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65)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65화(365/404)
365화. 월드 시리즈(1)
[뉴욕 메츠가 또 한번 어메이징을 해내다!!]독한 놈들.
확실히 뉴욕 언론의 매운맛을 좀 보고 나면 한국의 기레기들은 그래도 동방예의지국 출신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하는 부분이 종종 생긴다. 아니, 비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뭐 기사 타이틀이라기보다는 거의 어디 인터넷 커뮤니티의 어그로 글 제목에 더 가깝다.
딱히 괜찮냐는 질문 따윈 건네지 않았다.
당연히 안 괜찮을 테니까.
“자.”
그냥 녀석에게 논 알코올 맥주나 한 캔 던졌다.
“뭐야? 이거 맥주 아니야?”
“아니야. 그냥 맥주 맛 음료수야.”
“그래도 이거 뉴욕에서는 불법······.”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합법이야. 게다가 구매가 불법이고 집 냉장고에 있는 거 꺼내오는 건 글쎄. 모르겠다.”
녀석이 잠시 논알콜 맥주캔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캔뚜껑을 따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그걸 한모금 크게 들이켰다.
“으······. 뭐야? 이거 되게 쓴데?”
“그게 바로 어른의 맛이라는 거다.”
녀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논알콜맥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그래, 뭐 패배의 맛보다 쓰지는 않네.”
으윽······.
역시 알렉스랄까? 메이저리그 최고의 중2병답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입 밖으로 내뱉는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어른답게 참아줘야 한다. 그러려고 은진이와 아버지. 삼촌과 숙모 모두 내 카드까지 쥐어서 쇼핑몰로 보낸 거니까.
“다저스 무섭더라. 분명 이길 것 같았는데. 진짜 내 차례까지만 오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강팀이었지?”
“······어. 강팀이더라. 뭔가 엄청나게 피가 끓어오르는 녀석은 없었는데 누구 하나 무시할만한 녀석도 없었어. 이건 좀 됐으면 하는 건 어김없이 안되고. 설마 이게 되나? 싶은 건 어김 없이 해내더라.”
녀석이 마음이 갑갑했는지 테라스쪽으로 가서 창문을 열어재꼈다. 10월의 시원한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거 무키 베츠 선수나 오타니가 들으면 섭섭할 것 같은 이야기인데?”
“아, 그 둘은 조금은 끓어 오르긴 했었어. 그런데 마지막 경기는 조금 느낌이 다르더라고. 아무튼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아무튼 그 둘은 조금은 끓어 오르긴 했어. 그런데 마지막 경기는 내가 그러니까 막 엄청 뭐랄까. 그러니까······.”
뭐지?
갑자기 중언부언 횡설수설하기 시작하는 녀석.
잠깐만. 설마?
“그러니까 막 내가 어? 진짜 타석에만 딱 서면!!”
“야, 너 그거 줘봐.”
“어?”
0.3%.
논알콜치고 살짝 높은 감이 있긴 했지만 분명 논알콜맥주가 맞다. 게다가 아직 500ml캔에 1/3 가량이 남아 있으니 기껏해야 0.3%짜리 술 350ml를 마신 셈이다. 일반적인 맥주를 한 모금 정도 마신 알콜이다.
그런데 이 녀석 그런 것 치고는 얼굴이 너무 벌겋다. 아, 진짜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왜 뺏어가고 그래. 한참 기분 좋은데. 아무튼간 어? 내가 진짜로 뭔가 딱 그게 뭐더라? 그 있잖아. 그 막 한 단계 올라가는 그거.”
“스텝업?”
“그래, 스텝업!! 어? 내가 막 그걸 한 느낌이었거든. 근데 그러니까. 아,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자자, 일단 좀 누워서 이야기하자. 그렇지. 옳지.”
나름대로 좌절을 많이 해본 입장에서 어른의 위로를 해줘야겠다 생각하고 불렀는데 조금 어처구니 없는 결말이었다. 하지만 또 이런 날에는 진탕 취해서 쓰러지는 경험도 나쁘지는······. 아니 근데. 논알콜맥주 2/3캔 먹고 취한 것도 진탕 취했다는 표현이 어울리긴 하는 건가?
아무튼, 월드시리즈까지 딱 하루. 나의 마지막 휴식일이 그렇게 조금 어처구니없이 지나갔다.
***
[자, 마침내 이날이 찾아왔습니다. 한 해 농사의 마지막. 2028년 세계 최강의 야구팀을 가리는 월드 시리즈 1차전. 뉴욕 양키스와 LA다저스의 경기!! 여기는 뉴욕. 양키 스타디움입니다. 저는 캐스터 이주형.] [해설을 맡은 박동혁입니다.] [자, 오늘 경기 월드시리즈 1차전. 어떻게 보십니까?] [어, 경기 전망에 앞서서 한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끔 미국 내전. 뭐 캐나다 팀이 하나 껴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그래 봐야 미국 내전인데 무슨 월드 시리즈냐.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실제로 미국이 세계 야구의 종주국이긴 하지만 세계 최강이라고 하기엔 최근 국제대회 성적도 좀 그렇고요.] [그러게요? 물론 메이저리그가 미국인만 뛰는 리그가 아니니까 리그의 수준을 생각하면 전 그 월드 시리즈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분들의 말씀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건 월드시리즈의 역사를 살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최초의 월드시리즈가 있었던 해가 1903년 10월 1일. 한일합방이 1910년. 을사늑약이 1905년이니 무려 그보다 2년이나 더 이전의 일입니다. 당시에는 프로 야구라는 것 자체가 오직 미국밖에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뭐랄까? 씨름에서 천하장사라는 말이 하늘 아래 최고 장사라는 말이잖아요? 이건 사실 맞는 말이죠. 씨름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으니까요. 만약 씨름이 세계화가 돼서 몇 나라에 리그가 더 생긴다. 이때 천하장사라는 명칭을 반도장사같은 걸로 바꾸는 것도 우습지 않겠습니까?] [아, 그러니까 야구의 월드 챔피언이라는 말은 사전 그대로의 단어라기 보다는 지금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냥 그 시대에 쓰이던 단어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로 사용되는 관용구다 뭐 그런 말씀이시네요?] [네, 그렇습니다. 아,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런 의견도 있다. 라는 이야기였고 저 개인적인 견해로는 메이저리그의 챔피언은 월드 챔피언 맞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는 세계에서 야구를 제일 잘 하는 팀을 가려내는 자리입니다.]LA다저스는 이틀의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사실 거기에 더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녀석들의 상대가 뉴욕 메츠였다는 점이다. 만약 서부에서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렀다면 6차전으로 끝났다고 해도 이동일에 하루를 써야 하니 피곤이 조금 덜 풀렸을 텐데 이건 사실상 홈어드밴티지가 상당히 줄어든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팀의 분위기를 봤을 땐 크게 상관이 없어 보였다.
앞서 정규 시즌의 압도적인 승리에 이어서 포스트시즌에서만 7연승. 그대로 기세를 살려 전무후무한 포스트시즌 12연승. 이왕이면 역사적인 올 스윕으로 월드시리즈의 왕좌를 차지하자는 이야기가 팀 내 선수들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나올 지경이다.
1회 초.
마운드 위에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올라갔다. 우리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 선발로 뛰었던 녀석을 4차전에 당겨쓰는 그런 무식한 짓거리는 당연히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무려 8일의 휴식일. 도밍고 로드리게스의 몸 상태는 매우 쌩쌩했다. 그리고 쌩쌩한 날의 도밍고 로드리게스는 AL 전체를 통틀어 최강에 가장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뻐어엉!!!
“스트으라잌!!!”
10월 29일.
이제는 가을을 넘어 겨울의 날씨. 투수의 어깨가 굳기 쉬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1회 초부터 도밍고의 구속이 96.4마일을 찍었다. 다저스의 타선을 완전히 압도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지는 공이었다.
오늘 다저스의 1번 타자는 로키 차베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27살 타자로 한창 기량을 폭발시키고 있는 남자였다. 이번 시즌 성적은 0.269/0.357/0.401.
두 번째.
존을 과감하게 공략하는 공을 녀석이 살짝 걷어냈다.
그로써 볼카운트는 0-2.
세 번째.
도밍고가 크게 와인드업했다.
다이나믹한 폼.
하지만 그 손끝에서 나온 공은 타이밍을 완벽히 뺏어내는 체인지업이다.
-딱!!!
살짝 떠오른 타구.
오스왈드 웰스의 합류로 충분히 많은 휴식을 부여받았던 호세가 그 명성에 어울리는 깔끔한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아냈다.
원아웃.
좋은 출발이다.
평소 도밍고가 피칭을 할 때면 심드렁한 표정으로 덕아웃 구석에 앉아있던 게릿 콜이 펜스에 몸을 붙인 채 경기를 지켜보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확실히 저 녀석 체인지업 하나는 일품이라니까.”
“페드로 마르티네즈한테 직접 사사한 체인지업이잖아요.”
“흥,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나도 로켓에게 원포인트 레슨 받은 몸이라고.”
“아, 네.”
이어지는 2번 타자는 무키 베츠.
한때는 정규 시즌에 비해서 포스트시즌에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던 선수였지만 많은 경험을 쌓은 지금 시점에서 이런 경기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중 하나였다. 실제로 지난 메츠와의 6차전 경기에서도 3타점을 기록할 만큼 타격감도 올라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도밍고는 그딴 것 상관없다는 자세로 피칭을 이어갔다.
높은 코스 빠른 공.
-뻐엉!!!
심판의 손이 올라오지 않았다.
뚝 떨어지는 커브.
-부웅!!
“스트라잌!!!”
무키 베츠가 잠시 타석에서 물러나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세 번째.
또 높은 코스 빠른 공.
-부우웅!!!
“스트라잌!!!”
볼카운트 1-2.
도밍고가 네 번째 공으로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딱!!
잘 걷어낸 타구가 3루 파울라인을 벗어났다.
그리고 다섯 번째 커브를 골라내며 볼카운트는 2-2.
마운드에서 살짝 미간을 찌푸린 도밍고가 호세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유인구가 아닌 공격적으로 가겠다는 의지였다.
“저거저거 또 성격 나온다. 쯧.”
게릿 콜이 본인의 더 더러운 성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말을 내뱉었다.
여섯 번째.
도밍고가 크게 와인드업했다.
앞서 그 와인드업에 어울리지 않은 오프스피드 피치로 삼진을 잡아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말로 전력을 다한 빠른 공.
무려 97.9마일의 포심패스트볼이었다.
-딱!!!
그리고 무키 베츠가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그 공을 잡아당겼다.
내야를 뚫어내는 강한 타구.
다행히 좌익수 앙헬 카브레라가 빠르게 공을 잡아냈다. 수비가 조금 늦었더라면 2루까지도 위험했을지 모르는 타구였다.
[안타!! 안타입니다. 1회 초. 원아웃 상황에서 6구째. 높은 속구를 잡아당겨 안타를 만들어내는 무키 베츠!! 확실히 타격감이 물이 올랐습니다.] [자, 원아웃에 주자 1루. 이제 타석에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올라옵니다.] [건강만 하면 항상 MVP를 노렸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 특별한 부상이 없었음에도 34홈런. 오타니 쇼헤이치고는 조금 부진했던.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투타 양면에서 모두 리그 최정상급의 성적을 기록한 오타니 쇼헤이 선수입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전반기에 비해서 하반기에 확실히 좀 부진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는데요. 역시 이제 슬슬 투타겸업을 유지하기에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증거겠죠?] [네, 다들 아시다시피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면 근력보다 회복력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실제로 오타니 쇼헤이 선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이름 값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뻐엉!!
견제구 하나.
“세잎!!!”
도밍고가 우선 무키 베츠의 발을 한 번 묶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리드폭을 넓히는 모습이 그 견제구가 딱히 통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금은 타자에나 신경 쓰라고 애송이.”
무슨 방백도 아니고. 게릿 콜이 덕아웃에 있는 사람들 모두 다 들을 수 있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물론 저기 마운드에 있는 도밍고가 그런 게릿 콜의 혼잣말을 들었을리는 만무하지만 아무튼 녀석도 애써 무키 베츠를 바라보지 않은 채 오타니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초구
-부우우우웅!!!
거대한 스윙.
공을 받아낸 호세 트레비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2루를 향해 빠르게 공을 뿌렸다.
-뻐엉!!!!
하지만 소용 없었다. 무키 베츠의 손이 베이스를 터치하는 것이 그보다 한 걸음 빨랐다.
“세잎!!!!”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가 자신의 앞섶을 툭툭 털어냈다. 참으로 얄미운 모양새다.
볼카운트 0-1.
원아웃에 주자는 2루.
다저스가 득점권에 주자를 올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