격을 이야기하는 거냐고?
[타석에 2번 타자 최수원. 최수원 선수가 올라옵니다. 점수는 6:0. 원아웃 주자는 만루. 앞선 타석에서 솔로 홈런포를 날렸던 최수원 선수입니다.] [아, 캔자스시티 로열스. 두 번째 투수 교체입니다. 휘트먼 선수.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네요.] [맙소사. 지금 놀랍게도 경기장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합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이제 고작 1회 초입니다.] [잠깐 투수 교체 타이밍을 이용해서 뭔가 먹을거리를 사러 가는 게 아닐까요?] [글쎄요.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일행이 전부 짐을 다 챙겨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군요.]그래, 바로 그 비싼 돈을 주고 들어온 경기를 고작 1회 초만 보고 나가는 관중들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관중들은 생각보다 예민하다. 아무리 경기에서 패배하고 있더라도 선수들이 어떻게든 뒤집을 수 있다는 투지를 보여준다면 꾸역꾸역 답답함을 참아가며 자리를 지킨다. 바꿔 말한다면 지금 저렇게 자리를 뜨는 관중들이 생겼다는 말은 본능적으로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 의욕을 잃은 것을 캐치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리즈 3차전.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뉴욕 양키스 ALCS 3차전. 1회에만 무려 13득점을 기록!!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득점 기록 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