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399)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399화(399/404)
399화. 외전6) 파티원 모집(7)
스티브 코헨의 장례식에는 나도 와이프와 함께 참가했다.
솔직히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선택할 때 메츠를 거른 것은 내가 기억하는 2030년대의 메츠가 워낙에 ‘어메이징’한 팀이었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 스티브 코헨이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했었다.
부자의 선의.
자본주의의 엄혹한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본을 기초로 한 시스템이 아닌 그저 돈 많은 부자의 변덕스러운 선의로 돌아가는 구단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될 수 있는지는 너무나도 다양한 스포츠에서 너무나도 많은 구단이 증명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만 봤을 때 내가 틀렸다.
스티브 코헨은 엉망진창의 폭군이었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승리를 향한 갈망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저 나와 길이 달랐을 뿐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남자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충격적인 소식이 납득이 가능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뭐라고? 도밍고가 300만 달러에 1년을 더 뛰기로 했다고? 메츠랑?”
“어. 심지어 이미 계약을 했다더라.”
“그 친구 나한테는 무조건 은퇴할거라고 그랬는데? 내가 이왕이면 양키스에서 1년 더 뛰고 은퇴식 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냐니까 원래 늙은 숫사자는 비참한 마지막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냥 가겠다고.”
“나한테도 그랬었는데. 잘못 알고 있었다더라.”
“잘못 알아? 뭐를?”
“늙은 숫사자는 원래 젊은 사자한테 패배한 다음에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거래. 비참한 모습은 이미 다 보인 다음에 떠나는 거니까. 자기도 1년 정도는 더 뛸 거라던데?”
“아니, 그럴 거면 팀에 돌아오면 좋잖아. 300만이면 우리가 그보다는 더 줄 수 있을텐데. 게다가 메츠 망했잖아.”
“몰라. 자기 선택은 그런 푼돈에 연연하는 남자가 아니라더라.”
“······. 2년 전에 메츠로 떠날 때 금액 차이 총액으로 600만 달러 차이였잖아. 그것 때문에 20년을 뛴 팀을 버려놓고 푼돈이 뭐 어쩌고 어째?”
어처구니가 없긴 했지만, 사실 도밍고 녀석의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 낭만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나이 도밍고 로드리게스가 낭만을 해버린 것이다.
망할 자식 같으니.
다 늙어서는 이제 망해가는 팀에서 낭만이라니. 그렇다면 그런 녀석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이번 시즌. 메츠한테는 한 경기도 안 질 거야.”
“뭐 언제는 져줄 생각이나 있었고?”
“물론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한층 더 단단하게 결심을 다진다. 뭐 그런 거지.”
우리는 작년의 디펜딩 챔피언이다.
심지어 올해 겨우 연봉협상 자격을 갖춘 애송이들이 태반일 만큼 선수들 대부분이 젊었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었고, 따라서 게중에는 작년에 비해서 오히려 더 못한 활약을 보이는 녀석도 분명 있었다.
3/4/5를 기록하면서 나의 뒤를 이어 양키스를 이끌어갈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던 녀석이 1할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시즌 중반에 마이너로 내려간 것이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젊은 애들은 분명 작년보다 성장했다. 그렇다고 베테랑들의 기량이 떨어졌는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성기 패배하는 게 그려지지 않던 막강 그 자체의 양키스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승리했고 또 승리했다.
-부우우웅!!
“스트라잌!! 아웃!!!”
[경기 종료!! 최수원!! 대단합니다!! 9이닝 동안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메츠를 철저하게 막아냈습니다!!] [최수원 선수 이번 시즌 벌써 두 번째 완봉이죠? 이런 걸 보면 시즌 평속은 90마일 중반대로 내려왔지만 개인적으로는 피칭 내용은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떠십니까?] [네, 오늘 피칭도 그렇고 상당히 효율적으로 변했어요. 확실히 최수원 선수도 점점 경험을 쌓아가면서 노련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5년 전의 도밍고 로드리게스 선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그리고 나는 목표를 달성했다.
시즌 중에 메츠를 상대로 우리는 총 4승을 챙기며 뉴욕의 왕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증명했다. 작년 시즌에 1승 3패로 상대 전적에서 확실하게 밀렸던 걸 생각해보면 이번 시즌 우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리고 이번 시즌 메츠가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뉴욕 메츠와 시카고 컵스 간의 메가딜 임박?
─브라이언 윌콕을 둘러 싼 끊임없는 소문들!! 과연 그는 메츠를 떠날까?
시즌 중반.
뉴욕 메츠는 정확히 모두의 예상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괜찮은 선수들을 팔아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NL 동부지구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당연히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농후했지만 그런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실 사치세로 2억 달러를 내는 것 자체가 스티브 코헨이니까 가능한 미친 짓이었기 때문이다. 그 재산의 고작 5% 남짓을 물려받은 제시카가 그 미친 짓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메츠의 전력이 점점 빠져나갔다.
검증된 베테랑들이 유출되고 내가 모르는 유망주들이 콜업됐다. 야구라는 경기는 상당히 묘해서 당연히 터질 것 같던 녀석들이 죽을 쑤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녀석들이 상위 리그에서 터지기도 한다. 7월 이후로 메츠는 거의 매 경기에 복권을 긁어댔다. 그 대부분은 꽝이나 5등이었지만 그 가운데는 분명 내가 모르던 2등이나 3등도 숨어 있었다. 아니, 어쩌면 2등이라고 생각했던 녀석 중에는 1등이 될만한 녀석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불안했느냐고? 그래, 솔직히 작년이나 재작년이었으면 많이 불안했을지도 모르겠다. 크게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때까지의 세상은 내가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세상을 닮아 있었고 십수 년간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미지라는 것은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나는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될 예정이며 그것은 루스가 무덤에서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인정할만하다. 그러니 나는 적어도 야구에 관해서는 그 무엇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나의 반대편에 선 이들이며. 그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대상은 오직 나 최수원일 테니까.
***
“그래도 어찌어찌 꾸역꾸역 여기까지 오긴 왔네.”
“그러게.”
“브라이언 녀석이 빠졌을 때는 진짜 이걸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이게 또 어떻게 되니까 더 신기하네.”
“그래도 브라이언 녀석이 있었다면 훨씬 쉽고 빠르게 결정 났을걸?”
44시즌 7월.
뉴욕 메츠는 정말 폭풍 같은 세일을 선보였다. 고연봉자들 가운데 남은 선수라고는 알렉산더 맥도웰과 백하민 정도가 전부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의 폭풍 세일이었다.
물론 작년에 매입했던 악성 매물들의 경우 연봉보조까지 해줘가면서 넘기려고 시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올 수 있는 유망주는 그리 썩 좋은 유망주들이 아니었다. 그 경우, 댄 오일러는 어중간한 능력치의 AAAA급 선수를 받아오는 선택을 했는데 이게 제법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작용했다.
빅리그와 AAA를 오가는 30대 초반의 선수들에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농후한 팀의 액티브 로스터라는 것은 꿈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미 30대가 될 때까지 이 바닥에 AAAA급이라 불리며 붙어 있던 선수들이라면 이미 다 긁어본 복권이나 다름없다. 꽝은 아닐지라도 4등 이상은 될 수 없는 그저 그런 수준들이다. 하지만 이건 바꿔 말하자면 그들 가운데 증명된 자원들은 어쨌든 4등은 확실한 자원이라는 이야기였다.
WAR을 기준으로 대체선수보다 0.3에서 0.5정도는 확실히 더 해줄 수 있는 자원들.
슈퍼스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투타의 기둥.
메이저 최고령 투수.
그리고 윈나우를 지향하는 팀들에게 즉전감 선수들을 팔아치워 가며 받아온 유망주들까지.
8월 이후.
결과적으로 메츠는 5할 5푼을 넘어가는 승률을 기록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이은 NL 동부지구 2위.
그리고 NL 전체 승률 6위.
뉴욕 메츠는 꾸역꾸역 와일드카드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여러 TV 쇼에서는 연일 그 성공에 대해 떠들어댔다.
“자, 여기 에릭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메츠의 안티팬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메츠의 야구에는 감동이 없다.’ ‘슈퍼팀은 반지는 차지 할 수 있을지언정 감동은 줄 수 없다.’ ‘메이저리그는 지금 돈많은 늙은이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등등. 정말 많은 말들을 남겼죠. 그래서 에릭. 이번 시즌. 메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메츠의 안티팬이라니. 일단 그 부분은 정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메츠를 싫어한다기 보다는 하지 말라고 정해놓은 룰을 더 많은 돈으로 무시하는 반칙을 싫어할 뿐이죠.”
“하하, 네 알겠습니다. 뭐, 일단 그런 거라고 해두죠. 그래서 이번 시즌 메츠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더독의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누리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언더독이 아님에도 말이죠. 현재 페이롤이 확실히 쪼그라들긴 했지만 시즌 말에 기준금액을 보자면 초반 5억 5천만 달러에서 4억3천만 달러로 줄었을 뿐. 여전히 손에 꼽히는 빅마켓입니다. 그들보다 많은 돈을 쓰는 구단은 다저스밖에 없어요. 양키스조차도 그들보다 2천만 달러나 적은 페이롤입니다.”
“메츠의 페이롤이 그렇게나 높은가요? 이번 시즌 정말 파이어세일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선수들을 내보낸 걸로 아는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페이롤이라는 게 원래 시즌을 통틀어서 내는 거잖습니까? 메츠의 경우 이미 7월까지는 그 선수단이 유지가 됐고요. 심지어 트레이드 조건에 연봉보조가 붙는 경우도 매우 많았거든요. 아마 내년에도 이 선수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사치세 커트라인에 간당간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언더독이 아님에도 언더독인척을 하고 있다. 역시 에릭. 메츠의 가장 큰 안티팬다운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아, 잠깐만요. 저 정말 메츠의 안티팬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사람 말은 원래 끝까지 들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아직 하실 말씀이 더 남았나요?”
“지난 2042년. 양키스는 14년 가운데 무려 12번의 우승을 차지햇던 탑독 중의 탑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더독과 같은 포지션에서 싸웠습니다. 그리고 당시 최고의 탑독이던 메츠의 콧잔등을 2년 연속으로 후려치며 우리 시대의 주인공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증명했죠. 저는 그 승리야말로 이 시대 양키스라는 신화의 완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 시즌 메츠야말로 양키스의 안티테제로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것을 압도하던 자본이 실패하고, 그 잔해들이 뭉쳐 이 시대 가장 강력한 신화와 상대한다? 만약 메츠가 양키스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면? 아니, 거기까지는 힘들더라도 만약 월드 시리즈의 반대편에 또 올라갈 수 있다면 그들 역시 조 디마지오에게 항상 패배했던 보스턴과 같은 역할 정도는 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이야기하고도 메츠의 안티가 아니다. 그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으신 거죠?”
“네.”
***
메츠는 놀라울 정도로 잘 싸웠다.
TV쇼의 멍청한 패널이 이야기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히 잘 싸웠다. 아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잘 싸웠다.
와일드카드, 디비전, 챔피언십을 넘어 월드 시리즈까지.
“아, 이건 진짜 보고 싶지 않던 광경인데······.”
패승패패승승.
시리즈 7차전.
양키 스타디움의 마운드에 최수원이 올라왔다.
가장 결정적인 경기 그것도 시리즈 2연패 직후의 최수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