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03)
103 화 시작.
시작.
테르지오를 따라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뭉친 곳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를 반긴 건 미소공 칼토 이르멜이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규합하고 도시 곳곳에서 솟아나는 정체불명의 살덩이 나무들을 제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생존자들이 근거지로 삼은 건물들의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쟈멜이 붙잡혀 있던 베아투스의 감옥이 있었다. 어제 사지타와 카르멘이 시간 날 때 따로 쟈멜의 면회를 가겠다고 내게 말했었으니, 아마 베아투스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 쟈멜을 비롯한 넷이 함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가.
“아버지께서 여기 계신다고요? 게다가 제정신을 차리셨고요?!”
놀란 다키아가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에게 묻자, 오히려 병사가 당황해서 되물었다.
“미소공께서 제정신을 차리시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되물음에는 진한 당황이 섞여 있었다. 다키아는 그제야 미소공의 노망이 대외비였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는지 당황을 거두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잠깐 말실수를 했네요. 혹시 아버지께 제가 왔다는 소식을 전해 주실 수 있나요?”
“이미 한 명이 소식을 전하러 갔습니다. 아마 곧 미소공께서 답을 보내 주실 테니 공녀님께서는 안에 들어가셔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럴게요. 마르낙 사제님. 어서 들어…”
다키아는 나를 보고서 무어라 말을 하려다 내 어깨너머를 보고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시선의 의미가 궁금해 살짝 뒤를 돌아보니, 여기저기 피와 살점들이 잔뜩 묻은 한 사내가 우리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바티스 드라코. 용왕국의 삼 왕자. 테르지오가 말하길 그가 생존자들을 구하고 이 근거지를 지키는 데 아주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했으니, 그의 몸에 묻어 있는 저 피와 살점들의 정체는 아마 도시 곳곳에서 자라난 의미 불명의 살덩이 나무들일 게 분명했다.
그가 떨리는 눈으로 우리를 보며 무어라 말을 하려던 찰나, 한 무리의 인영이 바티스를 향해 쇄도했다.
“바티스 드라코 왕자님이 돌아오셨다!!!”
“꺄아아아악! 왕자님!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 아들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자님!!! 어서 이리로!!! 씻을 물을 준비해 뒀습니다!!! 다음 교대까지 쉬실 장소도 마련해 뒀고요!!!”
“어? 어…?”
그 열렬한 환영에 휩쓸린 바티스는 우리를 향해 무어라 뱉으려던 말을 완성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베아투스 시민들의 손에 어디론가 끌려갔다.
그 모습을 본 다키아는 잽싸게 내 옷깃을 잡아끌며 말했다.
“괜히 또 말 걸기 전에 얼른 들어가요!”
굳이 저 용왕자와 말을 섞어 봤자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게 분명했기에, 나 또한 다키아의 의견에 완전 찬성이었다.
“그러죠.”
우리는 병사의 안내를 따라 한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테르지오는 우리를 여기 데려다주고서 살점 덩어리 나무들을 제거하겠다고 자처한 뒤 떠났는지라, 나와 다키아는 다시 둘만 남게 되었다.
톡. 톡. 톡.
무의식적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손가락. 응접실 의자에 앉은 다키아는 미소공이 제정신을 차렸다는 소식이 정말로 놀라웠는지 쉬이 진정하질 못했다. 잠시 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불렀다.
“마르낙 사제님.”
“네.”
그녀는 황금빛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코 타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듯이.
“혹시 저번에 아버지께서 마르낙 사제님을 따로 불러냈잖아요?”
“예. 그랬었죠.”
꼴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침을 삼킨 다키아가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혹시 그때, 이미 아버지께선 정신을 차리신 상태였던 거예요?”
정확한 추측이었다. 그때의 나는 미소공의 부탁대로 그가 정신을 차렸음을 다키아에게 굳이 전하지 않았고, 그 탓에 지금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다키아에게 한 번 더 거짓말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저번에 했던 말이 거짓이었음을 고할 것인지.
내 선택은 당연히 후자였다. 미소공이 스스로 제 정체를 드러낸 이상, 굳이 다키아에게 숨길 이유가 없었다.
“공녀님께서 하신 추측이 맞습니다. 저는 그때 미소공께서 공녀님께 자신이 정신을 차렸다는 사실을 전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아 일부러 정보를 숨겼습니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하지만 다키아의 얼굴만 봐도 내가 그런 사실을 숨긴 데에 대해서 그녀가 상처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공녀님을 속이려던 건 아닙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입술을 꾹 깨물고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르낙 사제님께서 그러셨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그래도 조금 기분이 안 좋긴 하네요. 아버지께서 제정신을 되찾으셨는데도 제게 그 사실을 숨기려 했고, 심지어 딸인 제게도 안 알려 주셨던 사실을 그날 처음 본 마르낙 사제님에게는 밝히셨다는 게 무척이나 충격이에요. 아버지는 제가 그렇게나 못 미더웠던 걸까요…? 그리고…”
다키아는 뒷말을 삼켰지만, 그녀가 말하려 했던 바가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어째서 내가 자신과 처음 보는 자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주어 자신에게 정보를 숨겼냐는 자그마한 원망을 차마 못 꺼낸 것이겠지.
“혹시 공녀님께서 착각하실까 봐 이것 하나만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절대 공녀님께 무언가를 숨기려는 의도로 그 사실을 숨긴 게 아닙니다. 그저 미소공께서 절 불러 말씀하신 이야기가 공녀님께 딱히 전할 필요조차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굳이 꺼내지 않은 것이지요.”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제 아버지께선.”
다키아가 들으면 무조건 상처받을 일이라 굳이 말 안 했지만, 이젠 어차피 숨겨 봤자 다키아의 상처만 후벼 팔 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미소공께서는 용왕자와의 약혼은 자기가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제게 공녀님을 데리고 가서 잘 먹고 잘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허락해 주는 대신 당장 공녀님을 데리고 베아투스를 떠나라고 당부하면서요.”
“네?”
다키아의 당황이 채 가시기 전에 나는 말을 덧붙였다.
“저는 미소공께서 제게 꺼내신 그 제안을 거절하고, 미소공께 그런 제안은 공녀님께 직접 하라고 말씀드린 뒤 자리를 떴습니다. 이게 그날 있었던 일의 전부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은 공녀님께서 괜한 상처를 입으실까 봐 굳이 전하지 않았습니다만,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바로 말씀드릴 걸 그랬군요.”
“아버지가…”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다키아의 볼은 왠지 모르게 발그레해져 있었다. 나는 예상외의 반응에 잠깐 당황했다. 여전히 화를 내거나, 좀 더 자세한 대화 내용에 대해 추궁할 줄 알았는데.
“공녀님?”
자그마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이미 허락을…’이라고 중얼거리고 있던 다키아는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고는 짧게 헛기침을 했다.
“흠흠. 마르낙 사제님의 말씀은 잘 알겠어요. 하지만!”
우리 사이에 놓인 탁자를 ‘탁!’ 하고 양손으로 짚은 다키아의 얼굴이 나를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여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한테 사실을 숨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 주실 수 있어요…?”
힘차게 시작한 한마디였지만, 뒤에서 가서는 조금 불안한 질문으로 끝맺어졌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겠습니다.”
다키아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거면 돼요.”
그녀의 미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한 명의 병사가 우리를 찾아왔다.
“미소공께서 두 분을 찾으십니다.”
다키아는 다시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우리는 병사의 뒤를 따라 미소공 칼토 이르멜이 머물고 있는 이 건물의 최상층으로 향했다. 미소공이 머무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방이 우리를 반겼다.
그는 일렁이는 촛불 빛 한가운데에 앉아 우리를 반겼다.
“왔나? 둘 다 앉지.”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미소공의 얼굴은 저번에 봤을 때보다 한층 더 혈색이 좋아 보였다. 그의 뒤에는 그의 충직한 기사이자 그의 전권을 대리했던 이인 더글렉 마틴 경이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미소공의 말에 따라 자리에 앉았지만, 사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죽어 가던 아도라가 우리에게 했던 말. 그녀는 다키아에게 네 아비의 ‘진짜 목적’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그게 다 죽어 가던 괴물이 잠시라도 제 생을 연장하기 위해서 제멋대로 주워 담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미소공이 그 괴물들과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애초에 미소공 칼토 이르멜과 그의 아들, 데르소 이르멜은 마치 오늘의 사태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이 다키아에게 누차 이 도시를 떠나라고 경고해 왔었다.
그 둘이 이번 일의 흑막이든, 아니면 악신의 추종자들의 행보를 알아채고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든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점만은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원래는 이러한 의심을 응접실에서 다키아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오해를 푸느라 미처 말하지 못했다.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미소공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미소공은 늙음 또한 그의 미(美)를 가릴 수 없다는 듯, 주름마저 아름답게 새겨진 얼굴을 움직여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베아투스의 상황이 급박해 지나가던 강아지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때네. 둘 다 제 한 몸은 충분히 지킬 힘이 있다는 걸 내 잘 알고 있으니, 이곳을 지키는 병사들과 함께 최대한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협조해 주게.”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 그가 꺼낸 말은 도저히 자신의 딸을 향한 말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다키아는 자신의 아버지를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
“언제부터 정신을 차리신 거예요?”
“나는 언제나 제정신이었다.”
“예?”
“지금은 바쁘니 이만 물러가라. 혹시 더 할 말이 있거든 오늘 저녁 식사 때 묻도록.”
일방적인 축객령에 다키아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니까 저녁 식사 때는 전부 다 대답해 주실 거라는 거예요?”
“그렇다. 너희 둘은 나와 함께 식사를 할 테니, 그때까지 시민들에게 배급할 식사를 타 먹지 말고 기다려라.”
“일단은 알겠어요.”
“그럼 이제 진짜 물러가라.”
우리는 그의 축객령에 따라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키아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아무래도 저녁 식사 때 대답해 주겠다는 미소공의 말에 어느 정도 납득한 듯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진짜 순간순간이 바쁠 때이기도 했고.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던 찰나. 미소공의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녁 식사 때 굳이 둘만 올 필요 없이, 혹시 더 데리고 올 사람이 있거든 얼마든지 더 데리고 와도 좋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미소공의 방을 나섰다.
***
막상 미소공의 방을 나오자, 아직 저녁이 되기엔 조금 시간이 남아 있었다.
“카르멘과 사지타는 지금 외곽에서 경계를 하고 있다고 하니, 쟈멜이라도 만나러 갈까요?”
다키아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편이 좋겠습니다.”
테르지오에게 듣기론 쟈멜은 시민들에게 배식을 하는 업무를 돕고 있다고 했기에, 우리는 병사들에게 물어 쟈멜이 있을 거라 추정되는 임시 배식소로 향했다.
살랑이는 주황빛 머리. 쟈멜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게 배식을 해 주고 있었다. 끊임없이 옆 사람 눈치를 보면서.
쟈멜을 발견한 다키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있네요!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네요…?”
“아무래도 옆에 있는 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
쟈멜의 옆에 서서 배식을 나눠 주는 여인은 전에 본 적이 있는 구면이었다.
말살성전단 소속인 타티아나라고 자기소개를 했었지. 아마.
우리가 다가가자, 나를 발견한 쟈멜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녀는 마치 구원의 동아줄을 발견한 사람처럼 힘차게 소리쳤다.
“마, 마르낙 사제님!!! 저 여기 있어요!!! 쟈멜이 여기 있다고요!!!”
그 격한 환영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풀려나신 겁니까?”
“일행분이 괜한 오해를 사고 있던 것 같기에, 제가 신분을 보증해 드렸습니다.”
대답은 쟈멜의 옆에 서 있던 타티아나에게서 나왔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마르낙 사제님.”
“아, 네.”
“전에는 미처 제가 그 위명을 못 알아뵙고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는데, 정말이지 많은 악신의 숭배자들을 두 손으로 처벌한 분이셨더군요!”
내 명성을 듣고 자발적으로 내 일행인 쟈멜의 신분을 보증해 준 건가. 타티아나와 내가 대화하는 사이, 은근슬쩍 내 옆으로 다가온 쟈멜이 타티아나 몰래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다키아와 타티아나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잠깐 거리를 벌리고 쟈멜을 향해 내가 귀를 기울이자 쟈멜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 마르낙 사제님. 이, 이제 저 좀 데려가 주세요. 저, 전 말살성전단이랑 가, 같이 있기 싫어요! 무, 무섭다고요!”
“저라고 해서 당장 빼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오늘 저녁에 미소공과 저녁을 같이하기로 했으니 거기에 함께 가시렵니까? 이 정도 핑계면 아마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겁니다.”
미소공은 어차피 데리고 오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데려오라 했으니 쟈멜을 부르는 것 정도야 괜찮겠지.
쟈멜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 좋아요!!! 저는 저 말살성전단 사제 옆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아요!!!”
“그럼 일단 따로 저녁을 먹어야 하니, 밥은 먹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넵!!! 그럼 마저 배식해 주고 다시 올게요!”
힘차게 대답한 쟈멜이 재빨리 걸어가 다시 시민들에게 배식을 하러 떠났다.
마땅히 할 일이 없었던 다키아와 나는 병사들에게 찾아가 혹시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직 어떤 명령도 떨어진 것이 없다며 일단 대기하고 있어 달라고 부탁해 왔다.
우리는 거리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저녁이 되길 기다리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던 와중 다키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일단 밥부터 먹이고 일을 시키시려는 걸까요?”
“아마 그러실 것 같습니다.”
“흐음.”
나는 다키아를 보며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사실, 저는 미소공께서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으신 것 같…”
풀썩.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거리를 바삐 지나가던 한 시민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시민을 시발점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차례대로 의식을 잃은 채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마르낙 사제님! 사, 사람들이 전부 쓰러지고 있어요!!!”
나와 다키아는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뛰어가 의식을 잃은 시민들의 상태를 살폈다.
가장 가까운 시민을 빠르게 살펴보자, 다행히 정신을 잃은 것 말고는 별다른 이상 증세가 없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이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키아도 한 시민의 상태를 살피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를 보자 한 가지 벼락 같은 깨달음이 내 뇌를 울렸다.
미소공의 황금빛 눈. 그리고 그가 했던 한마디.
‘그렇다. 너희 둘은 나와 함께 식사를 할 테니, 그때까지 시민들에게 배급할 식사를 타 먹지 말고 기다려라.’
시민들에게 배급할 식사를 먹지 말라는 그의 경고.
이건 절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나는 다키아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미소공께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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