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68)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68화(368/404)
368화. 월드 시리즈(4)
다저스는 끈질겼다.
작은 이득과 손해가 중첩되어 결국 경기의 결과가 승리 혹은 패배로 나뉘는 것이 바로 야구라는 종목이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미식축구나 농구와 비교했을 때 야구는 비교적 점수가 적게 나는 종목이었고 그렇기에 1, 2점을 더 쥐어짜내고 덜 내주는 것만으로도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래, 야구는 그런 종목이었다.
-딱!!!
5회 초. 노아웃에 주자 1루.
무키 베츠가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켰다. 이어지는 오타니 쇼헤이가 단타로 주자 1, 3루를 만들었고 디에고 베가스가 희생 플라이로 다저스는 또 1점을 쥐어짜냈다. 그렇게 해서 점수는 이제 2:5.
“좋았어. 자자. 이렇게 한 점씩 한 점씩. 차근차근 따라가보자!!”
“그래, 한 번 가보자!!”
다저스의 덕아웃이 큰 소리로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그런 그들의 기세를 단박에 부러트렸다.
속구.
속구.
그리고 체인지업.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깔끔한 삼구삼진.
특히 마지막 그 체인지업은 어쩌면 오늘 그가 던진 공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공이었다. 5이닝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아직 팔팔하다는 것을 여실하게 증명한 도밍고가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다저스의 덕아웃에 붙어있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아직이야. 우리 공격 찬스는 여전히 4번이나 남았잖아.”
“그래, 맞아. 도밍고 로드리게스 투구수가 지금 벌써 89개니까. 앞으로 기껏해야 1이닝? 쟤들 선발이야 수준급이지만 불펜은 절대 그 정도는 아니야.”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
우승이라는 달콤한 목표를 향한 욕망. 막대한 보너스와 명예.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하는 그냥 승리하고 싶다는 강렬한 승부욕이 1점이라는 추가점을 만들어낸 다저스의 덕아웃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글러브를 끼고 그라운드로 나가는 다저스 선수들의 눈동자에는 해낼 수 있다. 아니, 해내야만 한다는 강렬한 감정이 이글거렸다.
[자, 점수는 현재 5:2로 양키스가 석 점을 앞서는 상황. 앞서 2이닝 만에 3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5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데이비드 스틸 선수. 그래도 3회와 4회 정말 침착하게 양키스의 공격을 잘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5회 말. 또다시 양키스의 핵타선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앤서니 볼피 선수부터 해서 오스틴 배틀 선수까지. 7명의 선수가 이번 시즌 올린 홈런 합계만 무려 221개입니다. 참고로 이번 시즌 팀 홈런이 219개가 넘는 팀은 고작 아홉 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LA 다저스 입장에서 조금 다행인 점은 앞선 이닝에서 앤서니 볼피 선수까지는 잡아냈다는 점일 겁니다. 사실 앤서니 볼피 선수가 출루한 상태에서 최수원 선수를 상대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거든요. 볼넷으로 그냥 내보낸다는 선택지를 골랐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는 지난 2회에 타일러 비트 선수가 멋지게 보여준 바가 있고요.] [만약 박동혁 위원님이라면 저기서 어떤 선택을 내릴 것 같습니까?] [글쎄요. 참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승부를 하자니 점수를 그냥 내주는 느낌이고. 피하자니 후속 타자들이 줄줄이 터무니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역시 승부를 겨뤄야 할 것 같군요. 장타율이 워낙 높으니 앞에 주자가 있으면 걸러야 하는 타자이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최수원 선수라고 친다고 무조건 홈런인 것도 아니고. 시즌 출루율도 5할에 가깝기는 하지만 결국 5할까진 되지 않거든요. 그나마도 고의사구를 제외하면 4할 중반 살짝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그렇군요. 아, 다저스 덕아웃 역시 피해가지 않습니다. 승부를 하네요.] [네, 아마 아까 다저스의 공격 이닝에 투수와 감독 간에도 충분한 대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딱!!!
3구째.
낮게 들어오는 스플리터를 최수원이 깊숙하게 퍼 올렸다.
[쳤습니다!! 최수원!! 좌중간!! 강한 타구!! 아, 하지만 타구의 각이 영 좋지 않습니다. 너무 깊숙하게 퍼 올렸어요.]애초에 살짝 뒤로 빠진 위치에서 기다리던 좌익수 빅터 고메즈가 예상되는 낙구 지점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쭉쭉 솟아오르는 타구. 이제 슬슬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을 향해 내려와야 하는 타이밍인데 공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빅터 고메즈가 몇 걸음을 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또 몇 걸음을······.
-툭
그리고 등에 담장이 닿았다.
빠르게 낙하하고 있는 공의 예상지점은?
빅터 고메즈가 흑인 특유의 탄력적인 몸으로 마치 용수철처럼 크게 뛰어올랐다. 쭉 뻗은 왼팔. 그 글러브의 끄트머리에 야구공이 들어왔다.
“아웃!!!”
그 순간 다저스의 덕아웃에서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만약 지금 타석에 선 타자가 앤서니 볼피. 아니, 하다 못 해 타일러 비트나 애런 저지. 혹은 마이크 트라웃이었다고 해도 이만큼 기쁘지는 않았으리라. 볼넷을 각오하고 승부하라고 요청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최수원이기에 어떤 일을 벌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외야 뜬공 아웃. 물론 그 과정이 매우 아슬아슬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호수비 뒤에는 좋은 공격이 온다는 오랜 미신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수비가 팀의 사기를 올려주는 건 분명했으니까.
“자자, 따라잡자. 고 다저스!!”
“가자!! 다저스!!!”
타일러 비트가 안타를 쳐냈지만 오늘 녀석의 타격감이 워낙에 살아있으니 감수할만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애런 저지가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원아웃에 주자 1, 3루가 됐을 때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저스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올라옵니다.] [아무래도 원아웃에 주자 1, 3루. 투구수도 이제 슬슬 90개에 가까워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에이스거든요. 아마 올라가서 주위를 환기하고 간단하게 격려를 하고 내려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저녁 메뉴 이야기 같은 것도 좀 하고요.] [뭐, 데이비드 스틸이 올해 애 아빠가 됐으니 그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군요. 저도 현역 시절에 애 분유값 벌어야지라는 말에 가장 힘을 냈던 기억이 있거든요.] [네, 데이비드 스틸 선수야 메이저리거니까 분유값 걱정은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아기 생각하면 없던 힘도 좀 솟아나고 그러는 법 아니겠습니까?]그리고 마이크 트라웃이 타석에 올라왔다.
***
사람들에게 21세기 최고의 야구 선수를 묻는다면 참 많은 이름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페드로를 비롯한 90년대 후반 전설적인 투수들도 어쨌든 21세기 초반을 뛰었으니 그들의 이름을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며 클레이튼 커쇼나 알버트 푸홀스. 혹은 약마 배리 본즈를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줬던 오타니 쇼헤이를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오랜 양키스 팬이라면 No.2나 No. 99를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 올해 워낙에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여줬으니 No. 0를 말하는 이도 생각보다 많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가장 많은 이들이 꼽을 이름은 이 남자. 바로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2026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100인을 뽑는 투표에서 마이크 트라웃은 전체 8위로 현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30위 안쪽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에 15위에 랭크됐을 당시 그에게 달렸던 코멘트는 ‘그는 21시즌에 30살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의 명전 명판에 글귀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는 역대 최고의 루키였으며 그의 커리어에 유일한 방해물은 부상······. 아, 부상과 10월에 그를 완전히 묻어버리는 프랜차이즈뿐이다.’였다.
그리고 2026년 전체 8위에 랭크 됐을 때 코멘트는 ‘그는 이제 35살이 되었다. 명실상부 이제 그보다 더 위대하다고 확언할 수 있는 선수는 오직 루스와 메이스. 그리고 행크 애런 뿐. 나머지 선수들은 이제 호불호의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커리어에 우승이 없는 것도 큰 흠은 아닐 것이다. 테드 윌리엄스와 타이 콥도 우승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아, 그의 커리어에 반지가 없는 건 아직 확정이 아니라고? 글쎄······. 과연 그럴까?’였다.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
그래, 물론 있었다. 하지만 진짜 커리어를 위해서였다면 차라리 우승이 없을지언정 LA 에인절스에 끝까지 프랜차이즈로 남아 무관의 제왕으로 은퇴하는 것이 더 명예로웠을 것이다.
모든 공놀이의 시작은 이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마이크 트라웃은 그 유치한 공놀이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사람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프로 선수였다. 아니, 그 프로 선수들 가운데서도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그런 사나이였다.
이기고 싶었다.
그냥 미치도록 이기고 싶었다.
마침 명분도 좋았다.
─팀의 미래를 위하여.
지금 이기는 것을 포기한 팀에게 미래를 선물하고 그는 지금 이길 수 있는 팀으로 자리를 옮긴다. 물론 도박이었다. 그렇게 옮긴 팀이 우승을 할 거라는 보장 따윈 없었고 이미 터를 잡은 가족들 역시 고작 2년 반의 선수 생활을 위해서 단체로 집을 옮길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뉴욕 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양키스는 이기고 또 이기고 또 이겼다. 그것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큼 환상적인 시즌이었다.
월드 시리즈 1차전.
주자는 1, 3루.
21세기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고 있었지만 10월에 제대로 방망이를 휘둘러 본 것은 단 한 번뿐인 남자가 방망이를 움켜 쥐었다.
어떻게든 이번에 잘 틀어막고 한 점씩 따라가 보겠다는 양키스의 불꽃 같은 의지가 경기장에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양키 스타디움에 모인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한 점의 서늘함을 느꼈다. 물론 이제 10월도 끝나가는 시기. 뉴욕의 저녁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데이비드 스틸이 공을 던졌다.
99.4마일의 강속구.
나이를 먹어가는 타자를 상대로는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마이크 트라웃의 방망이가 움직였다.
빠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딱!!!!
실수를 줄이고 상대의 작은 실수를 물고 늘어져 한 점 한 점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승리는 찾아온다.
그래, 야구는 그런 종목이다.
마이크 트라웃의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갔다.
최수원의 홈런을 훔쳤던 빅터 고메즈가 그 타구를 바라봤다.
투수와 타자의 1:1 승부.
투수의 한판승이 삼진이라면 타자의 한판승은 홈런이다.
그리고 그 한판승에는 심판의 개입도. 그 어떠한 실수도 존재할 수 없었다.
한 점씩 한 점씩.
차근차근 점수를 따라오던 다저스를 마이크 트라웃이 기록한 양키스의 네 번째 홈런포가 완벽하게 짓밟았다.
[넘어!! 갔습니다!!] [점수는 이제 8:2!! 5회 말!! 양키스가 다저스를 매우 크게 앞서 나갑니다!!] [아, 다저스 투수 교체. 투수 교체입니다.]월드 시리즈 1차전.
양키스가 다저스를 11:4로 짓밟으며 승리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