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00)
100 화 남매 싸움.
남매 싸움.
‘살해!!!’
저 자식 저거 자연스럽게 다 해놓은 밥에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었다는 분노. 확실히 어머니의 말에 틀린 점은 없었다.
저 아도라라는 이름의 괴물을 저렇게 몰아넣은 건 다키아와 나 단둘이서 해낸 일이었기에.
데르소 이르멜. 은발 금안의 사내는 아도라의 가슴을 꿰뚫은 검을 빼내며 내게 기대 서 있는 다키아를 무심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이젠 대답도 하지 않겠다는 건가.”
다키아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자신의 오빠를 지그시 노려보며 대답했다.
“마치 저한테 뭐라도 해 준 것처럼 이야기하시네요. 방금 그 괴물을 향한 공격도 따지고 보면 저랑 마르낙 사제님이 다 처리해 놓은 괴물한테 마지막으로 한 방 먹였을 뿐이잖아요. 게다가 아직 저 괴물의 숨통은 끊어지지도 않았고요.”
‘살해!’
간만에 기특한 말을 한다며 어머니는 다키아의 대꾸에 힘차게 동조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새된 비명을 내질렀던 괴물은 아직도 쿨럭쿨럭 피를 토해 내며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내보이고 있었다.
데르소는 자신을 향해 말대답하는 다키아를 보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는 여전히 하나도 변한 게 없군. 단 하나도. 그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함은 마법사들의 특성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네 본성인가. 솔직히 가늠하기 어렵군.”
무미건조한 비아냥거림. 다키아는 이를 꽉 깨물고 자신의 오빠를 향해 분노가 듬뿍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늘 말하고 싶었지만, 매번 마땅한 기회가 없어서 하지 못한 말이 있거든? 그리고 이젠 당신이 떠나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아도 떠날 거야. 그러니까 지금 이 기회에 딱 말할게. 그 엿 같은 가주 자리! 그래, 당신이 다 해 먹어! 그런데 그거 알아? 당신, 진짜 재수 없어! 그렇게 재수가 없으니 그 나이 먹고도 결혼을 못 했지! 당신 본성을 들여다본 여자들이 다 질색해서 떠나가니까!”
다키아의 날카로운 인신공격. 무척이나 날카롭고 치명적인 공격이었지만, 정작 데르소 이르멜 본인은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였다. 그는 괴물의 몸뚱이 위에서 다키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떠나겠다? 이제라도 네 주제를 깨달아서 다행이군. 그리고 아직 너는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기생충처럼 이 영지에 들러붙어 있겠다고 해도 네가 가주가 될 일은 절대 없다.”
다키아와 똑같은 황금빛 눈동자.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네게 뭐가 있었지? 네겐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그 누구 하나 널 따르는 이가 없었지. 그런 네가 과연 가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그, 그건 내가 마법사로 태어났기 때문에 다들 날 꺼려서…”
“정말 그것이 오롯이 네가 마법사이기 때문일까? 너는 정말 여태껏 그렇게 생각해 온 거냐? 너는 자라오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명조차 널 따르게 하지 못한 시점에서 누군가를 이끌기에 부족한 인간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키아.”
으득.
이 갈리는 소리. 다키아는 분한 눈으로 자신의 오빠를 노려보았다.
“누가 들으면 전부 내가 부족한 탓인 줄 알겠네! 내 주위를 전부 당신 사람들로 채운 게 누군데! 그것도 마법사들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로 말이야! 그들은 단 한 번도 나와 대화하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내가 마치 무언가 더러운 생물인 것처럼!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건데!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느냐고! 나는 그저 이렇게 태어났을 뿐이야! 한 명의 마법사로 태어났을 뿐이라고! 그거 알아?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마법사로 태어나길 바라 본 적이 없었어! 이 빌어먹을 새끼야!”
데르소 이르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의 누이를 내려다보았다.
“밖으로 나돌더니 천박한 단어만 잔뜩 배워 왔군. 그렇게 입에 더러운 단어를 올리면 마음이 편해지더냐? 쯧.”
그가 짧게 혀를 차는 소리가 고요한 극장에 울려 퍼졌다. 다키아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그래, 완전 편하다. 이 나쁜 새끼야!!! 내가, 어? 나라고 어머니를 죽이고 싶었겠냐고! 나한테 무슨 선택권이 있었다고 나를 낳느라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내 죄로 돌려? 지긋지긋해!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당신의 그 애새끼 같은 원망 말이야!!! 그 정도 나잇살을 처먹었으면 엄마가 죽은 게 내 탓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해할 때가 되지 않았어? 응? 나는 대체 언제까지 내가 태어나면서 지은 죄 때문에 너한테 원망을 들어야 하는 건데!!!”
거칠게 소리친 다키아는 이내 말을 더 잇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윽. 흐으윽.”
나는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부드럽게 다키아를 잡아당겨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 내 달램에 그녀의 흐느낌은 아예 꺼이꺼이 우는 대성통곡으로 변했다.
“흐윽. 개 같은 오빠 새끼. 흑. 진짜 나쁜 오빠 새끼. 흐윽.”
다키아는 울면서도 마법의 주문처럼 자신의 오빠를 향한 욕을 끼워 넣었다. 데르소는 내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다키아를 바라보다 이내 흥미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적당히 울고 이제 이 도시에서 떠나라.”
그는 나와 다키아를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내가 팔을 뻗어 그가 던진 물건을 받아 확인해 보니, 그가 던진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어리였다.
데르소는 다키아가 아닌 나를 보며 말했다.
“이 도시를 뒤덮고 있는 어두운 막에 그걸 대면 잠깐 틈이 생길 거다. 너희는 그 길로 빠져나가라.”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희한테 이걸 주면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나는 이곳에서 할 일이 있다. 그리고 그건 너 같은 사제가 묻는다고 내가 굳이 대답해 줘야 하는 일이 아니지. 이만 꺼져라. 네 품에 안긴 그걸 데리고서.”
‘살해!!!’
어머니의 거친 외침. 당연히 그 말 속에 든 뜻은 간단했다. 저 아도라라는 이름의 괴물의 전신에서 흐르는 신성을 놔두고 대체 어딜 가느냐는 것. 나도 이렇게 신성을 얻을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어머니의 신성이 봉인된 성물 조각. 즉, 다른 동전 모양 성물의 파편을 전에 만났던 그 사도라는 괴물처럼 저 나방 괴물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기에.
“저도 아직 볼일이…”
콰앙!!!
극장의 벽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존재가 들이닥쳤다.
– 아 도 라 ! ! ! 아 직 살 아 있 어 ?
거대한 반인반마 기사의 몸은 완전 만신창이였다. 네 개의 팔 중 세 개는 이미 뜯겨 나간 뒤였고, 드러난 갑옷 틈새로 새빨간 피들이 줄줄 흘러내렸다.
– 기야아아아악!!!
– 기야아아아악!!!
– 기야아아아악!!!
거대한 기사의 몸 여기저기에는 인간 크기의 괴물들이 달라붙어 녹슨 쇠꼬챙이들을 찔러 넣고 있었다.
콰아앙!!!
흑기사가 아도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뒤따라온 부패의 거인이 어깨로 기사의 몸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에 밀려난 흑기사가 바닥을 굴러 극장의 벽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렸다.
뒤이어 등장한 부패의 거인은 내 눈치를 슬쩍 보곤 평소보다 조금 작은 목소리로 포효를 내질렀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아무래도 상대를 저지하지 못하고 내가 있는 곳까지 오게 한 게 조금 미안한 듯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해 주려다 여기에 나 말고 데르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말을 삼켰다.
데르소는 아도라의 몸 한가운데 박아넣었던 검을 시계 방향으로 비틀고는 재빨리 몸을 날려 극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나와 다키아를 놓아둔 채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여긴 곧 무너진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와 다키아를 훑어보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지고 사라졌다.
“당장 떠나라. 그리고 다시는 베아투스로 돌아오지 마라. 다키아.”
아직 훌쩍이고 있던 다키아는 자신의 오빠를 향해 중지를 치켜들며 그 말에 대꾸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 이 등신아!!!”
콰과과광!!!
– 이 빌 어 먹 을 놈 ! ! ! 좀 놔 라 ! ! !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거인과 흑기사는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끊임없이 파괴를 이어 나갔다. 당연히 극장은 두 거대한 존재의 맞부딪힘을 상정하고 지어진 건물이 아니었기에 그 충격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거침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떨어져 내리는 돌과 넘어지는 기둥들.
나는 다키아를 안아 들며 소리쳤다.
“일단 빠져나가겠습니다. 고개 숙이십시오!!!”
“네!”
퉁퉁 부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대답한 다키아를 꼭 껴안고 나는 거대한 나방 사체를 향해 질주했다. 활성화한 부패의 문이 은은한 녹색 빛을 내뿜었다.
‘살해!!!’
갈 땐 가더라도, 저 나방 배 한가운데 달려 있는 여자의 머리만이라도 챙겨 가라는 충고. 나는 어머니의 충고를 새겨듣고 오른손등에서 도살자를 뽑아냈다.
왜애애애앵!!!
“잠깐만 꽉 잡고 계시길!!!”
다키아가 거의 매달리듯이 내게 달라붙어 왔다. 그녀가 충분히 내게 달라붙은 걸 확인한 나는 오른손을 휘둘러 나방 여자의 머리를 베어 내려 했다.
– 어 딜 감 히 ! ! !
부웅!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흑기사가 나를 향해 날린 건 거대한 흑색 랜스였다.
머리통을 잘라 내려고 공격을 이어 가면 내가 꼼짝없이 랜스에 얻어맞아 곤죽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럼 나는 몰라도 내 품에 안겨 있는 다키아는 확실히 죽는다.
‘살해!!!’
그걸 사용하라는 외침. 전해져 온 어머니의 생각이 내가 잊고 있던 한 가지 물건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내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빛을 내뿜었다. 어머니가 유적에서 얻어 내게 건네주었던 반지가.
‘살해!’
동시에 어머니의 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 또한 공명하듯이 빛을 내뿜었다. 두 반지가 품은 기능은 단 두 가지. 서로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과 하루 단 한 번 방어막을 만들어 내는 것.
콰앙!!!
두 겹으로 이루어진 막이 날아오는 랜스와 맞부딪혀 랜스의 궤도를 틀었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을 이용해 나는 내 목적을 완수할 수 있었다.
왜애애애애앵!!!
도살자는 거침없이 나방의 배에 박혀 있던 여인의 목을 잘라 냈다. 나는 그대로 여인의 머리를 한 손으로 집어 들고서 힘차게 소리쳤다.
“적당히 상대해 주다가 빠지십시오!!!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앗 ? !
흑기사는 이미 뜯겨 나갔던 팔들을 재생해 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부패의 거인은 저 흑기사를 귀찮게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흑기사 자체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지금 굳이 내가 저 흑기사를 쓰러뜨릴 필요는 없었다.
일단은 저 흑기사를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쟈멜, 카르멘, 사지타, 테르지오.
이 참극 속에서 헤매고 있을 내 동료들을 찾아내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 당 장 손 에 든 그 머 리 를 놓 고 가 라 ! ! ! 이 자 식 들 아 아 아 아 ! ! !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나는 그렇게 부패의 거인이 흑기사를 끈덕지게 방해하는 걸 뒤로한 채 도시를 가로질러 도망쳤다.
***
‘살해!’
극장에서 한참 떨어진 골목. 빛과 함께 튀어나온 어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두 손을 싹싹 맞비볐다. 아주 기대가 된다는 표정으로.
우습게도 활짝 웃는 어머니의 앞에 놓여 있는 건, 한 여인의 머리였다. 내가 잘라내 온 여인의 머리.
누가 보면 질색할 만한 광경 속에서 어머니는 여인의 머리에 양손을 올리고서 두 눈을 꼭 감고 나직이 말했다.
‘살해살해.’
그러자 여인의 머리가 한여름 길가에 놓인 얼음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무척이나 뿌듯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된 겁니까?”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슬쩍 내 눈치를 보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살해…?’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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