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67)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67화(367/404)
367화. 월드 시리즈(3)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가장 뛰어난 다저스의 투수에게 붙는 수식어는 ‘샌디 쿠팩스를 연상케 하는’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라는 단기 임팩트로는 샌디 쿠팩스에게 비견할만하며 누적 커리어로도 명예의 전당 첫 턴에 어울리는 21세기 최고의 투수를 배출했다. 그렇기에 지금 다저스의 투수에게 붙는 가장 영광스러운 수식어는 ‘클레이튼 커쇼를 연상케 하는’이 됐다.
[데이비드 스틸 저 선수를 보고 있으면 클레이튼 커쇼 선수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 [네, 디셉션도 그렇고. 위력적인 속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이 딱 커쇼 선수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커쇼 선수는 저기에 커브를 더하면서 자신의 전성기를 열어갔던 것에 반하여 데이비드 스틸 선수는 서클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차이 정도가 있겠네요.]회귀하기 이전. 메이저에 막 왔을 때 타격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저 이중키킹이었다. 리그에 따라서 이중 키킹에 관한 규정이 조금씩 다른데 MLB는 연속적인 동작이기만 하면 거의 상관이 없다는 식이고 한국이나 대만리그는 아주 강력하게 규제를 한다. NPB의 경우는 좀 들쭉날쭉해서 원래 21세기 초반까지는 규제가 아예 없다가 갑자기 세상 어느 나라보다 빡세게 규제를 하더니 이제는 또 규제를 없앴다.
아무튼, 이게 주자로 1루에 나갔을 때도 힘들지만 타자로 타석에 섰을 땐 더욱 그랬었다. 가뜩이나 공도 빠른 MLB 투수들이 던지는 타이밍까지 저 이중키킹으로 미세하게 밀고 당겨대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투수 와인드업!!]올라간 다리가 펴졌다가 잠시 멈추는듯한 느낌을 주더니 바닥을 쓸어내리며 앞으로 전진했다.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공이 나오는 곳은 투수의 오른손이다. 투수의 피칭 리듬에 맞춰 나의 리듬을 가져가지 않는다. 왜냐고?
내 배트 스피드는 상대를 압도할 만큼 충분히 빠르기 때문이다.
-부우우우웅!!!
“스트라잌!!!”
[아, 초구 헛스윙!!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최수원 선수의 방망이가 헛돌았습니다.] [데이비드 스틸 선수의 스플리터에도 제법 재밌는 사연이 있는데요. 사실 이 선수 3년 전만 하더라도 스플리터를 구사하던 선수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스플리터 자체도 빅리그에서 자주 사용되는 구종도 아니고요. 그래서 누가 인터뷰를 했는데 저게 오타니 쇼헤이 선수에게 전수 받은 공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하긴. 일본이 스플리터로 좀 유명하긴 하죠. 오타니 쇼헤이 선수도 초창기에는 스플리터로 재미를 좀 많이 봤었고요.] [물론 오타니 쇼헤이 선수는 나중에 그저 그립만 알려줬을 뿐. 재능 자체가 자신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이야기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저 선수 속구의 수직 무브먼트가 거의 과거 커쇼선수 급이거든요. 덕분에 스플리터의 위력이 정말 극대화되고 있습니다.]중간에 뭔가 좀 떨어지는 공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방망이의 방향을 틀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됐다.
와,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리그 전체 통틀어서 포심의 수직 무브먼트가 가장 좋다고 했었다. 평균 수직 무브먼트가 30센티 정도로 리그 평균이 23센티 정도니까 평균적인 공보다 약 7센티 정도 높은 지점으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거기다가 이렇게 뚝 떨어지는 공을 더하니까 확실히 까다롭긴 까다롭다.
그래, 까다롭긴 까다로운데······.
-딱!!!!
[2구째!! 잘 맞은 타구!! 쭉쭉 뻗어 나갑니다!! 좌중간!! 좌중간!!! 담장!!!!!!! 담장!!! 넘어갔습니다!! 원정팀 불펜으로 떨어지는 홈런 타구!!] [최수원!! 1회 말 원아웃!! 98.1마일의 속구를 그대로 잡아당겨서 넘겨버렸습니다. 와, 진짜 터무니가 없네요. 점수는 이제 다시 1:1. 최수원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지금 이 타석이 어느 정도 최수원 선수의 심리전이 잘 먹혔다고 생각이 듭니다.] [심리전이요?] [네, 방금 보시면 초구에 헛스윙을 할 때 이게 살짝 스플리터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속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다. 뭐 그런 시그널을 상대에게 보여준 셈이죠. 그리고 보시면 여기 데이비드 스틸 선수가 타이밍도 굉장히 빠르게 가져가거든요. 여기서 다리를 내리고 거의 그대로 공을 꽂아 버려요. 이러면 변화구에 대기하고 있으면 사실 거의 무조건 방망이가 늦는다고 봐야 하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사실 최수원 선수가 진짜 기다렸던 속구였군요. 와, 타자와 투수의 수 싸움이 상당히 치열한데요?] [네, 사실 상대 투수인 데이비드 스틸 선수도 메이저 7년 차의 굉장히 노련한 투수인데 고작 스무 살 우리 최수원 선수가 수싸움에서 상대를 완전히 앞서 나간 거죠.]솔직히 떨어지는 공 하나 보여주고 바로 높은 속구는 좀 너무 뻔했다. 게다가 투구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는 것부터 티가 많이 났다. 여러모로 애송이 태를 벗지 못했달까?
덕아웃의 도밍고 녀석이 환하게 웃는다. 1회 초 선취점을 내주고 조금 가라앉았던 경기장의 분위기도 확 살아났다.
“좀 어땠어?”
“날이 추워서 그런가 몸이 좀 덜 풀린 것 같던데? 좀 흔들면 흔들릴 것 같아.”
“오케이.”
타일러와 짧게 대화를 나누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LA 다저스의 무키 베츠처럼 이거저거 다 잘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타일러 역시 적어도 타석에서만큼은 무키 베츠만큼이나 유능했다. 녀석이 끌어낸 파울만 세 개.
-부웅!!!
“스트라잌!! 아웃!!!”
그리고 6구째에 헛스윙 삼진.
덕아웃으로 돌아온 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저거 흔들릴 생각을 안 하던데?”
“파울 좀 친다고 흔들리겠냐? 적어도······.”
-딱!!!!
앞서 내가 쳤던 담장을 살짝 넘어 상대 팀 불펜으로 떨어지는 수준의 공이 아니었다. 2미터에 134kg. 거인의 힘이 그대로 실린 압도적인 타구가 외야 4층 최상단을 강타했다.
[홈런!!! 홈런입니다!! 1회 말 투아웃!! 애런 저지의 역전 솔로 홈런포!! 점수는 이제 1:2!! 양키스가 다저스를 한 점을 앞서 나가기 시작합니다.]“저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 말이야?”
“아니, 뭐 굳이 저 정도까지 기대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우리는 다저스처럼 점수를 내야 하는 순간에 어떻게든 쥐어 짜낸다는 느낌은 없었다. 왜냐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앤서니 볼피, 최수원, 타일러 비트, 애런 저지, 마이크 트라웃, 데니스 마르티네즈, 오스틴 배틀. 그 외 2명.
리그의 wRC+를 순차로 나열해보면 상위 10인 안에 들어갈 만한 선수가 셋, 20인 안에는 들어갈 만한 선수가 또 둘이다. 게다가 앤서니랑 오스틴도 30위권 정도는 그럭저럭 넣어줄 만하다.
하나하나가 언제 홈런을 치고, 언제 연속 안타를 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타자들. 무서운 타자가 한둘이라면 거기서 빡세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상대가 거를 곳이 없는 타선이라면?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NL이 지명 타자를 운용하지 않던 과거. 9번 타자를 쉬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로 리그 평자책이 0.2점씩 차이나고 그랬었다. 그래 9명의 타자 가운데 고작 하나 쉬어가느냐 못 쉬어가느냐로 그만한 차이가 났다.
-딱!!!
마이크 트라웃의 안타.
터지기 시작한 양키스 타선은 어지간해서는 막을 수 없다.
-뻐엉!!!
데니스 마르티네즈의 볼넷.
투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봐봐. 내가 말했잖아. 흔들면 흔들릴 것 같다고.”
“야, 이건 그냥 흔드는 게 아니라 아예 뿌리를 뽑아 탈탈 털어내는 거지.”
“글쎄다. 아직 뿌리까지 뽑힌 건······.”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그리고 오스틴 배틀의 헛스윙 삼진.
“아닌 것 같더라니까.”
그래, 한 번 터지기시작한 양키스 타선은 ‘어지간’해서는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오늘 마운드에 선 투수는 그래도 어지간한 레벨 정도는 벗어난 투수였다.
1회 말 일곱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 3개. 피홈런 2개 삼진 2개 볼넷 하나. 그리고 2실점. 데이비드 스틸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금방 돌아온다.”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마치 관우가 화웅의 목이라도 베러 가는 듯. 결연한 기세로 마운드로 향했다.
뭐, 데이비드 스틸은 분명 어지간한 레벨을 넘어선 투수였다. 하지만 그를 맞상대하는 우리 도밍고 역시 마찬가지로 어지간한 레벨을 훌쩍 넘어선 투수다.
삼진, 안타.
그리고
-딱!!!!
[빗맞은 타구!! 앤서니 볼피가 가볍게 잡아서 2루의 데니스 마르티네즈에게. 데니스 마르티네즈!! 다시 1루로!!] [깔끔한 6-4-3병살!! 더블 아웃 체인지!!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2회 초 다저스의 공격을 깔끔하게 막아냅니다. 경기는 2회 말 양키스의 공격으로 이어집니다.]8번 타자 앙헬부터 시작되는 2회 말 우리의 공격.
앙헬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타석에 오른 호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기대를 안 하면 실망도 없는 법이지.”
“어? 뭐라고?”
“아냐, 내 차례까지 꼭 이어달라고. 파이팅!!”
연타석 삼진.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앤서니 볼피가 타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비어있는 대기 타석으로 내가 방망이를 들고 걸어 나갔다. 왠지 이대로 대기 타석에 있다가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긴 했지만, 아무튼 응원하는 마음으로 앤서니 녀석을 바라봤다.
-부우웅!!
“스트으라잌!!”
[99.4마일의 빠른 공!! 데이비드 스틸 선수가 빠른 공으로 일단 카운트를 하나 가져옵니다.] [1회 초에 비해서 구속이 상당히 올라왔습니다. 확실히 몸이 풀린 것 같네요.] [네, 날씨가 춥긴 하지만 아무래도 데이비드 선수. 1회에 워낙 투구 수가 많았으니까요.]인간의 뇌는 원래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더 강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뭐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진호를 해왔다고 하던데. 사실 얼핏 들은 이야기라서 맞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매일 삼진이나 당하고 땅볼이나 치는 것 같은 앤서니가 사실은 0.289/0.344/0.427의 제법 훌륭한 타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할 수 있다. 앤서니!!
파이팅!!
-딱!!!
나의 응원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놀랍게도 앤서니가 데이비드의 두 번째 공을 두들겼다.
[빗맞은 타구!! 3루 파울 라인을 따라 굴러갑니다!!]공을 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1루로 달리는 앤서니.
-뻐엉!!
“세잎!!”
결과는 세이프.
가끔 나오는 앤서니 스타일의 내야 안타였다.
[자, 2회 말. 투아웃에 주자 1루. 타석에는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최수원. 최수원 선수가 들어옵니다.] [아, LA 다저스. 여기서 자동고의사구를 선택합니다.] [확실히. 한 번 상대해보니 견적이 대충 나오거든요. 여기선 차라리 타일러 비트 선수를 상대로 안전하게 이닝을 마무리하겠다. 뭐 그런 선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과연 이게 현명한 선택일지는 조금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덕아웃으로 그냥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뽑아 나온 방망이는 한 번 휘둘러 보지도 못한 채 1루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타석에 타일러 비트가 들어왔다. 근데 저 녀석 입을 씰룩거리는 꼴이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은데?
-부우웅!!
“스트라잌!!!”
-부우우우웅!!“스트라잌!!”
아, 저 녀석 저거. 그거다.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 팀에 괴물 녀석이 방망이를 휘두를 기회도 없었던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MVP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대로 월드 시리즈에서도 녀석이 계속 방망이 휘두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따악!!!!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
타일러 비트 쓰리런.
오늘 경기 세 번째 홈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