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94)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94화(394/404)
394화. 외전6) 파티원 모집(2)
─스포츠가 흥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감동이며 그 감동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은 거대한 스토리다.
롭 맨프레드의 뒤를 이어 MLB의 커미셔너 자리에 오른 호아킨 페레즈의 신조였다.
그건 그의 전임자인 롭 맨프레드가 스타 마케팅에 집중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 보였지만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롭 맨프레드가 스타에 집중했던 것은 결국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호아킨 페레즈에게는 최수원이라는 주인공이 있었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는 지난 13년 동안 매우 잘 먹혀왔다. 특히 최근 양키스의 우승이 한번 좌절되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잠깐 느슨해졌던 인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는데 작년 월드시리즈 6차전 실시간 시청자 수는 무려 8,971만으로 NFL의 컨퍼런스 챔피언십조차 확실하게 넘어서는 수치였다. 작년 한 해 미국을 기준으로 이보다 더 높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방송은 슈퍼볼이 유일했다.
TV방송의 한 패널이 2042시즌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했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뉴욕 메츠. 그리고 그다음은 전통의 강호 다저스. 세 번째는 양키스라고 생각합니다.”
“양키스가 세 번째라······. 최근 2년 연속 우승 반지를 손에 넣은 팀에게 조금 박한 평가 아닌가요? 특히나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인 최수원이 건강하게 버티고 있는데 말이죠.”
“하하, 그렇기 때문에 세 번째 자리를 준 겁니다. 솔직히 최수원이 없었다면 양키스는 지구 우승도 힘든 전력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번 윈터리그 양키스의 프런트가 제대로 할 일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실책은 도밍고 로드리게스 선수를 놓친 거라고 보고요.”
“도밍고 로드리게스 선수라면 역시 최수원 선수를 제외한다면 단 둘 밖에 남지 않은 그레이트 양키스의 원년 멤버라는 상징성 때문일까요?”
“상징성도 상징성이지만 41시즌 도밍고 로드리게스 선수 같은 경우 무려 179.1이닝을 소화하면서 4.17의 준수한 평자책을 기록했어요. 게다가 포스트시즌에서는 5경기 31이닝 9실점. 2.61의 평자책을 기록하면서 본인이 어째서 빅게임 피쳐인지를 명확하게 증명했고요. 물론 올해로 43세의 투수에게 2년짜리 계약. 심지어 40M에 가까운 계약을 준 건 메츠니까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양키스는 그를 대체할만한 선발을 수급했어야 했는데 거기에 실패했다는 점이 아주 큰 문제입니다.”
작년에 비해서 명확하게 약해진 전력. 반면 준우승 팀이었던 메츠는 확실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생각해본다면 이건 그 결과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메츠의 야구에는 감동이 없다고요. 슈퍼팀은 반지는 차지할 수 있을지언정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는 법이거든요.”
“글쎄요. 이건 NBA에 있었던 르브론 제임스의 슈퍼팀과는 경우가 좀 다르지 않나요? 아무도 악의 제국을 슈퍼팀이라고 하지 않잖습니까. 이건 페이컷 같은 거 없이 어디까지나 제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글쎄요. 단어의 사전적 정의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른 경우도 종종 있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지금까지 양키스는 탑독으로 군림해왔습니다. 그들을 상대하는 팀은 언더독효과를 누릴 수 있었죠. 하지만 올 시즌. 양키스는 지난 14년 가운데 무려 12년 동안 우승했던 탑독 중의 탑독임에도 불구하고 언더독과 비슷한 포지션에서 싸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 여기서 양키스가 탑독의 콧잔등을 제대로 후려갈길 수 있다면 전 그 순간이야 말로 이 시대. 양키스라는 팀의 신화가 완성되는 순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양키스에 가장 호의적인 패널이 보내는 양키스와 최수원에 대한 축복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 MLB의 팬들 가운데 태반이 양키스의 팬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짧은 대화가 각종 커뮤니티를 점령하는데 걸린 시간이 불과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젠장, 뭐 한 거라고는 맨날 두들겨 맞는 것밖에 없었는데 악당이 돼버렸잖아?”
“그러길래 살 좀 빼라니까. 하민 넌 5년 전에는 납치당한 피치 공주였는데 지금은 누가 봐도 쿠파잖아.”
백하민이 웃었다.
알렉산더 맥도웰의 말처럼 확실히 이제는 악당에 더 가까운 웃음이었다.
“납치 당하고 빽빽 우는 피치 공주보다야 쿠파 쪽이 훨씬 낫지.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도밍고는 페이스 힐 턴인가?”
“페이스 힐 턴? 그게 뭔데?”
“악당한테 포섭당한 정의의 편?”
“아, 다스베이더 같은 거.”
언론에서 악당으로 보건 주인공으로 보건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봐도 그들의 전력이 양키스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너무 좋아하지들 말라고. 졸라게 두들겨 맞아봐서 알겠지만, 최수원 저거 완전 미친놈이니까.”
“바로 작년까지 끈끈한 프랜드십을 자랑하던 로드리게스 네가 할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흥, 여기서 수원이 녀석이랑 가장 안 친한 사람 꼽으라면 나 아닌가? 하나는 동향 출신의 10대때부터 친구였던 녀석. 또 하나는 평생의 라이벌이니 뭐니 하면서 매년 칠면조 함께 나눠 먹는 사이잖아. 안 그래?”
“뭐야? 알렉스 너 나한테는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굽는 거 그거 양키들이나 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어?”
“그래, 그건 양키들이나 하는 거지. 근데 내 와이프가 양키잖아. 아무튼,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올해야말로 우리가 똘똘 뭉쳐서 최수원을 왕좌에서 끌어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지.”
아주 오랜 패배.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온 패배.
혹은 프로 2년 차부터 이어온 패배.
그리고 마음속에 존재하는 열패감과 질투심.
그들은 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누구 하나의 감정이 아닌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감정이었으며 그 대상 역시 동일했으니까.
시즌이 흘러갔다.
***
브라이언 윌콕은 생각했다.
팀의 저 영감님들이 최수원에게 집착하는 것은 조금 오버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그래, 물론 그는 위대한 선수다.
브라이언 윌콕 자신이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그가 타고난 재능도 재능이지만 오타니 쇼헤이가 개척하고 최수원이 확장한 ‘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그는 최수원을 ‘유일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10년 전이라면 그는 거기에 걸맞은 선수였지만 등장 이후로 무려 14년이 흐른 지금 리그에는 투타겸업을 하는 선수가 이미 30명을 넘어갔고 그 가운데는 선발롤을 수행하는 선수도 무려 13명이나 된다.
이제 최수원은 그저 가장 뛰어난 커리어를 가진 투타겸업 선수일 뿐. 가장 강력한 투타겸업 조차 아니다.
‘그래, 지금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투타 겸업은 바로 이 몸이지.’
작년에는 조금 뒤처졌었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모두.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다. 적어도 브라이언 윌콕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부우우웅!!
“스트으라잌!! 아웃!!!”
이번 시즌 성공적으로 추가한 체인지업이 그 자신감을 한층 더 북돋웠다. 도밍고 로드리게스는 재수 없는 영감탱이였지만 그가 알려준 체인지업은 확실히 크게 도움이 됐다.
-따악!!!
알렉산더 맥도웰은 잘난 척 대마왕이었지만 그가 타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잘난 척이 어쩌면 잘난 척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전성기 도밍고의 피칭과 알렉산더 맥도웰의 타격을 한 몸에 가지고 있다는 최수원을 과연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약한 마음이 가끔 솟아났지만 그럴 때마다 34살이라는 최수원의 나이와 26살이라는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뭐, 올해가 아니라면 내년도 괜찮을 테니까.
영감님들이야 올해가 아니면 다신 최수원을 이길 기회가 없는 것처럼 굴지만 브라이언 윌콕 자신에게는 아직 창창한 미래가 남아있었으니까.
[넘어!!! 갔습니다!!] [7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는 캐럴 버튼의 쓰리 런!! 아, 메츠의 덕아웃이 지금 움직입니다.] [브라이언 윌콕 선수. 참 좋은 투수입니다만 이렇게 가끔 뜬금없이 홈런을 허용하는 것이 참 아쉽네요.]그래, 브라이언 윌콕 자신에게는 아직 창창한 미래가 남아있다.
***
2042년.
지난겨울부터 해서 나는 아주 작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팀을 옮긴 것 때문이냐고? 그래, 뭐 그것도 좀 혼란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이 바닥에 말년이 돼서 은퇴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어하는 선수가 한둘도 아니고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혼란에 빠진 이유는 바로 지금부터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 내가 시간을 거슬러 온 것이 2041년의 겨울이었다.
당시 나는 61홈런 치고도 MVP 투표에서 브라이언 윌콕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리고 토크쇼에서 세상 쿨한 척했지만, 사실은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했었다. 그리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붐!! 놀랍게도 어깨가 나가기 전인 고등학교 2학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사실 이제는 너무 옛날 일이라서 기억도 좀 흐릿했다.
하지만 내 서랍장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NEW ALL-TIME HOME RUN KING 이라고 쓰인 행크 애런의 사인 카드는 조금도 바래지 않은 모습으로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김없이 시즌은 시작됐고 나는 또 야구를 했다.
전체적으로 젊어진 선수단을 꾸려나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압도적인 커리어를 자랑하는 선수였고, 이제 막 메이저리그를 밟는 녀석들은 어린 시절 나의 플레이를 보고 자라난 삐약이들이었다.
아마 우리 집의 삐약이들도 얘들 반의반만 내 말을 들어먹는다면 아마 나는 세계 최고의 아빠 자리도 어렵지 않게 따냈을지 모른다.
물론 야구는 팀워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유기적인 전술이 개인의 기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 미식축구나 축구 혹은 하키와 같은 종목과 달리 야구는 결국 투수와 타자의 1:1 승부에서 시작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번 싸워서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고. 그리고 박빙으로 가져가게 될 나머지 한 경기를 가져올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정도는 그 끈끈한 팀워크로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길 경기는 이겼고 질 경기는 졌으며 아리까리한 경기를 꾸역꾸역 가져 왔다. 그리고 그렇게 시즌을 보내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패배보다 승리를 2할 5푼가량 더 많이 기록했다.
90승 72패.
와일드카드 승률 2위.
디비전에 직행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했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시즌을 치르는 동안 애송이들은 한층 단련됐고, 20대 초중반의 젊은 피들이라 그런지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런 큰 경기 하나하나의 경험들이 녀석들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디비전 시리즈.
그리고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나의 13번째 우승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