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63)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63화(363/404)
363화. 결정적 차이점(1)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알렉산더 맥도웰이 최수원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매우 복합적이었다.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 그는 종종 최수원이라는 선수가 보여주는 플레이에 종종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백 년을 넘게 내려온 기록들을 거침없이 깨나가는 그 행보부터 행동 하나하나에서 묻어나오는 압도적인 자신감. 심지어 3.2이닝 5실점을 한 주제에 오늘 6타점을 냈으니 그래도 1점은 남겼다는 그 말 역시도 너무나도 멋있었다.
그때 알렉산더 맥도웰은 처음으로 투타겸업에 끌렸다. ‘5점을 내주고 6점을 가져왔으니 그래도 난 이겼다.’ 야구에서 이보다 더 멋진 말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수원에 대하여 무작정 좋은 감정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그는 종종 최수원을 보면서 뭐라 말하기 힘든 부글거리는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그런 감정이 생길 때마다 그는 성장하거나 혹은 슬럼프에 맞닥뜨리곤 했다.
질투심.
그래, 시간당 750달러를 받아먹는 그의 심리상담사 말로는 이게 다 질투심이라고 그랬다. 그런 네거티브한 감정을 부끄러워하려는 그에게 심리상담사는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당연한 감정이며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떤 식으로 제어하느냐는 부분이라 이야기했다.
“수원이도 혹시 그런 감정을 느낄까요?”
“사람이라면 당연히요.”
노력했다.
타고난 천재인 알렉산더 맥도웰은 자신의 재능이 허락하는 한계치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한계는 찾아왔다.
자신도 모르게 최수원을 찾아갔다.
녀석은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고 알렉산더 맥도웰은 우습게도 녀석의 그 따뜻한 환대에 힘을 얻었다.
그리하여 62홈런.
그래, 2022년.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가 세웠던 그 금자탑에 고작 메이저 2년 차. 20살의 알렉산더 맥도웰은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문득 알렉산더 맥도웰은 이런 생각을 했다. 최수원은 질투심을 느끼지 못하는가.
아니, 아니다. 더럽게 비싼 심리상담사의 말에 따르자면 녀석 역시 사람이며 당연히 그런 감정을 느낀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알렉산더 맥도웰 자신이 아직 최수원에게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위치에 이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소식이 들려왔다. 170년 야구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팀에 관한 소식이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시즌을 제압한 그들은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를 말 그대로 파괴했다.
미주리주에서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당연히 맡겨뒀던 승리를 챙겨왔다는 모습에 가까웠다.
“엘라, 티켓 정말 못 구하는 거예요?”
“알렉스······. 아니, 뭐 적당한 좌석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스카이박스를 경기 하루 전에 구하는 건 아무리 저라도 좀······. 게다가 그거 지금 가격도 만만치가 않아요. 아무리 알렉스가 많이 번다고는 해도 시즌 가격 정도 생각하면 안 된다니까요? 만 단위에요. 만 단위. 차라리 프리미엄석 정도는 어때요? 거기라면 제가 어떻게든 구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뇨, 제 친구가 워낙에 유명해서······.”
“이번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마찬가지예요. 요즘 그 스완? 그 친구도 그렇고 이래저래 야구 인기 장난 아니잖아요. 프리미엄석은 거의 대부분 셀럽들로 가득 찰 걸요?”
“그게 수원 그 친구를 부를 생각이라서요.”
“!?”
클러비들에게 스카이박스 티켓을 좀 구해줄 수 있는지를 몇 차례 물었지만 가장 유능한 클러비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하지만 의외로 일은 쉽게 해결됐다.
구단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클러비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소문이 고작 하루 만에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최수원 선수를 초대한다고?”
“네.”
“흐음······. 좋아. 그렇다면 내가 도와주지.”
“네? 정말입니까? 아, 그러면 티켓값은?”
“하하, 티켓 가격이라니. 이건 그냥 나의 순수한 호의라고 해두자고.”
놀랍게도 메츠의 구단주인 스티브 코헨이 흔쾌히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홍보에 사용하겠다느니 어쩌니 하는 조건 따위도 붙지 않았다. 순수한 호의? 당연히 믿기 힘들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스티브 코헨을 바라보던 알렉스에게 그가 웃으며 정답을 알려줬다.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리는데 돈이란 결국 무언가와 교환하기 위한 매개체야. 다만 세상에는 정말 정말 희귀한 무언가는 가끔 돈만으로는 구매하기 힘든 경우가 있지. 물론 압도적인 돈은 그 힘든 경우 조차 넘어서기 마련이야. 예컨대 양키스를 사랑하는 어느 선수에게 양키스의 2배쯤 되는 돈을 주면 데려올 수 있을거야. 뭐, 그걸로 부족하다면 3배, 4배를 주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건 너무 비효율적인 일 아니겠나.”
“아, 설마 수원이를 저희 메츠로 데려 오고 싶어서 그러시는 건가요?”
“그래, 물론 그런 마음도 있지. 하지만 지금 내가 호의를 사는 대상은 최수원 선수가 아니잖나. 바로 자네. 알렉산더 맥도웰이지.”
“하지만 전 양키스를 사랑하지는 않는걸요.”
“크크크, 그래.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한다니까. 아무튼 티켓은 엘라 통해서 보내줄 테니 그 잘난 미스터 베이스볼에게 우리 메츠의 경기를 똑똑히 보여주라고. 이거 오래간만에 포수랑 좀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좀 봐야겠구만.”
스티브 코헨은 자신의 말처럼 프리미엄석 3번째 줄에 앉아있었다.
미국 부자 순위 27위. 작년 소득만 무려 14억 달러에 달하는 헤지펀드의 왕을 향해 수많은 카메라가 렌즈를 들이밀었다.
물론 그것도 잠시.
LA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6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 이곳은 시티 필드입니다.] [메츠가 지난 LA 원정에서 1승 2패. 실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사실상 오늘 벼랑 끝 승부인 셈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4차전 그 역전패가 참 아쉽게 느껴집니다. 사실 2차전과 3차전 연승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참 좋았거든요. 하지만 오늘 경기 마운드에 스펜서 카노 선수가 올라오지 않습니까? 저는 카노 선수라면 충분히 다저스의 타선을 억제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딱!!!!
무키 베츠가 타구를 잡아당겼다.
“와!!”
우리 중에서 가장 야구를 모르는 숙모가 가장 크게 감탄했다.
“아니, 쟤는 덩치도 쬐끄매보이는데 어쩜 저렇게 공을 멀리 날린다니? 여보, 이거 대단한 거 맞지?”
“당연하지. 저 친구가 어? MVP도 받았고 올스타만 10번에 아마 이대로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은 거의 확실한 그런 친구야. 게다가 저기 지금 다른 선수들이 워낙에 키도 크고 덩치가 커서 그렇지 키가 175에 몸무게도 한 80중반은 나갈걸?”
“어머, 그렇게나 덩치가 있다고? 이렇게 봐서는 우리 형서랑 비슷해보이는데.”
“어휴, 이 사람아. 이게 또 그렇게 보는 거랑 달라요. 여기 수원이도 봐봐. TV로 보면 엄청 애벼보이는데 이렇게 보면 듬직 하잖아.”
“하긴, 난 우리 수원이 TV로 볼 때는 진짜 밥 너무 안 먹는구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너무 보기 좋더라.”
“하하, 감사합니다.”
스펜서 카노는 본래 좋은 투수다. 9년 3억2천만 달러를 받는 투수가 나쁜 투수일 수가 없다. 물론 스티브 코헨이 좀 돈을 막 쓰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당시에 시장 가격으로 연 3천만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던 투수였다.
문제는 오늘 다저스 야수들이 이상할 정도로 스티브 코헨을 잘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 쿠세 같은 거라도 발견이 된 건가 싶은 수준이다.
3회 초인데 점수는 벌써 4:1.
-딱!!!
[아, 디에고 베가스의 적시안타!! 다저스가 또 다시 1점을 추가합니다.] [스펜서 카노 선수. 오늘 상당히 고전하는 모양새네요.]5:1
메츠가 고작 2.2이닝 만에 자신들의 에이스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제법 괜찮은 선택처럼 보였다. 투아웃 주자 1, 3루의 상황에서 추가점 없이 무사히 이닝이 마무리 된 것이다.
그리고 타석에 알렉스가 올라왔다.
“아, 수원아. 네 친구 차례네.”
“네.”
“저 아이도 야구 되게 잘하는 아이 맞죠? 방금 홈런. 홈런 쳤었잖아.”
“알렉산더 맥도웰이라고 AL에 우리 수원이가 있으면 NL에는 알렉산더 맥도웰이 있다. 뭐 그런 평가도 받았던 녀석이야. 작년에는 신인왕도 탔고. 올해는 MVP가 가장 유력한 선수지.”
“어? MVP는 우리 수원이가 타는 거 아니야?”
“아니, 그게 리그가 달라서. 우리 수원이는 AL MVP고. 알렉산더 맥도웰은 NL MVP고.”
“아이참. 야구는 뭐 이렇게 복잡한 게 많은지. 아무튼 수원이 친구도 수원이만큼 대단한 선수다. 뭐 그런 이야기인거죠?”
“꼭 그런 말은 아니라. 사실 수준을 따지면······.”
“아, 네. 맞습니다. 굉장히 야구 잘 하는 친구에요. 작년에 저 마린스에서 포스트시즌 뛸 때는 한국까지 와서 직접 경기 직관해주고 그랬었어요.”
“아!! 그러면 그때 표 구해준 게 고마워서 이렇게 답례로 준 거야?”
“어······. 네. 뭐 그렇겠죠?”
가격이 못 해도 100배 차이. 그러니까 억 단위로 차이가 날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답례는 답례다.
-부우우우웅!!!
“스트라잌!!!”
알렉스의 방망이가 허공을 휘저었다.
“크······. 역시 진짜 뽈이 살아있네. 살아 있어.”
“여보!! 지금 수원이 친구가 삑사리가 났는데 어? 이게 좋아할 일이에요?”
“아니······. 오타니가······.”
“오타니고 육타니고!! 언제는 일본은 그렇게 싫다고 싫다고 하더니. 갑자기 일본 선수는 왜 또 좋아하고 그러는거에욧!!”
“스포츠에는 원래 국경이······.”
“내가 어? 젊었을 적에 훗카이도에 온천이 그렇게 좋다고. 같이 한 번 가자고. 가자고 할 때는 그렇게 죽어라 안가겠다더니.”
“그래서 내가 얼마 전에 한 번 같이 가자고······.”
“이제는 방사능이 퍼져서 위험한데 가긴 어딜 가욧!!!”
“······.”
고작 한 번의 헛스윙이 부부간의 역사적인 불화를 끌어냈다.
그래, 이 모든 것은 알렉스 저 녀석이 헛스윙을 한 탓이다.
“수원아. 아니. 네 숙모 좀 말려봐라. 이 사람이 어? 오타니 선수가 얼마나 야구사에 대단히 중요한 사람인지를 이해를 못 하고 있어.”
“숙모.”
“응?”
“오타니 선수도 저랑 친해요. 숙모가 해주신 갈비찜도 엄청 좋아하고요.”
“아, 그러니?”
부부간의 역사적이 싸움을 잠시 봉합하고 경기에 집중했다.
알렉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봤다.
뭐랄까? 거리가 거리인 만큼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상하게 녀석과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녀석이 묘한 미소를 띤 것 같다는 느낌도 함께.
두 번째.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툭 건드려 파울로 이어졌다.
볼카운트는 0-2.
옆에서는 이게 어째서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올라가는지를 강두 삼촌이 숙모에게 설명을 했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 같은 설명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딱!!!!!
크게 퍼 올린 타구가 중력 따윈 완벽히 무시한 채 쭉쭉 뻗어 나갔다.
2타수 2홈런.
녀석이 나를 향해 검지와 중지를 치켜들었다.
브이일까? 아니면 2일까?
경기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