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91)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91화(391/404)
391화. 외전4) 그리고 커리어하이.
“양키스가 미쳤네. 10년 5억 8천만? 최근에 여기저기 아프다는 소식밖에 안 들리는 서른 짜리 선수를 10년 5억 8천만을 준다고?”
“최수원이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년이나 할 거면 AAV라도 낮던지. 이건 아무리 봐도 호구 제대로 잡힌 것 같은데?”
“부상이니 뭐니 해도 리그에 최수원 만한 선수가 없잖아. 우승 하고 싶으면 질러야지. 메츠도 그래서 마지막까지 따라왔던거고. 듣기로는 조건도 거의 비슷했는데 최수원이 그냥 양키스 선택해준거라고 하던데?”
“메츠가 이거랑 비슷하게 따라왔다고? 거기 지금 이미 사치세 졸라 내고 있는 거 아니야?”
“기둥 뿌리를 뽑아서라도 왕조 만들면 그게 이득이지. 솔직히 만약 여기서 최수원 놓쳤잖아? 우리 밤비노 되지 말란 법 없다.”
“그게 이거랑 같냐? 그건 꼴랑 12만 5천 달러였고. 이건 어? 5억 8천만 달러고. 금액이 다르잖아 금액이.”
“시대 적용하면 밤비노도 꼴랑이라고 말할 게 아니지. 그때 양키스 구단 가격 자체가 50만 달러가 안 하던 시절이었다는데. 지금 양키스가 한 100억달러 정도 하니까 굳이 비율로 말하면 25억 달러쯤 되는 가치였을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야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최수원의 10년 5억 8천만 달러 계약에 관해서 떠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금액이 오버 페이다.
아니다. 최수원이라는 가장 비탄력적인 재화를 생각해보면 적절한 금액이다. 오일 머니를 받고 중동으로 가는 축구선수들을 생각해봐라.
틀렸다. 아예 다른 리그로 가는 선수와 같은 리그 선수들을 동일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2039년 겨울.
이적시장은 최수원으로 시작해서 최수원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대부분이 인정하는 것은 양키스가 최수원의 함정에 빠졌다는 점이었다.
그는 우승을 위해서는 놓아서는 안 되는 선수다.
그리고 양키스는 항상 우승을 노려야 하는 팀이다.
하지만 현재의 양키스는 우승을 노릴만한 상황이 아니다.
몇몇 언론들은 양키스가 최수원과 맺은 계약이 최수원 양키스 양쪽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마치 2010년대 에인절스가 트라웃의 전성기를 낭비했던 것과 같은 꼴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양키스는 작년 11번째 우승이 어려워졌을 때 최수원을 비싼 값에 내놨어야 했습니다. 그때의 최수원이라면 리그의 그 어떤 유망주 세트라도 구매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이나 마찬가지였죠.”
물론 모두가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만을 늘어놓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당장의 1, 2년은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시대, 아니 어쩌면 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입니다. 그를 중심으로 유망주들의 기량을 끌어 올리고 부족한 지점을 약간만 보충한다면 양키스는 얼마든지 다시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몇몇 이들은 양키스는 본격적인 탱킹이 필요한 팀도, 그리고 그런 탱킹이 가능한 팀도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2040년.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이것 참······. 최수원 아닌 사람은 서러워서 살 수가 없네? 내가 어? 이번 시즌 끝으로 은퇴한다고까지 발표했는데 온통 최수원 찾는 사람밖에 없잖아?”
“이 친구야.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야구 좀 잘하라고 누누이 말했잖아.”
“어이고, 죄송합니다. 야구를 거의 20년을 했는데 누구랑 다르게 올스타라고는 고작 10번 나갔고 MVP 하나 없이 꾸역꾸역 그냥 골드글러브랑 실버슬러거나 몇 개 수확한 게 전부인 야구 못하는 몸이네요.”
“그래도 사과 하나는 잘 하네. 그래, 이 바닥에서 야구 못하면 사과 해야지.”
“뭐 인마?”
올해로 서른아홉 살과 서른두 살의 대화라고는 믿기 힘든 유치함.
앤서니 볼피가 최수원의 팔을 툭툭 두들겼다.
“몸 단단한 거 보니까 제대로 준비는 한 것 같네. 다리는 괜찮은 거지?”
“어, 괜찮은 수준 이상이지.”
앤서니 볼피가 최수원을 바라봤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범상한 놈은 아니었다. 적어도 은퇴할 때까지 MVP 하나 정도는 충분히 따겠구나 싶은 그런 녀석이었다. 물론 MVP를 하나를 넘어서 무려 7개를 따내고 이 시대 최고를 넘어서 170년 야구 역사 속 GOAT를 논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거봐, 아쉽지?”
“그래. 아쉽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번복해. 작년에 뛰는 거 TV로 보니까 그래도 2, 3년은 거뜬하겠더만.”
“작년 내 성적은 보고 말하는 거냐?”
“그거야 풀타임으로 선수단 관리까지 하면서 뛴다고 피곤해서 그런거지. 나 돌아왔으니까 자잘한 일 나한테 맡기고 중간중간 휴식일도 좀 챙겨가면서 뛰면 되잖아.”
“노인공경이냐?”
“연장자 우대지. 야구는 잘 못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 대우받을 만큼은 열심히 했잖아.”
“됐어. 난 물러날 때를 아는 이의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남을거다.”
“내가 은퇴하는 선수들 여럿 봤는데, 그렇게 은퇴한 선수들 치고 1, 2년만 더 뛸 걸 하면서 후회 안 하는 선수 없더라. 30개 팀 모두가 계약 안 하겠다고 할 때까지 뛰고, 메이저에서 찾는 팀 없으면 한국이나 일본 가서 꾸역꾸역 더 뛰다 은퇴하는게 최고야.”
“됐어. 돈이야 어차피 벌만큼 벌었고.”
“돈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야구 그만두면 심심해서 어쩌려고. 사회인 야구 하려고 해도 몇 년 지나야 하는 거 알지?”
“뭐 골프나 치면서 한 4, 5년 보내면 동판에 얼굴도 새길 거고. 그러면 사회인 야구 시작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 동판, 양키 스타디움 말하는 거지? 쿠어스 말하는 건 아니지?”
“야, 나 야구 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했거든? 작년에 2,500안타 채웠을 때 ‘이대로 은퇴해도 쿠어스 거의 확정적이다.’ 뭐 그런 말 많았거든?”
“그거야 뉴욕의 호들갑이고. 아무리 그래도 3,000안타는 채워야지. 보니까 한 4년만 더 뛰면 어찌어찌 가능할 것 같더만.”
최수원의 너무나도 열렬한 구애에 앤서니 볼피가 쓰게 웃었다.
“너도 나이 먹어봐라. 그게 어디 쉽나. 몸이 내 마음 같지가 않아요. 컨디션 좋은 날이야 좋지. 근데 그런 날이 162경기 중에서 절반도 안 돼. 이제는 쉴 때가 된 거야.”
“······.”
그래, 허전할 것이다.
녀석은 너무 어린 나이부터 가장 위대한 선수였다. 그와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모두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들이었고 새로운 어메이징 양키스를 만들어 냈던 원년 멤버들 가운데 이제 남아있는 건 볼피 자신과 올해 또 꾸역꾸역 단년 계약을 맺은 도밍고, 그리고 오스왈드 웰스 정도다.
“아, 모르겠고. 일단 이번 시즌 뛰어 보고 결정해요. 장담하는데 뛰어 보잖아? 그러면 마음 무조건 바뀐다. 도밍고도 벌써 몇 년이나 새해 다짐처럼 은퇴한다고 저러고 있잖아.”
글쎄. 그거야 도밍고 저 녀석도 수원이 네 녀석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시대의 지배자 소리는 들을 만큼 대단한 선수이기 때문 아닐까? 나는······.
앤서니 볼피가 속에서 올라오는 말을 꾹 눌러 삼켰다.
2040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 양키스는 8승 13패를 기록했다.
***
-따아악!!!
정통으로 두들겨 맞은 타구가 시원하게 담장을 넘어갔다.
이제 고작 2회 초.
Welcom to MLB포를 얻어맞은 박유준이 이를 꽉 깨물었다.
“수원, 네 후배 저러다 울겠는데?”
“그런 놈 아니야. 겉으로는 곰 같아 보여도 얼마나 영악한 녀석인데. 머릿속에 나름 계산이 다 서 있을걸?”
박유준. 나의 고등학교 2년 후배다.
내가 프로에 간 이후로 고한결과 함께 중앙고를 아주 훌륭하게 이끌었고 단 하나도 프로 무대에 진출시키지 못했던 윗기수와는 다르게 무려 4명이나 프로 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중앙고 개교 이래 최대기록으로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아무튼 그렇게 프로에 진출했던 4명 가운데 유일하게 프로에서 선발로 성공한 선수이기도 했다. 솔직히 실링만 보면 메이저 그것도 양키스만한 팀에 진출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러 가지로 운도 좋았고 때도 맞았다.
시원하게 홈런 한 방을 내준 녀석이 침착하게 볼넷과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으아, 역시 메이저리그. 어렵네요. 설마 바깥쪽으로 빠지는 체인지업을 걷어내서 담장을 넘겨버릴 줄이야······.”
“안 빠졌어. 살짝 걸쳤지.”
“그랬나요?”
리그 전체로 따져본다면 4선발과 5선발의 경계.
솔직히 전성기 우리 팀을 기준으로 한다면 선발은커녕 스윙맨도 간당간당한 실력인데 이 녀석이 지금 우리 팀의 4선발이다. 팀의 뎁스가 그만큼 엉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우승을 노릴 수 없는 전력인가를 묻는다면 글쎄······.
***
객관적으로 봤을 때 2040시즌 뉴욕 양키스는 절대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물론 그럼에도 가능성 자체는 존재했다. 사람들은 최수원의 10년 5억8천만이라는 크고 아름다운 계약에 현혹됐지만 사실 최수원의 10년 5억 8천만짜리 연장계약은 지금 당장 양키스의 재정에 무리가 되는 계약은 아니었다. 아니 심지어 페이롤만 따지자면 100만 달러를 덜어내는 계약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연평균 5900만 달러짜리 5년 계약을 연평균 5800만짜리 10년으로 바꾼 셈이었으니까.
물론 AVV 낮추자고 유동성 묶어버리는 멍청이는 없다. 그러니 저 크고 아름다운 연장계약은 최수원을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보였다고 봐야했다. 하지만 양키스의 재정은 겉으로 보는 것만큼 결코 심각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최수원이라는 선수가 만들어 내는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양키스는 YES 네트워크라는 자체 채널을 통하여 매우 충분하게 만끽하고 있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꾸준한 포스트시즌 진출.
앞선 10년과 같은 압도적인 시즌이 없어도 좋다. 그 가운데 한두 번이라도 우승을 더해준다면 나쁘지 않은 장사다.
양키스의 전문경영진들은 그렇게 판단했다.
외부의 시선은 부정적.
내부의 기대치 역시 우승까지는 기대하지 않는 상황.
그 속에서 양키스는 4월과 5월 46승 12패를 기록하며 양대리그 최고 승률을 달성했다.
“아니, 잠깐만. 뭐지?”
“대체 왜······이기는 거지?”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몇 년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역시 너무 어린 나이부터 혹사당한 선수는 노쇠화도 빨리 온다.’ ‘이제 그도 유리 몸이 되가고 있다.’와 같은 평가를 듣던 최수원이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4월과 5월을 보낸 덕분이다.
11경기 등판.
9승 1패.
78이닝 6실점 ERA 0.69
매일 볼넷으로 출루하며 저장된 체력을 완벽하게 피칭으로 방출하는 괴물.
그렇다고 승부를 걸면 언제 담장을 넘길지 모르는 미친 타자.
지난 겨울 시즌.
10년 5억8천만 달러에 왈가왈부하던 이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과거의 게시글들을 조용히 삭제하기 시작했다.
2040년.
진작에 완성됐던 타격.
그리고 슬라이더를 더함으로써 마침내 완성된 피칭.
─최수원 커리어하이의 동의어는 GOAT다.
역대 가장 강력한 최수원이 강제로 팀의 멱살을 잡아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