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95)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95화(395/404)
395화. 외전6) 파티원 모집(3)
월드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라스베가스를 비롯한 전 세계 도박꾼들의 집단 지성은 1.40 : 3.75로 메츠와 양키스의 우승 확률을 예측했다.
“이런 건 아무 의미 없어. 어차피 작년에도 우린 역배였고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우린 그때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 다들 알겠지만 난 17라운드 전체 514번이었어. 그해에 드래프트 됐던 선수 가운데 514번째 선수였다는 뜻이야. 누구도 내가 메이저에 올라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 아마 나를 드래프트했던 구단 관계자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하지만 나는 메이저를 밟았고, 올스타에도 선정이 됐고 지금 이 나이에도 이렇게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어. 확률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를 얼마나 믿느냐다. 고 양키스!!!”
─고 양키스!!!
항상 자신감 없고 어리버리하던 오스왈드 녀석이 저렇게 훌륭하게 클럽하우스 리더로 성장하다니 새삼 14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졌다. 물론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건 오스왈드 녀석만은 아니었다.
[자, 뉴욕 메츠 대 뉴욕 양키스. 뉴욕 양키스 대 뉴욕 메츠의 월드 시리즈 1차전. 여기는 시티 필드입니다.] [이번 시즌 아무래도 최강자는 뉴욕 메츠일 겁니다. 무려 103승 59패로 전체 승률 1위를 달렸었고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강적 다저스를 만났습니다만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리즈 스코어 4:0으로 매우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며 올라왔거든요. 반면 양키스의 경우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화이트삭스를 제압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것이 또 야구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양키스 같은 경우는 뭐랄까······. 우승이 좀 어울리는 팀이라고 해야할까요? 아, 물론 이런 말이 좀 그럴 수는 있습니다만 양키스가, 그것도 온전한 최수원이 뛰는 양키스가 우승에 실패하는 그림은 영 그려지지 않는단 말이죠.] [하하, 사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자, 과연 메츠는 양키스, 아니 최수원에게 최초의 월드시리즈 패배를 안겨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수는 있어도 일단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챔피언이 되지 못한 적은 없다는 최수원의 징크스가 이번에도 이어질까요. 경기 시작합니다!!]마운드에 우락부락한 모습의 산적두목 같은 사내가 올라왔다. 키는 180 남짓으로 그리 큰 키가 아니었는데 위에서 보면 몸이 정사각형이 아닐까 싶을 만큼 몸통이 두꺼웠다.
그래, 하민이 형이다.
하민이 형은 KBO에 있던 시절부터 꾸준히 벌크업을 해왔었다. 하지만 사실 거기서는 그렇게까지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1년에 기껏해야 2, 3kg정도? 그나마도 방심하면 다시 빠져버리는 것이 증량 자체가 나보다도 더 어려운 몸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는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체중이 쭉쭉 불어나더니 부상으로 1년 쉬는 사이에는 체중이 더 크게 증가해서 이제는 거의 120kg에 가까운 체중이다. 물론 180에 120kg이 모두 근육질일 수는 없었는지 이전과 다르게 뱃살도 제법 두툼하긴 했지만 아무튼 이전에 윌리엄이 유리대포라고 말하던 하민이형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강건했다.
[오늘 메츠의 선발 투수는 백하민. 백하민 선수입니다. 올해로 서른다섯. 투수로도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만 이 선수의 전성기는 바로 올해입니다.] [네,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빠른 속구가 98.7마일이었는데 올 시즌 처음으로 99마일의 벽을 깨트리며 시즌 평속이 무려 95.7마일. 리그에서 27번째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구속만 조금 빨라진 게 아니라 피칭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했는데요. 다저스의 제임스 뉴버그 선수와 함께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사이영 후보입니다. 올 시즌 메츠의 약진에는 이 선수의 성장이 톡톡히 한몫을 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를 상대하는 양키스의 선발은 조지 쿠퍼 주니어. 이번 시즌 161.2이닝 4.17의 평자책을 기록한 준수한 선발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무게감은 많이 떨어집니다.]마운드에서 공을 뿌리는 하민이 형의 모습에는 이전에 툭하면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수염이 숭숭 난 30대 중반 남자의 눈물은 10대 미소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꼴불견인 법이다.
-부우웅!
“스트으라잌!! 아웃!!”
까다로운 공이었다.
대기 타석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공의 위력이 느껴진다. 이번 시즌 나의 슬라이더는 비교적 많이 공략을 당한 덕분에 3년 만에 슬라이더 전체 가치 1위에서 2위로 떨어졌는데 그 자리를 차지한 게 바로 저 공이다.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3번 타자. 최수원. 최수원 선수가 올라옵니다.] [자, 최수원 선수 하면 포스트 시즌에서 어지간하면 방망이 못 휘두르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네, 맞습니다. 정규시즌 타율도 통산이 3할 7푼에 달하는 터무니 없는 타율입니다만 포스트시즌에 한정하면 무려 0.401로 4할이 넘어가는 타율을 자랑하거든요. 이건 뭐 너무 당연히 상대하면 안 되는 타자죠.]자동고의사구.
익숙한 전개였다. 백하민의 눈에서 분함이 뚝뚝 떨어지는 것 역시 익숙했다. 돌이켜보면 저 형은 항상 나를 저런 눈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그리고 그 가운데는 같은 팀으로 뛰었던 마린스 시절도 포함된다.
“하여간 이제 삼십 대도 절반은 흘려보낸 양반이 마음은 아직도 그 시절 소년 그대로라니까. 이게 참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역시 장가를 못 가서 그런 건가? 알렉스 넌 어떻게 생각하냐?”
“······.”
1루의 알렉산더 맥도웰이 답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언제까지 외야수로 뛸 것 같던 이 녀석도 1루로 내려온 지 벌써 2년 째다. 우리들이 모두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수원아.”
“어?”
“이번 시리즈만큼은 꼭 이길 생각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뭐 그리 진지하게 하고 있어. 나도 마찬가지야.”
두 걸음 반.
하민이 형이 견제구 하나를 던졌다.
“세잎!!!”
굳이 슬라이딩도 필요 없는 간격이었다. 뭐, 굳이 따지자면 투정이다. 나는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승부하고 싶었다. 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투정.
“그보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이기고 싶으면 그냥 양키스를 오라고. 너 이러다가 말년에 어? 마이크처럼 성불하러 우리 팀 오는 수가 있다?”
“아쉽지만 그 말은 이제 네가 나한테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된 이상 적어도 앞으로 몇 년은 우리가 계속 트로피 가져 올 생각이거든.”
확실히 스쿼드를 보면 그런 자신감을 가질만 하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째서인지 우리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뭐, 올해라서 특별히 그런 생각이 든 건 아니고 항상 그런 생각으로 뛰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알렉스.”
“어?”
“누가 그러더라. 너흰 로망이 없다고.”
“너희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마찬가지로 양키스도 2028년에는 로망 하나도 없이 우승했었잖아. 그리고 그게 시작이 됐었고. 안 그래?”
뭐지?
알렉스 주제에 제법 팩트로 승부를 걸어온다. 확실히 우리도 시작부터 로망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반격해야 할까 잠깐 고민하는 사이
-부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헛스윙 삼진.
마운드의 하민이 형이 그 얼굴에 어울리게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알렉스 녀석이 미트를 낀 손으로 내 엉덩이를 두어 번 툭툭 두들기고는 멋진 척하면서 자기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1차전.
하민이 형은 8이닝 동안 피안타 6개를 허용하며 고작 1실점으로 우리를 막아냈고 우리 조지 쿠퍼 주니어는 5이닝 만에 6실점을 허용했다.
─월드 시리즈!! 뉴욕 메츠의 기분 좋은 출발!! 1차전 9:2 대승!!
2차전.
우리는 선발 카드로 유준이를 내밀었다.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이 녀석은 아직까지 우리 팀에 선발로 붙어 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메이저리그에 매우 무사히 안착했다.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3년 합계 531.2이닝에 ERA 4.22라는 매우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는데 어느 팀을 가건 3. 4선발 롤 정도는 충분히 해낼 만큼 훌륭한 성적이었다.
다만 상대가 영 좋지 못했다.
브라이언 윌콕.
얼마 전 생일이 지나서 27살이 된 젊은 투타 겸업의 에이스. 이번 시즌 녀석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물론 AL에 그대로 있었다면 나에게 밀려서 MVP는 조금 힘들지 않았을까 싶지만 반대로 녀석이 AL에 그대로 있었더라면 나 역시 1위 표 10장 정도는 포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활약이었다.
161.2이닝에 2.23의 평자책.
0.282/0.345/0.587에 51홈런.
타율은 작년보다 좀 떨어졌지만 커리어 최초로 50홈런을 넘겼고 무엇보다 평자책이 2점대초반으로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닝만 한 30이닝 정도 더 소화했다면 하민이형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사이영 상 후보가 아니었을까 싶은 수준이다.
그리고 FA로이드의 기적이 시작됐다.
월드시리즈에서 4점대 투수가 이번 시즌 가장 강력했던 팀을 상대로 무려 8이닝 동안 피안타 4개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장면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대체 뭐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빅 게임 피쳐라고 불러주십쇼. 빅 게임 피쳐.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작년이랑 재작년에도 포스트시즌 성적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오늘 경기는 뭔가 한 껍질 더 깬 느낌이 들긴 했지만요. 뭐랄까?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랄까? 아, 에밀리. 방금 제 말은 조금 더 은유적으로. 영어에서 주로 쓰는 느낌으로 통역 좀 부탁해요.”
2차전 수훈선수로 선정된 녀석이 언론에서 보여준 이 뻔뻔한 모습은 전국 중계를 넘어 월드와이드로 세계에 송출됐다. 나중에 말하기를 바로 그 인터뷰 하나로 최소 1,000만 달러는 더 땡겨왔을 거라고 했는데 솔직히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갈만큼 사람들이 선발에게 원하는 똘기를 확실하게 보여준 인터뷰였다.
─양키스 시리즈 2차전 4:2 진땀승!!
─뉴욕에서 뉴욕으로. 열기를 더해가는 월드시리즈 3차전. 무대는 이제 양키 스타디움으로!!
─오랜 인연의 맞대결!! 최수원 그리고 도밍고 로드리게스!!
그리고 시리즈 3차전.
마침내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
“좀 어떻습니까?”
“괜찮지. 아주 괜찮아. 푹 쉬었고. 무대는 내가 가장 오래 던진 곳이잖아.”
“이길 수 있겠죠?”
조금 전 클럽하우스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을 때의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다 연기였다는 듯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는 그 질문에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알렉산더 맥도웰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해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랜 기간 리그 정상에 군림했던 저 타자는 그 놀라운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반지조차 끼어본 적이 없는 불운한 남자다. 그저 최수원과 동시대에 뛰고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말이다.
그렇기에 그가 어린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줬던 것처럼.
도밍고 로드리게스 역시 그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주기로 했다.
“느낌이 좋아.”
“어떤 부분이요?”
“본래 양키스에서 기적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놈은 최수원 그 녀석이거든. 그 녀석 전적을 보면 팀이 연패 할 때 꼭 터무니없는 짓거리를 저질러. 주인공병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증거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양키스가 연패한 이후가 아니잖아? 적어도 주인공 버프는 빠진 최수원이 상대니까 훨씬 가능성이 있는 셈이지.”
1회 초.
마운드 위에 최수원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