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62)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62화(362/404)
362화. 나흘의 휴식을 위하여(3)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진작에 맥밀란을 내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잖아. 하여간 대니 그 자식은 감독이랍시고 자기가 뭐 엄청난 전략가라도 되는 양 쓸데없이 구는 게 문제야.
─맞아. 2차전에서도 노아웃에 주자 하나도 없는데 꾸역꾸역 최수원한테 고의 사구만 시전하다가 점수는 점수대로 내주고. 게다가 어제같이 중요한 경기에 이제 빅리그 두 달 밖에 안 뛴 애송이를 선발로 내보낸다고? 이번에 챔피언십 시리즈 이렇게 무기력하게 탈락하면 일단 감독부터 짤라야 한다고 봄.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르고 이후 디비전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라왔다. 덕분에 그들은 자신들의 에이스인 존 맥밀란을 디비전 시리즈 2차전과 5차전에서 사흘 간격으로 등판시키는 강수까지 둬야만 했었다.
그리고 디비전 시리즈에서 그렇게 무리한 덕분에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까지도 그들의 에이스 카드를 내밀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 에이스가 사흘 간격으로 등판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두 경기 연속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앞서 보스턴이 자신들의 에이스를 그렇게 활용했다가 침몰하는 것을 먼저 보지 않았던가.
“감독님 지금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그야 3연패를 했는데 여론이 좋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 아니겠나.”
“그야 그렇지만 그게 다 감독님을 향하고 있으니까 하는 말 아닙니까. 솔직히 선수 기용이야 위에서 내려온 거잖습니까.”
“나도 그게 지금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 뭐 크게 틀린 이야기도 아니지. 게다가 원래 감독이라는 자리가 그런 거 하라고 있는 자리 아니겠나.”
“하지만!!”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책임을 따지는 게 아니지. 많이 불리하긴 하지만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네. 자네 설마 혹시 벌써 포기한 건가?”
“아니, 물론 그건 아닙니다만······.”
“4차전은 맥밀란의 등판 아닌가. 우리 에이스를 믿어봐야지.”
이번 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꾸역꾸역 중부지구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단한 불펜. 그리고 존 맥밀란이라는 에이스의 활약 덕분이었다. 야구는 결국 투수와 타자의 1:1에서 시작하는 스포츠다.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인들과 상황적인 요인들이 있었지만,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양키스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한 것은 결국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투수들 가운데 양키스의 저 미친 핵 타선을 제대로 막아낼 만한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투수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냥 지금 저 양키스의 타선. 그리고 저들이 탄 분위기라는 것이 그토록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본래 기세라는 것은 주춤하는 순간 그 힘을 잃기 마련이다.
앞선 경기들에서 대니얼 루이스 감독은 경기에서 타자 최수원을 배제하는 것으로 그 ‘주춤’을 만들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제는 맥밀란을 믿어 보는 수밖에······.”
수석 코치는 대니얼 감독의 그 말이 에이스에 대한 신뢰가 아닌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희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
‘타선이 좋으면 가을에 야구를 하지만 투수가 좋으면 우승을 한다.’
대충 이 바닥에 떠도는 출처 모를 이야기다.
이에 관해서는 동의하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보통 보면 투수 출신들이 동의하고 타자 출신들은 헛소리라고 코웃음을 친다.
본래 투수 출신이고 현재는 투타 겸업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굳이 정체성을 따지자면 회귀 전에 14년이나 전업으로 뛰었던 타자 쪽이 아직 내 정체성이 더 가까워서일까? 나 역시 저 말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투수가 아무리 좋아 봐야 타선이 별로면 애초에 가을야구 자체를 못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가을야구를 갔다면?
그래, 투수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까 우리 팀도 리그 최고 수준의 원투펀치가 이미 있는데도 꾸역꾸역 무리를 해서 스탠 오웬스를 사온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규시즌에서는 타자는 162경기 가운데 최대 162경기에 출장을 하고 에이스 투수는 33경기를 출장한다. 5배에 가까운 차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예컨대 7전 4선승의 챔피언십 시리즈나 월드 시리즈에서는 타자는 최대 7경기. 에이스 투수는 보통 2경기를 출장한다. 3.5배의 차이다. 이게 바로 포스트시즌이 투고타저가 되는 이유다.
게다가 타자들의 경우 OPS가 0.8인 타자라고 해서 모든 투수들을 상대로 0.8정도의 성적을 내는 게 아니다. 좀 못 하는 투수나 상성이 맞는 투수들을 상대로는 몰아치기도 하고, 에이스급 투수한테는 죽을 쑤기도 하면서 1년을 보낸 성적이 0.8이 되는 거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은 보통 그해에 가장 강력한 팀들이고 그런 팀의 에이스는 뛰어난 선수일 확률이 높다. 정규 시즌에 핵빠따를 자랑하던 팀들이 포스트시즌에 와서 침묵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지점들에 있다.
-딱!!!!!
[쳤습니다!! 마이크 트라웃!! 우중간!! 큼지막한 타구!! 2루의 최수원은 여유롭게 홈으로!! 1루의 애런 저지 역시 무사히 3루까지 도착합니다. 마이크 트라웃의 1타점 2루타!!] [아, 애런 저지 선수. 예전부터 저 선수를 지켜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참 이런 걸 보면 너무 안타까울 겁니다.] [주루 말씀이시군요.] [네, 맞습니다. 이게 요 몇 년 사이. 혹은 올해부터 최수원 선수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입문하신 분들이라면 애런 저지 선수가 덩치가 크니까 원래 좀 느리다라는 이미지를 갖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는 미식축구를 하던 선수답게 운동 능력이 상당히 좋았던 선수예요. 전성기에는 두 자릿수 도루도 기록한 적이 있고요.] [맞습니다. 이게 참 선수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 잔 부상들이 생기고. 이런 것들이 10년 전의 저 선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저렇게 여전히 경기를 열심히 뛰는 모습이 또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 점수는 이제 9:4. 양키스가 또 한 점을 달아납니다.]하지만 침묵이고 뭐고.
그거야 뭔가 비슷한 수준일 때 이야기다.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소속된 중부지구는 이번 시즌 양대리그 6개 지구를 통틀어 최저의 승률을 기록한 곳이다. 쟤들은 우리 지구 2위인 탬파베이는커녕 보스턴보다도 6승이나 덜 거뒀는데 단지 지구가 다르다는 이유로 포스트시즌에 나왔다.
애당초 야구라는 종목에서 10번 싸워서 7승 3패 이상으로 벌어지는 수준의 실력이면 이건 아예 같은 리그에서 뛸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번 시즌 우리는 117승 45패로 0.722의 승률을 거뒀다. 그래, 고작 승률 0.512의 캔자스시티와는 수준이 다른 팀이라는 의미다.
캔자스시티로얄스의 에이스인 존 맥밀란?
그래, 와일드카드 시리즈와 디비전 시리즈에서 좀 빡빡하게 뛰었던 터라 사흘 휴식으로도 피로가 다 안 풀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보여주는 기량만 보자면 기껏해야 스탠 오웬스보다 약간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가 공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언제나처럼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선발은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강판 됐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와 디비전 시리즈. 그리고 지난 세 번 우리와의 경기를 통하여 이미 부하가 걸릴 대로 걸린 그들의 불펜은 그대로 갈려 나갔다.
-딱!!!!
[넘어갔습니다!! 데니스 마르티네즈의 경기 두 번째 홈런!!]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멀티홈런을 기록한 데니스 마르티네즈 선수. 7회 초, 원아웃. 이제 점수는 16:7.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고 있습니다.]깔끔한 시리즈 스윕.
우리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월드 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변은 없었다!! 뉴욕 양키스 파죽의 7연승!! 아메리칸 리그를 제압하다!!] [MLB인가 NFL인가!! 양키스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도합 131득점!!] [4경기 6홈런!! 타일러 비트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 선정!!] [타일러 비트 ‘팀에 괴물 녀석이 방망이를 휘두를 기회도 없었던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상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대로 월드 시리즈에서도 녀석이 계속 방망이 휘두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ALCS가 싱겁게 끝났다.
다만 경기 자체의 일방적임과는 별개로 평균 시청자수는 무려 1870만. 물론 지난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 비하면 500만이나 부족한 숫자였다. 하지만 상대 팀이 비인기 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스였다는 점. 그리고 지난 10년 월드시리즈의 평균 시청자수가 1200만명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로 어마어마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대흥행이었다.
심지어 이 숫자는 미국내 시청자 수만을 집계한 것으로 해외의 시청자 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 때와 비교해 오히려 더 늘어난 경향을 보여줬는데 이는 결국 현재 메이저리그의 해외 시청자를 견인하는 것은 뉴욕 양키스. 더 나아가 최수원이라는 방증이기도 했다.
방송, 광고에 관련된 수많은 제안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는 올해 중순에 세이코에서 최수원에게 제안했었던 최수원의 이름을 딴 브랜드에 관한 제안 역시 다양했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들에서 쏟아지는 제안은 믿기 힘들 만큼 후한 조건들이 많았다. 물론 최수원이 압도적인 활약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고작 빅리그 1년 차 선수에게 내미는 제안이라고는 믿기 힘든 제안들이었다.
“최수원은 높은 확률로 야구계의 르브론 정도 되는 입지를 갖게 될 것이라 예측됩니다.”
스포츠계에서 G.O.A.T를 다투는 선수를 활용한 마케팅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세계 최고의 신발장수가 이미 증명했다. 설사 그게 아니라고 해도 그 가능성만으로도 이만한 배팅을 해두는 건 그들에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최수원 선수는 이번 월드시리즈가 다 끝날 때까지는 이런 쪽 논의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당연히 수원의 에이전시 역시 그러한 사실들을 잘 알고 있었다.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시즌을 완전히 끝낸 이후에 무언가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지금은 그저 가장 좋은 옵션들만을 골라두면 그만이다. 물론 쏟아지는 제안의 홍수 속에서 그러한 작업 자체만도 어마어마한 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에이전시가 그렇게 인력난에 시달리는 시점에서 수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하면 가족들과 함께 야구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가장 생생한 현장에서.
“여기는 경기장이 굉장히 가파른 느낌이구나?”
“네, 여기가 좀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죠.”
“포스트시즌 티켓이면 구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게다가 너희 팀 경기도 아니고. 남의 팀 경기를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아, 친구네 홈구장 경기라서요. 필요 없다는데 굳이 티켓을 구해주면서 꼭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친구?”
“네, 아 저기 보이네요. 저기 저 녀석이요.”
시티 필드.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시리즈 6차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