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85)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85화(385/404)
385화. 외전3) 그는 어떻게 메이저리거가 되었나?(1)
-부우웅!!!
“스트으라잌!! 아웃!!!”
[아!! 조유진 선수. 떨어지는 커브에 헛스윙 삼진입니다.] [볼카운트 2-2까지 잘 끌고 왔습니다만. 아······. 떨어지는 공에 방망이가 나와버렸네요. 오늘 경기 세 번째 삼진입니다.] [조유진 선수가 최근 3경기에서 무안타를 기록 중이거든요. 지금 살짝 마음이 조급한 게 티가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조유진 선수가 미국에 갈 때 우리가 걱정했던 건 빠른 공에 대한 적응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의외로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른 공에는 잘 적응을 했단 말이죠? 하지만 오히려 KBO에서 잘 공략하던 떨어지는 공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래도 조유진 선수가 전반적인 타격 타이밍을 160이상의 빠른 공에 맞추다 보니 판단을 조금 너무 빠르게 내리는 게 아닌가. 이제는 오히려 공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듭니다.]-따악!!!
[높게 뜬 타구!! 좌익수가 처리하며 경기 종료됩니다. 5:2. 워싱턴 내셔널스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스윕을 성공하네요.]넓고 편안한 버스가 공항으로 향했다.
입안이 까끌하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차라리 인터넷에 떠도는 찌라시들처럼 어딘가 몸이 불편했더라면 더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퇴이두가 살짝 불편하긴 했지만 사실 이 정도는 야구선수에게 부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래, 이건 명백히 실력의 문제였다.
최수원은 그에게 목표를 주었다. 지난 2028년. 직접 경험했던 다저 스타디움의 열기는 아주 오랜 시간 그의 뇌리에 남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었다.
최수원과 마찬가지로 만 19세에 데뷔하여 고작 27살의 나이에 FA 자격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진출을 타진했을 때 받았던 제안이 2년 300만 달러. 심지어 스플릿 계약이었다. 당시 부인의 출산을 앞두고 있던 그에게는 너무 위험하며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
그래, 물론 2년 40억은 보통의 기준으로는 아주 큰 돈이다. 그 역시 태어나 단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돈이기도 했다. 세금을 다 뗀다고 해도 25억이 넘는 돈이니까. 하지만 마린스에서 제시했던 4년 105억과 비교하면 부족했다. 어쩌면 선수로서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이 그의 꿈을 가로막았다.
그는 결국 현실을 선택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좋은 집, 좋은 차, 귀여운 아이.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이 성공한 인생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다저 스타디움의 그 열기라는 것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 아닐까? 이렇게 프랜차이즈가 되고 은퇴한 이후에는 코치를 하고 해설이나 감독을 하는 것도 좋으리라. 아니, 요즘 유행하는 스포테이너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싸인볼 하나만 부탁하자. 유니폼이나.”
“네? 갑자기요? 누가 제 싸인 필요하데요?”
“아니, 내가 필요해서.”
“선배가요? 선배가 내 싸인은 갑자기 왜요?”
“왜기는. 벽에 걸어두려는 거지. 나 이번에 은퇴하고 가게 열 생각이거든.”
“네? 은퇴를 한다고요?”
“어.”
그의 FA 3년 차가 되던 해.
그야말로 ‘꾸역꾸역’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프로에서 8년을 버텨왔던 안병영이 은퇴를 결심했다. 어깨가 제대로 안 돌아간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로 8시즌 통산 301.2이닝 13승 27패. ERA 5.58
승보다 패가 많았고 딱 한 시즌을 제외한다면 선발로 뛰어본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얼굴은 후련해 보였다.
“후회는 안 되세요?”
“후회? 그럴 리가. 난 완전히 태워봤어. 적어도 노력이 부족했다고 후회하는 일이나, 아니면 규혁이 그 녀석처럼 너무 일찍 포기했다고 술 먹고 징징거리지는 않을 자신이 있어.”
여전히 안병영을 죽도록 싫어하는 그의 동기와 달리 좁은 프로야구판에서 몇 안 되는 동문으로 몇 년이나 지지고 볶았던 그는 안병영이라는 남자가 이제는 싫지 않았다. 당시 그가 보여줬던 그 비뚤어진 경쟁의식을 옹호할 생각은 없었지만 10년이 넘는 세월은 그 싫었던 과거조차 희미하게 만들만큼 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가게는 뭐 하시려고요?”
“아, 이거 진짜 끝내주는 아이디어인데. 너 듣고 따라하면 안된다?”
“뭔데요?”
“내가 생각을 해봤거든? 우리 모임 같은 거 하면 고기 먹자는 애들이랑 회 먹자는 애들로 나뉘잖아? 그러니까 한 가게에서 그걸 동시에 다 파는 거지. 어때? 대박 아이디어 아니냐?”
······.
“장난 아닌데요? 소고기도 먹고 회도 먹고. 근데 선배 저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뭔데?”
“어차피 불판도 있으니까 조개도 같이 팔면 되는 거 아니에요? 태종대에 조개 먹으러가면 가끔 난 고기 생각나고 그러더라고요.”
“오, 그거 기깔나는 아이디어네.”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이제 사업가로 변신하겠다는 선배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유진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모든 것을 불태웠기에 후회는 없다.
그날 저녁 조유진은 꿈을 꿨다.
사람들이 가득한 다저 스타디움. 마운드에 최수원이 올라왔다.
하지만 2028년의 그 앳된 녀석이 아니었다.
서른을 목전에 둔 나이. 바로 며칠 전에 영상통화를 했던 그 얼굴이 세상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거 말고.’
어느새 조유진은 관중석이 아닌 경기장 안에서 육중한 보호장비를 걸친 채 홈플레이트 반대편에 앉아 미트를 내밀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최수원이 크게 와인드업했다.
한순간 번쩍이며 날아드는 야구공이 조유진의 미트에 강하게 틀어박혔다.
-뻐어어엉!!!!
10년.
녀석이 미국행을 택한 이후 무려 10년 만에 받아보는 녀석의 빠른 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조유진은 자신이 다저 스타디움이 아닌 안방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쩌면 2년 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 꿈이 단순히 꿈이 아닌 현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 그에게 오퍼를 넣었던 구단이 양키스가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스플릿 계약을 뚫고 빅리그에 콜업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녹록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새벽 4시의 새벽 감성 앞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선배, 저 타격폼 좀 봐주세요.”
“타격폼?”
“네, 160이상 강속구 공략하고 싶어서요.”
“갑자기? 흐음······. 하긴 요즘 애들 속구 구속이 좀 올라오긴 했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160까진 필요 없을 텐데? 한 155정도만 되더라도······. 아, 잠깐만. 쪼유 너 설마?”
LA에서 코치 연수를 끝내고 불과 2년 만에 마린스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규만은 3년의 임기를 채우고 짤렸다. 성적 부진이 이유였다. 실제로 그는 감독에는 그리 대단한 재능이 없었다. 그의 커리어는 감독 자리에 합당했지만, 그의 성정은 그렇지 못했던 탓이다.
하지만 타격 코치로서 그의 능력은 진짜배기였다. 불행이라면 그의 커리어가 워낙에 대단했던 탓에 그를 타격 코치로 부리려는 감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스포테이너의 길은 활짝 열려 있었으니까.
“규혁이 형. 일주일에 5번. 사직으로 출장 좀 가능합니까?”
“어? 갑자기?”
“돈은 많이 못 드리는데. 대신 나중에 이력서에 메이저리거 조유진의 전담 피지컬 트레이너라고 올릴 수 있게 해드릴게요.”
“아니, 돈이야. 뭐······. 어차피 나 요즘 체육관도 안정돼서 시간을 빼는 거야 가능하긴 한데.”
일찌감치 프로를 은퇴했지만, 창원과 부산에 대형 스포츠센터를 다섯 개나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가 된 조규혁 역시 기꺼이 그를 도왔다.
“야, 쪼유. 요즘 너 재밌는 거 준비한다며? 형도 뭐 도와줄까?”
“네, 안 그래도 부탁 좀 드리려고 했었어요.”
“오, 뭔데?”
“나중에 와이프 설득할 때 좀 도와주세요.”
“!?”
“아니, 형이 그런 거 잘하잖아요. 여자 막 홀리는 말 같은 거.”
“야, 인마 그거랑 이게. 아니 그리고 설마 너 지금 와이프랑 뭐 논의한 것도 없이 혼자 그냥 결정 내리고 이러고 있는 거였어?”
“네.”
“와, 이 새끼 진짜. 용자네. 용자야.”
은퇴 이후 각종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이정훈 역시 그를 돕겠다고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다. 아, 물론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정말로 최선을 다한 2년이었다.
─마린스!! 6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
─서른 살에 기량 만개? 0.286/0.371/0.463. 조유진. 커리어 4번째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
두 번째 FA를 앞두고 타격 커리어 하이.
비록 뜬금없이 35살에 커리어 하이를 찍어버린 팀 동료 이주혁 덕분에 MVP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논해보기에는 부끄럽지 않은 성적이었다.
─마린스 시리즈 5차전 11:9 아쉬운 패배!!
─마린스 한국시리즈 진출 무산. 실패로 끝나버린 11년 만의 우승 도전.
“네, 올해가 제 계약 마지막 해였고, 이왕이면 지금 미국에서 뛰고 있는 제 친구처럼 멋지게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참 아쉽습니다.”
“유종의 미라고 하심은 마린스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 뭐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네, 아무래도 일단은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아, 뭐 그렇다고 KBO에 다른 팀으로 간다는 말은 아니고요. 많이들 예상하시는 것처럼 저 미국에 다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조유진의 폭탄선언.
사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조유진의 신분 조회를 요청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선수 본인의 입으로 선언이 나오는 것은 그 파장이 또 다르다.
여기저기서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댓글과 부정적인 댓글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야, 조유진을 누가 데리고 가냐? 솔직히 마린스니까 4년 100억이나 준 거지. 27살에 2년 300만. 그것도 스플릿으로 제의 받았었는데 30살? 잘해야 단년 150만 본다.
─포수가 OPS만 0.834에 수비로는 리그 최상급인데 무슨 헛솔?
─응 마이너에 0.9치는 포수들 널렸쥬?
─PCL에 포수로 0.9친 애가 딱 넷있네. IL에는 하나도 없고. 근데 PCL은 올해 리그 평균 OPS가 0.821이었고 KBO는 0.713이었는데 이게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냐?
─응, 빠른공 공략 못하면 빅리그 못감. ㅅㄱㅇ
─이번 시즌 조유진 155이상 빠른 공 리그에서 일곱 번째로 잘 친 타자임.
물론 인터넷에서 그들이 어떻게 떠드는지는 실제 결과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유진. 총 세 개 팀에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스플릿 계약인가요?”
“오우, 그럴 리가요. 그런 건 애초에 받지도 않았고, 그들 역시 그런 시간 낭비는 없었습니다.”
계약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계약을 맺은 팀은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래, 필리건으로 유명한 바로 그 팀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필리스라고 볼 수 있는 마린스에서 무려 12년을 뛴 선수였다. 그들이 얼마나 극성맞건 자신이 있었다.
그래,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