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78)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78화(378/404)
378화. 타자가 그냥 공을 잘 던짐(4)
3회 초. 데이비드 스틸이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압도적.
이정훈과 조유진이 데이비드 스틸의 피칭에서 느낀 감정이었다.
분명 최수원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데이비드 스틸의 피칭은 그 이상이었다.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삼구삼진.
양키스의 타자인 앙헬 카브레라가 함량 미달의 타자인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올해 폭발적인 파괴력을 보여준 양키스의 핵타선에 속하는 멤버는 아니었지만 그 역시 2할 중반대의 준수한 타율을 보여주는 타자다.
그리고 이어지는 8번 타자 오스왈드 웰스. 최근 공격형 포수로 주목받고 있는 24살의 영건이었다.
-딱!!!
초구, 99.7마일 빠른 공에 방망이를 맞춘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3루 파울 라인을 넘어가는 파울타구로 볼카운트는 0-1. 데이비드 스틸은 숨 돌릴 틈도 없이 피칭을 이어갔다. 몸쪽 깊숙하게 파고드는 공.
-딱!!!
이번에도 역시 방망이가 공을 따라갔다.
조금 전보다 살짝 더 페어 지역에 가까워진 타구. 볼카운트 0-2. 데이비드 스틸은 여전히 기계처럼 빠르게 투구동작을 가져갔다.
세 번째.
바깥쪽.
오스왈드 웰스가 이번에야 말로!! 라는 마음으로 강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
데이비드 스틸이 그렇게 두 번째 타자도 공 세 개로 잡아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똑바로 서서 새롭게 타석으로 올라오는 타자를 쏘아 봤다.
최수원.
그래, 최수원이었다.
데이비드 스틸이 이 시대 최고의 투수를 다투는 남자라면 최수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타자 그 자체다.
조금 전까지 마치 저 높은 곳에서 양키스의 타자를 깔아보는 것 같았던 그의 달라진 태도에 조유진이 침을 꼴깍 삼켰다. 조금 전 마운드에서도 놀랐긴 했었지만, 새삼스레 작년까지 한 팀에서 웃고 떠들던 친구의 달라진 위상이 피부에 와닿았다.
경기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관객들 역시 지금 이 타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 타석에 최수원. 우리 최수원 선수가 올라옵니다.] [지금 보시면 데이비드 스틸 선수가 양키스 타선을 정말 잘 틀어막고 있거든요. 하지만 원래 타순이 반복되면 불리한 건 투수거든요. 여기서 우리 최수원 선수가 공격의 물꼬를 터주면서 데이비드 스틸 선수를 조금 흔들어주기만 하면 양키스 선수들 충분히 점수를 만들 능력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맞습니다. 실제로 지난 1차전에서도 우리 최수원 선수가 2번 타자로 나와서 홈런으로 데이비드 스틸 선수를 크게 흔들었던 게 모든 일의 시작 아니었겠습니까?]마운드 위의 데이비드 스틸이 타는듯한 시선을 거뒀다.
[아······. 여기서 다저스 덕아웃이 움직입니다. 자동고의사구. 다저스가 자동고의사구를 선택합니다. 이거 진짜 대단한 선택입니다. 다저스의 산체스 감독.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어요.] [그렇죠. 2.2이닝 퍼펙트를 기록 중인 투수에게 9번 타자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라고 한다? 심지어 그것도 팀의 에이스인데? 이거 평소 경기였으면 진짜 어림도 없는 이야기거든요. 그나마 이게 월드시리즈 4차전. 시리즈 스코어 2:1로 밀리고 있는 상황!! 타자가 우리 최수원 선수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자, 3회 초. 이제 투아웃에 주자 1루. 어쨌거나 양키스는 1루에 주자를 내보내긴 내보냈습니다.]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토록 압도적이던 투수가 승부 자체를 포기하고 1루에 타자를 그냥 걸어가게 내버려 두다니.
이정훈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거 우리 작년에 우승 못 했으면 큰일 날 뻔했겠는데?”
“당연히 큰일났죠. 저런 애를 KBO에 몇 년 더 잡아둘 뻔 한 건데요.”
“아니, 그것도 그건데. 지금 빅리그에서 이렇게 던지고 이렇게 치는 놈을 데리고도 만약 우승 못 한 거면······.”
‘우리가 너무 심각한 쓰레기라는 소리잖아.’
어째서인지 이정훈이 삼킨 그 말을 조유진과 이규만 모두 듣지 않아도 똑똑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하, 형님. 그건 아니죠. 제가 수원이랑 고등학교때부터 같이 했잖습니까. 쟤도 처음부터 저렇게 잘한 건 아니었어요. 나름 꾸준히 발전을 한 거죠. 저희 고등학교 때도 우승 꼴랑 한 번밖에 못했어요. 야구월드컵도 우승 못했고요. 그냥 KBO에서도 빅리그 와서도 꾸준히 발전한 걸 겁니다.”
“유진아. 너 수원이 여기 오자마자 4월에 OPS 1.5 가깝게 친 거 알지?”
“······.”
“그리고 KBO에 데뷔해서도 첫 달에 거의 그 정도 쳤던 것 같은데?”
“······.”
“아무래도 그냥 너희가 너무 심각한 쓰렉······.”
“자자, 그만 떠들고 경기 집중하자. 양키스도 지금 여기서 수원이 출루 시킨 김에 점수 짜내려고 할 텐데. 오늘 데이비드 스틸 던지는 거 보면 이번 기회 놓치면 얘들도 상당히 어려워져.”
이규만이 두 사람의 잡담을 중단시켰다.
타석에 앤서니 볼피가 올라왔다.
“아니!! 저 친구는? 누군가와는 다르게 나에게 5년 후에 빅리그에 충분히 올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줬던 메이저리그 올스타 앤서니 볼피?”
“야, 그건 쟤가 너 경기 뛰는 건 못 보고 무식하게 순발력 훈련하는 것만 봐서 그런 거잖아. 쟤도 설마 순발력은 그렇게 좋은 애가 KBO에서 2할 1푼도 못 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
“······.”
“뭐야? 둘 다 앤서니 볼피를 알아?”
“네, 올 초에 스프링 트레이닝 때 수원이한테 놀러갔는데 잠깐 만났었어요. 파티라고 해서 기대하고 갔는데 남자끼리 단백질 음료나 마시고 운동 좀 하고 게임만 좀 하다가 헤어졌죠.”
-부우웅!!
“스트라잌!!!”
[초구 바깥쪽 살짝 빠져나가는 코스. 앤서니 볼피의 방망이가 헛돌았습니다.] [오늘 데이비드 스틸 선수. 공이 진짜 날카롭······ 1루 견제!!]“세잎!!!”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견제구를 던진 데이비드 스틸이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핥았다. 아슬아슬하게 1루 베이스로 돌아온 최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털었다.
[정말 기습적인 견제구였습니다만 최수원 선수 아주 훌륭하게 귀루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오늘 선발 투수로 출장한 만큼 도루는 어지간해선 없을겁니다만, 이게 또 최수원 선수가 워낙에 어려운 순간에 슈퍼플레이들을 보여주다 보니 데이비드 스틸 선수 입장에서도 마냥 방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자, 볼카운트 0-1. 투아웃에 주자는 1루. 데이비드 스틸이 두 번째 공을 준비합니다.]최수원을 상대하고 싶었다.
솔직히 자신도 있었다. 그는 푸른 피의 에이스 데이비드 스틸이었으니까.
그러나 참았다. 팀의 승리라는 더 커다란 목표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인내한다는 것은 결코 감정이 사라진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가슴에 꾹꾹 눌러 담는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담아낸 분노를 공에 실었다.
-뻐어엉!!!
[101.9마일의 빠른 공!! 하지만 살짝 높았습니다. 볼카운트는 1-1.] [와, 오늘 양 팀 선발 모두 11월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강속구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세 번째.
살짝 낮게 제구되는 공.
-딱!!!
앤서니 볼피가 그 공을 건드렸지만, 타구는 1루 내야 관중석 그물망을 두들겼다.
볼카운트 1-2.
네 번째.
이제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공이라면 일단 방망이를 내밀어야 하는 상황. 존을 과감하게 공략하는 공을 향해 앤서니 볼피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마치 방망이를 피해 달아나듯 존을 빠져나가는 슬라이더.
헛스윙 삼진.
─Yaaaaaaaaa!!!!!
마운드의 브라이언 스틸이 포효했다.
관중석의 관중들 역시 함께 포효했다.
잔루 1루.
양키스의 3회 초 공격이 허무하게 끝났다.
***
1루에서 빠르게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헬멧을 벗어 던지고, 모자를 썼다. 그리고 글러브를 챙겨들었다.
그리고 마운드로 가려는 찰나.
“헤이, 수원.”
“응?”
“너 오늘 공 엄청 좋아. 가서 얼른 다 죽여버리고 오라고.”
게릿 콜이 굉장히 뜬금없는 격려를 보냈다.
“어, 나도 알아.”
“역시 알고 있을 줄 알았어.”
뜬금없는 격려에 퉁명스러운 답변. 그런데 게릿 콜은 나의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여간 선발 놈들은 죄다 어딘가 좀 이상하다. 아, 물론 나 빼고. 나는 기본적으로 타자를 더 오래 했으니 성격 자체는 타자에 더 가깝다.
마운드에 섰다.
7번부터 시작되는 하위 타순.
보통이라면 방심할 법도 하지만 오늘은 그런 마음따윈 버렸다.
저렇게 미친듯한 페이스로 공을 던지는 데이비드 스틸도 자존심을 버리고 나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경기다.
그래, 월드 시리즈. 그 무게가 새삼 느껴지는 결정이었다.
타석에 로버트 던컨이 올라왔다.
기본적으로 툴은 좋지만 타격 스킬이 조금 떨어지는 친구다. 쪼유 녀석이 3단 진화 정도 한 것 같은 타입이랄까? 아, 물론 그렇다고 쪼유가 진화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 녀석은 진화 조건에 다시 태어나기가 달려있어서 아무래도 이번 생에 진화는 무리다.
최선을 다한 제 1구.
-부우우웅!!
“스트라잌!!!”
102.1마일의 빠른 공이 존을 공략했다. 보더라인에 걸치지는 않았지만 충분했다. 녀석이 잠시 당황한 표정으로 물러나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곧바로 제 2구.
살짝 벗어나면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던진 높은 코스 빠른 공이었다.
-부우우우웅!!
“스트으라잌!!!”
존을 벗어나는 공이었는데 녀석의 방망이가 따라 나왔다.
확실히 오늘 구위가 죽여주긴 하는 모양이다. 순간 우쭐해지려던 마음을 다잡았다. 항상 이러다가 뜬금없이 생각지도 못했던 녀석에게 한 방 두들겨 맞는 방심왕 패턴은 이제 너무 식상하다.
세 번째.
오스왈드 웰스가 마음에 드는 싸인을 보냈다. 가끔 포수를 그냥 하는 것 없는 공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큰 오해다. 저 녀석들은 투수 비위를 아주 잘 맞춰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가진 공받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스왈드 녀석의 싸인은 아주 적절했다.
-뻐어엉!!!
[아, 존을 크게 벗어나는 체인지업. 로버트 던컨이 그 공을 침착하게 골라냅니다.] [역시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런 공도 있다는 걸 머리에 새기려는 의도겠죠?] [네, 솔직히 저 공은 노리고 치면 정말 배팅볼이나 다름없는 수준일 겁니다. 뭐 대부분 체인지업이 그렇지만요. 하지만 이렇게 타이밍을 늦추는 공이 있다는 걸 머릿속에 새겨놓고 빠른 공을 던지면 그 위력이 배가 되는 법이죠.]아, 존 안에 넣었으면 그냥 루킹삼진이었을 텐데.
좀 아쉽다. 노리던 것보다 하나 정도 더 빠져버렸다.
네 번째.
손아귀에 단단히 박혀 있던 야구공이 강력한 팔의 스윙에 의하여 뽑혀나갔다.
-부우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는 커브볼이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삼진이었다.
[최수원!! 오늘 경기 세 번째 삼진!!]게릿 콜의 말처럼 오늘 나는 녀석 따위는 깔아봐도 좋을 만큼 강력했다. 물론 정확한 워딩은 그런 게 아니긴 했지만, 그 성격 파탄자가 그 정도 말한 거면 속마음은 아마 거기에 더 가까울 거다.
그래, 나는 오늘 사이 영을 받았던 투수가 자신보다 위대하다고 인정하게 만들 만큼 강력한 투수다. 그러니까 오늘 미친 페이스를 보여주는 데이비드 스틸 녀석과도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만하다.
외야 플라이 아웃.
또 삼진.
그리고 한숨을 아주 잠깐 돌렸더니······.
응?
[4회 말!! 점수는 여전히 0:0. 최수원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체 누가 오늘 이런 경기를 예상했을까요. 양키스와 다저스의 팽팽한 투수전!! 타석에 로키 차베스 선수가 올라옵니다.]내 눈앞에는 앞서 앤서니 녀석의 에러로 유일하게 출루에 성공했던 로키 차베스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