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97)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97화(397/404)
397화. 외전6) 파티원 모집(5)
거대한 흐름 앞에서 개인의 힘이란 얼마나 무력한가.
시리즈 5차전.
백하민은 팀의 무기력한 4연패를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했다. 1차전 8이닝 1실점에 이은 2차전 7.1이닝 2실점. 그 누구도 백하민이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밥값을 못 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할 것이다.
희망적인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무엇보다 이어지는 6차전은 박유준과 브라이언 윌콕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물론 앞선 2차전에서 박유준이 상상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두 사람의 실력에는 명백한 격차가 존재했다.
강력한 사이 영 컨텐더와 평범한 3, 4선발. 사실 둘의 맞대결에서 박유준이 완승을 거둔 것은 기적이라고 부를 만했다. 그리고 본래 기적이란 쉽게 일어나지 않기에 기적이다.
5회 초 브라이언 윌콕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갔을 때 박유준은 이미 2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더 잡아내고 안타를 하나 두들겨 맞았고 양키스는 지체 없이 불펜을 동원했다.
뒤를 보지 않는 불펜 운용.
이번 시리즈가 끝난 이후 평론가들은 그 6차전 경기를 그렇게 평가했다.
브라이언 윌콕은 분투했다.
1이닝을 더 무실점으로 막았고 7회에도 자신만만하게 마운드에 올랐다가 기습적인 솔로 홈런포를 한 방 두들겨 맞았다. 홈런을 친 타자는 톰 피터슨. 이번 시즌 고작 3개의 홈런밖에 치지 못한 루키였다.
메츠의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리고 브라이언 윌콕은 별다른 반박 없이 마운드를 양보했다.
여기서 과연 올바른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사람은 언제나 가지 않은 길을 궁금해한다는 점이다. 하물며 선택한 길이 ‘실패’로 끝이 났다면 더더욱.
시리즈 6차전.
메츠는 5:3으로 패배했고 알렉산더 맥도웰은 커리어 여덟 번째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를 때려눕힌 상대는 이번에도 뉴욕 양키스, 아니 최수원이었다.
***
“아버지!! 제발 좀!!”
“맞아요, 할아버지. 이번엔 아빠 말 좀 들으세요.”
“아빠. 애들도 저렇게 말하는데 좀 들어요. 아빠가 나 어릴 때 말해줬었잖아요. 매몰비용에 집착하지 말라고요.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항상 현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법이라고요.”
14인용의 커다란 식탁.
그것조차 모든 가족이 모이기에는 자리가 부족할 만큼 대가족을 이뤄냈지만 그 가운데 그를 이해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올해로 86세.
여러 가지 과학적인 방법들로 인하여 수명 조차도 어느정도 돈으로 살 수 있게 된 2042년 현재. 늙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스티브 코헨은 돈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빈민가의 평범한 86세 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만큼 나이들어 보였는데 그의 자식들은 그 가장 큰 원인으로 빌어먹을 메츠를 꼽았다.
돈은 돈대로 쓰지만 아무런 보람 따위 없이 스트레스만 그득 안기는 재액과도 같은 존재.
그래, 스티브 코헨 일가에게 뉴욕 메츠란 그런 존재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정말로 할 만큼 하셨어요. 단순히 선수단을 구성하는 데 돈을 쓰신 것도 아니잖아요. 프런트, 구단 시설, 코치진, 마이너리그의 환경까지. 솔직히 우리 메츠만큼 신경 쓴 구단이 어딨어요. 이건 투자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그냥······, 그러니까 그냥 최수원이죠.”
최수원.
그래, 최수원이다.
스티브 코헨의 민머리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것은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그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티브 코헨은 최수원에게 총 두 번을 까였다. 처음에는 빌어먹을 규정 때문에 양키스보다 더 많이 제안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충분히 알아먹을 수 있게 은유적으로 양키스보다 더 많은 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더 화가 난다. 이때는 대놓고 양키스보다 훨씬 많은 돈을 제시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옵션까지 추가한다면 그 조건의 차이는 더욱 더 극명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럼에도 메츠가 아닌 양키스를 선택했다.
“매몰 비용. 그래 분명 내가 그렇게 말했었지. 매몰 비용에 집착하지 말라고. 항상 현재를 기준으로 냉철하게 판단하라고 말이다.”
“네, 아빠. 맞아요. 제가 조금 알아봤는데 지금 메츠 정도면 원하는 곳이 제법 돼요. 당연히 투자한 금액만큼은 아니겠지만 지금이라도 털어버리세요.”
“멍청한!! 현재를 기준으로 냉철하게 판단하는데 어떻게 그런 판단을 내린단 말이냐. 월드시리즈에서 박빙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여기서 아주 조금만 더 힘을 가하면 최고의 자리를 얻어낼 수 있단 이야기라고 봐야지.”
“아빠!!! 그게 벌써 몇 년째인지 아시잖아요. 조금만 더 하면. 조금만 더 하면. 그렇게 사용한 돈이랑 시간이랑 마음. 아깝지도 않으세요? 엄마랑 휴가 갔을 때도 월드시리즈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왔었잖아요. 그게 엄마랑 마지막 여행이었고요.”
“네 엄마도 메츠가 우승하는 걸 꼭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거야 아빠가 너무 그걸 원하니까 그랬던 거죠. 아빠. 거울 좀 보세요. 대체 누가 아빠를 여든여섯으로 봐요. 백 살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이제 그만 메츠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그냥 편하게 아빠 좋아하는 낚시나 하시고 크루즈 여행이나 같이 가요. 네?”
스티브 코헨이 식탁에 둘러앉은 자식들. 손자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그래, 노인네가 너희들한테 물려 줄 돈 펑펑 낭비하는 것 같아서 싫겠지.”
“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사람이 걱정해주는데 삐뚤어져서는. 그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나 하고.”
“하지만 네 말도 맞는 구석이 있긴 하다.”
“그러면 이제 정말 그만하실 거에요?”
“아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네 말에서 맞는 건 ‘조금만 더’라는 생각으로 벌써 몇 년을 허비했다는 부분이야. 그래, 애초에 ‘조금만 더’가 아니었어. 상대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야. 그런 녀석을 고꾸라트리려면 당연히 역사상 가장 화끈한 딜이 있어야지.”
“아빠!!!”
2042년.
메츠는 분명 슈퍼 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막대한 금액을 사용했다.
그리고 2043년.
뉴욕메츠는 그것조차 우스울 만큼 터무니 없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MLB 이대로 괜찮을까?
─갑부 구단주의 놀이터가 돼버린 메이저리그. 이제는 진지하게 하드캡을 논의해야 할 때!!
메이저리그의 사치세는 시즌의 끝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시즌 중반에 은퇴나 트레이드등의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추정치’라는 것은 존재하며 윈터시즌이 끝났을 때 2043년 메츠의 사치세 ‘추정치’는 작년, 리그에서 여덟 번째로 높은 페이롤을 기록했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연봉총액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스티브 코헨 “돈으로는 우승을 살 수 없다고 하더라. 나는 그 말이 틀린 말이라는 걸 증명해볼 생각이다.”
***
이번 겨울 시즌 메츠의 움직임은 간단했다.
돈은 신경 쓰지 않고 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선수들을 모은다.
여기서 돈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불러 FA선수를 끌어 모은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현재 가치에 비해서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는 터무니 없는 연봉의 엘리트 선수들을 연봉 보조 없이 데려옴은 물론이거니와 현재 가치는 그래도 돈값을 하지만 앞으로 몇 년 후는 기약할 수 없는 선수들을 유망주를 내줘가면서까지 데려온다.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1년 후의 미래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그들은 가장 압도적으로 강력한 팀이라는 점이었다.
슈퍼 팀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나오는 이야기는 모래알과 같은 조직력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모두가 주인공인 강한 에고 덩어리들이 모였으니 하나로 뭉치는 것은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뉴욕 메츠에는 그것을 하나로 봉합할만한 카리스마가 분명하게 존재했다.
알렉산더 맥도웰은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최수원과 매우 꾸준하게 라이벌리를 이어온 남자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라이벌이라기에는 상당히 차이 나는 2인자로 확정이 되긴 했지만 알렉산더 맥도웰이 역대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타자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도밍고 로드리게스. 커리어로 보나 나이로 보나 심지어 작년까지의 성적으로 보나 무엇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이번에야말로.’
단 하나의 반지도 끼지 못한 역대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타자.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패배만을 거듭해온 엘리트 투수.
시대의 지배자로 꼽힐만한 커리어를 거뒀음에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선발.
제2의 최수원이라는 평가 속에서 작년의 실패가 어쩌면 자신 때문이 아닐까 고민하는 젊은 투타겸업.
그리고 가장 최근 탬파베이가 배출했던 작년의 사이 영 위너까지.
시즌 초부터 뉴욕 메츠가 질주했다.
만약 한 번 이기고 한 번 패배하고 그리고 나머지 한 번으로 승부가 결정 나는 스포츠를 야구라고 부른다면 그들이 하는 것은 야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 그것은 마치 15년 전의 어느 팀을 연상케 하는 터무니 없는 질주였다.
162번의 경기 가운데 무려 116승.
비록 2028년 양키스의 기록을 깨트리는데는 실패했지만 역대 2위의 압도적인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기록 가운데 마이클 코헨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줬던 것은 양키스와 벌였던 두 번의 원정과 두 번의 홈 경기에서 메츠가 모조리 승리를 거뒀다는 부분이었다.
올해만큼은 다르다.
정말로 다르다.
86세의 노인은 87세의 노인이 됐다.
그것은 고작 1년의 차이였을 뿐이다.
하지만 늙어 쪼그라든 노인의 1년은 장성한 청년의 1년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1년보다 이제 막 자라나는 어린 아이의 1년에 더 가까웠다.
등은 더 많이 굽었으며 볼은 더 깊숙하게 패였다.
작년의 그와 달라지지 않은 것은 오직 집념 가득한 그 눈빛뿐이었다. 아니, 아니다. 사실은 그 눈빛조차도 달라졌다. 그 이글거리는 집념은 그대로였으나 그것을 내비치는 눈빛은 이제 형형함보다는 흐릿함에 더 가까웠다.
“올해만큼은 다를거다. 암. 다르지. 다르고말고.”
그의 아들딸들은 그에게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지금 저 노인의 숨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은 마지막까지 이루지 못했던 바로 저 집념이라고.
그렇다면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마지막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메츠는 승리했다.
디비전을 압도적으로 짓밟았고 챔피언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침내 월드시리즈.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 상대는 또 양키스였다.
아니, 이제는 마지막 장벽이 양키스인 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올해만큼은 다를 거다.
메츠는 이제 강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팀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2043시즌 월드 시리즈.
만약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 돈이 모자라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라. 아쉽게도 마이클 코헨에게는 다시는 그것을 확인해볼 시간이 주어지지 못했다.
나라를 살 수 있는 돈을 가졌던 대부호는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이 원했던 것을 손에 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2043년.
우승은 또 다시 양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