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64)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64화(364/404)
364화. 결정적 차이점(2)
오타니 쇼헤이는 시대의 거인이었다.
그가 시작한 투타 겸업이 정말로 효율적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이견이 존재했다. 결국 그 화제성 때문에 사무국에서 야구의 룰을 바꿔가면서까지 밀어준 결과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야구라는 것이 결국 아주 오래된 공놀이이고. 그 규정이라는 것 역시 경기를 조금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약간의 수정을 감수해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규정 자체를 틀어버릴 수 있는 화제성이라는 것 자체가 오타니 쇼헤이가 이 시대에 끼친 영향력이 얼마나 막대했는지를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의 거인이라고 하여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새로운 이들은 거인의 어깨에 서서 멀리 보는 법이고, 거인은 그렇게 자신의 어깨에 서서 보는 이들보다 더 멀리 볼 수는 없는 법이니까.
34세.늙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은 나이. 보통의 직업보다 그 커리어의 수명이 짧은 야구 선수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아직 전성기의 끄트머리 정도는 충분히 붙잡고 있는 나이였다.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는 명백히 늙어 있었다.
그는 매 시즌 투타겸업에 도전을 했다. 그래,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심지어 몇 년 전에도 성공했던 투타겸업이었지만 그건 항상 도전이었다. 부상을 입고 돌아오고 또 부상을 입고 또 돌아왔다. 이제는 투수 혹은 타자에 집중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를 부수고 또 부쉈다.
사람의 몸은 게임 캐릭터처럼 회복을 했다고 아무 일도 없던 것으로 돌아갈 수 없다. 부상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고 그것은 장기적으로 그 사람을 갉아먹는다.
그래, 34세의 오타니 쇼헤이는 명백히 전성기의 그것을 벗어나고 있었다.
스포츠 선수가 늙는다는 것은 전체적인 기량의 하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 그 비율 자체가 점점 나쁜 쪽으로 흘러간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여전히 전성기의 그것에 비견할만한 기량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못한 날에는 터무니없는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는 날도 생기기 시작했다.
뉴욕 메츠와의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
한 경기 같은 선수에게 두 번째 홈런을 두들겨 맞은 오타니 쇼헤이가 허리에 손을 얹고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절망? 좌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아니, 아니었다. 놀랍게도 지금 오타니 쇼헤이가 느낀 감정은 ‘재미’였다. 그래, 재밌다. 야구는 정말 놀라울 만큼 재밌는 놀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금의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공을 던졌다. 때때로 그 공들은 그가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원하는 곳에 들어갔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항상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항상 보답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인생이란 그 얼마나 지루한 삶인가.
야구라는 종목에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은 시대의 거인이 메츠의 타선을 상대로 점수를 내주고 막아내고 버텨냈다.
5.1이닝 4실점.
원아웃에 주자는 1루.
10월의 뉴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에 흠뻑 젖은 그가 앞서 두 개의 홈런을 만들어낸 리그 최강의 홈런타자를 바라봤다.
62홈런.
한때 리그 홈런왕도 해봤던 오타니 쇼헤이였기에 그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숫자인지를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에게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62홈런의 기록도 충분히 깰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하곤 했다. 글쎄? 오타니 쇼헤이는 절대로 그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또 모를까.’
지금 오타니의 앞에 선 타자는 그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고작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이뤄낸 타자였다. 스무살 시절의 오타니 쇼헤이 자신이 NPB에서 뛰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무서운 재능이다.
그가 어딘가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여자친구?’
그래, 저맘때라면 한창 그럴 때다. 그저 뽐내고 싶은 마음이 실제 성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놀라운 시기다.
타자의 성향은 명확했다.
무조건 휘두른다.
좋은 공을 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초구로 빠지는 공.
-뻐엉!!
알렉산더 맥도웰이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두 번째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공.
-뻐엉!!!!
“스트라잌!!!”
알렉산더 맥도웰이 잠시 자리를 벗어나 자세를 가다듬었다. 치겠다는 의욕이 넘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슷한 코스로 하나 더.
-딱!!!!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간다. 하지만 3루 쪽 파울 폴대를 벗어나는 파울 홈런이었다.
한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하지만 여유롭게 미소 짓는다. 마치 정확하게 의도한 대로 흘러왔다는 것처럼.
볼카운트는 1-2.
승부를 본다.
오늘 비교적 잘 들어가고 있는 스플리터다.
본래는 봉인하고 있던 공이기도 했다. 던지는 스스로가 느끼기 때문이다. 이 공은 던질 때마다 팔꿈치가 조금씩 갉아 먹히는 느낌이다. 이걸 던져서는 절대 롱런할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하지만 그게 뭐?
이제 서른넷이다. 물론 엘리트 선수는 마흔 가까운 나이까지 선수 생활을 한다지만 어린 시절부터 터무니없는 페이스로 달려온 자신은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껏해야 2, 3년. 뭐, 30대에 들어서 기적처럼 떡락한 다른 레전드급 선수들을 생각해보면 서른넷까지 메이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것만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칭찬할만한 성적이리라.
바짝 붙이는 스플리터.
야구공이 오타니 쇼헤이의 손을 떠났다.
‘아······.’
5.1이닝을 던지는 동안 손가락에 힘이 조금 빠진 걸까? 하필 이 타이밍에 원하는 곳으로 공이 정확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슬로우비디오 같았다.
공은 날아갔고 타석의 알렉산더 맥도웰은 그 날아오는 공을 바라봤다. 그의 눈이 오타니의 스플리터가 그려낼 궤적을 읽어냈다. 그리고 아주 약간 빠른 박자로 그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강한 디딤발.
이 슬로우 비디오 같은 세계 속에서 오직 알렉산더 맥도웰의 방망이만이 벼락처럼 움직였다. 그리하여 공이 제대로 떨어지기도 전에. 이제 막 떨어지기 시작한 한참 앞선 곳에서.
-딱!!!!!
그리고 이곳에 모인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넘어갔다.’
타구가 시티 필드 좌측 외야. 가장 높은 4층 최상단을 두들겼다.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6:5.
경기가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앞서지 못했던 홈팀이 마침내 1점을 앞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홈런을 통해서 스카이 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최수원은 한 가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알렉산더 맥도웰이 어딘가를 향하여 검지와 중지 약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숫자였었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오타니 쇼헤이가 5.1이닝 6실점으로 물러났다.
***
메츠의 구단주 스티브 코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지!! 알렉스!! 바로 그거야!! 이럴 줄 알았지!! 난 네가 이럴 줄 알고 있었다고!!”
수많은 카메라가 그렇게 흥분한 그를 찍어냈다. 헤지펀드의 왕. 이 시대 가장 전설적인 투자자 중 하나인 스티브 코헨이 이렇게까지 흥분한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이들은 그가 챔피언십 시리즈 벼랑 끝에서 탈출하는 순간이 너무나도 기뻐 그 기쁨을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금 스티브 코헨이 희열을 느끼는 지점은 저 알렉산더 맥도웰이라는 녀석이 최수원과 얽혔을 때 보이는 저 거대한 화학반응을 그가 이미 예상했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그것이 이렇게 3홈런이나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강판되는 바로 그 순간.
메츠의 팬들은 7차전. 그리고 그 이후에 있을 양키스와의 월드 시리즈를 상상했다. 월드 시리즈가 서브웨이 시리즈라니. 지난 2000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World series of the New York, by the New York, for the New York.
링컨의 가장 유명한 연설인 게티즈버그 연설의 문구를 인용한 이 문장은 당시 뉴욕의 수많은 일간지를 장식했던 문구였다.
뉴욕의, 뉴욕에 의한, 뉴욕을 위한 월드 시리즈.
그렇게 그들이 희망에 조금씩 부풀기 시작하는 상황 속에서 LA 다저스의 감독은 오타니 쇼헤이를 한차례 꽉 껴안아주었다.
“고생했다.”
“아직 현재 진행형 아닌가요?”
“그래, 그렇지.”
보통의 투수들과는 달랐다.
강판은 끝이 아니었다. 아무리 처참한 성적으로 강판이 되더라도 그는 좌절한 채로 고개를 땅에 박을 시간이 없었다. 물론 본인은 그것을 힘든 일이 아닌 행복한 일이라 생각했다. 잘못된 것을 자신의 손으로 고칠 기회가 남았다는 것이었으니까.
경기가 계속됐다.
메츠의 필승조는 젖먹던 힘을 쥐어짜 그들의 야수들이 만들어낸 1점의 리드를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다저스의 선수들은 젖먹던 힘을 쥐어짜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내셔널리그의 압도적인 지배자. LA 다저스였다.
양팀 모두 추가 점수는 쉽게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티 필드를 가득 채운 메츠의 팬들은 지난 카우프만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팬과 달리 7회, 8회가 지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8회.
알렉산더 맥도웰은 또 한 번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담장 앞까지 날아가는 1타점짜리 2루타였다. 어떻게든 메츠의 멱살을 잡아 끌어서라도 월드시리즈로 진출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지는 압도적인 맹활약이었다.
다저스의 야수들은 끈질겼다.
슈퍼 플레이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수도 없었다. 만약 여기서 실수가 단 한 번이 더해졌다면 1점을 더 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내줄 수밖에 없는 점수를 제외하고는 단 1점도 추가로 내주지 않았다.
공격에서 역시 알렉산더 맥도웰처럼 투수를 압도하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점수가 나야할 것 같은 타이밍을 놓치지도 않았다. 출루를 해야 하는 선수는 출루했고 외야로 공을 보내야 하는 선수는 외야로 공을 보냈다.
그들은 당연히 가져와야 하는 점수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9회.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 리키 곤잘레스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이 젊은 투수는 특유의 압도적인 구위로 메츠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괜찮다.
아직 두 발이 남았다.
“하나만!! 하나만 해보자.”
월드시리즈까지 한 걸음.
어떤 선수가 이런 상황에서 불타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들의 뒤에는 오늘 경기 4타수 4안타 3홈런을 기록한 미친 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리키 곤잘레스가 미친 구위를 보여준다고 해도 저 녀석에게 바통을 이을 수만 있다면 무언가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무럭무럭 솟구친다.
-딱!!!
내야 땅볼 아웃.
그래, 아직이다. 한 발이 남았다.
그리고 그 한 발만 성공시킬 수 있다면······.
알렉산더 맥도웰이 대기 타석으로 걸어 나갔다.
-부우웅!!
단순히 방망이를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 마운드의 리키 곤잘레스가 애써 그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하는 점에서 오히려 알렉산더 맥도웰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타자의 방망이가 허공을 휘저었다.
공을 슬쩍 건드렸지만 파울 라인을 훌쩍 넘어갔다.
그리고 세 번째.
-딱!!!!!
높게 뜬 타구. 그리고 쪼개진 방망이.
누군가처럼 방망이가 쪼개지는 상황에서도 먼 곳까지 공을 날리는 기적적인 장면은 없었다.
타구는 투수의 머리를 넘어가지 못했다.
“아웃!!!”
8:7
경기 종료.
알렉산더 맥도웰은 꽤 오랜 시간 대기타석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8 AL 챔피언십 시리즈.
뉴욕 메츠는 LA 다저스를 넘어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