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86)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86화(386/404)
386화. 외전3) 그는 어떻게 메이저리거가 되었나?(2)
본래 선발 주자의 성공은 후발주자들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수원의 놀라운 대성공은 KBO의 선수들을 크게 자극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큰 대성공이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앞서 달리는 선수는 훌륭한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지만, 시속 100km/h로 달려가는 자동차가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끔 달리는 차를 보고 그 차만큼 빠르게 달리고 싶어하는 인간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 가운데는 두 다리 대신 자전거 정도는 되는 기구를 타고 달리는 인간도 있는 법이고.
백하민이 그러했다.
그는 최수원이 떠난 마린스에서 7년을 더 뛰었고 프로 8년 차와 9년 차에는 각각 2.11과 2.31의 평자책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최동원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결과 27살의 나이로 조유진보다 1년 빨리 FA 자격을 얻었던 백하민은 마찬가지로 미국 진출을 선언했었고 조유진과는 다르게 진출에 성공했다.
4년 8천만.
백하민이 LA 다저스와 계약한 금액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옵션이 잔뜩 붙어 있기는 했다. 그는 KBO에서 커리어를 보내는 동안 여기저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팔꿈치의 인대 부분이 그리 썩 좋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20이닝 이후로 10이닝마다 보너스가 붙어서 180이닝을 채워야 했으며 개막전 로스터 포함은 물론 경기 수와 올스타를 비롯한 각종 시상에 관련된 보너스까지.
사실 기본액수만 따지면 4년에 고작 1,800만 달러로 물론 KBO에 남는 것보다 1.5배에 가까운 금액이기는 했지만 미국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모험을 치르는 댓가 치고는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백하민은 과감하게 미국행을 선택했다.
“출장 경기 수에 관한 옵션은 최대 30경기까지이고 선발이라는 독소조항은 제거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럼으로써 이건 다저스에서 최대한 하민 선수를 선발로 기용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 돼버렸죠.”
다행히도 과거 마에다 켄타라는 다저스식 사기 계약의 선구자가 있었기에 출장 경기 옵션에서는 선발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하민 선수. 몇 번이나 말했지만 이건 정말 좋지 않은 계약입니다. 차라리 4,800만 달러를 불렀던 로키스 쪽이 훨씬 좋은 제안이었을 겁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금액보다는 더 뛰기 좋은 환경이 우선입니다. 어차피 돈은 250억이나 500억이나 1,000억이나 저한테는 평생 쓰고 남는 돈인 건 똑같아요. 아쉬운 건 트레이드 관련 조항인데······. 뭐 이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네, 트레이드 거부권은 그쪽에서 워낙에 완강하여. 그래도 트레이드 무제한 400만 지급 조항 정도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될 겁니다.”
“그렇겠죠. 최소한 내 실력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에서는요.”
최수원은 대한민국에 새롭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야구선수라는 꿈을 심어주었지만, 기존의 선수들에게 MLB행을 택할 용기를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백하민은 달랐다.
171이닝 4.11
147.2이닝 4.07
시즌 아웃
그리고 183이닝 3.18
백하민은 다저스와 맺었던 4년 8천만 달러 가운데서 총 5,720만 달러를 수령했다. 하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32세부터 38세를 커버하는 7년 2억 달러.
2039년 현재 총액 기준으로 3억을 넘어가는 계약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연평균 3천만에 가까운 계약은 분명 에이스급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계약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고작 1년 반짝한 투수. 그것도 커리어 내내 부상 이슈가 있던 투수를 고작 1년 반짝한 거로 7년 2억이나 준 것이 참으로 어메이징답다는 평가가 있긴 했지만 다른 팀에서도 4년 혹은 5년. 1.3억에서 1.7억 사이의 금액이 비딩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건 어메이징한 팀이 또 어메이징했다기 보다는 그냥 시장이 미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수원의 성공은 다른 KBO 선수들을 자극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하민의 성공은 다른 KBO 선수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최수원이 KBO에서 세웠던 기록이 규격 외의 무언가였다면 백하민이 KBO에서 세웠던 기록은 훌륭하지만, 유례가 없는 기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메이저리그는 언제나 그렇듯 냉정했다.
하지만 청운의 꿈을 안은 수많은 선수들은 그 냉정함 속에서도 메이저리그로 향했고 그 가운데는 필리스와 2년 6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조유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뉴욕 메츠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시리즈 2차전 경기!!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중계를 맡은 캐스터 이주형.] [해설자 박동식입니다.] [자, 오늘 경기 오래간만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간의 맞대결입니다!! 박동식 위원님은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일단 현재 NL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메츠와 동부지구 4위인 필라델피아 필리스. 아무래도 무게추는 메츠 쪽에 많이 기울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오늘 우리 한국팬분들이 기대하는 코리안 메이저리거간의 맞대결 역시도 상대 전적을 보면 7타수 무안타로 백하민 선수가 조유진 선수를 압도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이 아무리 실력 차이가 나도 3번 싸우면 한 번은 이기는 종목이잖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공은 둥글고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것이 또 야구의 매력이죠. 자, 말씀드리는 순간 마운드에 백하민. 백하민 선수가 올라옵니다. 올해로 서른셋. 아, 이제 생일을 지났으니 서른넷이네요.]투수치고는 작은 키.
하지만 그 키를 꽉 채우고 넘치는 단단한 근육. 몇 년을 자르지 않은 장발에 마찬가지로 몇 년은 기른 것 같은 긴 수염. 두꺼운 전완근에 드문드문 보이는 문신까지.
젊었던 시절 꽃미모로 유명했던 백하민은 없었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그대로였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바이크를 타는 근육 돼지 갱스터 같은 남자가 글러브 안의 야구공을 몇 차례 매만졌다.
부상 당시 새로운 피지컬 인스트럭터를 만나 16개월 만에 무려 21kg을 증량하는 데 성공한 백하민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부상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투수라고 봐도 무방했다.
21kg을 증량했다고 구속이 극적으로 증가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 그리고 부상의 위험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부우웅!!!
“스트라잌!!! 아웃!!!”
92.7마일의 슬라이더.
리그의 모든 슬라이더를 통틀어 구종 가치 4위.
슬라이더 하나로 빠져나가는 공, 떨어지는 공, 오프 스피드 피치까지 모두 해결하는 KBO 출신의 투수다운 공들이 필리스의 타선을 제압했다.
-딱!!!
물론 모든 타자가 방망이를 붕붕 돌린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리그 4위라고 해도 필리스의 타자들 역시 메이저리그의 타자였고 총액 2억짜리 투수라고 해도 백하민은 평자책 3점대의 투수였으니까.
볼넷과 안타가 모여 점수로 이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마운드에 선 투수는 20대의 애송이가 아니었다. 앞으로 선수로 뛸 날보다 지금까지 선수로 뛰었던 날이 3배는 긴 34세의 베테랑.
백하민이 흔들리지 않고 피칭을 이어갔다.
-부우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아!! 조유진 선수 5구째 몸쪽 높은 공에 헛스윙 삼진!!] [지금까지 5경기 연속 무안타를 이어오고 있는 조유진 선수.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너무 조급해요.]그리고
-따아악!!!
[쳤습니다!! 알렉산더 맥도웰!! 큼지막한 타구!! 좌중간!! 좌중간 담장을!!! 넘어!! 넘어갔습니다!! 시즌 37호 홈런포를 기록하는 알렉산더 맥도웰 선수!!] [와, 기어코 여기서 또 홈런을 추가하네요. 이걸로 커리어 통산 631호. 알렉산더 맥도웰 고작 15시즌 만에 켄 그리피 주니어의 630홈런을 넘어 631번째 홈런을 기록합니다. 메이저 최다홈런 역대 일곱 번째 기록입니다.] [이 선수도 진짜 참 대단한 선수예요. 15시즌 만에 631홈런. 심지어 15시즌을 뛰었는데 이제 고작 서른셋이거든요. 이대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커리어 700홈런은 물론이고 배리 본즈의 762홈런도 충분히 노려볼 만합니다.] [네, 아무래도 검정고시로 남들보다 2년 빠르게 드래프트 된 것이 정말 신의 한 수라고 봐야겠죠.]1, 2점 정도 내줘도 괜찮다.
팀에는 그것 이상으로 점수를 가져올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으니까.
7이닝 2실점.
백하민이 커리어 49번째 승리를 챙겨왔다. 그리고 조유진은 여섯 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했으며 이번 메츠와의 시리즈를 기점으로 필리스는 지구 4위에서 지구 5위로 떨어졌다.
휴식일 없이 이어지는 홈 경기.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 K가 적힌 플랜카드들이 반입됐다. 오늘 선발로 등판하는 투수의 탈삼진을 응원하기 위한 플랜카드는 당연히 아니었다.
-부우우웅!!
“스트으라잌!! 아웃!!!!”
[아!! 지금 카메라가 잠깐 관중석을 잡았는데요. 이거 아무래도······.]해설자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무려 17개의 알파벳 대문자 K
그랬다. 그 대문자 K는 조유진이 마지막 안타를 친 이후 지금까지 기록한 삼진의 숫자였다.
‘Go back to your Fxxx country’와 같은 욕설은 양반이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들이 여기저기서 크게 울려 퍼졌다.
조유진이 5년 전 처음 미국 진출을 타진했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언어 능력이었다. 덕분에 필리건들의 거친 욕설이 실시간으로 해석되어 그의 귀에 쏙쏙 틀어박혔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헤이, 브로. 신경 쓰지 마. 저 쓰레기 새끼들은 항상 저런 식이니까.”
“고마워.”
“고맙기는. 나 때는 내 얼굴 그려진 마스크 가져와서 입에 구멍 뚫더니 거기에 남자 x이 그려진 걸 넣었다 뺐다 하면서 조롱했는데. 그거에 비교하면 저 KKK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 그래. 참 크게 위로가 되네.”
“죽여버리고 싶은 놈들이지만 그냥 꾹 참고 잘해버려. 그러면 또 내 부랄이라도 빨아줄 기세로 달려드니까. 아마 멀티 홈런 정도 치면 진짜로 빨아주겠다고 나설 수도 있어.”
그래.
결국, 야구다. 사실 표현만 조금 달랐지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 경기 부진하면 욕을 먹고 다시 멀티 안타라도 몇 경기 기록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칭찬하기 바쁘다.
조유진은 이미 야유를 환호로 바꿔 본 경험이 있었다.
어디를 가건 야구의 본질은 같다.
그러니까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뭐라고? 마이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 계약서에 분명히 마이너 거부 옵션이 있는데 마이너라니.”
“어, 우리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마이너 or DFA. 선택은 네 몫이야.”
39시즌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3주.
경기가 끝난 직후 조유진에게 폭탄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