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tcher just hits home runs well RAW novel - Chapter (404)
투수가 그냥 홈런을 잘 침-404화(404/404)
404화. 외전7)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다
46시즌은 참으로 ‘어메이징’한 해였다.
2044년 기적처럼 양키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던 뉴욕 메츠는 2045년에 그것이 진짜 기적이었음을 증명하듯 ‘어메이징’하게 정규시즌 5할 승률에 실패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2046년. 메츠는 또 한 번의 ‘어메이징’을 이뤄냈다.
[뉴욕 메츠······. 우승!! 우승입니다!!]하지만 메츠가 일궈낸 ‘어메이징’보다 더 놀랍고 시선이 가는 기록이 있었으니 그것은 월드 시리즈에서 한 선수가 작성한 대기록이었다.
24타석 1타수 1안타 1홈런 23볼넷.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028년 이후 메이저리그에 뭔가 조금 이상한 게 있다 싶으면 그냥 최수원을 찍으면 어지간하면 다 들어맞는다는 격언이 있다. 그리고 그 격언은 이번에도 옳았다.
그래, 이번에도 최수원이었다.
38세 시즌의 홈런왕.
그것도 무려 같은 팀이었던 애런 저지와 시대의 라이벌이라던 알렉산더 맥도웰의 62홈런을 1개도 아니고 2개나 뛰어넘은 64홈런의 주인공.
덕분에 월드시리즈가 모두 끝난 지금 시점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돌려보는 동영상은 월드시리즈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아니었다.
팬웨이파크에서 벌어졌던 양키스의 정규시즌 161차전. 시즌 61홈런에서 4경기째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던 최수원이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무려 3개의 홈런을 단번에 추가하며 홈런 신기록을 경신하는 영상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상은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를 응원하던 팬이 실시간으로 멘탈붕괴에 빠지는 영상이었는데 세 번째 홈런과 동시에 그가 들고 있던 카메라를 내동댕이쳐 박살 내는 것이 그 영상의 백미라고 볼 수 있었다.
이렇듯 2046년에도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의 혈압을 폭발시켰던 최수원은 과연 월드시리즈가 다 끝난 시점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여보, 혹시 누가 내 서재 들어왔었어?”
“애들 요즘에 워낙에 집안을 헤집고 돌아다니잖아. 거의 매일 들어간다고 봐야지. 근데 왜? 뭐 부서지기라도 했어?”
“아니, 아니야. 그냥 방이 좀 흐트러진 것 같아서.”
“애들 못 들어가게 주의 줄까?”
“아냐, 그럴 필요 없어.”
그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아이들이 칠 수 있는 장난의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으니까.
NEW ALL-TIME HOME RUN KING.
분명 서랍장 안에 들어있던 그 카드는 1974년 행크 애런의 싸인 카드였다.
1974년은 행크 애런이 베이브 루스의 통산 714호 홈런을 깨트렸던 기념비적인 해였는데 덕분에 당시 발매된 이 카드들의 숫자는 상당히 많았고 덕분에 행크 애런의 친필 사인을 감안한다고 해도 카드의 가격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차라리 여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최수원의 메이저 1호 홈런볼의 가치가 100배는 더 높을 것이다. 그러니까 절대 도둑도 아닐 것이다.
마치 새것처럼 보관상태가 좋았던 그 카드는 1/3 정도 지워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그 지워진 1/3이 새하얀 종이인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붉은 빛의 모자. 그리고 RECORD라는 글자.
누군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시간을 거슬러 오기 직전.
백동휘에게 받았던 이 카드는 함께 시간을 거슬러 왔다는 특별함과 함께, 별다른 조치가 없었음에도 마치 시간에 괴리된 것처럼 빛바램 하나 없이 20년이나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었다.
KBO에 데뷔했던 때, 혹은 메이저에 진출했던 때. 혹은 첫 MVP를 받았을 때나 심지어 그가 시간을 거슬러 왔던 2042시즌을 끝냈을 때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그게 변했다.
물론 누군가의 장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수원은 그게 아닐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가 시간을 거슬러왔던 것처럼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개입했다는 것인데 짐작이 가는 거라고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역시 홈런인가?”
64홈런.
이번 시즌 그는 메이저 데뷔 이후 처음으로 162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그 결과 비율로 따지면 20대 초중반보다 조금 부족했지만, 절대적인 숫자로는 무려 38살에 커리어 최다 안타와 홈런을 기록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2045년을 기준으로 최수원의 누적 타격 스탯은 18년 2736안타에 670홈런으로 물론 역대급이라고 불릴 누적이긴 하지만 역대 최고의 타자라고 평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46시즌을 끝낸 지금 그의 누적은 2940안타에 734홈런. 안타로는 역대 38위. 홈런으로는 역대 4위의 대기록이었다.
“행크 애런이 1974년까지 기록한 홈런이 734홈런······. 역시 행크 애런의 누적을 넘기는 게 백동휘가 바랬던 목표인걸까?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카드가 변한 것이 올해 기록한 홈런 신기록. 혹은 누적 734개의 홈런이라면 답은 간단했다.
2047시즌. 누적 홈런 기록을 깨트린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이상까지도 노려본다.
물론 내년에 누적 홈런을 깨트리는데도 장애물은 존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알렉산더 맥도웰이라는 존재였다. 그야말로 최수원이 올해로 누적 734개의 홈런을 기록했음에도 역대 3위가 아닌 4위인 이유였다.
배리 본즈의 762개
행크 애런의 755개.
그리고 알렉산더 맥도웰의 743개.
사실 올 시즌 최수원이 워낙에 터무니 없는 홈런 기록을 세운 덕분에 또 다시 ‘경쟁자’라고 불리게 되긴 했지만 작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각기 717개와 670개였으니 적어도 누적 홈런 숫자에서만큼은 알렉산더 맥도웰 쪽이 몇 걸음 앞서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38세 시즌에 무려 64개.
이제 언론에서 주목하는 것은 최수원이 알렉산더 맥도웰의 누적 홈런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아니었다. 그 부분은 이미 기정 사실이었으니까. 지금 언론이 떠드는 것은 과연 최수원이 역사상 최초 80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느냐였다.
이제 그의 나이도 마흔을 바라보는 상황.
그 나이대의 선수에게 1년, 1년이 얼마나 다른지는 지난 역사가 증명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2047년의 최수원이 2046년만 한 활약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노쇠화가 조금 완만하게 오기를. 그래서 정말 800홈런의 누적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2047시즌이 찾아왔다.
─거세지는 홈런 경쟁!!
─홈런왕 타이틀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알렉산더 맥도웰의 노익장!!
─작년보다 한층 빠른 페이스!! 39세에 홈런 신기록은 가능할까?
최수원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예상을 깨트리고 그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을 충족시켜주었다. 작년 그가 20홈런 고지를 밟았던 것은 47차전 경기에서였다. 그리고 올해 그가 20홈런 고지를 밟은 것은 고작 39경기 만이었다.
행크 애런의 755호 홈런기록까지 고작 1개.
배리 본즈의 762홈런까지도 고작 8개만을 남겨둔 상황.
-따아악!!!
알렉산더 맥도웰이 고작 40경기 만에 기어코 시즌 19호 홈런을 기록하며 배리 본즈의 762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성공했다.
야구는 매우 오래된 스포츠이다. 그렇기에 보통 야구에서 역대 최다 기록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고, 신기록이란 그것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나도 특별했다.
─최수원 역대 최다 홈런까지 이제 단 5개!!
─최수원 역대 최다 홈런까지 이제 단 6개!!!
기사의 순서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경신되는 역대 최다 홈런과 그것을 10개 이내 차이로 쫓아가는 경쟁자가 만들어낸 기적과 같은 기사들이 연일 쏟아졌다.
지난 20년 동안 야구의 인기는 정말 빠르게 증가했다.
월드 시리즈 시청자 수 1억명은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야구와 미식축구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그것은 1980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이후 변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딱 한 순간. MLB의 인기가 NFL을 위협했던 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1998년과 1999년.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홈런 경쟁을 벌였던 바로 그 시기였다.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모든 경기가 지역을 넘어 전국 생방송으로 전미에 방영되기 시작했다. 양키스의 독점 중계권을 갖는 YES네트워크와 메츠의 독점 중계권을 갖는 SNY의 반발은 사무국의 설득과 적절한 금전으로 해결이 됐다.
이미 성장 한계점에 거의 다다르지 않았나 싶었던 야구의 인기가 빠르게 올라갔다. 마치 2028년 최수원이 리그에 처음 등장했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대단한 페이스였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지났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서브웨이 시리즈.
각기 시즌 41호와 37호를 기록 중이던 두 선수의 맞대결은 무려 동시 시청자 수 1억 2천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고작 정규시즌 경기라고는 믿기 힘든 압도적인 숫자였다.
시즌이 계속됐다.
사람들이 이번 시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최수원이 작년에 필적하는 활약을 또 보여준다는 점만이 아니었다. 알렉산더 맥도웰은 정상적인 에이징 커브를 겪고 있었고 따라서 지난 35세 시즌 이후로 단 한 번도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39세 시즌에 고작 112경기 만에 41홈런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수원을 향한 거대한 라이벌의식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하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서러운 일이다. 지친 육체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그것은 극한으로 관리된 메이저리그의 선수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알렉산더 맥도웰의 홈런 페이스가 어느 순간 딱 하고 멈춰섰다.
물론 최수원도 시즌 초처럼 미친 기세로 달려나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페이스가 느려졌다고는 하지만 어찌됐건 최수원의 홈런 숫자는 꾸준히 늘어났고 마침내 시즌 149차전 경기.
-딱!!!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최수원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
시즌 51호 홈런.
누적 785개.
마침내 알렉산더 맥도웰을 넘어 역대 최다홈런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최수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변했음을 느꼈다.
시즌 막판 지구 우승 경쟁이 한창이었기에 축하 파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반가웠다. 그는 지금 당장 자신의 서재로 달려가서 1/3쯤 변해버린 행크 애런 카드가 대체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
서랍 속 NEW ALL-TIME HOME RUN KING이라 쓰여있던 행크 애런의 카드는 없었다.
그 대신 그곳에는 카드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카드에는 너무 익숙한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 매일 아침 세수를 할 때마다 보는 얼굴이다.
NEW ALL-TIME HOME RUN KING.
Choi Suwon
수원이 자신도 모르게 카드를 들어 그 카드를 자세히 살폈다. 바로 조금 전 경기에서 찍힌 것 같은 사진과 자신은 한 기억이 없는 싸인. 그리고 뒷면에 느껴지는 우둘우둘한 잉크의 느낌. 그가 카드를 돌렸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야구 선수인 행크 애런의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그를 기념하여 행크 애런의 위대한 재능 중 하나 [인종 차별을 뛰어넘는 인기]가 부여됩니다.
“어?”
아니, 잠깐만.
최수원이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 당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카드를 들어올린 바로 그 자리.
1985 RECORD BREAKER
PETE ROSE
1985년. 타이 콥의 4191개 안타 기록을 깨트렸던 피트 로즈의 카드가 선명하게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39세.
수원의 누적안타는 2917개.
그리고 피트로즈의 4256안타까지 남은 개수는 1339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