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98)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98화(398/404)
398화. 외전6) 파티원 모집(6)
“아니, 제시카. 이건 너무 급작스럽습니다.”
“급작스럽다구요? 이봐요. 댄. 24년이에요. 무려 24년!!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던 여자 아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다시 대학에 갈 만큼 긴 시간이었죠. 우리 에릭이 어느 팀 팬인지나 알아요? 망할. 양키스에요. 양키스. 자기 할아버지가 메츠 구단주였는데 양키스 팬이라고요.”
“하지만 제시카, 거의 다 왔습니다. 아시잖습니까.”
“벌써 15년 전부터 거의 다 와있었죠. 댄 당신이 그 자리에 앉기 전부터요. 그리고 거의 다 온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지 못한 건······.”
“지금 그게 제 잘못이라는 말씀입니까? 구단주님. 스티브가 저에게 어떤 권한을 줬고 제가 항상 어떤 이야기를 해왔는지를 알면서 어떻게 제게 그런 말을.”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그렇게 이야기하던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말이잖습니까.”
“타이밍의 문제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말로 거의 다 왔습니다. 함께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됩니다. 스티브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줄 최고의 기회를 이렇게 그냥 내다 버리실 겁니까? 제시카 당신도 잘 알잖아요. 스티브가 왜 하필 당신에게 이 구단을 물려줬는지를요.”
스티브 코헨의 사망.
미국의 경우 상속세가 한국에 비해서 매우 낮으며 면세의 범위도 매우 넓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상속 자산이 1인당 1, 2천만 달러대의 평범함 부자들의 이야기다. 스티브 코헨의 경우 추정 자산만 3백억 달러 이상으로 30명이 넘어가는 자식과 손자. 그리고 친척과 지인들에게 자산이 분배됨에도 불구하고 1인당 10억 달러 이상의 유산이 상속됐다. 면세를 넘어가는 금액에 대해서는 얄짤 없이 40%를 납부해야만 했다. 한국에 비해서 터무니 없는 수준으로 상속세가 저렴한 대신 탈세는 감히 꿈꿀 수도 없었다. IRS(Internal Revenue Service)는 미국 최강이다. 반쯤 농담이긴 하지만 마약상들이 마약판매가 아니라 탈세로 잡혀간다는 말은 반쯤만 농담이라는 점에서 IRS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아무튼 덕분에 스티브 코헨의 상속자들은 모두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납부해야만 했는데 그건 뉴욕 메츠를 상속받은 제시카 코헨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알죠. 아버지는 내가 이 구단을 가장 사랑한다고 믿었으니까요.”
“사실이잖아요. 제시카. 당신은 분명 메츠를 사랑해요. 당신이 당신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 만큼이나요.”
“맞아요. 그러니까 저는 메츠를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겁니다. 아버지는 메츠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그 사랑은 너무 과했죠. 아이를 너무 사랑으로만 대하면 망가지는 것처럼 메츠 역시 그렇게 망가진 겁니다. 우리 오빠는 회초리를 들기에 너무 늦었지만, 메츠는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미래를 보겠다는 거군요······.”
“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저희는 이제 최수원 이후를 보고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압니다. 알렉스는 분명 대단한 선수죠. 심지어 댄은 그 아이가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주목을 했고, 결국 데려 오는 데 성공했으니 애착이 큰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 이상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반지를 끼지 못했다는 건 여기까지라는 거에요.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죠.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라.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현재의 가치를 항상 냉정하게 파악하고 미래를 가늠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말씀하셨으면서 정작 구단 운영에는 그러지 못하셨다는 건 참 우스운 일이지만요.”
“스티브가 과연 그러지 못했던 걸까요?”
“네, 이건 이미 결정이 난 일이에요.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메츠의 우승을 보지 못하셨어요. 물론 저는 제 오빠나 동생들처럼 아버지의 사망이 메츠의 탈락이 결정나고 얼마 안 되어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이걸 메츠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1년이 즐거웠던 것은 어메이징이라는 글자가 부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그 결말이 배드엔딩이었다는 점에서 저는 지금의 메츠를 그대로 내버려 둘 마음이 없습니다.”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새로운 구단주의 단호한 선언. 메츠의 단장인 댄 오일러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시카. 이건 시간이 필요합니다. 파이어 세일이라는 것도 우리가 무조건 팔 거라는 늬앙스를 주면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작년 우리는 월드시리즈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성적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천천히 유망주를 긁어오도록 하죠.”
“어차피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상대방도 우리가 사치세를 리셋하려고 한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을텐데요?”
“네, 그렇죠. 하지만 무조건 그리하겠다는 것과 일말의 가능성도 있는 건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선수들의 성적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알잖습니까. 저희 ‘상품’은 물건이 아니라서 세심한 케어가 따라올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는 걸.”
“후······. 정말이지. 아저씨.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알렉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으신 거예요?”
“아니,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알렉스만을 생각한다면 정 어려우면 알렉스는 그냥 양키스로 보내 버리면 그만이니까. 말년의 마이크 트라웃처럼 말이다. 아마 아무도 알렉스의 선택을 욕하는 사람이 없을거야. 나는 그보다는 네 아버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그의 마지막 투자들이 멍청한 돈 낭비가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구나. 현세에 강림한 야구의 신을 상대로 모든 걸 걸었던 그의 도전은 절대 무가치하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진짜 보스가 누구인지를 뉴욕 시민들에게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
제시카 코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1년.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1년은 곤란합니다. 올해 최종 페이롤은 4억 달러 미만. 그리고 내년에는 사치세를 리셋시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스티브 코헨이 사망하고 고작 이 주일. 뉴욕 메츠의 운명이 결정됐다.
***
“알렉스. 헤이, 친구. 너 지금 네가 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인지는 잘 알고 있는 거지? 나 이제 올해로 마흔다섯이야.”
“당연히 잘 알고 있죠. 44세 시즌에 162.1이닝 4.44의 평자책을 기록한 선발 투수에다가 3이닝만으로 한정 지을 경우 2.14의 평자책을 기록했다는 것도요.”
“대체 어디서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알렉산더 맥도웰이 도밍고 로드리게스의 말을 끊었다.
“커리어의 마지막을 도망으로 끝낼 생각입니까?”
“도망?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늙은이가 계약 기간 끝나고 이제 은퇴하겠다는 데 그게 어떻게 도망이 되나. 44살까지 뛴 것만으로도 이미 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아마 50명 안쪽에 들어갈 만큼 오래 던진 투수라고.”
“네, 오래 던졌죠.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이거 도망인 거.”
“헛소리 하지 마. 감히 세상 누구도 나에게 도망자라는 말은 하지 못 해. 나는 마지막까지 도전자였고 이제는 늙어 더 이상 메이저를 뛸 수 없어 은퇴하는 노장이야.”
“네, 세상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하겠죠. 단 하나. 도밍고. 당신을 제외한다면요.”
“······.”
알렉산더 맥도웰의 이야기에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잠시 멈칫했다.
사실 그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던질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던질 의욕이 사라진 것이라는 걸.
그래, 최수원 그 녀석은 괴물이었다.
마치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인간의 형상을 하고 태어난다면 딱 그런 모습이 아닐까?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젠장. 빌어먹을!! 망할!! 대체 왜 나를 찾아와서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좋은 선수도 많잖아. 게다가 평생 선발만 했는데. 3이닝 잘 던지는 게 뭐 어떻다고. 선발로 그만큼 던지고도 망했는데 불펜으로 내가 옮겨가면 우승이 가능하겠어? 이봐. 알렉스. 난 패배가 싫어. 정말 죽도록 싫다고. 승산이 없는 멍청한 싸움에 심지어 푼돈이나 받아가면서 내 소중한 1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이제는 그냥 아이들이랑 해외여행이나 다니면서 좀 편하게 살고 싶단 말이야.”
“하지만 그러니까 이기고 싶잖아요. 패배가 싫으니까 이기고 싶잖습니까. 아닌가요? 지금 도망치면 이제 영원히 승리할 기회는 사라지는 겁니다. 그냥 패배한 비루한 개로 평생을 남게 되는 거예요. 패배를 싫어한다면 지금이야말로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질 때 아닙니까?”
“이 빌어먹을 망할 놈의 새끼가?”
어디 변론술이라도 배워 온 것일까?
이상할 정도로 유창하게 이야기하는 알렉스 덕분에 도밍고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뭐라 반박할 말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아, 아니었다.
한 박자 늦었지만, 생각이 났다.
“어차피 메츠는 망했어. 스티브 코헨이 무제한으로 돈을 풀 때도 못 이겼는데 지금이라고 가능하겠어? 이봐. 알렉스. 너도 우승이 하고 싶으면 차라리 양키스로 팀을 옮기라고. 그쪽이 훨씬 빠를 테니까.”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도 아차 싶은 폭언.
하지만 도밍고가 자신의 말을 취소하지 않았다. 설사 상대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일단 언쟁은 이기고 본다. 패배를 싫어하는 남자 도밍고 로드리게스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알렉산더 맥도웰은 그리 크게 상처받은 표정이 아니었다.
도밍고의 폭언 앞에서 그는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나는 아이콘이 되고 싶었습니다. 야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요. 그래서 야구의 인기를 부활시키고 영원히 야구계에 이름을 새겨놓고 싶었어요. 그게 내 재능에 대한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최수원을 만났다.
시대의 라이벌리로 야구계를 부흥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 마치 테드 윌리엄스와 조 디마지오처럼. 혹은 M&M처럼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알렉산더 맥도웰은 분명 천재였으며 그 커리어 역시 그 천재성에 걸맞게 엄청났다. 아마 야구 역사를 통틀어도 그보다 위대한 선수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하리라.
하지만 상대는 이제 36살. 고작 16년의 커리어에 GOAT를 확정지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최수원이라는 이름 석 자 위에 베이브 루스를 놓지 않는다. 야구계의 고루한 늙은이들조차도 최소한 루스와 최수원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본다.
최수원과 알렉산더 맥도웰은 이미 같은 선에 서 있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단 한 번도 최수원은 알렉스 자신과 같은 높이에 선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지금 저에게 중요한 건 단순한 우승이 아닙니다. 어쩌면 저열한 질투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뇨, 저열한 질투심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은 녀석이 저를 올려다 보는 꼴을 보고 싶습니다. 만약 이 세상에서 녀석에게 패배라는 걸 안겨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저였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의 힘으로 밀려나고 밀려나 약해진 채로 누군가에게 패배하는 게 아니라. 아직 녀석에게 힘이 남아 있을 때. 저의 힘으로요.”
“이런 빌어먹을. 망할 쳐죽일 놈의 새끼가?”
그 장황한 고백에는 사실 딱히 누군가를 설득할만한 논리 따윈 없었다. 1등을 질투하는 2등이 한 번은 이기고 싶다는 말이 그 내용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저열하고 솔직한 고백은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45세의 늙은 투수에게는 아주 꼭 마음에 드는 고백이었다.
“300만 달러라고?”
“네, 구단에 이제 돈이 없어서 그것도 정말 쥐어짜 내고 짜낸 금액이랍니다.”
“알렉산더 맥도웰. 너 나한테 아주 단단하게 빚진 거다. 잊지 마.”
2044시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